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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DC 2014: 사용자에게는 통합을, 개발자에게는 거대한 놀이터를, 애플에게는 새로운 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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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DC 2014는 여러모로 달라진 애플을 볼 수 있는 행사였다.

모두가 바랬던 아이폰 6은 없었다. 사실, 어떠한 새로운 하드웨어도 없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만으로 애플 세계개발자회의(WWDC) 2014 기조연설은 2시간의 알찬 축제를 만들었다. 애플 이벤트를 지켜보면서 이렇게 발표되는 내용마다 흥분됐던 적도 오랜만이었다.  제목에서도 말했듯이, WWDC 2014에서의 발표 내용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통합과 개발의 개방. 거기에 애플은 회사의 새로운 미래를 살짝 보여줬다.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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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 X 요세미티와 iOS 8은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

애플이 공개한 두 개의 운영체제 OS X 요세미티와 iOS 8은 대부분 루머가 적중했다. OS X 요세미티는 iOS 7을 따라가는 새로운 디자인을 채용했고, iOS 8은 내가 쿠도블러에 전했던 대부분의 루머가 그대로 맞았다. 이렇게만 끝나면 굉장히 식상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플은 여기에 iOS-OS X간의 대대적 통합 기능을 추가했다.

애플은 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만들면서 둘의 연계를 강조해왔다. 또한,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맥과 아이폰/아이패드 간의 플랫폼 연계성을 조금씩 강화해오기도 했다. 이러한 일반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간 연계성은 애플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기도 했다.

OS X 요세미티와 iOS 8은 이 연계를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이끈다. 핸드오프 Handoff라 불리는 이 기능은 먼저 iOS – OS X 간의 작업흐름을 자연스럽게 해주는 데 일조한다. 예를 들어, 맥에서 페이지로 리포트를 쓰다가 급하게 나갈 일이 생겨서 아이패드를 챙겨 잠금 화면을 바라보면 왼쪽 아래에 페이지의 아이콘이 살짝 뜬다. 여기를 잡고 위로 올리면 바로 맥에서 하던 문서가 바로 열리면서 쓰던 리포트를 계속 쓸 수 있다. 또는, 아이폰에서 메일을 쓰다가 메일에 첨부할 파일이 맥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맥으로 가면 독 옆에 메일 아이콘이 뜬다. 이걸 클릭하면 아이폰에서 작성하고 있던 메일 초안이 맥에 떠서 맥에 있는 사진을 빠르게 첨부할 수 있다. 요세미티와 iOS 8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러한 작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앱을 열고 파일을 다시 불러와야하는 등 흐름이 끊어지는 일이 많았지만, 핸드오프는 이러한 작업흐름의 장애물을 근본적으로 없애준다.

거기에다가 OS X 요세미티를 설치한 맥은 아이폰에서 온 문자를 메시지 앱에서 볼 수 있으며, 전화도 페이스타임 앱에서 받을 수 있다. 심지어 보내는 것과 거는 것도 가능하다. 이제 2년 전 iOS 6와 OS X 마운틴 라이언 당시에 아이클라우드 계정으로 전화번호를 묶을 수 있다고 했을 때 다 이걸 위한 것이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맥을 쓰고 있을때는 아이폰을 굳이 옆에 끼고 있을 필요도 없게 된 셈이다. 물론, 아이패드를 통해서도 아이폰의 전화통화와 문자송신이 가능하다. 인스턴트 핫스팟 기능을 통해 아이폰의 핫스팟을 굳이 켜지 않더라도 맥에서 켜고 연결하고를 다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연계성은 애플이 늘 강조했던 PC와 모바일 플랫폼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직접 가지고 있는 업체의 강점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 이러한 기능들로 애플은 맥이나 아이폰 중 하나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어서 넘어오라며 손짓을 하는 것만 같다.

개발자들의 놀이터.

iOS 8의 새로운 API 덕분에 지금까지 아이폰에서는 꿈꾸기 힘들었던 앱들이 가능해진다.

WWDC는 원래 개발자 행사다. 그동안 새 아이폰 하드웨어도 나왔던 적이 있고, 여기서 발표하는 내용이 결국 소비자들에게도 직결되는 내용이라 그러한 의미가 많이 퇴색됐던 것도 사실이다. WWDC 2014는 어느 의미에서 이러한 개발자 행사라는 초심으로 돌아간 행사같았다.

일단, 예전 같았으면 개발자들이 직접 개발 문서를 보면서 알아내야할 SDK의 새로운 API를 무려 30분 넘게 할애하며 설명했다. iOS 8의 앱 스토어에 추가될 기능들(이 중 인상깊었던 것은 올해 초에 애플이 산 모바일 앱 베타 테스트 서비스인 테스트플라이트를 앱 스토어에다 바로 내장했다는 점이었다.)을 먼저 짧게 설명한 팀 쿡은 크레이그 페데리기를 불러와 “앱 스토어의 출범 이후의 최대 업데이트”라고 하는 iOS 8의 새로운 SDK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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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번 iOS 8 SDK의 주제는 ‘개방’이다. 애플은 그동안 애플의 시스템 앱만 가능했던 앱간 데이터 공유를 이제는 써드파티에도 열었다. 이 기능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작동한다.

  • 공유 시트: 이제 써드파티 앱이 공유 시트에 들어갈 수 있다. 즉, 사진 앱에서 사진을 카카오톡으로 바로 보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 사진 편집: 사진 앱에서 편집을 하고 있을 때 써드파티 앱(VSCOcam 앱 등)의 필터 효과 등을 불러올 수가 있다. 이 과정은 써드파티 앱을 여는 것이 아니라, 사진 앱 내에서 써드파티 앱의 확장 UI를 불러와 사진 앱에서 처리한다.
  • 커스텀 액션: 어느 앱에서든 시스템적으로 써드파티 앱이 할 수 있는 것이 증가한다. 예를 들어, 웹을 보다가 모르는 언어가 나오면 바로 번역을 눌러서 사파리 내에서 번역해낼 수도 있다.
  • 알림 센터 위젯: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 써드파티 키보드: iOS의 기본 키보드를 써드파티로 교체가 가능하다.
  • 문서: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에 접근할 수 있는데, 다른 앱에 있는 호환되는 파일을 불러와 수정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 외에도 터치 ID API, 포토킷, 클라우드킷, 헬스킷, 카메라 API 등 무려 4,000여개에 달하는 API를 이번 iOS 8에 추가했다. iOS 8이 작년 iOS 7의 새로운 디자인같은 기능의 대격변적 변화가 없음에도 기대되는 이유다. 개발자들에게 API를 이만큼 개방했다는 것은 결국 개발자들이 더 좋은 앱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사용자들에게 이득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게 이 바닥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참 슬프다.) 특히 iOS 8의 확장 API는 기대가 많이 되는 부분이다.

새로운 미래.

이번 WWDC 2014 발표의 진정한 슈퍼스타는 크레이그 페데리기였다.

이번 WWDC 2014에서 흥미로웠던 또다른 것은 바로 발표의 분위기였다. 이전 이벤트들보다 훨씬 화기애애하고 스티브 잡스 시절보다도 더 과감한 개그도 여럿 나왔다.

물론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바로 크레이그 페데리기가 있다. 소프트웨어 부문 수석 부사장이자 독특한 머리 스타일로 “헤어 포스 원(아내는 “헤어 포스 투”다.)”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페데리기는 이번 행사에서 네 번을 왔다갔다하며 (마지막에는 “팀이 절 똥개훈련시키는 것 같아요”라는 드립까지 칠 정도였다.) 2시간 중 1시간 17분을 혼자서 다 소화해냈다. 심지어 아이메시지 데모를 다른 사람에 맡겼을 때도 동영상 메시지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내 생각엔 동영상 메시지 개그를 하려고 뒤로 빠진 것 같긴 하다.)

페데리기의 발표 스타일은 잡스의 그것과 또 다르다. 잡스는 위에서 아래로 바라보며 발표를 한다면, 페데리기는 자신의 눈높이를 관중들의 그것으로 낮춘다. 잡스의 카리스마는 기대하기 힘들지만, 대신 관중들에게 친근함을 준다. 이는 애플이 WWDC 2014에서 회사 차원으로 보인 태도와 비슷하다. 다양한 개발자 API를 통해 개발자들에게 더 다가가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애플만큼 개발자친화적인 플랫폼 업체도 없긴 하지만, 이러한 개방적인 자세는 확실히 다른 것이다.

페데리기뿐만 아니라 보통 과묵했던 팀 쿡까지 과감한 개그를 치는 것은 애플이 뭔가 자신감을 찾은 것으로도 보여질 수 있다. 더 버지의 편집장 조슈아 토폴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In recent years — and let’s be honest, probably since just after Steve Jobs’ death in 2011 — there has been a sense of hesitation, of standoffishness, and maybe even a little bit of fear in the tone of Apple events. That tone has carried over to the company’s approach to the outside world, and has left a lot of people wondering just whether there’s been a plan at all. You could feel a palpable sense of Apple being closed off, in a huddle, trying to figure out what kind of company it wants to be (and can be) in a post-Jobs world. Because whether you agreed with his style, decisions, or philosophies, it’s impossible to deny that Jobs was the voice of Apple and the holder of the keys to the company roadmap.

최근에 — 솔직히 말하면, 2011년에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이후로 — 애플 이벤트들의 톤에는 망설임, 냉담함,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두려움이 깔려 있었다. 그러한 톤은 애플이 바깥 세상에 접근하는 방법에도 이어졌고, 많은 사람들이 정말 계획은 있는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누구나 애플이 문을 닫고 안에서 잡스 사후의 세상에서 어떤 회사가 되고 싶은지 (그리고 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보였다. 여러분이 그의 스타일이나 결정들, 그리고 철학에 동의하던 안 했던, 잡스가 애플의 목소리였고 미래 로드맵의 열쇠를 쥐고 있었던 인물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 Just listen to Tim Cook answer questions on several occasions about future plans and roadmaps — he’s hesitant, speculative. And I don’t believe it was just about secrecy and timing. It was about Apple finding its new voice, waiting to speak with that voice. And the company has a voice again.

(중략) 팀 쿡이 미래 계획과 로드맵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하는 답변들만 들어봐도 대강 감이 온다 — 망설이고, 추측을 많이 한다. 그리고 이건 비밀이나 타이밍 문제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애플은 새로운 목소리를 찾고 있었고, 그 목소리로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애플은 그 목소리를 다시 찾아냈다.

(중략)

But that new voice is also giddy, buoyant. I wouldn’t call Apple’s new stance completely “open,” but it’s an Apple that wants to get its hands a little dirtier. One that wants to build ecosystems, work on the plumbing, and lay the groundwork for partners near and far to do great things with its platforms. An Apple that wants to say “yes” to its users and developers.

새 목소리는 들뜨고, 쾌활해보인다. 애플의 새로운 자세를 완전히 “열려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애플은 확실히 직접 관여하고 싶어한다. 직접 생태계를 만들고, 직접 배관을 공사해서 자신의 플랫폼을 이용할 가깝고 먼 파트너들을 위해 기반을 확실히 다지려는 것이다. 사용자들과 개발자들에게 “예”라고 말하고 싶은 애플 말이다.

잡스 사후, 애플은 확실히 헤매고 있었다. 잡스의 사망 자체가 갑작스러운 게 없지않아 있어서 경황이 없었던 데다가, (전 해까지만 해도 새 제품 카테고리를 발표하고, 제품의 결함에 대해 기자회견을 다시 열어서 직접 대응하던 잡스였다. 심지어 세상을 떠나기 6개월 전에는 병가 상태임에도 직접 발표에 뛰어들었다.) 잡스 없는 애플은 안된다는 여론도 팽배해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애플로서, 특히 새 CEO라는 참으로 부담스러운 자리를 맡게 된 팀 쿡으로서는 어깨에 진 짐이 꽤나 무거웠을 것이다. 최소 1년은 잡스가 짜둔 로드맵대로 움직이면 된다지만, 그 다음은?

갈 길을 찾은 듯한 신호탄은 바로 작년의 iOS 7이었다. iOS 7은 확실히 잡스가 살아있었다면 욕하며 책상을 들어엎었을 디자인이었고, 논란도 많았지만, 팀 쿡이 잡스의 애플과는 확실히 선을 그으려는 의지를 보여줬다. 그러한 의지는 올해의 OS X 요세미티와 iOS 8에서도 이어진다. 잡스의 OS X-iOS 플랫폼간 통합이라는 철학은 그대로 유지시키고, 오히려 진화시키지만, 요세미티의 디자인도 잡스의 흔적을 지우려고 노력하고 있고, 무엇보다 iOS 8의 대대적 API 개방은 지나치게 폐쇄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예전과는 약간 다르다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WWDC 행사에서의 달라진 모습은 이러한 새로운 방향을 찾았다는 선언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거 아는가? 난 이렇게 달라진 애플이 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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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바리 쿠도 칼럼] LTE 스마트폰의 홍수, 이대로 휩쓸리는게 아닐까?

* 군바리 쿠도 칼럼은 쿠도군의 군대 생활 동안 쓴 글을 휴가 등의 막간을 이용해 올리는 글로, 글 자체의 내용이 상당히 옛날 내용일 수도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또한, 어떠한 정보 검색없이 쓰므로 이 칼럼에서 나오는 증거자료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오류가 있을시 댓글로 알려주시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최초집필일: 12/25/2011

7월 1일에 SK 텔레콤 (SKT)와 LG U+에서 LTE의 스위치를 올린지 6개월이 다 되간다. 그 후로, 두 통신사는 LTE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일단 KT가 LTE 개통을 위해선 필수인 2G 서비스 종료 불가 판정이라는 예상치 못한 철퇴를 얻어맞고 그로기 상태에 들어간 가운데 (실제로 법원의 그 결정 이후로 KT는 그간 하고 있단 LTE 티저 광고도 전부 내려야 했다) 두 경쟁사는 이미 크게 벌어진 선점고지에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치열한 마케팅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LG U+같은 경우 개통 6개월만에 전국 시 단위의 지역에서 전부 개통을 앞두고 있는 등, 진짜 사활을 걸고 있다. 문제는, 과연 검증이 안된 기술에 이렇게 모든 것을 거는 것이 옳은가라는 것이다.

일단, LTE 개통 이후에 출시된 스마트폰들을 생각해보자. HTC 레이더 4G, LG 옵티머스 LTE, 펜택 베가 LTE 등 웬만한 메이커들에서는 모두 한 대씩 나왔고, 삼성은 갤럭시 S2 LTE, S2 HD LTE, 거기에 노트까지 무려 세 대를 출시했다. 사실, 2011년 하반기에 출시한 메이저급(?) 스마트폰중 LTE를 탑재하지 않은 스마트폰은 애플 아이폰 4S, 구글-삼성 갤럭시 넥서스, 노키아 루미아 710, 그리고 블랙베리 9900, 단 네 대 뿐이다. 특히, 갤럭시 노트같은 경우, LTE 탑재를 위해 해외향 모델에 장착된 엑시노스를 빼고 스냅드래곤을 박아넣어 스펙다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사용되는 LTE 칩셋과 호환되는 유일한 CPU가 스냅드래곤이기 때문이다. 퀄컴을 죽입시다 퀄컴은 우리의 웬수 실제로, 엑시노스를 탑재한 해외향 노트는 3G 모델이다.

어찌됐든, 해외향과 하드웨어 사양이 똑같은 위 네 대를 제외하고는, 국내 지역화를 거치는 스마트폰들은 거의 모두 LTE를 달고 나오는 셈이다. 이렇게 LTE를 띄우기 위해 강제적으로 LTE폰을 선택할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이 상황을 잘 뜯어보면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로는, 과연 LTE가 압도적인 비율의 신형 스마트폰에 탑재될 정도로 신뢰성이 있냐는 거다. 먼저, 망 자체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아직 망 개통의 희망조차 없는 KT는 고사하고 SKT같은 경우, 망의 범위가 아직도 수도권으로 한정되어 있다. 즉, 지방으로 나가면 LTE는 없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지방에 사시는 분들은 LTE 스마트폰을 사는 의미가 없는 것도 모자라, 손해다. LTE 스마트폰을 사면 무조건 LTE 요금제에 가입하기 마련인데, 이게 마치 옛날 데이터 통화료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비싸다. 있지도 않은 망 때문에 돈이 엑스트라로 나가는 셈이다. 게다가, 최근에 불거진 품질 논란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거기에, LTE를 사용할 경우 배터리 소모도 만만치 않다는 점도 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LTE를 안 쓰고 싶을 때, 특히 LTE가 지원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LTE를 끄고 싶을 것이다. (LTE 모드에서는 LTE가 잡히지 않을때 폰이 신호를 잡을 때까지 계속 탐색을 하기 때문에 역시 박대리가 조기퇴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웃기게도, 이 LTE폰들엔 LTE를 끄는 옵션이 없다. 이 옵션이 있는 스마트폰은 KT용 갤럭시 노트가 유일하다. 그나마도 어른들의 사정으로 탑재된 경우고 말이다. 실제로 올해초 버라이즌에서 나온 첫 LTE폰인 HTC 썬더볼트의 경우에도 이 옵션이 없어 엔가젯 등에 대차게 가이고 (LTE를 쓸대 배터리 성능이 안습인 것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결국 나중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기능을 넣어야 했다. 웃긴건, 이런 업데이트는 예정에도 없단다. 어이.

두번재 문제로는, 바로 선택의 문제다. 안드로이드가 결국 아이폰을 (나름) 이기고 있는것도 결국 이 선택 아닌가. 분명 소비자들중에는 LTE 스마트폰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아니, 많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이유들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런분들이 또 나름 2년을 버티(…)려면 최신 스마트폰을 사야지란 생각이 드실수도 있는 것인데, 그들에게는 선택권이 별로 없는 셈이다. 결정적으로, 위에 명시된 최신 3G 스마트폰 네 대에는 공통적으로… DMB가 없다. (…)

LTE 스마트폰에 최신 사양을 꾹국 넣는 것도 결과적으로 단가상승과 결국 가격 상승, 소비자의 부담, 결국 구매 보류라는 악순환이 돌게 된다. 물론, 좀 억지주장인 것은 사실이지만, 버라이즌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아까 언급한 썬도볼트나 이어 출시한 드로이드 차지 (갤럭시 S LTE라고 보면 된다) 같은 경우 듀얼코어 붐이 돌기 시작하던 때인데도 싱글 코어 프로세서, 512MB 램 등 다소 2010년의 스펙을 가지고 출시됐었다. (그마나 차지는 차후에 갤럭시 S2에 쓰일 4.3인치 슈퍼 AMOLED 플러스가 있긴 했다) 듀얼코어 등의 최신 사양은 대부분 LTE가 아닌 3G 스마트폰으로 출시됐다. 당시 공격적으로 LTE를 밀던 버라이즌이 이런 선택을 한 것을 의아해한 언론도 있엇지만, 버라이즌도 아직 LTE를 메인으로 밀기엔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잘 알았던 것이다. 미 전역 60여개의 주요 도시에서 LTE를 개통했던 (물론 지금은 더 늘었다) 버라이즌도 이랬는데, 현재 수도권에서만 개통한 상태로 LTE를 다소 과도하게 미는 SKT는 물론이고, LTE를 아직 개통도 못했으면서 LTE 단말기를 3G로 출시한 KT를 보면 어이없는 헛웃음만 나올 수 밖에 없다.

LTE라는 기술이 전세계적으로 아직 통일이 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3G 기술의 주 기반인 WCDMA는 세계적 주파수가 끽해야 4~5개로 꽤 적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제조사들이 전략폰을 개발할때 ㅏㄴ 대가 거의 전세계의 3G망에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개발비도 적게 들고, 사용자 입장에서도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갈때 그곳에서도 3G를 자유로이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같은 경우도 갤럭시 S를 가지고 영국에서 O2 선불제로 개통시켜 잘 썼다. 애플 같은 경우도 아이폰이 주파수 네 개를 동시에 지원하기 때문에 아이폰 4는 버라이즌용 CDMA 모델을 제외하고는 전세계에서 같은 제품을 팔았고 (사실 CDMA 모델이 최초로 다른 하드웨어 버전이 나온 아이폰이었다), 4S부터는 CDMA마저 통합시킨 진정할 월드 폰이 되었다. AT&T를 쓰다가 싫증나면 버라이즌으로도 옮길수 있는 희한한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LTE는 이게 힘들 전망이다. 전세계적으로 존재하는 LTE의 주파수만 약 40여개로, WCDMA의 10배다. 전세계의 LTE망에서 문제없이 LTE를 쓸 수 있는 전략폰을 개발하기란 이제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됐다. 역시 주파수의 개념을 잘 모르는 소비자로서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니 분명 한국에서 잘되던 LTE가 왜 영국와서 안되는거지?! 이러면서 말이다. (간단하다: 영국에는 LTE가 없다. 안습.)

지금까지 우리는 황현희가 말하듯이 LTE에 관한 불편한 진실들을 알아봤다. 정말 LTE가 주류가 되기를 원한다면, 지금같이 스마트폰들만 툭툭 던질게 아니라, 일단 제대로 쓸수 있는 환경부터 만드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일단 망 관리를 제대로 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넓히는 것도 좋지만, 일단 망 품질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통화료를 좀더 경제적으로 만드는 접근 또한 필요하다. 지금 요금제는 토나온다. (…) 마지막으로, LTE폰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그만큼 최신 사양의 3G 스마트폰들도 꾸준히 출시해 아직 LTE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안된 소비자들 생각도 한번쯤은 해줬음 한다. LTE 개통 6개월, 이제 정말 힘찬 도약을 위해서는 통신사들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참고: 이 글을 쓴 이후로, 다음과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 SKT가 나름 LTE 망을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시궁창 (…)
  • KT가 LTE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수도권 Only다. 그리고 왜 다스 베이더가 워프를 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