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doReview]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슈퍼히어로도 감정이라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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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Captain America: Civil War
감독: 조 루소, 안소니 루소
주연: 크리스 에반스(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토니 스타크/아이언맨), 스칼렛 요한슨(나타샤 로마노프/블랙 위도우), 세바스찬 스탠(버키 반즈/윈터 솔저), 제레미 레너(클린트 바튼/호크아이), 돈 치들(제임스 로즈/워 머신), 안소니 마키(샘 윌슨/팔콘), 폴 베타니(비전), 엘리자베스 올슨(완다 막시모프), 다니엘 브륄(헬무르트 제모)
상영시간: 147분

소코비아 사태 이후 어벤저스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임무 수행 중 또다시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 참사가 나이지리아에서 벌어진다. 그러자 썬더볼트 로스 국무장관은 어벤저스를 독립 단체가 아닌 국제연합(UN) 산하의 기구로 두겠다는 내용의 117개국이 서명한 소코비아 협정을 어벤저스에게 제시한다. 소코비아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던 토니 스타크는 협정에 찬성하지만, 스티브 로저스는 정작 필요한 곳에 발이 묶여 출동하지 못할 수 있다며 반대한다. 이 둘을 중심으로 팀이 분열되기 시작하는 가운데, 거기에 쉴드의 붕괴 이후 모습을 감춘 스티브의 절친 버키가 엮이면서 사건은 꼬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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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원작에 대한 오마쥬도 잊지 않는다. 하지만, 내용 자체는 원작과 많이 다르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이하 <시빌 워>)>는 2006년에 코믹스로 나온 동명의 대형 이벤트를 기반으로 했다. 큰 굴레와 이런저런 아이콘적인 장면(특히 캡틴이 아이언맨의 리펄서를 방패로 막고 있는 장면)을 많이 옮겨왔지만, 초반 설정 이후로 영화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개인적으로는 (비록 내용을 코믹인사이드의 티떱님께 전해 듣기만 했지만) 전체적으로 더 만족스러운 이야기가 나왔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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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하는 팀 캡틴

일단, 나오는 캐릭터의 수가 많아서 분량 문제가 생기지 않겠냐는 염려가 있었는데, <시빌 워>는 <어벤져스>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그랬듯이 주연급이나 이미 나온 서브히어로들, 신 캐릭터들과 다른 조연들까지 빠짐없이 분량을 챙겨줬다. 캐릭터 수가 반도 안 되는 <배트맨 vs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보다 더 낫다. 물론, 아쉬운 캐릭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체로 모두 나름의 등장 시간은 챙겼다는 점이 보기 좋다. 특히 독립 영화에서의 정식 데뷔를 앞둔 스파이더맨(톰 홀랜드)과 블랙 팬서(채드윅 보즈먼)는 나름 이 영화의 감초를 톡톡히 해낸다. 특히 이 영화의 제작 계획을 처음 발표하는 자리에서 크리스 에반스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그리고 채드윅 보즈먼이 등장했었는데, 이 영화를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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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스타크와 스티브 로저스는 처음에는 그들이 벌인 난장판에 대한 책임을 둘러싸고 대립한다.

그리고 이 히어로들이 과거에 벌인 일들에 대한 뒷이야기도 흥미롭다. 그동안 MCU 영화들은 히어로들이 벌인 깽판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 <어벤져스>에서의 뉴욕 전투에서 피해를 당한 일반 시민들은 조명이 전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전체가 그 깽판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히어로들이 일반 시민들의 피해에 대해 좀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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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곧 감정을 앞세운 처절한 싸움이 된다.

<시빌 워>가 다른 슈퍼 히어로 영화와 다른 것은 바로 이 히어로들의 ‘감정’을 건드린다는 점이겠다. 물론, 히어로의 고뇌라는 개념은 옛날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 3부작이나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3부작 등에서 많이 다뤄졌던 꽤 클리셰적인 설정이다. 하지만 이 영화들도 히어로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는 많이 다루지 않았었다. 그러나 <시빌 워>는 각자의 히어로들이 느끼는 감정도 그들이 내리는 결정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마지막 클라이맥스 장면도 이들이 그동안 억눌러왔던 감정이 폭발한다. 보통 이런 히어로끼리 치고박는 영화가 억지로 둘을 화해시키고 공동의 적을 대항하는 경우가 많은데(특히 <배트맨 대 슈퍼맨>의 마사 드립은 잊기 힘들다) <시빌 워>는 대신 이 감정의 대립을 최후반까지 유지하는 노선을 택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나면 이 내전을 치르고 나서 승리한 사람 없이 모두가 피해자가 되어버린 히어로들이 측은해 보이기까지 한다. 특히 한 명이.

그러다 보니 깔끔한 마무리는 아니라는 점이 아쉽긴 하다. 물론 이 영화가 MCU 페이즈 3의 시작이기 때문에 나중에 나오는 영화들이 이 결말을 보완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이 영화 하나로 봤을 때는 뒷맛이 좀 쓴 편이다. 루소 형제가 이걸 노린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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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는 말할 것도 없다. 특히 공항 전투 시퀀스는 서로의 파워 밸런스를 고려해 국지전으로 만드는 영리함을 선보인다. 하지만 서로의 국지전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서 하나의 전투라는 것이 느껴진다. 둠스데이 출현 이후 배트맨이 들러리가 되는 <배트맨 대 슈퍼맨>과는 확연히 다르다. 물론 특정 캐릭터는 이 밸런스를 위해 너프를 먹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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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는 어벤져스 시리즈보다 더 성공률이 높은 연타석 홈런을 치게 됐다.

<시빌 워>는 전편인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이하 <윈터 솔져>)>와 꾸준히 비교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윈터 솔져>가 작품성으로는 더 앞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히어로들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시빌 워>는 신선하다. 지금까지 이전 MCU 영화들을 통해 각각의 캐릭터가 겪은 일과 감정이 이 영화에서 결실(?)을 맺는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놓인 떡밥들은 이미 발표된 10편의 영화들에서 조금씩 다뤄나갈 것이다. <시빌 워>는 페이즈 2까지의 MCU를 정리하면서, 새로운 MCU 페이즈 3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점수: 8/10

[KudoReview] 앤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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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앤트맨 Ant-Man
감독: 페이튼 리드
출연: 폴 러드(스콧 랭/2대 앤트맨), 마이클 더글라스(행크 핌/1대 앤트맨), 에반젤린 릴리(호브 밴 다인), 코리 스톨(대런 크로스/옐로재킷), 앤소니 매키(샘 윌슨/팔콘)
상영시간: 117분

딸에게 자랑스러워지고 싶은 아빠지만 현실은 교도소에서 막 출소해 전과자 신분으로 일을 찾기도 힘든 스콧 랭(폴 러드). 어느 날 그는 행크 핌(마이클 더글라스)에게서 세상을 구하고 다시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 기회를 주겠다며 수트 하나를 받는다. 그 수트는 핌이 핌 입자라는 물질을 이용해 개미 크기로 작아지면서 질량과 힘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앤트맨 수트. 그는 과거에 이를 다른 사람들이 악용할까라는 우려때문에 그 기술을 비밀로 유지하기 위해 자신만의 회사를 세우지만, 자신이 키운 제자 대런 크로스가 핌 입자를 역설계해 개발해낸 옐로재킷을 상용화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뚫을 수 없을 것만 같던 대기업의 전산망을 해킹해낸 전력이 있는 스콧을 고용해 옐로재킷도 훔치고 관련 파일도 모두 없애려는 계획을 세운다. 스콧은 앤트맨 수트의 능력에 적응함과 동시에 핌의 딸인 호프(에반젤린 릴리)에게 훈련을 받으며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이자 히어로가 될 준비를 하는데…

“앤트맨”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영화 중에서 특히나 영화로 나오기까지의 산통(?)이 상당히 많았던 영화이다. 앤트맨을 영화화하는 것 자체는 사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아이언맨”과 “인크레더블 헐크”를 통해 현실이 됐을 때 같이 공개되었었다. (생각해보면, “아이언맨”이 나온 지 벌써 7년이 넘었다) 그러나 이전 감독이었던 에드가 라이트가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개봉이 미뤄졌고, 이후에는 결국 라이트가 감독을 그만두면서 급하게 페이튼 리드로 교체됐다. 그러자 시나리오가 변경되면서 출연진도 일부 변경이 있었다. 여기까지보면 “판타스틱 4”의 재앙이 연상되는 부분이다. 다행인 것은, “앤트맨”은 그 재앙을 피해갔다는 것이다. 피해간 것으로도 모자라, 앤트맨은 올해의 마블 영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렇다. “에이지 오브 울트론”보다 낫다)

MCU가 커지고 커지면서 늘 잡기 어려운 것이 바로 처음으로 보는 관중들을 끌어들이는 것과 팬들을 흥분시킬 만한 내용을 넣는 것 사이의 균형이다. 5월에 개봉했던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이 균형을 잡는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앤트맨”은 이 균형을 잘 잡아낸다. 물론 이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처음 소개되는 영웅이라는 이점을 잘 활용한 것이기도 하지만, “앤트맨”은 이와 동시에 팬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을 충실하게 넣었다. 특히 팔콘의 등장 장면이 그렇고,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나오는 쿠키 영상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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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은 딸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에 앤트맨이 된다.

스콧이 앤트맨이 되는 과정은 MCU의 다른 히어로들과는 많이 다르다. 토니 스타크처럼 자신이 수트를 만든 것도 아니며, 스티브 로저스처럼 슈퍼 솔저 혈청을 맞은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들은 “세상을 구하겠다”라는 이상을 가지고 있지만, 스콧은 그보다도 소박한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은 것 하나로 옐로재킷 수트를 파괴해야하는 위험한 임무에 몸을 던진다. 이렇게 “앤트맨”은 다른 MCU 영화에 비해서 소박하다. 소시민이 아빠로 인정받기 위해 세상을 구하는 일에 동참하는, 어떻게 보면 현실적이지 않으면서도 매우 현실적인 영화가 바로 “앤트맨”이다.

“앤트맨”은 진지함과 개그를 종횡무진한다는 면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몇몇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작년 이맘때쯤에 개봉했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비슷하다. 이런 면에서 주인공인 폴 러드의 능청스러운 스콧 랭 연기는 영화를 재밌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그 뿐만 아니라 조연도 만만찮은데, 특히 스콧의 친구인 루이스 역을 맡은 마이클 페나는 시종일관 혼자서 개그를 책임지며 극의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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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맨”은 몸이 작아지는 히어로라는 설정을 이용한 독창적인 볼거리를 보여준다.

볼거리도 다른 MCU 영화와 비슷하게 화려하면서도, 작아질 수 있는 앤트맨의 능력을 이용한 장면들을 잘 짜내어 나름 독창적인 느낌이다. 이런 부분은 전 감독이었던 에드가 라이트의 구상이 잘 살아남은 부분이기도 하다. (엔딩 크레딧에도 보면 에드가 라이트가 각본으로 올라와 있다)

“앤트맨”은 다른 MCU 영화처럼 거대한 영화가 아니다. 소박하고, 아기자기하다. 거대한 스케일로 관객들을 폭격하던 “에이지 오브 울트론”같은 영화를 지나 이런 소박한 마블 영화를 만난 것은 신선하고도 기분이 좋아진다. 모르는 히어로여서 그냥 넘기겠다고?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거대함의 끝을 보여줬다면, “앤트맨”은 MCU의 숨겨진 보석, 혹은 진국같은 느낌이다.

점수: 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