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캡틴에게 어울리는 영화.
제목: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감독: 조 루소, 안소니 루소
출연: 크리스 에반스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 스칼렛 요한슨 (나타샤 로마노프/블랙 위도우), 세바스찬 스탠 (윈터 솔저), 사무엘 L. 잭슨 (닉 퓨리), 안소니 마키 (샘 윌슨/팔콘), 코비 스멀더스 (마리아 힐), 로버드 레드포드 (알렉산더 피어스)
상영시간: 136분
*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캐릭터 Winter Soldier는 윈터 솔저로 표기했습니다. 영화의 부제인 Winter Soldier는 공식 개봉 제목대로 윈터 솔져로 표기합니다.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한국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인지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그가 처음으로 나오는 영화인 퍼스트 어벤져는 우리나라에서는 흥행에 참패했고, (영화도 아주 좋지는 않았다.) 그 이후에 나온 어벤져스도 아이언맨과 헐크에 인지도의 초점이 맞춰졌을 뿐, 정작 어벤져스의 리더인 캡틴의 인기는 오르지 않았다. 물론 이름에 있는 ‘아메리카’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분들도 존재했으리라.
그래도 이번에 개봉하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는 그러나 캡틴의 약간이나마 높아진 위상을 볼 수 있다. 1편에서는 빠졌던 캡틴 아메리카라는 이름이 돌아왔고, 내년에 개봉할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서울 촬영과 겹쳐서 개봉을 한 덕(게다가 촬영을 위해 내한하는 배우가 바로 캡틴 역의 크리스 에반스 뿐이라는 점도)에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영화 그 자체는 그 관심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을까?
뉴욕 사건 이후, 스티브 로저스, 즉 캡틴 아메리카는 현대의 삶에 계속 적응하려 애쓰면서 어벤져스 중 유일하게 쉴드 소속으로 남아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윈터 솔저라는 암살자가 등장해 닉 퓨리를 암살하려 하고, 이를 조사하던 캡틴은 쉴드 내부에 적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게다가 윈터 솔저의 정체가 70년 전에 캡틴과의 임무수행 중 죽은 줄만 알았던 그의 친구 버키 반즈임을 알게 되는데…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이야기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들 중 가장 복합성이 짙다. 심지어 어벤져스도 상당히 단순한 스토리라인을 보이는 대신 어벤져스 멤버들의 케미스트리에 초점을 맞췄다면, 윈터 솔져는 캡틴 아메리카 하나의 이야기를 다루는 대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더 자세한 부분은 이후에 올릴 스포일러편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이 영화는 역시나 바로 이후에 개봉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2단계의 마지막 영화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배경을 잘 깔아두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엄밀히 말하면 8월에 개봉할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도 2단계이지만, 어벤져스와의 접점은 아직 없다고 한다.) 이는 퍼스트 어벤져도 그러했지만, 윈터 솔져의 이야기 전개는 억지성이 짙었던 전편에 비해 장족의 발전을 보인다. 특히 윈터 솔져의 결말로 인해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어떤 진행을 보일 지 더욱 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약간 아쉬운 점이라면, 윈터 솔저가 내가 기대한만큼 많이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부제는 윈터 솔져인데, 정작 그의 이야기는 이후에 다루어질 모양새다. 아마 캡틴 아메리카 3편에서나 다뤄질려나. (실제로 윈터 솔저 역의 세바스찬 스탠은 마블과 무려 9편을 계약했다고 한다. 그 중 겨우 두 편에 나온 셈이다.) 어떤 면에서 윈터 솔져는 첩보 스릴러나 수사물의 분위기도 풍기는데, 이러한 부분들을 액션과의 위화감 없이 잘 녹아내는 것이 보기 좋다.
퍼스트 어벤져나 어벤져스에서 참으로 평면적이었던 캡틴 아메리카의 캐릭터는 윈터 솔져에서는 상당히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아무래도 주어진 임무를 고분하게 따르는 군인과 자신의 이상과는 너무나도 달라진 70년 후의 현실 사이의 고민이 이번 영화에서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캐릭터는 어떤 면에서는 크리스 에반스가 설국열차에서 맡았던 커티스와도 어느정도 닮아있는 부분이 있다. 그런 면에서 크리스 에반스의 캡틴 아메리카는 이보다 더 적절할 수가 없다고 하겠다. 명배우인 로버드 레드포드가 연기하는 알렉산더 피어스도 주목할 만하다.
마블 영화답게 볼거리 또한 강력하다. 지금까지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들이 모두 상당한 CG를 쓴 반면에, 윈터 솔져는 필요한 곳에만 CG를 쓴 분위기가 강하다. 특히 캡틴 아메리카와 윈터 솔저의 육탄전은 배우들이 직접 참여한 것인데, 무엇보다 다른 영화들에서는 돋보이지 못한 캡틴의 실력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윈터 솔져는 마블 영화가 아닌 첩보액션 영화같기도 한 기분이 든다.
마블 영화는 보통 기본은 한다는 것을 알기에 믿고 보는 편이지만, 윈터 솔져는 마블 영화임을 차치하고라도 정말 잘 만든 영화다. 화려한 볼거리와 입체적인 스토리라인의 조합은 2시간이 약간 넘는 러닝타임 동안 관객을 지겨워할 틈도 없게 해준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꼭 봐야할 영화다. 세계관을 뒤흔들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이 자체가 정말로 재밌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어벤져스를 이끄는 캡틴 아메리카를 제대로 표현한 영화가 없었다. 하지만, 윈터 솔져는 그것을 제대로 해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장점:
- 입체적이면서도 관객을 지겹지 않게 하는 스토리라인
- 드디어 빛나기 시작하는 크리스 에반스의 연기
- 마블 영화다운 볼거리
단점:
- 윈터 솔저의 비중이 생각보다 적다.
점수: 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