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서의 마지막 날. (물론 하룻밤 더 자긴 하지만 아침부터 공항을 가니…) 전날 웬만한 곳은 자전거로 다 돌아본 우리는 오늘만큼은 좀 여유를 가지고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골든 게이트 파크 Golden Gate Park와 트윈 픽스 Twin Peaks였다. 트윈 픽스는 샌프란시스코의 스카이라인은 봐야하지 않겠냐며 결정한 것이었고, 골든 게이트 파크는… 솔직히 갈 곳이 없어서 선택한 것이었다. 사실 차 있는 김에 쇼핑도 생각했는데 친구가 그건 반대했다. 하긴 캘리포니아 부가세가 살인적이긴 해…
마지막 밤은 공항 근처의 다른 숙소에서 보내기로 했기 때문에 일단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주차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오늘도 대중교통을 최대한 이용하기로 했다. 골든 게이트 파크까지는 조금만 걸어나가면 버스 하나로 환승하지 않고 수월하게 갈 수 있었다. 러시아워가 지나서 움직였기 때문에 길이나 버스 안이나 꽤 한산한 편이었다. 우리는 여유롭게 도시의 풍경을 눈으로 담으며 (사진으로 찍으려니 영 안 나와서…) 이동을 했다.
사실 골든 게이트 파크의 크기는 뉴욕의 유명한 센트럴 파크보다도 더 크다. 이 큰 곳 중 우리는 어딜 가볼까 하다가 일단 내부에 있다는 캘리포니아 과학 센터를 가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웬걸. 무인 발권기에서 입장료를 내려고 카드를 긁으니 안 된다. 내 것도 안 되고, 친구 것도 안 됐다. 결국 창구로 가서 내야 하나 하다가 둘 다 귀찮아서 포기했다. 사실 입장료도 비싸긴 했어. 약간 미련이 남긴 하지만, 돈 아낄 거 생각하면 안 들어가길 잘한 거 같기도 하다. 대신 우리는 입장료가 7달러밖에 안 하는 일본 차 정원 Japanese Tea Garden을 들어갔다. 솔직히 이런 정원 한국에서도 자주 보는 우리로서는 아주 신기한 광경까지는 아니었다. 그래도 명성에 걸맞게 잘 꾸며지기는 했다.
정원 투어가 끝나고, 우리는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를 고민했다. 원래 계획은 이탈리안 타운에 있는 피자집을 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출발하였으나… 일단 너무 멀었다. 결국 배고픔을 못 참은 친구는 중간에 내리자고 했다. 그렇게 내린 곳이 숙소와 멀지 않은 다운타운 구역. 우리는 돌아다니다 일식당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들어가 오나기리와 튀김우동, 그리고 가츠동을 시켰다. 급하게 들어간 것을 생각하면 맛은 좋았다. 가는 길에 소호 애플 스토어를 들러 둘러보기도 했다. 여기에 전시된 맥 프로는 흔치 않게 4K 모니터에 연결되어 있었는데, 화질이 죽이긴 하더라.
아직 숙소에 대놓고 있었던 차를 찾은 우리는 이제 트윈 픽스를 향해 달렸다. 트윈 픽스를 가기 위해서는 중심가를 일부 지나가야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슬슬 러시아워가 시작됐는지 밀렸다. 다행히도 내비게이션 덕분에 이를 요리조리 잘 피했다.
그렇게 도착한 트윈 픽스는 맑은 샌프란시스코 날씨 덕분에 최고였다. 우리는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모든 풍경을 한 장의 사진에 담기란 힘들었다. 그래서 그냥 여러 장을 찍었다. 디지털 시대 최고의 해법 아닌가.
이 날의 숙소는 공항 근처였다. 다음날 비행기를 타니 최대한 가까이 있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서였다. 대신 샌프란시스코에서 시간을 더 보낼 수 있는 기회는 희생해야했다. 예를 들어, 트윈 픽스에서 야경을 찍는다던가 그런 거. 숙소에 짐을 놓고나서 우리는 공항에 차를 반납했고, 공항 셔틀을 통해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을 남은 컵라면으로 해결했다. 뜨거운 물은 아래층 식당에서 애플 텀블러로 받아 썼다.
Epilogue.
여행이 끝난 지 1년만에 이 여행기를 다 썼다. 그 1년 동안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개인사를 여기에 쓰긴 좀 그래서 따로 쓰지는 않겠지만, 나를 잘 아는 분들은 아실 거다.
이 여행 때 찍은 사진은 나중에 포토북으로 만들어서 친구에게 생일선물로 주었다. 그 때 돈이 궁해서 내 건 따로 안 만들었으니 그 녀석만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 당시에 이 포토북을 만들면서, 또 이 여행기를 쓰면서 든 생각이 있었다. 역시 남는 건 사진 뿐이라고. 1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이후에도 이 여행기를 끝마칠 수 있었던 건 사진들을 다시 보며 기억을 곱씹어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여행을 하면서 최종적으로 993장의 사진이 남았다. 포스트를 위해 사진들을 다시 정리하면서 그 때의 좋은 기억들이 새록새록 났다. 여행은 이래서 하는 거고, 사진들은 이래서 지우기가 힘든가보다.
오늘은 샌프란시스코의 살인적 주차비 때문에 숙소에 차를 두고 대중교통만을 이용해 움직이기로 했다. (이것도 하루에 30달러였다. 하지만 이건 어차피 내야되는 거고.) 그러려면 먼저, 샌프란시스코의 교통카드 비슷한 개념인 뮤니패스를 구해야했다. 빠른 검색 뒤에, 우리는 으리으리한 샌프란시스코 시청에 들어가 뮤니패스를 구매할 수 있었다. 뮤니패스는 카드라기보다는 그냥 소책자같이 생겼는데, 이 안에는 시작 월과 일을 동전으로 긁어서 사용 기간을 표시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는 동전을 하나 찾아내어 열심히 긁어낸 후, 트램을 이용해 39번 항구 Pier 39로 향했다. (지나가는 길에는 트위터 본사도 봤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대부분의 상점도 문을 열지 않아서 조용했지만, 우리가 향한 곳은 열려 있었다. 바로 부댕 Boudin 베이커리라는 곳이었다. 여기는 사전조사를 할 시점부터 찍어놓은 곳 중 하나였는데, 여기 클램 차우더 스프가 유명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시간대도 적당히 브런치를 먹어야할 때라 둘이서 하나를 시켜서 나눠먹었다. 스프를 먹다가 안을 긁어서 그릇 노릇을 하고 있는 빵도 같이 먹으니 맛있었다.
아침을 해결하고 나서는 어제 예약해둔 자전거 숍으로 걸으면서 이동했다. 이 날 날씨는 맑은 날이 흔치 않다는 말에 우려했던 것과 달리 너무나도 맑았다. 햇살도 따스했고, 바람도 약간은 강했지만 너무 춥지는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자전거 숍에 가서 자전거를 문제없이 빌리고, 기라딜리 스퀘어로 향했다. 여기는 초콜릿으로 유명한 기라딜리사의 본사옥이 위치했던 곳인데, 지금은 기라딜리 숍과 함께 다른 다양한 숍이 들어차있다. 우리는 초콜릿에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기라딜리가 운영하는 디저트 카페에 들어가서 초콜릿을 만드는 모습도 구경하고, 실제로 디저트도 하나 시켜먹었다. 케이블카라는 이름의 록키 로드 선데 아이스크림이었는데, 정말 달달했다.
기라딜리 스퀘어를 나선 우리는 이제 본격적으로 이 자전거를 빌린 목적인 금문교로 향하기로 했다. 자전거를 빌린 곳에서 대략적 지도는 줬고, 상세한 지도는 친구의 아이폰을 이용해서 확인하면서 이동했다. 중간중간 쉬어가면서 주변 풍광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다. 중간에 오르막길이 두 번 나왔는데, 첫 번째는 어떻게 근성으로 올라갔지만, 두 번째는 그냥 말없이 자전거에서 내려서 밀면서 올라갔다. 하지만 이 고생(?)의 보람은 상당히 컸다. 풍경도 너무나도 좋았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금문교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도 꽤나 괜찮았다.
금문교 기념품 숍에서 기념품을 몇 개 산 후, 우리는 본격적으로 금문교를 건너기 시작했다. 금문교를 건너는 길은 좁았던 것도 모자라, 사람들이 무지 많았다. 그래도 자전거로 달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잘 피해준 덕에 쉴 때를 제외하고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친구는 자살한 사람들의 신발을 모아놓은 곳을 찾아다녔지만 그건 아무래도 반대쪽에 있는 듯했다. 금문교의 반대쪽에는 비스타 포인트가 있었는데, 여기서는 금문교의 전체 모습을 담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비스타 포인트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후, 우리는 소샬리토로 내려가기로 했다. 어차피 다시 39번 항구로 돌아가려면 거기서 페리를 타고 가는게 이후 일정이 아직 남은 우리로서는 체력을 아끼는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금문교를 탄다고 열심히 올라온 것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소샬리토로 가는 길은 줄곧 내리막길이었다. 우리는 바닷바람을 즐기며 그 길을 (위험하게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샌프란시스코의 자전거 도로는 따로 표시된 경우도 있었지만, 차도와 합쳐진 곳도 많아 자칫 잘못하면 사고가 나기도 쉬웠다. 차가 별로 없었길래 망정이지. 친구는 풍경 좋다고 자전거 타면서 동영상 촬영하다가 고꾸라질 뻔하기도 했다. 소샬리토 선착장에 도착해서는 다음 배까지 시간이 좀 남았다. 그래서 자전거를 묶어놓고 근처를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배회하다가 스타벅스를 발견해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사서 산책을 하면서 마셨다. (사실 스타벅스를 찾는 게 중요했던 것이, 페리 표를 살 잔돈이 없어서 여기서 거스름돈으로 잔돈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샬리토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넘어오기까지는 한 40분 정도 걸렸다. 선착장에 내린 우리는 일단 자전거를 반납하고, 롬바르드 가를 방문해보기로 했다. 어떻게 갈까를 고민하던 중, 마침 롬바르드 가를 가는 길을 케이블카가 지나는 것을 알아내 그걸 타기로 했다. 어렸을 때 이걸 못 타본 것이 한이었는데, (여행을 계획했을 시점에 엄마도 꼭 타보라고 신신당부하셨다.) 드디어 타게 됐다.
이 케이블카의 희한한 점은 정해진 정류장이 없다. 그냥 하차 벨을 당기면 바로 내려준다. 우리는 특정한 정류장이 있는 줄 알고 기다리다가 내려갈 곳을 지나치고 말았고, 결국 내가 눈치를 채서 더 멀어지기 전에 잽싸게 내렸다. 하지만 이미 꽤나 지나친 뒤여서 10분 정도를 걷고 나서야 롬바르드 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불행히도 1월은 1월인지라 꽃은 피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 나름의 운치도 있었다. 우리는 아래에서 그 길을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어떤 사람들은 차를 타고 길을 내려오며 열심히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위로 올라온 우리들은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여기서 바로 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것이 제일 쉬웠는데, 문제는 거의 만차 상태로 온 것을 보고 다음 것도 이럴 것이 뻔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길을 좀 내려가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하고, 또 걸었다. (오늘 하루동안 돌아다니며 안 사실이지만, 구글 지도는 진리입니다.) 버스를 어렵사리 탄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갔다.
Tad’s Steakhouse. 여기 역시 여행의 초기 기획 단계에서 미리 봐놓은 곳인데, 우리 둘 다 스테이크를 좋아하고, 오늘같이 길고도 힘든 하루 뒤에는 고기와 맥주로 피로를 푸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왔다. 여기의 스테이크는 무지하게 큰데, 우리나라 스테이크집 크기의 1.5배는 되는 듯했다. 그러면서 가격은 반값이었다. 저 큰 크기의 스테이크가 단돈 15달러였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사이드도 푸짐하게 줬다. 배고팠던 우리는 열심히 먹었지만, 그걸 다 먹기에는 조금은 무리였다.
저녁을 먹고 나와서는 소화도 시킬겸 숙소까지 걸어갔다. 날씨도 시원했고, 샌프란시스코의 밤풍경을 걷는 것도 나름 괜찮았다. 사진을 안 찍은 게 아쉬웠다.
오늘은 몬터레이에서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올라가는 길에 실리콘 밸리를 들르기로 했다. 이것은 친구의 성지순례 코스 중 하나인 애플 본사를 방문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우리는 아침일찍 몬터레이 숙소를 나와 쿠퍼티노로 향했다.
쿠퍼티노에 도착할 때쯤에 나는 기름이 거의 바닥났다는 것을 알아챘다. 분명히 LA에서 출발하기 전날에 탱크를 채워뒀는데 전날 거의 500km를 달리면서 리터당 20km라는 기적적 연비를 보이고도 기름이 바닥난 것이다. (연료탱크가 다른 차보다 작은 거 같기도 하다. 배터리 자리 때문인가) 그래서 근처 주유소에서 다시 기름을 채워넣어야했다.
주유소를 빠져나온 우리는 일단 애플 본사로 향했다. 그러나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근처의 상가에 차를 대고, 10분 정도 걸어서 애플 본사로 진입했다. 나는 사실 2년 전에 혼자 온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근시일 내에 또 오게될 줄은 몰랐다. 물론 여기는 비슷하게 애플을 좋아하는 친구를 위해 들른 것이기 때문에 친구는 좋아하며 주변을 열심히 둘러보았다. 그래봤자 애플 본사는 접근할 수 있는 곳이 많이 없어서 대부분의 시간을 애플의 기존 제품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머챈다이즈를 살 수 있는 컴패니 스토어 안에서 보냈다. 친구는 안에서 자기가 살 기념품을 고르면서 시간을 보냈다. 대부분 “너무 못생겼다”며 들고 내리는 과정 끝에 결국 무광 검은색의 텀블러를 골랐다. 나도 텀블러가 하나 필요해서 같은 것을 하나 고르고,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줄 물병들, 그리고 유일하게 애플에 가기 전에 신체 치수를 보내주신 동성님 티셔츠를 하나 샀다. 애플에서는 매년(?)마다 티셔츠 문구가 바뀌는 듯한데, 이번에 사드린 티셔츠에는 “The world’s most advanced t-shirt.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티셔츠.”라는 문구를 달고 있었다.
애플 본사를 빠져나온 후에는 구글이 있는 마운틴 뷰로 향했다. 역시나 주차가 쉽지는 않았지만, 회사 크기가 애플보다 더 큰지라 방문자용 주차장에 어렵사리 차를 댈 수 있었다. 역시나 구글도 돌아다닐만한 곳은 많지 않았고, 안드로이드 동상이나 카메라에 담고 뜨기로 했다. 거기까지 어떻게 이동할까 하다가 구글 사내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자전거인 지바이크 GBike를 쓰기로 했다. 처음에는 방문자도 쓸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지만, 어차피 아무도 신경을 쓸 것 같지는 않아서 두 대를 빌려 안드로이드 동상이 있는 44 빌딩까지 이동했다. 웃긴 건, 안드로이드 동상 앞에 도착해서 사진을 찍다가보니 우리의 지바이크가 모두 없어졌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자유롭게 탈 수 있는 것이다보니 자유롭게 탈취도 당하고 하나보다. 결국 차로는 걸어서 돌아와야 했다. 날이 하도 좋아서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 다음으로 간 곳은 스탠포드 대학교였다. 이미 UCLA에서 방문자 주차가 얼마나 어려운 지 뼈저리게 느낀 우리는 근처의 스탠포드 쇼핑 센터에 차를 대고 걸어서 대학교로 진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것도 나름의 또다른 계산 오류였는데, 학교가 너무 커서 도보 진입이 힘들었다. 결국 포기하고 다시 쇼핑 센터로 돌아와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맥도날드를 먹을까하다 그냥 안에 있는 베이커리에서 피자를 시켜먹었다. 그것도 실수로 두 판을 시켜서 하나는 저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맛은 괜찮았다. 친구는 음식의 냄새를 맡고 접근하는 비둘기들과 계속해서 사투를 벌였다.
다 먹고나서, 친구는 여기서 지인들 기념품 쇼핑을 해야겠다고 말했고, 쇼핑 센터 지도를 보더니 씨즈캔디가 있다며 나를 끌고 사탕 쇼핑을 했다. 친구 말로는 지인이 사와서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자기도 좀 사야겠단다. 상점에 들어가니 점원에 샘플 사탕을 하나 쥐어줘서 열심히 빨았다. 그런데 턱이 아직 완전히 나은 상황이 아니라.. 쉽진 않았다. (무엇보다 사탕이 컸다. 턱도 잘 안 벌어지니…) 같이 받아서 빨았던 친구보다 한 두 배는 더 걸렸던 것 같다. 쇼핑센터를 나오기 직전에 나는 소니 스토어를 들렀다. 다른 게 아니라 한국에서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구할 수 없었던 RX100용 그립을 사려고 한 것인다. 문제없이 하나를 구할 수 있었다.
팔로 알토를 빠져나와 드디어 우리는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중간중간 불안불안한 날씨를 마주치긴 했지만, (한 번은 안개가 너무 심하게 낀 경우도 있었다.) 우리는 곧 비가 왔다 방금 갠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할 수 있다. 숙소는 시빅 센터에 위치한 홀리데이 인이었는데, 시내 중심부에 있어서 위치가 상당히 좋긴 했으나, 주차비를 따로 받았다. 그것도 하루에 30달러씩이나. 그런데 숙소 점원 얘기를 들어보니, 차는 되도록이면 안 들고 나가는 게 좋을 거라고 했다. 예를 들어, 피어 39도 시간당 9달러란다. 광화문에서 주차하는 것도 그것보단 쌀 거다. 결국 다음날은 그냥 대중교통의 한도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여행 루트로 다시 짜야 했다.
저녁을 아까 산 피자로 떼우고, 우리는 다음날 여행 일정을 열심히 짜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짠 여행 일정은 매우 큰 굴레여서 세부 일정은 가면서 조율해야했던 데다가, 차를 가지고 나가면 안 되겠다는 판단에 차가 필요한 일정은 전부 배제해야했다. 결국, 나는 대학교 친구가 가봤다는 금문교 자전거 라이딩을 부랴부랴 예약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