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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Review] Sony a7

아무도 가지 않으려던 곳을 과감하게 가다.

소니가 카메라 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낸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옛날에는 여타 다른 전자업체와 비슷하게 포인트-앤-슛 (혹은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일명 “똑딱이”)만 만들고 있다가 코니카 미놀타를 인수하고 알파 브랜드의 DSLR을 내놓으며 DSLR에 뛰어들었고, 2010년에는 NEX(우리는 보통 “넥스”라고 발음하지만, 소니는 “엔-이-엑스”로 발음하길 원한다. 지금은 알파 미러리스로 라인업이 재편됐다.)라 불리우는 미러리스 카메라 브랜드를 내놓으며 순식간에 카메라 업계의 ‘큰손’이 됐다.

그러나, 사실 소니는 완성품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역사가 짧지만, 디지털 카메라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이미지 센서 제조업에서는 역사가 매우 깊은 곳이었다. 소니가 자체 개발한 CCD 센서를 이용해 첫 시제품 디지털 카메라를 만든 게 1981년이다. 디지털 카메라라는 게 본격적으로 뜨기 시작한 게 2000년대에 와서니, 무려 20년 전부터 개발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 카메라는 신기한 것이 이미지 센서가 두 개였다는 것이다. 아마 당시 기술력이 하나의 센서로 모든 일을 처리하기에는 무리였나보다.) 그 뒤로 소니는 다양한 카메라 업체의 이미지 센서 외주생산을 해주게 됐는데, 이 중 하나가 니콘이었다. 지금도 니콘은 플래그십인 D3-D4 라인과 D4의 이미지 센서를 그대로 쓴 Df를 제외하고는 전부 소니 센서를 쓰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 5s도 소니 것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찌됐든, NEX 때부터 DSLR급의 대형 센서(APS-C)를 컴팩트 카메라 크기의 바디에 우겨넣는 데 성공한 소니는 이러한 혁신적 (나쁘게 말하면 미친) 시도를 계속하게 된다. 2012년에는 컴팩트 카메라 라인인 사이버샷의 크기에 니콘의 미러리스 카메라가 쓰는 센서 사이즈인 1인치 센서와 칼자이쓰 렌즈를 조합한 RX100을 선보이더니, 그 해 말에는 기어이 풀프레임 센서(일반 35mm 필름의 크기와 똑같은 센서. 상당히 큰 사이즈 때문에 2002년에나 상용화에 들어갔고, 2005년의 캐논 5D에 와서야 사진 매니아들이 좀 노려볼 만한 가격대로 안정화될 수 있었다.)를 박아넣은 RX1을 선보였다. 이렇게 되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미러리스에 풀프레임 센서를 박는 날이 오는 게 아니냐는 당시로서는 허무맹랑해보이는 예측을 하기 시작했고, 소니는 그 기대에 부응하듯 2013년에 그러한 제품을 내놓았다. 바로 a7이다.

(* 이 리뷰에 쓰인 모든 샘플 사진은 RAW 촬영 후 어퍼쳐에서 보정을 일부 거쳤음을 밝힌다.)

가장 작은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 AF를 지원하는 기종 중. 이 조건을 제외하면 라이카 M9이 더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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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7의 디자인은 구와 신을 적절히 조화시킨 모습이다. 레트로 카메라를 모티브로 할 때 그 디자인에 최대한 충실한 카메라들과는 조금 다르다.

풀프레임 센서를 안 그래도 작은 알파 미러리스에 넣느라 a7의 크기는 여타 다른 알파 미러리스보다 크다. 풀프레임 센서 때문에 밀린 뷰파인더 유닛을 넣기 위해 헤드가 생겼고, 여기에 소니 로고를 음각으로 넣었다. (개발자 인터뷰에 따르면, 어느 각도에서든 소니 로고를 볼 수 있게 했단다.) 그러나 다른 풀프레임 바디들과 달리 a7의 바디 자체는 상당히 소형이다. 물론 다른 풀프레임 바디들은 미러 유닛까지 있는 DSLR이라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디자인 자체는 처음에는 적응해야 할,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이다. 어떻게 보면 기존 알파 미러리스의 미래지향적 디자인과 기존 RF 카메라의 레트로 디자인을 혼합했기 때문에 처음에 공개됐을 때 거부감을 표현한 분들도 상당하다. 내 눈에는 그래도 뭔가 멋진 디자인이다. 특히 마운트부에 소니가 풀프레임 센서를 탑재한 카메라(a7 전까지 a99, RX1에만 둘러준 것이다.)에만 둘러주는 주황색 띠는 없으면 전체적 디자인을 좀 밋밋하게 만들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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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풀프레임 기종만이 하사받을 수 있는 주황색 띠.

작은 크기 때문에 조작감에서는 전에 쓰던 DSLR(그것도 니콘 D300)에 비하면 한 발 뒤다. 일단 그립이 좀 작은 편이고, 제일 불편한 것은 셔터 버튼의 위치다. 너무 뒤에 있다. 스트랩을 걸면 검지 손가락이 자꾸 스트랩에 걸리기 때문에 한 손으로 조작하기에는 약간 애로사항이 있다. 약간 그립부를 두툼하게 하고 셔터 버튼을 좀 더 앞으로 뺐다면 좋았을 것 같다. 손이 좀 작다면 조작이 훨씬 용이할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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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건 다 있는 뒷면.

그러나 뒷면의 조작감이나 인터페이스는 훌륭한 편이다. 기존 알파 미러리스가 너무 초보자용으로 메뉴를 만들어놓아 매니아들에게 엄청난 욕을 먹었기 때문에 a7도 상당히 걱정스러웠으나, a7은 기종의 성격이 성격이니만큼 프로-아마추어를 타깃으로 해서인지 그 많은 설정들을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 사용자 정의 버튼만 세 개이고, 다이얼도 앞 뒤로 두 개나 있다. 메뉴 구조도 원하는 설정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재편되었다. 물론 니콘 DSLR에서 옮겨왔으니 적응은 좀 필요했지만, 일단 적응이 되면 빠릿빠릿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또한 화면은 회전도 가능하다. a99같이 여기저기 다 돌리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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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는 조작 다이얼 두 개, 모드 다이얼, 노출계 다이얼 등 수많은 다이얼을 구겨넣었다.

다른 알파 미러리스와 비슷하게, a7의 진정한 소형화를 막는 것은 렌즈다. 그나마 크롭 센서가 들어간 미러리스에서는 렌즈 소형화에 성공했지만, 풀프레임 센서를 지원해야하는 28-70mm 번들 렌즈는 일반 줌렌즈치고는 작지만 a7 바디와 비교하면 상당히 큰 편이다. (칼 자이쯔 줌렌즈인 24-70mm는 고정 조리개 때문에 더 크다. 그나마도 F4밖에 안되는데…) 그나마 지금 나온 FE 렌즈 중 a7의 크기에 맞게 작은 것은 35mm F2.8 자이쯔 렌즈 하나뿐이다. 그래도 늘 들고 다녔던 DSLR 카메라보단 작으니 된 건가.

2,400만 화소 풀프레임 센서.

풀프레임 센서는 어떻게 보면 어느 사진 아마추어나 갖고 있는 일종의 로망이다. 35mm의 필름 크기와 거의 똑같은 크기를 가진 풀프레임 센서는 기존 DSLR이나 미러리스에 쓰는 센서보다 더 깊은 심도 표현과 더 깨끗한 화질, 그리고 어두운 곳에서 더 적은 노이즈를 보장한다. 대신 센서가 큰 만큼 단가가 무지 비싸기 때문에 프로페셔널용이나 하이 아마추어용에나 쓰이던 센서다.

a7은 이 크기의 센서를 미러리스 카메라의 바디에 처음으로 가져왔다. 물론 소니는 먼저 이를 컴팩트 카메라인 RX1에 탑재시키기도 했지만, 렌즈가 고정적으로 붙어있기 때문에 렌즈를 교환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a7은 이런 조건들을 딱 만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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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s / F5.6 / ISO 3200 / 70mm

이 문제의 센서는 2,400만 화소짜리다. 소니는 새로운 센서라고 주장하지만, 아마 RX1, a99, 니콘 D600 등에 쓰인 센서를 a7의 상황에 맞게 튜닝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어찌됐든, a7의 해상력은 정말 차원이 다르다. 처음에 a7을 샀을 때, 나는 “어차피 배경날림이나 노이즈 빼고는 원래 쓰던 거랑 뭐가 다르겠어?”라는 생각을 하며 괜히 샀나라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a7은 나의 그러한 걱정을 그대로 날려버렸다. 배경날림은 뭐 당연한 것이고, 초점이 잡힌 곳의 선예도는 차원이 다르다. 적응이 안 됐던 것은 “충분히 모든 배경이 초점 범위 내이겠지”하면서 조리개를 조이더라도 날려버린다는 사실이었다. 이 때의 조리개 수치는 F9였다. 크롭 센서를 채용한 카메라였다면 충분히 모든 부분이 초점에 들어왔을 것이다. 또한, 생각보다 더 많이 흔들리는 것도 문제였다. 이는 아무래도 전에 쓰던 D300보다 더 고화소인 점과 센서가 더 큰 점, 그리고 소니 렌즈의 OSS가 니콘의 VR보다는 못하다는 반증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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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s / F5.6 / ISO 12800 / 62mm
국립중앙박물관의 반가사유상.

내가 a7으로 기변하면서 기대했던 고감도 노이즈 면에서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사실 처음에는 조금 실망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으나, 중간에 펌웨어 업데이트를 거친 이후에는 노이즈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도 디테일 손상은 거의 없었다. (전부 RAW에서 촬영해본 결과다.) ISO 6400까지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올려쓸 수 있을 정도다. 다만, 자동 ISO 설정에서 최소 셔터 속도를 설정하는 옵션이 있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은 들었다. 뭐, 그건 센서 문제는 아니니까.

참고로 a7 시리즈는 모델별로 센서가 다르다. 기본 모델인 a7은 2,400만 화소, 고해상도를 지향하는 a7R(“Resolution”)은 3,600만 화소, 그리고 최근에 출시한 동영상과 고감도를 지향하는 a7S(“Sensitivity”)는 1,200만 화소다. 각자의 입맛에 따라서 고르시면 되겠다. (개인적으로는 S의 감도가 끌렸으나 화소 수가 너무 낮아서 그리고 비교적 신품이라 소니의 가격후려치기도 별로 진행이 안 되서 결국 a7을 선택했다.)

FE

a7 시리즈(그리고 잠재적 후속 기종)의 풀프레임 센서를 지원하기 위해 소니는 새로운 종류의 렌즈를 만들었다. 일단, a7은 기존 알파 미러리스와 동일한 E 마운트를 사용하지만, 기존 E 마운트 렌즈들은 크롭 센서를 위한 렌즈였기 때문에 새로운 FE 렌즈를 만들었다. (F가 무슨 뜻인지는 대강 짐작이 가시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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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에서 공개한 FE 라인업의 대략적 로드맵. 올해 말까지 10개의 렌즈를 약속하고 있다.
(출처: 소니)

문제는, a7이 나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FE 렌즈 라인업이 빈약하고, 그나마 있는 것도 죄다 칼 자이쯔와 소니의 고급 G 렌즈들이라 가격이 전부 안드로메다행 수준으로 비싸다는 것이다. (이는 a7 시리즈에 탑재된 고화질 센서와 바디 구조의 특수성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나마 제일 싼 것이 번들 킷 렌즈인 28-70mm F3.5-5.6 OSS 렌즈이고, 이 렌즈의 상위호환 격인 24-70mm F4 OSS 칼 자이쯔 렌즈(108만원), 35mm F2.8 칼 자이쯔 렌즈(72만원), 55mm F1.8 칼 자이쯔 렌즈(87만원), 70-200mm F4 OSS G 렌즈(160만원) 등은 전부 비싸다. (그나마 저 괄호 안의 가격은 전부 다나와 최저가라는 사실.) 이 리뷰를 쓰는 시점에도 난 아직 번들 렌즈로 버티고 있고, 나중에 돈이 좀 생기면 35mm를 들일까라고 ‘생각만’ 하고 있다. 소니에서 공개한 FE 렌즈 라인업의 미래에도 자이쯔와 G가 가득한 걸 보니 FE 렌즈들의 가격 하락을 위해서는 써드파티 회사들의 참여가 절실해보인다. 물론 기존 E 마운트 렌즈도 물려서 쓰는 것은 가능하나 애초에 풀프레임 센서를 위해 만들어진 렌즈들이 아니다보니 크롭 모드를 쓰지 않으면 주변부는 아예 쓸 수가 없다.

28-70mm F3.5-5.6 OSS, 일명 SEL2870.
(출처: 소니)

일단 번들 렌즈만을 써봤으니, 이 녀석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보고자 한다. 28-70mm F3.5-5.6 OSS 번들 킷 렌즈는 a7으로 접할 수 있는 가장 싼 렌즈이자 활용도도 매우 높은 화각대에 집중되어 있어 쓰기에도 편하다. 화질도 중앙부는 a7의 풀프레임 센서 덕분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괜히 사람들이 번들 렌즈를 칭찬하는 게 아닌 것이다. 그러나 단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고정 조리개가 아니며, (F5.6에서는 배경날림이 쉽지는 않다. 그나마 센서 크기 덕에 어느 정도 무마가 되는 편이다.) 주변부 화질은 상당히 떨어진다. 일부 경우에서는 상당한 색수차도 관찰되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써본 바에 따르면, 다른 칼 자이쯔 단렌즈들에 비하면 초점 속도도 빠른 편은 아니다. 그러나 그건 내가 증언할 수는 없는 부분이니 참고하시고. 그러나 화질 면에서는 웬만한 극한상황이 아니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이다.

어댑터를 통해 타사의 렌즈를 낀 a7R.
(출처: Steve Huff Photos)

그러나 이를 상쇄할 만한 알파 미러리스들의 또다른 장점은 바로 이종교배라는 것에 있다. 렌즈 어댑터를 이용해 다른 회사의 렌즈를 올리는 것인데, 검색을 좀만 해보면 라이카를 비롯해 니콘, 캐논, 포서드 등 다양한 마운트들에 맞는 어댑터들을 구할 수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전자계 연동까지 되어 AF까지 지원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캐논) 소니에서도 알파 마운트에 맞는 어댑터를 판매하고 있으니 자신의 렌즈 사정에 알맞게 구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물론, 가장 호환이 잘 되는 것은 소니의 알파 마운트 렌즈들인데, 소니에서 나온 어댑터는 전자계 구동뿐만 아니라 AF 센서가 따로 있어 DSLT 수준의 AF까지 지원한다. (즉, 기본 a7보다도 AF가 빨라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 얘기는 좀 이따가.)

성능

a7의 시스템 구동은 상당히 빠릿빠릿한 편이다. 예전에 잠깐 NEX-6을 써본 적이 있는데, 껐다 켜는 것이 상당히 느려서 피사체를 놓치고 하는 일이 꽤 있었다. a7은 새 프로세서 탑재 덕분인지 NEX-6보다 미러리스 카메라로서 중요한 시스템 온오프 등이 상당히 빨라졌다. 특히, 펌웨어 업데이트 이후로 거의 D300에 준하는 기동 시간을 보인다.

미러리스라는 특성상, LCD는 물론이고 뷰파인더 또한 전자식인데, 둘 다 깨끗한 화질을 보여준다. 특히 뷰파인더는 정말 광학식이 그립지 않을 정도로 좋다. 뷰파인더 근처에 붙어있는 근접 센서로 LCD-뷰파인더 전환을 수행하기 때문에 가끔씩 다른 물체가 다가가 LCD가 꺼지는 경우도 있긴 하다.

AF는 예상했던대로 DSLR의 그것보다는 한참 떨어진다. 주변이 밝을 때는 별 무리없이 휙휙 잡다가도, 빛이 적어지기 시작하면 조금씩 헤맨다. 워낙 AF 모듈이 좋아서 보조광을 끄고 다녔던 D300과는 달리, a7은 보조광이 확실히 필요해보인다. 특히, 심도가 얕은 상황에서 초점이 조금만 어긋나도 피사체를 막 날리는 풀프레임 카메라의 특성상, 이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그나마 화면의 특정 부분을 선택하면 그 부분에 무조건 초점을 잡는 AF 추적 기능이 있는 것은 다행인데, RX100보다 실행방법이 다소 복잡해 (선택 버튼만 누르면 되는 RX100과 달리 메뉴에서 켜줘야 활성화 된다.) 처음에는 없는 줄 알았다. 결국 커스텀 버튼 중 하나를 할당해야했다. 번들렌즈 대신 칼 자이쯔 단렌즈를 쓰면 AF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데, 이는 써봐야 알 듯하다. 또한, 위에서 말한대로 알파 마운트 어댑터인 LA-EA4는 미러와 AF 센서가 따로 내장되어 있어 a7 자체의 센서보다 AF 구동이 훨 빠르다.

a7은 요즘 소니 카메라의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와이파이와 NFC 기능이 들어가 있다. 와이파이를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카메라에 연결해 사진을 내려받아 SNS에 바로 올릴 수도 있다.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올린 사진이 꽤 된다.) NFC 기능을 쓰면 더 빠르게 연결이 가능하다는데,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아이폰이라 시험은 못 해봤다. 그런데 a99를 비롯한 알파 DSLT가 모두 가지고 있는 GPS가 빠진 것은 아쉽다. 공간 절약의 문제였는지, 원가 절감의 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또한 a7에는 와이파이를 통해 스마트폰과 연결해 스마트폰을 리모트로 쓸 수도 있지만, 이는 앱을 따로 다운받아야하고, 아직 그 부분은 해보지 못해서 테스트는 못 해봤다. (Minku Lee님의 질문에 따라 추가한 부분이다 ⎯ 쿠도군)

모두들 a7의 배터리는 공통적으로 까는 상황인데, 나의 평균적 촬영 패턴에는 중간에 배터리가 다 떨어진다던가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나는 상당히 신중히 사진을 촬영하는 스타일이라 그랬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뷰파인더도 전자식이고, 시스템 자체가 대부분 전자식으로 동작하다보니 당연히 기존 DSLR보다는 배터리가 많이 닳을 수밖에 없고, 배터리 크기도 작으니 전체적인 사용시간이 상당히 감소하는 것은 어쩔 수 없겠다. 나의 경우 D300이라면 5일 정도의 여행은 충분히 버텼겠지만, a7은 이틀에 한 번씩은 꼭 충전해줘야 했다.

미러리스뿐만 아니라, 카메라 역사의 게임체인저

지금까지 소니는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며 카메라 시장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현재의 위치에 안주하고 있는 캐논이나 니콘보다 달리 꾸준히 플랫폼을 발전시켰기 때문이었다. (1년마다 동급의 바디를 갈아엎는 덕에 바디천국이라는 별명도 얻긴 했지만…) a7은 이러한 소니의 빠른 발전이 이제 사람들이 예상하는 범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게다가 a7의 가격은 풀프레임 카메라 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축에 속하기까지 한다. (최소한 렌즈는 그렇다.)

a7의 화질은 논할 필요가 없다. 일반 풀프레임 DSLR과 비교해도 우위를 점할 정도로 a7의 센서는 소니의 센서 제작 기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카메라 바디 자체의 성능(특히 AF)이 이러한 화질에 비할 수가 없다는 점은 많이 아쉽지만, a7은 풀프레임 미러리스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했을 뿐만 아니라, 경쟁자도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그리고, 이제 시작했을 뿐이다.

최종평가: 소니 a7

장점:

  • 최소, 최경량 풀프레임 바디
  • 소니 센서 제조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뛰어난 화질
  • 풀프레임 카메라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가격.

단점:

  • 사용자가 극복해야 하는 느린 AF
  • 종류도 적고, 무지하게 비싼 렌즈군
  • 이해는 할 수 있으나, 아쉬운 배터리.

최종점수: 8.5/10

샘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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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s / F5.6 / ISO 125 / 70mm
홀로 피어있는 꽃.
2014-07-23 at 14-40-30
1/80s / F5.6 / ISO 250 / 70mm
2014-07-26 at 14-16-58
1/80s / F5.6 / ISO 320 / 70mm
2014-07-26 at 16-02-20
1/60s / F4 / ISO 1600 / 28mm
PXTEL 주인장. 초상권을 보호합시다.
Photo by @kid1ng
2014-07-27 at 20-27-57
15s / F6.3 / ISO 100 / 29mm
돌산공원에서 찍었던 여수앞바다.
2014-07-28 at 16-03-07
1/60s / F9 / ISO 100 / 28mm
낙안읍성의 전경.
2014-07-30 at 14-05-36
1/500s / F14 / ISO 100 / 28mm
전주에 내리던 강렬한 햇빛.
2014-07-30 at 14-58-33
1/160s / F9 / ISO 100 / 28mm
전주 한옥마을의 전경.
복날엔 치맥이죠
1/60s / F5 / ISO 800 / 54mm
치느님은 진리입니다.
2014-08-09 at 15-40-50
1/60s / F5.6 / ISO 2000 / 59mm
키덜트 페어에서 만났던 다스 베이더.
2014-08-09 at 15-43-43
1/80s / F5.6 / ISO 2000 / 70mm
마크 42 수트를 시험해보는 토니 스타크. 역시 키덜트 페어.
2014-08-09 at 15-44-36
1/80s / F5.6 / ISO 1000 / 69mm
치타우리 파괴하시는 캡틴 아메리카.
2014-08-15 at 14-44-42
1/80s / F5.6 / ISO 5000 / 64mm
신라 금관.
2014-08-15 at 16-26-06
1/60s / F4.5 / ISO 3200 / 46mm
어룡모양의 주자.
2014-08-16 at 11-10-37
1/60s / F4.5 / ISO 2500 / 50mm
친구 프로필 사진 찍어준다 생각하고 찍은 사진.
자신도 마음에 들었는지 이 리뷰에 샘플로 쓰겠다고 하자 흔쾌히 허락해줬다. 역시 초상권은 보호해줍시다.
ISO 2500인데도 불구하고 깔끔한 화질이 돋보이는 사진.
2014-08-16 at 11-21-03
1/60s / F4.5 / ISO 2500 / 46mm
그 날 먹은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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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Photos

[KudoPhotos] 키덜트 페어 2014 참관기.

며칠 전에 키덜트 페어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서 “황금 열쇠(=초대권)”를 얻은 덕분에 12,000원이라는 꽤나 비싼 입장료를 낼 필요없이 다녀올 수 있었다.

20-40대의 덕질을 할 만한(…) 경제적 능력이 되는 사람들을 키덜트라고 한다는데, 이 전시회는 여기서 이런저런 피규어를 사려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피규어들을 구경하러 온 아이들과 부모님들로 인산인해였다. 주말이었던 것도 상황을 돕지는 않았다.

속사하느라 힘들었다. 이 날 가져간 a7의 초점 시스템도 별로 빠릿하지도 않은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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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간 우리를 가장 먼저 맞은 건 누가 좋아하는 이병헌의 광해 피규어. 실제로 이 전시회에 전시된 피규어 중 한국인이 모델인 사람은 이병헌이 거의 유일했다. 광해 아니면 스톰 섀도우로. (…)

키덜트 페어에는 크게 몇 가지 주요 테마(?)가 있었는데, 이를 굳이 분류하자면…

1) 마블

우리나라에서 어벤져스는 공전의 히트였다. 이로 인해 마블 히어로들의 인지도가 꽤 올라갔고, 이들의 피규어는 페어에서 가장 많이 전시됐다. 특히 아이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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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마크 3 수트의 1:1 크기 헬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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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마크 1 수트의 1:1 크기 헬멧.
2014-08-09 at 14-50-54
워 머신의 1:1 크기 흉상.
2014-08-09 at 15-00-43
페이퍼토이 제조업체인 모모트에서 전시한 아이언맨 수트 갤러리.
2014-08-09 at 15-04-03
워 머신 마크 2 수트. 영화에는 안 나오는 수트인데, 아이언맨 2 사건 이후 토니가 기존 워 머신 수트는 해체하고 로디에게 새로 만들어 선물해준 수트. 토니가 어벤져스 일로 바쁜 동안 로디는 이걸 입고 아이언맨의 일을 대신 한다.
2014-08-09 at 15-11-56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에서 캡틴이 입은 전투복.
2014-08-09 at 15-12-28
아이언맨 3에서 혼자 만다린의 소굴로 쳐들어갈 때의 토니.
2014-08-09 at 15-43-36 (1)
아이언맨 3에 나오는 토니 집의 아이언맨 수트 전시실을 재창조한 디오라마.
2014-08-09 at 15-43-43
마크 42 수트를 테스트 중인 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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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켠에서 이를 지켜보는 닉 퓨리와 필 콜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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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의 뉴욕 전투 디오라마.
뒤에 시간상으로 안 어울리는 수트가 있는 거 같지만 관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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얜 어디서 본 거 같다는 기분이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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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서울모터쇼의 아우디 부스에서 본 녀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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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형 피규어는 하나에 1,000만원을 가뿐히 넘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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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피규어는 다 좋은데 얼굴이 좀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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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나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인 로켓.
아마 화초 그루트가 있었다면 100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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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 어택 아이언맨 피규어. 얜 하나 사고 싶더라. (…)

2) DC

DC 코믹스도 꽤 보였다. 주로 다크 나이트 3부작이었고,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도 일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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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좀 헬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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얜 좀 낫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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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so serious?”

3) 스타워즈

의외로 많아서 상당히 놀랐었다. 물론 스타워즈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미국에서는 스타워즈 피규어가 워낙 많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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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 베이더 1:1 흉상. 윗부분이 뭔가 잘못된 거 같다 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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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3에서 대결하시는 다스 시디어스(=황제)와 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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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의 몰락 이후 은둔 생활을 가는 오비완 케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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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헬멧을 바라보는 다스 베이더.
실제로 저러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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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트의 임페리얼 마치.

4) 기타

물론 건담도 있었지만, 별로 관심이 없어서 찍진 않았다. 그 외에도 터미네이터, 원피스 등의 다양한 피규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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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애니 캐릭터 중 하나인 스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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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내 생각에는 미남이시네요 특집인가 그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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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빈. 여기서 이 분을 뵐 줄은 몰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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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의 사우론. 초반 회상 장면에서 힘을 잃기 전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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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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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T-800.

갈 만 했는가?

그 대답은 “글쎄…”였다. 일단 제일 큰 문제는 가격. 우리야 뭐 초대권 받아서 갔고, 안에서 피규어를 시중 가격보다 약간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긴 하지만, 12,000원이라는 거의 모터쇼 뺨치는 가격은 정당화하기가 힘들었다.

또한, 사진찍는 입장에서 보자면, 조명이 너무 열악했다. 이 사진들 중 거의 반이 ISO 6400에서 찍혔고, 나머지도 2000-5000을 넘나들었다. 웬만한 카메라는 좋은 사진도 남기기 힘들 법한 조명이었다. 조명상황이 한결 나은 모터쇼와 비교하면 상당히 실망스럽다.

아마 돈을 내고 갔더라면 엄청 후회하긴 했을 거 같다. 몸값 비싼 피규어를 보고 사진을 자유롭게 찍을 수 있는 건 좋은데 사람에 치여다닌 생각을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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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California Day 5: San Francisco Day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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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샌프란시스코의 살인적 주차비 때문에 숙소에 차를 두고 대중교통만을 이용해 움직이기로 했다. (이것도 하루에 30달러였다. 하지만 이건 어차피 내야되는 거고.) 그러려면 먼저, 샌프란시스코의 교통카드 비슷한 개념인 뮤니패스를 구해야했다. 빠른 검색 뒤에, 우리는 으리으리한 샌프란시스코 시청에 들어가 뮤니패스를 구매할 수 있었다. 뮤니패스는 카드라기보다는 그냥 소책자같이 생겼는데, 이 안에는 시작 월과 일을 동전으로 긁어서 사용 기간을 표시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는 동전을 하나 찾아내어 열심히 긁어낸 후, 트램을 이용해 39번 항구 Pier 39로 향했다. (지나가는 길에는 트위터 본사도 봤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대부분의 상점도 문을 열지 않아서 조용했지만, 우리가 향한 곳은 열려 있었다. 바로 부댕 Boudin 베이커리라는 곳이었다. 여기는 사전조사를 할 시점부터 찍어놓은 곳 중 하나였는데, 여기 클램 차우더 스프가 유명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시간대도 적당히 브런치를 먹어야할 때라 둘이서 하나를 시켜서 나눠먹었다. 스프를 먹다가 안을 긁어서 그릇 노릇을 하고 있는 빵도 같이 먹으니 맛있었다.

아침을 해결하고 나서는 어제 예약해둔 자전거 숍으로 걸으면서 이동했다. 이 날 날씨는 맑은 날이 흔치 않다는 말에 우려했던 것과 달리 너무나도 맑았다. 햇살도 따스했고, 바람도 약간은 강했지만 너무 춥지는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자전거 숍에 가서 자전거를 문제없이 빌리고, 기라딜리 스퀘어로 향했다. 여기는 초콜릿으로 유명한 기라딜리사의 본사옥이 위치했던 곳인데, 지금은 기라딜리 숍과 함께 다른 다양한 숍이 들어차있다. 우리는 초콜릿에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기라딜리가 운영하는 디저트 카페에 들어가서 초콜릿을 만드는 모습도 구경하고, 실제로 디저트도 하나 시켜먹었다. 케이블카라는 이름의 록키 로드 선데 아이스크림이었는데, 정말 달달했다.

기라딜리 스퀘어를 나선 우리는 이제 본격적으로 이 자전거를 빌린 목적인 금문교로 향하기로 했다. 자전거를 빌린 곳에서 대략적 지도는 줬고, 상세한 지도는 친구의 아이폰을 이용해서 확인하면서 이동했다. 중간중간 쉬어가면서 주변 풍광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다. 중간에 오르막길이 두 번 나왔는데, 첫 번째는 어떻게 근성으로 올라갔지만, 두 번째는 그냥 말없이 자전거에서 내려서 밀면서 올라갔다. 하지만 이 고생(?)의 보람은 상당히 컸다. 풍경도 너무나도 좋았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금문교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도 꽤나 괜찮았다.

금문교 기념품 숍에서 기념품을 몇 개 산 후, 우리는 본격적으로 금문교를 건너기 시작했다. 금문교를 건너는 길은 좁았던 것도 모자라, 사람들이 무지 많았다. 그래도 자전거로 달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잘 피해준 덕에 쉴 때를 제외하고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친구는 자살한 사람들의 신발을 모아놓은 곳을 찾아다녔지만 그건 아무래도 반대쪽에 있는 듯했다. 금문교의 반대쪽에는 비스타 포인트가 있었는데, 여기서는 금문교의 전체 모습을 담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비스타 포인트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후, 우리는 소샬리토로 내려가기로 했다. 어차피 다시 39번 항구로 돌아가려면 거기서 페리를 타고 가는게 이후 일정이 아직 남은 우리로서는 체력을 아끼는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금문교를 탄다고 열심히 올라온 것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소샬리토로 가는 길은 줄곧 내리막길이었다. 우리는 바닷바람을 즐기며 그 길을 (위험하게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샌프란시스코의 자전거 도로는 따로 표시된 경우도 있었지만, 차도와 합쳐진 곳도 많아 자칫 잘못하면 사고가 나기도 쉬웠다. 차가 별로 없었길래 망정이지. 친구는 풍경 좋다고 자전거 타면서 동영상 촬영하다가 고꾸라질 뻔하기도 했다. 소샬리토 선착장에 도착해서는 다음 배까지 시간이 좀 남았다. 그래서 자전거를 묶어놓고 근처를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배회하다가 스타벅스를 발견해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사서 산책을 하면서 마셨다. (사실 스타벅스를 찾는 게 중요했던 것이, 페리 표를 살 잔돈이 없어서 여기서 거스름돈으로 잔돈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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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번 항구의 유명한 널브러져 있는 바다코끼리들.

소샬리토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넘어오기까지는 한 40분 정도 걸렸다. 선착장에 내린 우리는 일단 자전거를 반납하고, 롬바르드 가를 방문해보기로 했다. 어떻게 갈까를 고민하던 중, 마침 롬바르드 가를 가는 길을 케이블카가 지나는 것을 알아내 그걸 타기로 했다. 어렸을 때 이걸 못 타본 것이 한이었는데, (여행을 계획했을 시점에 엄마도 꼭 타보라고 신신당부하셨다.) 드디어 타게 됐다.

이 케이블카의 희한한 점은 정해진 정류장이 없다. 그냥 하차 벨을 당기면 바로 내려준다. 우리는 특정한 정류장이 있는 줄 알고 기다리다가 내려갈 곳을 지나치고 말았고, 결국 내가 눈치를 채서 더 멀어지기 전에 잽싸게 내렸다. 하지만 이미 꽤나 지나친 뒤여서 10분 정도를 걷고 나서야 롬바르드 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불행히도 1월은 1월인지라 꽃은 피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 나름의 운치도 있었다. 우리는 아래에서 그 길을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어떤 사람들은 차를 타고 길을 내려오며 열심히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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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버스 정류장입니다. 지나칠 뻔했다. (…)

위로 올라온 우리들은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여기서 바로 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것이 제일 쉬웠는데, 문제는 거의 만차 상태로 온 것을 보고 다음 것도 이럴 것이 뻔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길을 좀 내려가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하고, 또 걸었다. (오늘 하루동안 돌아다니며 안 사실이지만, 구글 지도는 진리입니다.) 버스를 어렵사리 탄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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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마무리는 거대한 스테이크.

Tad’s Steakhouse. 여기 역시 여행의 초기 기획 단계에서 미리 봐놓은 곳인데, 우리 둘 다 스테이크를 좋아하고, 오늘같이 길고도 힘든 하루 뒤에는 고기와 맥주로 피로를 푸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왔다. 여기의 스테이크는 무지하게 큰데, 우리나라 스테이크집 크기의 1.5배는 되는 듯했다. 그러면서 가격은 반값이었다. 저 큰 크기의 스테이크가 단돈 15달러였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사이드도 푸짐하게 줬다. 배고팠던 우리는 열심히 먹었지만, 그걸 다 먹기에는 조금은 무리였다.

저녁을 먹고 나와서는 소화도 시킬겸 숙소까지 걸어갔다. 날씨도 시원했고, 샌프란시스코의 밤풍경을 걷는 것도 나름 괜찮았다. 사진을 안 찍은 게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