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KudoColumns KudoPhotos Travels

[KudoColumn] 라이카를 쓴다는 것.

* 모든 사진은 클릭하면 커집니다.

20140103 Kansai 2-46
교토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던 라이카 갤러리.

나는 새로운 카메라를 고를 때 상당히 신중해진다. 카메라같은 경우, 일단 사면 상당히 오래 쓰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여러 면에서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인가라는 문제를 늘 고민하기 때문이다. 그런 선정 기준을 통해 2008년부터 작년까지 니콘 D300을 썼고, 작년 7월부터 소니 a7을 쓰고 있다.

사진을 취미로 갖거나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카메라를 접해볼 기회가 이따금씩 있다. 개중에는 그저 그런 것도 있고, 가지고 싶어지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여러 종류의 카메라를 만져보았지만, 라이카는 나에게 늘 미지의 존재였다. 늘 궁금하긴 했지만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한 존재. 가장 싸다는 컴팩트 카메라가 100만원을 쉽게 넘어가며, 비싼 건 몇천만원을 호가하는 물건. 솔직히 속된 말로 얘는 돈지랄이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던 물건이다. 이런 물건을 만져볼 기회가 이번에 일본을 갔을 때 있었다. 바로 교토에 있는 라이카 갤러리에서다.

교토의 전통적 건물에 있는 라이카 갤러리는 1층은 제품 갤러리, 2층은 간이 순회 사진전을 여는 작품 갤러리가 있다. 처음에 들어갔을 때 수트를 차려입은 중년의 아저씨가 깍듯이 맞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름 명품샵에 온 기분이 났다. 라이카도 이 방면에서는 명품이니까. 안에서 다양한 라이카 카메라들을 돌아보고 있는데 옆에서 샘플 한 대를 들고 직원과 대화를 나누는 노부부가 보였다. 우리 일행은 모두 “사려나보다… 부럽다…”라고 중얼거리며 지나갔는데, 웬걸. 앞에는 떡하니 시연해볼 수 있는 샘플이 있었던 것이다. 예전에 한 번 가본 적이 있는 같이 갔던 아저씨 말로는 원래 라이카 갤러리에서는 카메라 시연을 못 하게 했었단다. 신기하게도, 이 시연품에는 어떠한 보안장치가 되어 있지 않았다. 최대한 고객의 편의를 배려한 것이다.

20140103 Kansai 2-44
라이카의 미러리스 T와 레인지파인더 M. (왼쪽부터)

나는 이 중 가장 비싼 것으로 아는 라이카 M을 들었다. M은 어떻게 보면 라이카를 정의한 플래그십 레인지파인더. 물론 지금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디지털로 갈아탔지만, 딱 드는 순간부터 요즘 카메라에서 찾기 힘든 옛스러움이 남아 있었다. 일단 크기에 비하면 상당히 묵직한 편이었다. 내 a7보다도 약간 더 무거웠다. 아마 이는 바디 전체가 금속으로 만들어서이리라.

Screenshot 2015-01-12 09.17.30(2)
라이브뷰를 지원하는 라이카 M의 상당히 큰 3인치 후면 LCD. 그러나 다른 버튼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다른 카메라들과 달리 상당히 심플하다.
(DigitalRev TV 캡쳐)

이번 M 모델부터는 라이브뷰가 지원되는데 (어떻게 보면 DSLR보다도 상당히 늦었다) 나는 라이카의 느낌이 어떤 지 보려고 일부러 뷰파인더로 사진을 찍어보았다. M의 뷰파인더는 가운데가 스플릿 스크린과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어 이를 이용해 초점을 잡는다. (레인지파인더의 특성상 수동초점만 잡을 수 있다.) 익숙해지기만 하면 웬만한 AF보다도 빠르다고 하지만 조금이라도 가운데에 둔 피사체의 거리가 달라지는 순간 어긋나기 때문에 움직이는 피사체에서는 여간 쉬운 것이 아니었다. 다양한 어댑터 덕에 이종교배 면에서 인기가 많은 a7은 수동초점을 돕기 위해 피킹이라는 것을 도입하지만, (후속 제품인 a7II는 일부 수동 렌즈에 손떨림 방지까지 지원한다.) 라이카는 그런 거 없다. 뷰파인더로 보면 무조건 기계식으로 초점을 잡는다. (라이브뷰에서는 피킹을 지원한다.) 원래는 어떠한 렌즈를 장착하던 파인더의 크기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감으로 화각을 잡아야 했지만 이번 모델부터는 설정에서 초점 거리를 선택해 파인더에 프레임을 LED로 둘러준다. 어찌어찌 초점을 잡아서 반셔터를 눌러 노출을 고정하고, 한 번 더 누르면 조용하지만 확실히 있는 셔터음과 함께 사진이 찍힌다.

Leica M-5
1/90s / F2.8 / ISO 200 / 50mm / Leica M (Typ 240) + Summicron-M 1:2/50

이 모든 경험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은 바로 사진을 찍을 때의 그 집중력이다. 요즘 우리는 모두 사진을 별 생각 없이 찍는다. 그냥 피사체 대충 맞춰주고 반셔터를 누르면 자동으로 초점이 잡히고, 거기서 한 번 더 누르면 바로 찍힌다. (스마트폰은 카메라를 켠 순간 이미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는 이미 작년부터 a7에 어댑터로 니콘 50.4 렌즈를 물려서 촬영하다보니 수동초점에 많이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라이카 M을 들어보니 나는 전혀 익숙해지지 않은 것임을 깨달았다. 그만큼 라이카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사진 찍는 것을 8년이나 취미로 삼았다고 하는 나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라이트룸으로 옮겨서 본 결과물은 확실히 이 고생(?)을 보상해주었다.

20140103 Kansai 2-51
라이카 M3 출시 60주년 한정판 라이카 M. LCD 파인더도 빠진 주제에 가격은…(…)

라이카 M을 단 20분 정도밖에 써보지 않았지만서도, 우리 모두 왜 다른 사람들이 라이카 타령을 하는 지 알 거 같았다. 라이카를 메인 카메라로 쓰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라이카는 사용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다. 그리고 나는 그 경험에 조금씩 중독되어가고 있었다. 라이카 M을 내려놓으며 나는 자연스럽게 가격을 보았다. 85만엔. 엔저를 생각해도 뭔가 열심히 모아야할 기세다.

Leica M-1
1/90s / F2.0 / ISO 200 / 50mm / Leica M (Typ 240) + Summicron-M 1:2/50
Leica M-2
1/45s / F2.0 / ISO 200 / 50mm / Leica M (Typ 240) + Summicron-M 1:2/50
Leica M-4
1/30s / F2.0 / ISO 200 / 50mm / Leica M (Typ 240) + Summicron-M 1:2/50
Categories
KudoPhotos Travels

2014 California Day 5: San Francisco Day 1

지난 이야기:
Day 1
Day 2
Day 3
Day 4

1/9

오늘은 샌프란시스코의 살인적 주차비 때문에 숙소에 차를 두고 대중교통만을 이용해 움직이기로 했다. (이것도 하루에 30달러였다. 하지만 이건 어차피 내야되는 거고.) 그러려면 먼저, 샌프란시스코의 교통카드 비슷한 개념인 뮤니패스를 구해야했다. 빠른 검색 뒤에, 우리는 으리으리한 샌프란시스코 시청에 들어가 뮤니패스를 구매할 수 있었다. 뮤니패스는 카드라기보다는 그냥 소책자같이 생겼는데, 이 안에는 시작 월과 일을 동전으로 긁어서 사용 기간을 표시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는 동전을 하나 찾아내어 열심히 긁어낸 후, 트램을 이용해 39번 항구 Pier 39로 향했다. (지나가는 길에는 트위터 본사도 봤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대부분의 상점도 문을 열지 않아서 조용했지만, 우리가 향한 곳은 열려 있었다. 바로 부댕 Boudin 베이커리라는 곳이었다. 여기는 사전조사를 할 시점부터 찍어놓은 곳 중 하나였는데, 여기 클램 차우더 스프가 유명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시간대도 적당히 브런치를 먹어야할 때라 둘이서 하나를 시켜서 나눠먹었다. 스프를 먹다가 안을 긁어서 그릇 노릇을 하고 있는 빵도 같이 먹으니 맛있었다.

아침을 해결하고 나서는 어제 예약해둔 자전거 숍으로 걸으면서 이동했다. 이 날 날씨는 맑은 날이 흔치 않다는 말에 우려했던 것과 달리 너무나도 맑았다. 햇살도 따스했고, 바람도 약간은 강했지만 너무 춥지는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자전거 숍에 가서 자전거를 문제없이 빌리고, 기라딜리 스퀘어로 향했다. 여기는 초콜릿으로 유명한 기라딜리사의 본사옥이 위치했던 곳인데, 지금은 기라딜리 숍과 함께 다른 다양한 숍이 들어차있다. 우리는 초콜릿에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기라딜리가 운영하는 디저트 카페에 들어가서 초콜릿을 만드는 모습도 구경하고, 실제로 디저트도 하나 시켜먹었다. 케이블카라는 이름의 록키 로드 선데 아이스크림이었는데, 정말 달달했다.

기라딜리 스퀘어를 나선 우리는 이제 본격적으로 이 자전거를 빌린 목적인 금문교로 향하기로 했다. 자전거를 빌린 곳에서 대략적 지도는 줬고, 상세한 지도는 친구의 아이폰을 이용해서 확인하면서 이동했다. 중간중간 쉬어가면서 주변 풍광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다. 중간에 오르막길이 두 번 나왔는데, 첫 번째는 어떻게 근성으로 올라갔지만, 두 번째는 그냥 말없이 자전거에서 내려서 밀면서 올라갔다. 하지만 이 고생(?)의 보람은 상당히 컸다. 풍경도 너무나도 좋았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금문교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도 꽤나 괜찮았다.

금문교 기념품 숍에서 기념품을 몇 개 산 후, 우리는 본격적으로 금문교를 건너기 시작했다. 금문교를 건너는 길은 좁았던 것도 모자라, 사람들이 무지 많았다. 그래도 자전거로 달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잘 피해준 덕에 쉴 때를 제외하고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친구는 자살한 사람들의 신발을 모아놓은 곳을 찾아다녔지만 그건 아무래도 반대쪽에 있는 듯했다. 금문교의 반대쪽에는 비스타 포인트가 있었는데, 여기서는 금문교의 전체 모습을 담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비스타 포인트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후, 우리는 소샬리토로 내려가기로 했다. 어차피 다시 39번 항구로 돌아가려면 거기서 페리를 타고 가는게 이후 일정이 아직 남은 우리로서는 체력을 아끼는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금문교를 탄다고 열심히 올라온 것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소샬리토로 가는 길은 줄곧 내리막길이었다. 우리는 바닷바람을 즐기며 그 길을 (위험하게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샌프란시스코의 자전거 도로는 따로 표시된 경우도 있었지만, 차도와 합쳐진 곳도 많아 자칫 잘못하면 사고가 나기도 쉬웠다. 차가 별로 없었길래 망정이지. 친구는 풍경 좋다고 자전거 타면서 동영상 촬영하다가 고꾸라질 뻔하기도 했다. 소샬리토 선착장에 도착해서는 다음 배까지 시간이 좀 남았다. 그래서 자전거를 묶어놓고 근처를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배회하다가 스타벅스를 발견해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사서 산책을 하면서 마셨다. (사실 스타벅스를 찾는 게 중요했던 것이, 페리 표를 살 잔돈이 없어서 여기서 거스름돈으로 잔돈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2014-01-09 at 15-03-12
39번 항구의 유명한 널브러져 있는 바다코끼리들.

소샬리토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넘어오기까지는 한 40분 정도 걸렸다. 선착장에 내린 우리는 일단 자전거를 반납하고, 롬바르드 가를 방문해보기로 했다. 어떻게 갈까를 고민하던 중, 마침 롬바르드 가를 가는 길을 케이블카가 지나는 것을 알아내 그걸 타기로 했다. 어렸을 때 이걸 못 타본 것이 한이었는데, (여행을 계획했을 시점에 엄마도 꼭 타보라고 신신당부하셨다.) 드디어 타게 됐다.

이 케이블카의 희한한 점은 정해진 정류장이 없다. 그냥 하차 벨을 당기면 바로 내려준다. 우리는 특정한 정류장이 있는 줄 알고 기다리다가 내려갈 곳을 지나치고 말았고, 결국 내가 눈치를 채서 더 멀어지기 전에 잽싸게 내렸다. 하지만 이미 꽤나 지나친 뒤여서 10분 정도를 걷고 나서야 롬바르드 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불행히도 1월은 1월인지라 꽃은 피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 나름의 운치도 있었다. 우리는 아래에서 그 길을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어떤 사람들은 차를 타고 길을 내려오며 열심히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2014-01-09 at 16-21-03
저게 버스 정류장입니다. 지나칠 뻔했다. (…)

위로 올라온 우리들은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여기서 바로 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것이 제일 쉬웠는데, 문제는 거의 만차 상태로 온 것을 보고 다음 것도 이럴 것이 뻔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길을 좀 내려가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하고, 또 걸었다. (오늘 하루동안 돌아다니며 안 사실이지만, 구글 지도는 진리입니다.) 버스를 어렵사리 탄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갔다.

2014-01-09 at 17-01-43
하루의 마무리는 거대한 스테이크.

Tad’s Steakhouse. 여기 역시 여행의 초기 기획 단계에서 미리 봐놓은 곳인데, 우리 둘 다 스테이크를 좋아하고, 오늘같이 길고도 힘든 하루 뒤에는 고기와 맥주로 피로를 푸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왔다. 여기의 스테이크는 무지하게 큰데, 우리나라 스테이크집 크기의 1.5배는 되는 듯했다. 그러면서 가격은 반값이었다. 저 큰 크기의 스테이크가 단돈 15달러였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사이드도 푸짐하게 줬다. 배고팠던 우리는 열심히 먹었지만, 그걸 다 먹기에는 조금은 무리였다.

저녁을 먹고 나와서는 소화도 시킬겸 숙소까지 걸어갔다. 날씨도 시원했고, 샌프란시스코의 밤풍경을 걷는 것도 나름 괜찮았다. 사진을 안 찍은 게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