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장마가 장마다운 것 같다. 이게 무슨 펀하고 쿨하고 섹시한 소리냐고 하겠지만, 지난 몇 년 동안의 장마는 장마전선이 엄청난 무더위에 짓눌려 제대로 힘도 못 써보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오랜만에 강남 워터파크도 개장했을 정도로 제대로 비가 쏟아지는 중이다.
그런데 7월 25일에 하루 소강 상태를 보이는 날이 있었고, 그 때 회사 동료이자 아는 아저씨가 잠실 롯데타워 전망대, 일명 “서울 스카이”에 올라가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일단 처음에 그 제안을 들었을 때는 솔깃했는데, 다만 역시 날씨가 걱정되긴 했다. 서울이 서울이다보니(?) 가시거리는 늘 문제였고, 그래서 약 3년 전 여름에 혼자 올라가봤을 때는 미세먼지 때문에 완전히 망쳤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여기 입장료는 무려 27,000원이다. 물론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전망대($38)에 비하면야 껌값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전망대 중에서는 거의 탑으로 비쌀 거다. 물론, 제일 높은 곳이니까.
(이 글에 올라온 사진은 전부 소니가 공개한 a9의 샘플 사진을 원본으로 올렸으며,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
캐논과 니콘이 주도하는 전통적인 카메라 시장은 위기를 맞고 있다. 컴팩트 카메라(일명 ‘똑딱이’)는 누구나 가지고 있고, 쓰기 쉽고, 성능도 무시할 수 없게 된 스마트폰 카메라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다.
최상위에 있는 DSLR도 위기이긴 마찬가지다. 최근 미러리스 카메라가 급부상하면서 저가형 시장은 이미 미러리스로 넘어간 상태다. 현재 유일하게 DSLR이 강세를 보이는 곳은 프로 시장. 하지만 미러리스의 혁명을 이끌던 소니는 여기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바로 이번 주에 발표된 a9이다.
나는 새로운 카메라를 고를 때 상당히 신중해진다. 카메라같은 경우, 일단 사면 상당히 오래 쓰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여러 면에서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인가라는 문제를 늘 고민하기 때문이다. 그런 선정 기준을 통해 2008년부터 작년까지 니콘 D300을 썼고, 작년 7월부터 소니 a7을 쓰고 있다.
사진을 취미로 갖거나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카메라를 접해볼 기회가 이따금씩 있다. 개중에는 그저 그런 것도 있고, 가지고 싶어지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여러 종류의 카메라를 만져보았지만, 라이카는 나에게 늘 미지의 존재였다. 늘 궁금하긴 했지만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한 존재. 가장 싸다는 컴팩트 카메라가 100만원을 쉽게 넘어가며, 비싼 건 몇천만원을 호가하는 물건. 솔직히 속된 말로 얘는 돈지랄이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던 물건이다. 이런 물건을 만져볼 기회가 이번에 일본을 갔을 때 있었다. 바로 교토에 있는 라이카 갤러리에서다.
교토의 전통적 건물에 있는 라이카 갤러리는 1층은 제품 갤러리, 2층은 간이 순회 사진전을 여는 작품 갤러리가 있다. 처음에 들어갔을 때 수트를 차려입은 중년의 아저씨가 깍듯이 맞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름 명품샵에 온 기분이 났다. 라이카도 이 방면에서는 명품이니까. 안에서 다양한 라이카 카메라들을 돌아보고 있는데 옆에서 샘플 한 대를 들고 직원과 대화를 나누는 노부부가 보였다. 우리 일행은 모두 “사려나보다… 부럽다…”라고 중얼거리며 지나갔는데, 웬걸. 앞에는 떡하니 시연해볼 수 있는 샘플이 있었던 것이다. 예전에 한 번 가본 적이 있는 같이 갔던 아저씨 말로는 원래 라이카 갤러리에서는 카메라 시연을 못 하게 했었단다. 신기하게도, 이 시연품에는 어떠한 보안장치가 되어 있지 않았다. 최대한 고객의 편의를 배려한 것이다.
나는 이 중 가장 비싼 것으로 아는 라이카 M을 들었다. M은 어떻게 보면 라이카를 정의한 플래그십 레인지파인더. 물론 지금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디지털로 갈아탔지만, 딱 드는 순간부터 요즘 카메라에서 찾기 힘든 옛스러움이 남아 있었다. 일단 크기에 비하면 상당히 묵직한 편이었다. 내 a7보다도 약간 더 무거웠다. 아마 이는 바디 전체가 금속으로 만들어서이리라.
이번 M 모델부터는 라이브뷰가 지원되는데 (어떻게 보면 DSLR보다도 상당히 늦었다) 나는 라이카의 느낌이 어떤 지 보려고 일부러 뷰파인더로 사진을 찍어보았다. M의 뷰파인더는 가운데가 스플릿 스크린과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어 이를 이용해 초점을 잡는다. (레인지파인더의 특성상 수동초점만 잡을 수 있다.) 익숙해지기만 하면 웬만한 AF보다도 빠르다고 하지만 조금이라도 가운데에 둔 피사체의 거리가 달라지는 순간 어긋나기 때문에 움직이는 피사체에서는 여간 쉬운 것이 아니었다. 다양한 어댑터 덕에 이종교배 면에서 인기가 많은 a7은 수동초점을 돕기 위해 피킹이라는 것을 도입하지만, (후속 제품인 a7II는 일부 수동 렌즈에 손떨림 방지까지 지원한다.) 라이카는 그런 거 없다. 뷰파인더로 보면 무조건 기계식으로 초점을 잡는다. (라이브뷰에서는 피킹을 지원한다.) 원래는 어떠한 렌즈를 장착하던 파인더의 크기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감으로 화각을 잡아야 했지만 이번 모델부터는 설정에서 초점 거리를 선택해 파인더에 프레임을 LED로 둘러준다. 어찌어찌 초점을 잡아서 반셔터를 눌러 노출을 고정하고, 한 번 더 누르면 조용하지만 확실히 있는 셔터음과 함께 사진이 찍힌다.
이 모든 경험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은 바로 사진을 찍을 때의 그 집중력이다. 요즘 우리는 모두 사진을 별 생각 없이 찍는다. 그냥 피사체 대충 맞춰주고 반셔터를 누르면 자동으로 초점이 잡히고, 거기서 한 번 더 누르면 바로 찍힌다. (스마트폰은 카메라를 켠 순간 이미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는 이미 작년부터 a7에 어댑터로 니콘 50.4 렌즈를 물려서 촬영하다보니 수동초점에 많이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라이카 M을 들어보니 나는 전혀 익숙해지지 않은 것임을 깨달았다. 그만큼 라이카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사진 찍는 것을 8년이나 취미로 삼았다고 하는 나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라이트룸으로 옮겨서 본 결과물은 확실히 이 고생(?)을 보상해주었다.
라이카 M을 단 20분 정도밖에 써보지 않았지만서도, 우리 모두 왜 다른 사람들이 라이카 타령을 하는 지 알 거 같았다. 라이카를 메인 카메라로 쓰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라이카는 사용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다. 그리고 나는 그 경험에 조금씩 중독되어가고 있었다. 라이카 M을 내려놓으며 나는 자연스럽게 가격을 보았다. 85만엔. 엔저를 생각해도 뭔가 열심히 모아야할 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