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Day 1
Day 2
Day 3
Day 4
1/9
오늘은 샌프란시스코의 살인적 주차비 때문에 숙소에 차를 두고 대중교통만을 이용해 움직이기로 했다. (이것도 하루에 30달러였다. 하지만 이건 어차피 내야되는 거고.) 그러려면 먼저, 샌프란시스코의 교통카드 비슷한 개념인 뮤니패스를 구해야했다. 빠른 검색 뒤에, 우리는 으리으리한 샌프란시스코 시청에 들어가 뮤니패스를 구매할 수 있었다. 뮤니패스는 카드라기보다는 그냥 소책자같이 생겼는데, 이 안에는 시작 월과 일을 동전으로 긁어서 사용 기간을 표시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는 동전을 하나 찾아내어 열심히 긁어낸 후, 트램을 이용해 39번 항구 Pier 39로 향했다. (지나가는 길에는 트위터 본사도 봤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대부분의 상점도 문을 열지 않아서 조용했지만, 우리가 향한 곳은 열려 있었다. 바로 부댕 Boudin 베이커리라는 곳이었다. 여기는 사전조사를 할 시점부터 찍어놓은 곳 중 하나였는데, 여기 클램 차우더 스프가 유명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시간대도 적당히 브런치를 먹어야할 때라 둘이서 하나를 시켜서 나눠먹었다. 스프를 먹다가 안을 긁어서 그릇 노릇을 하고 있는 빵도 같이 먹으니 맛있었다.
아침을 해결하고 나서는 어제 예약해둔 자전거 숍으로 걸으면서 이동했다. 이 날 날씨는 맑은 날이 흔치 않다는 말에 우려했던 것과 달리 너무나도 맑았다. 햇살도 따스했고, 바람도 약간은 강했지만 너무 춥지는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자전거 숍에 가서 자전거를 문제없이 빌리고, 기라딜리 스퀘어로 향했다. 여기는 초콜릿으로 유명한 기라딜리사의 본사옥이 위치했던 곳인데, 지금은 기라딜리 숍과 함께 다른 다양한 숍이 들어차있다. 우리는 초콜릿에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기라딜리가 운영하는 디저트 카페에 들어가서 초콜릿을 만드는 모습도 구경하고, 실제로 디저트도 하나 시켜먹었다. 케이블카라는 이름의 록키 로드 선데 아이스크림이었는데, 정말 달달했다.
기라딜리 스퀘어를 나선 우리는 이제 본격적으로 이 자전거를 빌린 목적인 금문교로 향하기로 했다. 자전거를 빌린 곳에서 대략적 지도는 줬고, 상세한 지도는 친구의 아이폰을 이용해서 확인하면서 이동했다. 중간중간 쉬어가면서 주변 풍광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다. 중간에 오르막길이 두 번 나왔는데, 첫 번째는 어떻게 근성으로 올라갔지만, 두 번째는 그냥 말없이 자전거에서 내려서 밀면서 올라갔다. 하지만 이 고생(?)의 보람은 상당히 컸다. 풍경도 너무나도 좋았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금문교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도 꽤나 괜찮았다.
금문교 기념품 숍에서 기념품을 몇 개 산 후, 우리는 본격적으로 금문교를 건너기 시작했다. 금문교를 건너는 길은 좁았던 것도 모자라, 사람들이 무지 많았다. 그래도 자전거로 달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잘 피해준 덕에 쉴 때를 제외하고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친구는 자살한 사람들의 신발을 모아놓은 곳을 찾아다녔지만 그건 아무래도 반대쪽에 있는 듯했다. 금문교의 반대쪽에는 비스타 포인트가 있었는데, 여기서는 금문교의 전체 모습을 담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비스타 포인트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후, 우리는 소샬리토로 내려가기로 했다. 어차피 다시 39번 항구로 돌아가려면 거기서 페리를 타고 가는게 이후 일정이 아직 남은 우리로서는 체력을 아끼는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금문교를 탄다고 열심히 올라온 것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소샬리토로 가는 길은 줄곧 내리막길이었다. 우리는 바닷바람을 즐기며 그 길을 (위험하게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샌프란시스코의 자전거 도로는 따로 표시된 경우도 있었지만, 차도와 합쳐진 곳도 많아 자칫 잘못하면 사고가 나기도 쉬웠다. 차가 별로 없었길래 망정이지. 친구는 풍경 좋다고 자전거 타면서 동영상 촬영하다가 고꾸라질 뻔하기도 했다. 소샬리토 선착장에 도착해서는 다음 배까지 시간이 좀 남았다. 그래서 자전거를 묶어놓고 근처를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배회하다가 스타벅스를 발견해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사서 산책을 하면서 마셨다. (사실 스타벅스를 찾는 게 중요했던 것이, 페리 표를 살 잔돈이 없어서 여기서 거스름돈으로 잔돈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샬리토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넘어오기까지는 한 40분 정도 걸렸다. 선착장에 내린 우리는 일단 자전거를 반납하고, 롬바르드 가를 방문해보기로 했다. 어떻게 갈까를 고민하던 중, 마침 롬바르드 가를 가는 길을 케이블카가 지나는 것을 알아내 그걸 타기로 했다. 어렸을 때 이걸 못 타본 것이 한이었는데, (여행을 계획했을 시점에 엄마도 꼭 타보라고 신신당부하셨다.) 드디어 타게 됐다.
이 케이블카의 희한한 점은 정해진 정류장이 없다. 그냥 하차 벨을 당기면 바로 내려준다. 우리는 특정한 정류장이 있는 줄 알고 기다리다가 내려갈 곳을 지나치고 말았고, 결국 내가 눈치를 채서 더 멀어지기 전에 잽싸게 내렸다. 하지만 이미 꽤나 지나친 뒤여서 10분 정도를 걷고 나서야 롬바르드 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불행히도 1월은 1월인지라 꽃은 피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 나름의 운치도 있었다. 우리는 아래에서 그 길을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어떤 사람들은 차를 타고 길을 내려오며 열심히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위로 올라온 우리들은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여기서 바로 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것이 제일 쉬웠는데, 문제는 거의 만차 상태로 온 것을 보고 다음 것도 이럴 것이 뻔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길을 좀 내려가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하고, 또 걸었다. (오늘 하루동안 돌아다니며 안 사실이지만, 구글 지도는 진리입니다.) 버스를 어렵사리 탄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갔다.
Tad’s Steakhouse. 여기 역시 여행의 초기 기획 단계에서 미리 봐놓은 곳인데, 우리 둘 다 스테이크를 좋아하고, 오늘같이 길고도 힘든 하루 뒤에는 고기와 맥주로 피로를 푸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왔다. 여기의 스테이크는 무지하게 큰데, 우리나라 스테이크집 크기의 1.5배는 되는 듯했다. 그러면서 가격은 반값이었다. 저 큰 크기의 스테이크가 단돈 15달러였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사이드도 푸짐하게 줬다. 배고팠던 우리는 열심히 먹었지만, 그걸 다 먹기에는 조금은 무리였다.
저녁을 먹고 나와서는 소화도 시킬겸 숙소까지 걸어갔다. 날씨도 시원했고, 샌프란시스코의 밤풍경을 걷는 것도 나름 괜찮았다. 사진을 안 찍은 게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