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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아이패드: 생각들

(출처: Apple)

오늘 예상대로 3세대 아이패드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가 예상했던 아이패드 3나 아이패드 HD가 아닌, 그저 “새로운” 아이패드 (the new iPad)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그냥 줄여서 뉴 아이패드라는 이름으로 이번 글을 써볼까 한다.

 

작명의 변화가 시사하는 것은

(출처: Engadget)

원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는 이름 뒤에 번호나 신기능을 암시하는 접미어를 붙여 모델을 구분지었다. 아이패드 2나 아이폰 4S같은 경우가 그러했다. 하지만, 이번 아이패드는 그러한 접미어를 모두 빼고 그냥 뉴 아이패드라고 소개했다. 이는 어떤 것을 시사하는 것일까.

애플이 사실 새로운 세대의 제품을 소개할때 “뉴”라는 접두어를 붙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은 아니다. 사실, 늘 그랬다. 맥도 그랬고, 아이팟도 그러했다. 그래서 대부분 세대를 따로 붙여서 모델을 추적하곤 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이제 아이패드도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확고하 하기 위해 접메어를 떼버리기로 결심한 것일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저러는게 더 깨끗하고 보기 좋은 것 같다. 나중에 아이폰도 그리 되려는지는 모르겠다. 기즈모도는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는거 같던데 말이지.

 

레티나 디스플레이 & A5X

(출처: Apple)
클릭하면 확대된다.

뉴 아이패드에 드디어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들어갔다. 이미 1년 반 전에 아이폰 4에 들어갔던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사실 아이패드 2 출시 전에도 루머가 돌았으나, 당시에 나는 현재 칩셋 기술로는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돌릴 수 있을만큼의 해상도를 지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번에도 같은 루머가 돌 때도 의심을 지우지 않았던건 사실인데, 결국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는 2048×1536. 이 해상도가 얼마나 미친것인가 하면, 풀HD를 지원하는 텔레비전의 화소수보다 100만 개 정도 많은 것이다. 그리고 그 화소들을 전부 TV 크기의 1/4 크기도 안 되는 크기에 쑤셔넣은 셈이 된다. 사실 아이폰 4에서 처음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맛봤을때도 경악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 픽셀 밀도야 아이폰의 것보다는 떨어진다 할지라도 (아이폰은 326ppi, 아이패드는 264ppi) 그 넓은 화면에서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선명도를 자랑한다면 가히 엄청난 기술력이라 할 수 있겠다. 의견들을 보니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추가를 약간 얕보는 분들도 많은데, 사실 이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함으로써 가독성이 상당해지기 때문에 이북 독서에 상당히 유리해지는 상황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포토나 아이무비 등 애플이 열심히 밀고 있는 생산적 일에도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단 한 달 반 전에 디지털 교과서의 새 장을 열겠다면서 야심차게 내놓은 아이북스 2를 생각해서라도, 애플 입장에서는 해상도를 높여 가독성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였을 것이다. 다만 이제 교과서 제작자들이나 앱 개발자들 입장에서 “망했어요”를 외치게 되는 경우는 어쩔수 없는 부수적 피해랄까. 아 망했어요 (…)

 

레티나급의 해상도를 지원해야 하니, 그래픽 프로세서도 업그레이드가 되어야 했음은 물론이다. 뉴 아이패드에는 A5에서 그래픽 성능을 올린 A5X 프로세서가 들어간다. A5와 CPU 코어는 같지만, 그래픽 코어를 듀얼 코어에서 쿼드 코어로 업그레이드를 시켜줬다. (PS Vita와 같은 코어라는 소문이 있다) 이를 이용해 저 거대한 해상도를 돌리는 것은 물론이고, 이 해상도에서 인피니티 블레이드: 던전같은 고사양의 게임도 문제없이 돌릴 수 있게 됐다. (생각해보면 아이패드는 이제 Xbox 360이나 PS3보다도 더 큰 해상도의 게임을 무리없이 돌리는 괴물이 된 셈이다. 그것도 모바일 기기가!)

이렇게 많은 향상점으로 인해 잠재적 전력 소모량도 많이 올라갔을 터인데, 애플은 10시간의 배터리 시간을 그대로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어떻게? 무식한 방법이다. 바로 배터리 용량을 70% 증가시키는 것이었다. 기존 아이패드 2는 6,944mAh의 배터리 용량을 가지고 있었는데, 뉴 아이패드는 무려 11,666mAh의 용량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비율로 계산해볼때 기존 아이패드 2의 배터리를 그대로 채용했다면 배터리가 6시간밖에 버티지 못했을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고 한다) 그 덕에 뉴 아이패드의 두께는 9.4mm로 아이패드 2에 비해 1.1mm, 무게는 기존 603g에서 49g 늘어난 652g이다. 그래봤자 여전히 1세대 아이패드에 비하면 여전히 얇고 가벼우며, 사실 70% 더 큰 용량의 배터리를 박아넣었는데 저 정도밖에 안 늘어난 것도 엄청난 엔지니어링이라 할 수 있다.

 

LTE

(출처: Apple)

뉴 아이패드는 애플이 요즘 대유행인 LTE를 지원하는 첫 모바일 제품이다. 역시 무선 연결의 속도를 향상시켜 어디서든지 최고의 생산성 장비가 될 수 있게 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내가 보기엔 애플이 LTE를 너무 빨리 채용한거같지만 알게 뭐야) 거기다, 모든 LTE 모델은 국제 3G 로밍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버라이즌 모델은 LTE와 CDMA뿐만 아니라 HSPA+, DC-HSDPA, HSPA, GSM까지 모두 지원하는 아스트랄한 기기가 됐다. 흠좀무)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일단, 주파수가 전혀 맞지 않는다. 현재 뉴 아이패드가 지원하는 LTE 주파수는 700/2100MHz로, 현재 국내 통신사에서 지원하는 주파수와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그나마 LG U+가 올해 말에 2100MHz 주파수를 지원할 예정이라고는 하나… 현재로서는 별 방도가 없는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LTE 모델에 3G 칩셋도 있어서 3G 모델처럼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설정에 LTE 끄는 옵션이 없다네? 망했다…

 

카메라

 

(출처: Apple)

아이패드 2의 카메라는… 쓸모가 없었다. 100만 화소밖에 안되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그냥 안습이었다. 그나마 동영상은 좀 봐줄만 했지만, AF도 없는 센서라서 화질이 아주 좋은건 아니었다. 뉴 아이패드에서는 이 문제를 크게 개선시켰다. 일단 센서는 500만화소까지 키웠고 (솔직히 300만화소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거기에 아이폰 4S를 그리도 최강의 카메라로 만들었던 광학 기술을 그대로 적용시켰다. 얼굴 인식 AF 지원도 가능하다. 뉴 아이패드의 카메라를 써본 외신기자들은 대부분 상당히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체적 손떨림 보정 기능이 내장된 1080p 동영상 녹화는 덤이다.

 

생산성

 

아이패드용 iPhoto
(출처: Apple)

애플은 이번에 뉴 아이패드를 발표하면서 아이라이프 소프트웨어 제품군에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었던 아이포토를 iOS로 포팅시켰다. 아이포토는 아이라이프 제품군 중에서도 가장 높은 생산성을 가지고 있는 앱이기 때문에 이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애플이 준비한 데모에서 아이패드는 아이포토를 이용해 니콘 D300s에서 찍은 사진을 문제없이 보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애플에 따르면, 아이패드용 아이포토는 최대 1,900만 화소의 이미지를 다룰 수 있다고 한다)

아이패드는 발매 때부터 “컨텐츠 생산이 아닌 소비를 위한 기기”라는 얘기를 계속 들어왔다. 뭐 그게 아주 나쁜 것은 아니지만서도, 이 문장이 아이패드의 사용성을 크게 제한시켰음은 물론이다. 물론, 기기 확장성이 극히 제한적이었다는 것도 상황을 크게 돕지는 않았다. 애플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작년 아이패드 2가 나왔을 때는 아이무비와 개라지밴드를 아이패드로 옮겼고, 이번에는 아이포토까지 옮긴 것이다.

애플은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으로 아이패드를 내놓았을때 카메라 연결 킷을 같이 내놓았었지만, 문제는 그걸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아이포토가 나오면서, 그 문제가 드디어 해결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다음에 현장에서 바로 아이패드로 전송해서 간단하게 편집을 할 수 있는 루트가 완성이 됐으니 말이다. 지금까지는 아이포토처럼 이 작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앱이 존재하지 않았었다. 애플에서는 어퍼쳐같은 프로 앱도 아이패드로 옮길 것이냐는 질문에 말을 아끼긴 했지만 검토를 해보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로 애플이 아이패드를 생산적인 기기로 만들기 위해 부단한 애를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이번 뉴 아이패드의 개선점들은 바로 이 “생산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산물들이다. 가독성을 비약적으로 높인 레티나 디스플레이나, 이를 지원사격해줄 A5X 프로세서, 빠르고 효율적 데이터 처리를 위한 LTE, 500만화소 iSight 카메라, 같이 발표된 다양한 생산성 앱들, 그리고 1월에 발표한 디지털 교과서 플랫폼 아이북스 2까지. 뉴 아이패드는 컴퓨터 없이도 컴퓨터 수준의 생산적 일을 담당해야 할 본격적 포스트 PC 시대를 열기 위한 애플의 새로운 시도가 아닐까.

P.S) 뉴 아이패드에 시리가 빠진 것이 말이 많은데, 이는 두 가지 이유에서일 듯 하다. 1) 시리는 인터넷 연결이 지속적으로 되어 있어야 하는데 아이패드같은 경우는 이 연결을 보장할 수 없다. 음성 딕테이션이야 직접 타이핑을 하는 2차적 방법이 있지만, 시리는 그런 방법조차 없기 때문에 빠졌다. 2) 시리의 역할은 ‘개인 비서’다. 하지만, 아이패드는 개인적이라 하기엔 너무 크기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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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and New.

클릭하면 커진다. (Click to Enlarge)

런던에는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사이의 확실한 구분이 존재한다.
구시가지 안에서는 새로 짓는 건물도 고풍스러워 보일 정도로 그러한 통일성에 신경을 쓰는 게 아닐까 싶다.
저 사진 자체는 런던타워(라고는 하나 결국 성이다) 안에서 찍었는데, 바로 바깥으로는 신식 건물이 있다.
이렇게 사진을 찍으니, 다른 곳에서 비슷한 각도로 찍은 기억이 난다. 바로 서울의 경복궁 안에서 찍었던 사진이었다.
다만, 이건 좀 더 그 차이가 더 극단적인 것처럼 보인달까.

London has a clear distinction between old and new.
In the Old London, even the new building kinda looks old, keeping that unity within the bounds.
I took that photo inside the walls of Tower of London (which actually looks like a castle), and I could see contemporary buildings right outside.
This photo actually reminds me of another photo I took in Kyeongbok Palace in Seoul. But then, this looks more extreme.

Date: June 8, 2011
Location: Tower of London, London, UK
Camera + Lens: Nikon D300 + AF-S DX 18-200mm F3.5-5.6G 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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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 Jobs. (Kor)

때는 2008년 1월이었다. 고등학교에서, 내 친구 알렉스는 열심히 애플 홈페이지를 보고 있었다. 그가 보고 있었던 것은 바로 애플의 홈페이지였다. 그날은 맥월드 2008이 열린 날로, 맥북 에어가 막 발표되었던 날이다. 솔직히, 당시에 애플에 별 관심이 없었던 나는 (안다, 참 놀라운 일이지) 그날 맥월드가 열린 줄도 몰랐다. 알렉스는 직접 키노트를 보기 전까지 확인하지 않으려 했는데 결국 굴복당하고 애플 홈페이지를 확인했던 것이다. 결국 그날 밤, 나도 궁금증이 생겨 애플 홈페이지에 접속을 했다. 참 느린 인터넷에서 상당한 인내심을 가지고 봤던 기억이 남아있다. 이때서야 나는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에 대해서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그전부터 잡스를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거의 이름만 알았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부터 잡스와, 잡스가 만든 애플이라는 곳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던 게 아닐까 싶다. 결국, 그 해 노트북 등의 내 가젯들은 거의 모두 애플제로 바뀌어있었다. (그 때 산 첫 맥이 아직도 쓰고 있는 2008년형 맥북 프로다)

스티브 잡스는 다른 IT 업체의 거물들과 확실히 다른 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엘리트 집안에서 태어나 명문대를 졸업하고 정석적으로 코스를 밟아온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는 입양아였고 대학은 중퇴했으며 심지어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다. 숱한 실패와 고난을 겪은 인물이었던 셈.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그가 만든 제품들은 하나같이 많은 사람들의 상상에서 벗어난 제품들이었다. 특히 최근의 아이폰이 그랬고, 아이패드가 그랬다. 이들 제품은 대표적으로 루머내용에서 가장 많이 벗어난 제품들이었다. 전문가들은 늘 그 제품들이 왜 성공하지 못할 것인지에 대해 열심히 떠들어댔지만, 결국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는 발매 당시에 끽해야 한해동안 3~4백만대밖에 팔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결론적으로 출시 1년이 되기도 전에 1,500만대를 팔아치웠다)

물론, 이런 성공들에는 잡스의 현 제품들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아무도 생각해내지 않은 방법으로 돌파해낼 수 있는 창의성도 한몫했지만, 그와 함께 ‘간단함’이라는 무기를 내세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다 한들, 사용법이 복잡하다면 별 소용이 없는 셈이니까. 잡스가 창조해낸 애플의 제품들은 모두 사용법이 ‘이게 정녕 진보된 IT 제품인가’라는 의문을 던지게 할 정도로 간단했다. 1살짜리 아기가 곧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잘 쓰더라는 동영상은 꽤 유명하다. 그덕에 스마트폰이 육아에 문제가 되네 마네라는 논란도 끊이지 않는 건 덤이다. 아이패드가 최근 교과서를 출시한 아이북스 2와 더불어 새로운 교과서 플랫폼으로 각광받게 되는 것도 이 맥락에서가 아닐까.

이러한 간단함은 잡스의 사용자 경험, 즉 UX에 엄청난 집착(?)을 하기 때문이었다. 잡스는 당시의 최신 기술이 있더라도 UX에 해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과감히 포기했다. 이 일관된 UX를 위해 폐쇄적 시스템을 채용한 점은 아직도 오픈 소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루가 되도록 까이고 있다. 하지만, 오픈 소스를 채용한 안드로이드의 UX는… 망했어요 그만큼 UX 면에서는 맥이나 아이폰, 아이패드를 따라올 것이 없었다. 심지어 생각대로 하면 되는 게 애플의 UI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그렇게 잡스는 1997년 애플의 CEO로 금의환향한 이후 15년 좀 안되는 기간동안 애플을 파산직전의 절망상태에서 세계에서 현금 보유고가 가장 많은, 세계에 가장 영향력이 많은 기업 중 하나로 발전시켰다. 애플, 아니 잡스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경쟁제품을 쓴다 할지라도, 결국은 그 제품도 잡스가 만든 제품의 영향을 받았다는 아이러니를 생각해봐도 잡스가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었는 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가 죽기 전 짜놓은 계획들과 그의 영향을 받은 현 애플의 윗분들 덕에 잡스의 입김은 당분간은 유지될 것 같다.

잡스의 숱한 인간적 문제점들은 뒤로 하고, 나는 잡스를 그의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어버린 아이디어들로 기억하고 싶다. 그의 아이디어들은 지금 우리가 쓰는 제품들의 모태가 되었고, 그리고 그 아이디어들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새로운 변화를 주고 있다. 그는 이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아이디어들 만큼은 계속해서 남을 것이고, 계속해서 우리를 놀라게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