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키덜트 페어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서 “황금 열쇠(=초대권)”를 얻은 덕분에 12,000원이라는 꽤나 비싼 입장료를 낼 필요없이 다녀올 수 있었다.
20-40대의 덕질을 할 만한(…) 경제적 능력이 되는 사람들을 키덜트라고 한다는데, 이 전시회는 여기서 이런저런 피규어를 사려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피규어들을 구경하러 온 아이들과 부모님들로 인산인해였다. 주말이었던 것도 상황을 돕지는 않았다.
속사하느라 힘들었다. 이 날 가져간 a7의 초점 시스템도 별로 빠릿하지도 않은데 말이지…
키덜트 페어에는 크게 몇 가지 주요 테마(?)가 있었는데, 이를 굳이 분류하자면…
1) 마블
우리나라에서 어벤져스는 공전의 히트였다. 이로 인해 마블 히어로들의 인지도가 꽤 올라갔고, 이들의 피규어는 페어에서 가장 많이 전시됐다. 특히 아이언맨.
2) DC
DC 코믹스도 꽤 보였다. 주로 다크 나이트 3부작이었고,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도 일부 있었다.
3) 스타워즈
의외로 많아서 상당히 놀랐었다. 물론 스타워즈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미국에서는 스타워즈 피규어가 워낙 많긴 하다.
4) 기타
물론 건담도 있었지만, 별로 관심이 없어서 찍진 않았다. 그 외에도 터미네이터, 원피스 등의 다양한 피규어가 있었다.
갈 만 했는가?
그 대답은 “글쎄…”였다. 일단 제일 큰 문제는 가격. 우리야 뭐 초대권 받아서 갔고, 안에서 피규어를 시중 가격보다 약간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긴 하지만, 12,000원이라는 거의 모터쇼 뺨치는 가격은 정당화하기가 힘들었다.
또한, 사진찍는 입장에서 보자면, 조명이 너무 열악했다. 이 사진들 중 거의 반이 ISO 6400에서 찍혔고, 나머지도 2000-5000을 넘나들었다. 웬만한 카메라는 좋은 사진도 남기기 힘들 법한 조명이었다. 조명상황이 한결 나은 모터쇼와 비교하면 상당히 실망스럽다.
아마 돈을 내고 갔더라면 엄청 후회하긴 했을 거 같다. 몸값 비싼 피규어를 보고 사진을 자유롭게 찍을 수 있는 건 좋은데 사람에 치여다닌 생각을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