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앤트맨 Ant-Man
감독: 페이튼 리드
출연: 폴 러드(스콧 랭/2대 앤트맨), 마이클 더글라스(행크 핌/1대 앤트맨), 에반젤린 릴리(호브 밴 다인), 코리 스톨(대런 크로스/옐로재킷), 앤소니 매키(샘 윌슨/팔콘)
상영시간: 117분
딸에게 자랑스러워지고 싶은 아빠지만 현실은 교도소에서 막 출소해 전과자 신분으로 일을 찾기도 힘든 스콧 랭(폴 러드). 어느 날 그는 행크 핌(마이클 더글라스)에게서 세상을 구하고 다시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 기회를 주겠다며 수트 하나를 받는다. 그 수트는 핌이 핌 입자라는 물질을 이용해 개미 크기로 작아지면서 질량과 힘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앤트맨 수트. 그는 과거에 이를 다른 사람들이 악용할까라는 우려때문에 그 기술을 비밀로 유지하기 위해 자신만의 회사를 세우지만, 자신이 키운 제자 대런 크로스가 핌 입자를 역설계해 개발해낸 옐로재킷을 상용화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뚫을 수 없을 것만 같던 대기업의 전산망을 해킹해낸 전력이 있는 스콧을 고용해 옐로재킷도 훔치고 관련 파일도 모두 없애려는 계획을 세운다. 스콧은 앤트맨 수트의 능력에 적응함과 동시에 핌의 딸인 호프(에반젤린 릴리)에게 훈련을 받으며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이자 히어로가 될 준비를 하는데…
“앤트맨”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영화 중에서 특히나 영화로 나오기까지의 산통(?)이 상당히 많았던 영화이다. 앤트맨을 영화화하는 것 자체는 사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아이언맨”과 “인크레더블 헐크”를 통해 현실이 됐을 때 같이 공개되었었다. (생각해보면, “아이언맨”이 나온 지 벌써 7년이 넘었다) 그러나 이전 감독이었던 에드가 라이트가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개봉이 미뤄졌고, 이후에는 결국 라이트가 감독을 그만두면서 급하게 페이튼 리드로 교체됐다. 그러자 시나리오가 변경되면서 출연진도 일부 변경이 있었다. 여기까지보면 “판타스틱 4”의 재앙이 연상되는 부분이다. 다행인 것은, “앤트맨”은 그 재앙을 피해갔다는 것이다. 피해간 것으로도 모자라, 앤트맨은 올해의 마블 영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렇다. “에이지 오브 울트론”보다 낫다)
MCU가 커지고 커지면서 늘 잡기 어려운 것이 바로 처음으로 보는 관중들을 끌어들이는 것과 팬들을 흥분시킬 만한 내용을 넣는 것 사이의 균형이다. 5월에 개봉했던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이 균형을 잡는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앤트맨”은 이 균형을 잘 잡아낸다. 물론 이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처음 소개되는 영웅이라는 이점을 잘 활용한 것이기도 하지만, “앤트맨”은 이와 동시에 팬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을 충실하게 넣었다. 특히 팔콘의 등장 장면이 그렇고,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나오는 쿠키 영상이 그렇다.
스콧이 앤트맨이 되는 과정은 MCU의 다른 히어로들과는 많이 다르다. 토니 스타크처럼 자신이 수트를 만든 것도 아니며, 스티브 로저스처럼 슈퍼 솔저 혈청을 맞은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들은 “세상을 구하겠다”라는 이상을 가지고 있지만, 스콧은 그보다도 소박한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은 것 하나로 옐로재킷 수트를 파괴해야하는 위험한 임무에 몸을 던진다. 이렇게 “앤트맨”은 다른 MCU 영화에 비해서 소박하다. 소시민이 아빠로 인정받기 위해 세상을 구하는 일에 동참하는, 어떻게 보면 현실적이지 않으면서도 매우 현실적인 영화가 바로 “앤트맨”이다.
“앤트맨”은 진지함과 개그를 종횡무진한다는 면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몇몇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작년 이맘때쯤에 개봉했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비슷하다. 이런 면에서 주인공인 폴 러드의 능청스러운 스콧 랭 연기는 영화를 재밌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그 뿐만 아니라 조연도 만만찮은데, 특히 스콧의 친구인 루이스 역을 맡은 마이클 페나는 시종일관 혼자서 개그를 책임지며 극의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볼거리도 다른 MCU 영화와 비슷하게 화려하면서도, 작아질 수 있는 앤트맨의 능력을 이용한 장면들을 잘 짜내어 나름 독창적인 느낌이다. 이런 부분은 전 감독이었던 에드가 라이트의 구상이 잘 살아남은 부분이기도 하다. (엔딩 크레딧에도 보면 에드가 라이트가 각본으로 올라와 있다)
“앤트맨”은 다른 MCU 영화처럼 거대한 영화가 아니다. 소박하고, 아기자기하다. 거대한 스케일로 관객들을 폭격하던 “에이지 오브 울트론”같은 영화를 지나 이런 소박한 마블 영화를 만난 것은 신선하고도 기분이 좋아진다. 모르는 히어로여서 그냥 넘기겠다고?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거대함의 끝을 보여줬다면, “앤트맨”은 MCU의 숨겨진 보석, 혹은 진국같은 느낌이다.
점수: 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