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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Review] 쥬라기 월드

과거에서 배우자.

jurassicworldbigger-720x1139제목: 쥬라기 월드 Jurassic World
감독: 콜린 트레보로우
출연: 크리스 프랫 (오웬 그래디),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클레어), 이르판 칸(사이먼 마스라니), 빈센트 도노프리오(비크 호스킨스), 닉 로빈슨(자크), 타이 심프킨스(그레이), B.D. 웡(헨리 우)

쥬라기 공원 사건 후 22년, 공원이 들어설 예정이었던 이슬라 누블라에는 이제 쥬라기 월드라는 이름의 테마공원이 조성되어 성황리에 운영 중이다. 한편, 최근 떨어지는 대중들의 관심과 방문자 수를 되살리기 위해 유전학자들은 최신 유전공학으로 다양한 동물들의 유전자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공룡인 인도미누스 렉스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인도미누스는 그들이 통제가 힘들 정도로 너무나도 지능이 뛰어났고, 결국 통제를 벗어나 탈출하면서 쥬라기 월드 전체에 비상사태가 선포된다.

쥬라기 월드의 기본적 설정이나 초반 이야기 전개는 쥬라기 공원 1편과 매우 흡사하다. 복잡한 뒷이야기를 가진 형제(자크와 그레이)와 이들을 초대한 공원의 높은 분인 친척(클레어), 그리고 이들의 탈출을 돕게 되는 전문가(오웬)까지. 그리고 모든 게 통제대로 돌아가는 듯하지만, 결국 자연은 이러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게 된다는 이야기 구조까지. 여기에 제작진은 유전학자들이 인도미누스 렉스를 창조한 것처럼 다른 다양한 영화 장르들을 배합해냈다. 재난 영화의 요소와 캐릭터 드라마의 요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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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프랫과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연기로서는 잘 어울리지만 각본이 약간 억지라는 문제가 있다.

물론 모든 게 완벽하진 않다. 특히 캐릭터 드라마 부분은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다. 오웬과 클레어의 러브 스토리같지도 않은 러브 스토리는 여러 부분에서 생뚱맞은 전개를 선보이고, 형제의 이야기 또한 설득력이 그리 강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나 자크, 그레이의 캐릭터가 그동안 변한 시대상(?)을 반영해 1993년 당시를 감안해도 적극적이었던 캐릭터들보다 더 적극적인 캐릭터로 변했기에 주인공인 오웬(크리스 프랫)이 1편에서 나온 세 명의 전문가를 합친 듯한 캐릭터임에도 케미스트리 밸런스가 약간 안 맞는 느낌이다. 그나마 이들의 연기는 이러한 문제를 어느 정도 무마해주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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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네 명의 배우 조합은 1편과 상당히 유사하다. 남매가 형제로 바뀐 점만 다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있음에도 쥬라기 월드는 어떠한 쥬라기 공원 속편들보다도 1편의 영혼을 잘 살려낸 영화다. 2, 3편은 그저 1편을 기반으로 한 생존 영화로 변한 게 없지 않아 있었지만, 쥬라기 월드는 1편을 관통한 메인 주제인 “자연의 순리를 인간이 통제하려 들면 어떻게 되는가”라는 주제와 이안 말콤이 재창했던 혼돈 이론의 정수를 인도미누스 렉스를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사건이 벌어지는 곳이 과거 쥬라기 공원이 있었던 이슬라 누블라이기에 여기저기 1편에서 봤던 반가운 장소들을 보여주며 1편을 본 사람들에게 향수를 선사한다. 또한 일부 장면들은 1편과 판박이의 구도와 진행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걸 찾아보는 것도 쥬라기 월드를 보는 재미가 될 수 있겠다. 굳이 1편을 보지 않아도 되는 영화이긴 하지만, 솔직히 이 리뷰를 읽는 사람들 중에 1편을 안 본 사람들이 얼마나 되려나?

이 영화에서 제작진이 또다른 훌륭한 결정은 바로 철저히 1편만 언급하는 것이다. 다른 섬에서 벌어진 일을 다루는 2, 3편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이는 어떻게보면 흑역사인 2편과 3편을 굳이 보지 않더라도 쥬라기 월드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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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어떻게 끝날 지는 불 보듯 뻔하다…

쥬라기 월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볼거리다. 그 방면에서 쥬라기 월드는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최초로 쥬라기 월드(혹은 공원)가 제대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는데,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순식간에 망하는 지도 볼 수 있다. 하이브리드인 인도미누스 렉스의 깽판은 이제껏 쥬라기 공원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엄청난 스케일의 파괴를 보여주고, 1편에서도 엔딩에서 티렉스와 랩터들이 짧게나마 붙었지만 쥬라기 월드의 마지막 장면은 정말 화끈한 공룡 전투를 볼 수 있다. 누구랑 누구가 붙는 지는 대충 예상하시겠지만.

14년만에 다시 돌아온 쥬라기 월드를 보면서 여러모로 걱정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계속해서 4편의 계획이 10년동안 표류하다가 제작된 것이었고, 3편이 망하고 4편도 망한 영화(터미네이터)를 기억하고 있던 나였기에 더더욱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작진은 배운 게 없는 영화 속 쥬라기 월드 운영자들과 달리, 확실히 배운 게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이 배운 것은 이번 쥬라기 월드를 통해 잘 드러났다. 쥬라기 월드는 첫 쥬라기 공원에 대한 헌정이자, 시리즈를 새로운 세기에 어울리게 단장했다. 솔직히 불가능할 줄 알았지만, 그들은 해냈다.

점수: 8.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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