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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Column] 라이카를 쓴다는 것.

* 모든 사진은 클릭하면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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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던 라이카 갤러리.

나는 새로운 카메라를 고를 때 상당히 신중해진다. 카메라같은 경우, 일단 사면 상당히 오래 쓰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여러 면에서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인가라는 문제를 늘 고민하기 때문이다. 그런 선정 기준을 통해 2008년부터 작년까지 니콘 D300을 썼고, 작년 7월부터 소니 a7을 쓰고 있다.

사진을 취미로 갖거나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카메라를 접해볼 기회가 이따금씩 있다. 개중에는 그저 그런 것도 있고, 가지고 싶어지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여러 종류의 카메라를 만져보았지만, 라이카는 나에게 늘 미지의 존재였다. 늘 궁금하긴 했지만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한 존재. 가장 싸다는 컴팩트 카메라가 100만원을 쉽게 넘어가며, 비싼 건 몇천만원을 호가하는 물건. 솔직히 속된 말로 얘는 돈지랄이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던 물건이다. 이런 물건을 만져볼 기회가 이번에 일본을 갔을 때 있었다. 바로 교토에 있는 라이카 갤러리에서다.

교토의 전통적 건물에 있는 라이카 갤러리는 1층은 제품 갤러리, 2층은 간이 순회 사진전을 여는 작품 갤러리가 있다. 처음에 들어갔을 때 수트를 차려입은 중년의 아저씨가 깍듯이 맞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름 명품샵에 온 기분이 났다. 라이카도 이 방면에서는 명품이니까. 안에서 다양한 라이카 카메라들을 돌아보고 있는데 옆에서 샘플 한 대를 들고 직원과 대화를 나누는 노부부가 보였다. 우리 일행은 모두 “사려나보다… 부럽다…”라고 중얼거리며 지나갔는데, 웬걸. 앞에는 떡하니 시연해볼 수 있는 샘플이 있었던 것이다. 예전에 한 번 가본 적이 있는 같이 갔던 아저씨 말로는 원래 라이카 갤러리에서는 카메라 시연을 못 하게 했었단다. 신기하게도, 이 시연품에는 어떠한 보안장치가 되어 있지 않았다. 최대한 고객의 편의를 배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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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의 미러리스 T와 레인지파인더 M. (왼쪽부터)

나는 이 중 가장 비싼 것으로 아는 라이카 M을 들었다. M은 어떻게 보면 라이카를 정의한 플래그십 레인지파인더. 물론 지금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디지털로 갈아탔지만, 딱 드는 순간부터 요즘 카메라에서 찾기 힘든 옛스러움이 남아 있었다. 일단 크기에 비하면 상당히 묵직한 편이었다. 내 a7보다도 약간 더 무거웠다. 아마 이는 바디 전체가 금속으로 만들어서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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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뷰를 지원하는 라이카 M의 상당히 큰 3인치 후면 LCD. 그러나 다른 버튼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다른 카메라들과 달리 상당히 심플하다.
(DigitalRev TV 캡쳐)

이번 M 모델부터는 라이브뷰가 지원되는데 (어떻게 보면 DSLR보다도 상당히 늦었다) 나는 라이카의 느낌이 어떤 지 보려고 일부러 뷰파인더로 사진을 찍어보았다. M의 뷰파인더는 가운데가 스플릿 스크린과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어 이를 이용해 초점을 잡는다. (레인지파인더의 특성상 수동초점만 잡을 수 있다.) 익숙해지기만 하면 웬만한 AF보다도 빠르다고 하지만 조금이라도 가운데에 둔 피사체의 거리가 달라지는 순간 어긋나기 때문에 움직이는 피사체에서는 여간 쉬운 것이 아니었다. 다양한 어댑터 덕에 이종교배 면에서 인기가 많은 a7은 수동초점을 돕기 위해 피킹이라는 것을 도입하지만, (후속 제품인 a7II는 일부 수동 렌즈에 손떨림 방지까지 지원한다.) 라이카는 그런 거 없다. 뷰파인더로 보면 무조건 기계식으로 초점을 잡는다. (라이브뷰에서는 피킹을 지원한다.) 원래는 어떠한 렌즈를 장착하던 파인더의 크기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감으로 화각을 잡아야 했지만 이번 모델부터는 설정에서 초점 거리를 선택해 파인더에 프레임을 LED로 둘러준다. 어찌어찌 초점을 잡아서 반셔터를 눌러 노출을 고정하고, 한 번 더 누르면 조용하지만 확실히 있는 셔터음과 함께 사진이 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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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s / F2.8 / ISO 200 / 50mm / Leica M (Typ 240) + Summicron-M 1:2/50

이 모든 경험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은 바로 사진을 찍을 때의 그 집중력이다. 요즘 우리는 모두 사진을 별 생각 없이 찍는다. 그냥 피사체 대충 맞춰주고 반셔터를 누르면 자동으로 초점이 잡히고, 거기서 한 번 더 누르면 바로 찍힌다. (스마트폰은 카메라를 켠 순간 이미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는 이미 작년부터 a7에 어댑터로 니콘 50.4 렌즈를 물려서 촬영하다보니 수동초점에 많이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라이카 M을 들어보니 나는 전혀 익숙해지지 않은 것임을 깨달았다. 그만큼 라이카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사진 찍는 것을 8년이나 취미로 삼았다고 하는 나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라이트룸으로 옮겨서 본 결과물은 확실히 이 고생(?)을 보상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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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M3 출시 60주년 한정판 라이카 M. LCD 파인더도 빠진 주제에 가격은…(…)

라이카 M을 단 20분 정도밖에 써보지 않았지만서도, 우리 모두 왜 다른 사람들이 라이카 타령을 하는 지 알 거 같았다. 라이카를 메인 카메라로 쓰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라이카는 사용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다. 그리고 나는 그 경험에 조금씩 중독되어가고 있었다. 라이카 M을 내려놓으며 나는 자연스럽게 가격을 보았다. 85만엔. 엔저를 생각해도 뭔가 열심히 모아야할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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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s / F2.0 / ISO 200 / 50mm / Leica M (Typ 240) + Summicron-M 1:2/50
Leica M-2
1/45s / F2.0 / ISO 200 / 50mm / Leica M (Typ 240) + Summicron-M 1:2/50
Leica M-4
1/30s / F2.0 / ISO 200 / 50mm / Leica M (Typ 240) + Summicron-M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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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Column] 아마존 파이어폰: “아마존에서 제품을 더 사세요!”

사용자가 아닌, 아마존을 위한 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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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파이어폰의 파이어플라이 기능은 아마존에서의 더 많은 구매를 유도하는 지름신 소환(?) 기능이다.

이번 주에 아마존이 파이어폰을 들고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었다. 오랜 기간 동안 모두가 알고 있었던 이 스마트폰은 여느 아마존 하드웨어와 비슷하다. 바로 아마존에서의 소비를 더욱 더 쉽게 해주는 것 말이다.

기타 기능은 솔직히 여타 스마트폰과 비슷하거나, 별로 내가 봤을 땐 끌리지 않는 기능들이다. 전면 카메라 네 개로 머리를 추적해 3D UI를 만들어주는 다이내믹 퍼스펙티브? 배터리만 갉아먹지 않을까? (그리고 카메라로 얼굴을 트래킹하는 것만 다르지, 시차 효과를 주는 건 iOS 7의 구현 방식과 비슷해보인다. 거기다가 카메라도 늘 켜져 있다는데, 이거에 대한 문제는 후술하도록 하겠다.) 디자인도 프로토타입같이 생겼다. 다른 사양(스냅드래곤 800, 720p 4.7인치 화면, 2GB RAM, 1,300만화소 카메라)도 그냥 평범한 스마트폰 수준이다. 그나마 무제한 사진 클라우드 저장 기능은 좀 끌릴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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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퍼스펙티브를 개발자들이 쓸 수 있게 열어둔 것까진 좋은데, 이 폰 하나에서만 지원하려고 앱을 다시 쓰는 개발자가 과연 있을까는 좀 의문이다.

이 기기가 특화되는 건 바로 파이어 OS 3.5와 거기에 들어간 아마존 특화 기능들이다. 파이어 OS는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아마존이 마개조를 한 운영체제다. 따라서 당연히 구글 승인은 받지 않고, 아마존이 자체적으로 서비스하는 앱 스토어가 들어가고, 다른 서비스들도 전부 아마존 서비스들이 중심이 된다. 파이어 OS는 이미 킨들 파이어 등의 태블릿에 먼저 적용됐었다.

이번 파이어폰에 들어간 기능 중 신기한 것은 파이어플라이라는 기능이다. 제품이나 영화 장면 등을 촬영하면 아마존에서 제품을 찾아 보여주고, 거기서 바로 장바구니에 넣고 구매할 수도 있다고 한다. 나도 이따금씩 베스트바이에서 제품을 발견하면 아마존 앱으로 바코드를 스캔해보고 아마존이 더 싼 지 알아보는 타입이라 이 기능은 다른 플랫폼 앱에도 탑재되면 꽤 쓸만할 거 같다는 생각은 했다. (물론 아마존이 “파이어폰에만 있습니다”라고 광고하는 걸로 봐서 그럴 가능성이 적지만 말이다. 물론 그만큼 아마존에서 쓰는 돈은 더 많아지겠지만, 기능이 아예 OS에 들어간 파이어폰을 쓰는 사람들만 할까. 결국 아마존에서 더 많은 구매를 장려하게 되는 것이 이 파이어플라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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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본 모습은 꼭 프로토타입 기기같다.

사실 난 아마존의 이러한 움직임이 별로 탐탁스럽지는 않았었다. 킨들은 이북 리더의 특성상 그렇다치고, 킨들 파이어도 다양한 컨텐츠들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태블릿의 장점인데 이를 아마존의 서비스에 깊게 종속시키는 모습이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영화나 TV 프로그램도 아마존 스트리밍 서비스만 볼 수 있고.. 뭐 이런 식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차피 태블릿이었고, 게다가 가격도 많이 저렴했기 때문에 용서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파이어폰은 스마트폰이다. 내 생각에는 아마존 서비스가 스마트폰을 지원할 수 있을 정도로 크진 않았다고 본다. 아마존 서비스가 스마트폰으로 오면서 오는 가장 큰 부분이 앱 문제다. 아마존 앱 스토어는 같은 OS 기반의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비해 여전히 앱이 현저히 부족하다. 심지어 구글이 만든 안드로이드 기반의 OS인데 구글 지도도 없다. (파이어폰은 노키아의 지도 타일을 쓴다고 한다. 더 망했네…) 다른 컨텐츠 모두 아마존의 서비스만 쓸 수 있도록 강요하는 것도 태블릿보다 스마트폰에서 더 제약이 많을 게 뻔하다. 특히 아마존은 현재 진출해있는 국가가 몇 없어서 아예 못 쓰는 나라가 많다는 것도 큰 문제다. (일단 지금은 미국 AT&T 독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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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격이 대체 어딜 봐서 경쟁적인 지는 잘 모르겠다.

가격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아마존이 내세운 파이어폰의 가격은 32GB가 2년 약정에 $199. (무약정은 $649에 64GB 모델은 $100 추가다.) 같은 용량대비 아이폰 5s보다 100달러 싸고, 아이폰 5c와 같은 수준이다. 아마존은 이를 경쟁력이 있다며 내놓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스펙은 대략 비슷할 지 몰라도, 소프트웨어나 앱 카탈로그 등에서 아이폰이나 다른 안드로이드폰에 비해 한참 떨어지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소프트웨어적 경쟁력이 전혀 없다. 거기다가 아마존에게 넘겨주는 개인정보까지 생각하면 저 가격은 너무하지 않나 싶다. 최대 넥서스 5 정도의 가격이었으면 승산이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킨들 파이어가 넥서스 7 수준의 가격으로 나와서 나름 선방하는 것처럼 말이다.

거기다가 아마존같이 회원의 쇼핑 정보에 목숨을 거는 경우에는 파이어폰을 통해서 뭘 수집해갈 지 장담도 못 한다. 스마트폰은 개인 정보 수집하는 곳에 있어서는 거대한 금맥 수준이다. 특히 웹 브라우저나 파이어플라이 검색을 통해 어마어마한 개인 정보를 수집해갈 게 뻔하다. (아마존은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눈에 훤하다.) 광고만 파는 구글도 개인정보 수집을 하는 마당에 제품을 팔아햐 할 아마존은 오죽할까. 게다가 전면 카메라도 계속 켜져있는데, 이를 통해서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는 보장 또한 없다. (난 개인적으로 고객지원팀에서 화면공유와 조작을 할 수 있는 메이데이 기능도 좀 무섭다. 고객지원 직원이 이상한 마음을 먹으면 어쩌려고…)

결국 아마존 파이어폰이 제일 잘하는건 아마존에서 뭘 사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스마트폰의 간판 기능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이러한 제한 아닌 제한을 걸어둠으로서 아마존은 자신들의 활동영역을 심각하게 줄여놓았을 뿐만 아니라, (아직도 아마존이 명성과 달리 진출한 국가가 얼마 되지 않는 게 아직도 놀랍다.) 이 좁은 영역 내에서 그다지 차별성 없는 기능 덕분에 소비자들에게 별로 유혹할 거리를 주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비싸고, 아마존은 이 폰으로 열심히 개인정보를 털어가겠노라고 선언하고 있다.

최근 아마존이 하솃이라는 출판사와 한 판 붙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마존이 모종의 이유로 하솃의 책의 할인율을 깎거나 아예 없애고, 재고가 충분히 있음에도 (하솃은 아마존 쪽에 재고를 충분히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러 책 배송을 늦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이자 풍자 논객인 스티븐 콜베어가 TV에서 제프 베조스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고, 아마존에서 책을 사지 말라고 공공연하게 말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콜베어도 자신의 책을 하솃을 통해 출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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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파이어폰을 통해서 그들이 얼마나 소비자들을 얕봤는 지를 생각해봤으면 한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은 아마존이 얼마나 무서운 지 잘 보여준다. 요즘 보면 아마존은 과연 고객을 위하기는 하는가라는 의심이 계속 들게 만든다. 물론 기업이라는 곳이 기업의 이익이 중요하긴 하겠지만, 고객의 이익을 통해서 기업의 이익을 찾는 것이 최선이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옛날부터 난 아마존이 스마트폰을 만든다는 소문이 돌 때부터 걱정스럽게 바라봤는데, 파이어폰은 내 예상대로 고객의 이익보다는 아마존의 이익만을 쫓는 스마트폰이다. 사용자에게 그다지 큰 활용성을 제공하지 못하면서 뭐 떡밥이라 할만한 기능도 없고, 아마존에서 더 사도록 장려하며, 아마존에게 개인정보도 열심히 제공하는 고객을 제대로 호구로 만드는 스마트폰인 셈이다. 미안하지만 아마존, 소비자들은 그 정도로 멍청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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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DC 2014: 사용자에게는 통합을, 개발자에게는 거대한 놀이터를, 애플에게는 새로운 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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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DC 2014는 여러모로 달라진 애플을 볼 수 있는 행사였다.

모두가 바랬던 아이폰 6은 없었다. 사실, 어떠한 새로운 하드웨어도 없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만으로 애플 세계개발자회의(WWDC) 2014 기조연설은 2시간의 알찬 축제를 만들었다. 애플 이벤트를 지켜보면서 이렇게 발표되는 내용마다 흥분됐던 적도 오랜만이었다.  제목에서도 말했듯이, WWDC 2014에서의 발표 내용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통합과 개발의 개방. 거기에 애플은 회사의 새로운 미래를 살짝 보여줬다.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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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 X 요세미티와 iOS 8은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

애플이 공개한 두 개의 운영체제 OS X 요세미티와 iOS 8은 대부분 루머가 적중했다. OS X 요세미티는 iOS 7을 따라가는 새로운 디자인을 채용했고, iOS 8은 내가 쿠도블러에 전했던 대부분의 루머가 그대로 맞았다. 이렇게만 끝나면 굉장히 식상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플은 여기에 iOS-OS X간의 대대적 통합 기능을 추가했다.

애플은 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만들면서 둘의 연계를 강조해왔다. 또한,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맥과 아이폰/아이패드 간의 플랫폼 연계성을 조금씩 강화해오기도 했다. 이러한 일반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간 연계성은 애플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기도 했다.

OS X 요세미티와 iOS 8은 이 연계를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이끈다. 핸드오프 Handoff라 불리는 이 기능은 먼저 iOS – OS X 간의 작업흐름을 자연스럽게 해주는 데 일조한다. 예를 들어, 맥에서 페이지로 리포트를 쓰다가 급하게 나갈 일이 생겨서 아이패드를 챙겨 잠금 화면을 바라보면 왼쪽 아래에 페이지의 아이콘이 살짝 뜬다. 여기를 잡고 위로 올리면 바로 맥에서 하던 문서가 바로 열리면서 쓰던 리포트를 계속 쓸 수 있다. 또는, 아이폰에서 메일을 쓰다가 메일에 첨부할 파일이 맥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맥으로 가면 독 옆에 메일 아이콘이 뜬다. 이걸 클릭하면 아이폰에서 작성하고 있던 메일 초안이 맥에 떠서 맥에 있는 사진을 빠르게 첨부할 수 있다. 요세미티와 iOS 8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러한 작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앱을 열고 파일을 다시 불러와야하는 등 흐름이 끊어지는 일이 많았지만, 핸드오프는 이러한 작업흐름의 장애물을 근본적으로 없애준다.

거기에다가 OS X 요세미티를 설치한 맥은 아이폰에서 온 문자를 메시지 앱에서 볼 수 있으며, 전화도 페이스타임 앱에서 받을 수 있다. 심지어 보내는 것과 거는 것도 가능하다. 이제 2년 전 iOS 6와 OS X 마운틴 라이언 당시에 아이클라우드 계정으로 전화번호를 묶을 수 있다고 했을 때 다 이걸 위한 것이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맥을 쓰고 있을때는 아이폰을 굳이 옆에 끼고 있을 필요도 없게 된 셈이다. 물론, 아이패드를 통해서도 아이폰의 전화통화와 문자송신이 가능하다. 인스턴트 핫스팟 기능을 통해 아이폰의 핫스팟을 굳이 켜지 않더라도 맥에서 켜고 연결하고를 다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연계성은 애플이 늘 강조했던 PC와 모바일 플랫폼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직접 가지고 있는 업체의 강점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 이러한 기능들로 애플은 맥이나 아이폰 중 하나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어서 넘어오라며 손짓을 하는 것만 같다.

개발자들의 놀이터.

iOS 8의 새로운 API 덕분에 지금까지 아이폰에서는 꿈꾸기 힘들었던 앱들이 가능해진다.

WWDC는 원래 개발자 행사다. 그동안 새 아이폰 하드웨어도 나왔던 적이 있고, 여기서 발표하는 내용이 결국 소비자들에게도 직결되는 내용이라 그러한 의미가 많이 퇴색됐던 것도 사실이다. WWDC 2014는 어느 의미에서 이러한 개발자 행사라는 초심으로 돌아간 행사같았다.

일단, 예전 같았으면 개발자들이 직접 개발 문서를 보면서 알아내야할 SDK의 새로운 API를 무려 30분 넘게 할애하며 설명했다. iOS 8의 앱 스토어에 추가될 기능들(이 중 인상깊었던 것은 올해 초에 애플이 산 모바일 앱 베타 테스트 서비스인 테스트플라이트를 앱 스토어에다 바로 내장했다는 점이었다.)을 먼저 짧게 설명한 팀 쿡은 크레이그 페데리기를 불러와 “앱 스토어의 출범 이후의 최대 업데이트”라고 하는 iOS 8의 새로운 SDK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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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번 iOS 8 SDK의 주제는 ‘개방’이다. 애플은 그동안 애플의 시스템 앱만 가능했던 앱간 데이터 공유를 이제는 써드파티에도 열었다. 이 기능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작동한다.

  • 공유 시트: 이제 써드파티 앱이 공유 시트에 들어갈 수 있다. 즉, 사진 앱에서 사진을 카카오톡으로 바로 보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 사진 편집: 사진 앱에서 편집을 하고 있을 때 써드파티 앱(VSCOcam 앱 등)의 필터 효과 등을 불러올 수가 있다. 이 과정은 써드파티 앱을 여는 것이 아니라, 사진 앱 내에서 써드파티 앱의 확장 UI를 불러와 사진 앱에서 처리한다.
  • 커스텀 액션: 어느 앱에서든 시스템적으로 써드파티 앱이 할 수 있는 것이 증가한다. 예를 들어, 웹을 보다가 모르는 언어가 나오면 바로 번역을 눌러서 사파리 내에서 번역해낼 수도 있다.
  • 알림 센터 위젯: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 써드파티 키보드: iOS의 기본 키보드를 써드파티로 교체가 가능하다.
  • 문서: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에 접근할 수 있는데, 다른 앱에 있는 호환되는 파일을 불러와 수정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 외에도 터치 ID API, 포토킷, 클라우드킷, 헬스킷, 카메라 API 등 무려 4,000여개에 달하는 API를 이번 iOS 8에 추가했다. iOS 8이 작년 iOS 7의 새로운 디자인같은 기능의 대격변적 변화가 없음에도 기대되는 이유다. 개발자들에게 API를 이만큼 개방했다는 것은 결국 개발자들이 더 좋은 앱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사용자들에게 이득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게 이 바닥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참 슬프다.) 특히 iOS 8의 확장 API는 기대가 많이 되는 부분이다.

새로운 미래.

이번 WWDC 2014 발표의 진정한 슈퍼스타는 크레이그 페데리기였다.

이번 WWDC 2014에서 흥미로웠던 또다른 것은 바로 발표의 분위기였다. 이전 이벤트들보다 훨씬 화기애애하고 스티브 잡스 시절보다도 더 과감한 개그도 여럿 나왔다.

물론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바로 크레이그 페데리기가 있다. 소프트웨어 부문 수석 부사장이자 독특한 머리 스타일로 “헤어 포스 원(아내는 “헤어 포스 투”다.)”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페데리기는 이번 행사에서 네 번을 왔다갔다하며 (마지막에는 “팀이 절 똥개훈련시키는 것 같아요”라는 드립까지 칠 정도였다.) 2시간 중 1시간 17분을 혼자서 다 소화해냈다. 심지어 아이메시지 데모를 다른 사람에 맡겼을 때도 동영상 메시지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내 생각엔 동영상 메시지 개그를 하려고 뒤로 빠진 것 같긴 하다.)

페데리기의 발표 스타일은 잡스의 그것과 또 다르다. 잡스는 위에서 아래로 바라보며 발표를 한다면, 페데리기는 자신의 눈높이를 관중들의 그것으로 낮춘다. 잡스의 카리스마는 기대하기 힘들지만, 대신 관중들에게 친근함을 준다. 이는 애플이 WWDC 2014에서 회사 차원으로 보인 태도와 비슷하다. 다양한 개발자 API를 통해 개발자들에게 더 다가가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애플만큼 개발자친화적인 플랫폼 업체도 없긴 하지만, 이러한 개방적인 자세는 확실히 다른 것이다.

페데리기뿐만 아니라 보통 과묵했던 팀 쿡까지 과감한 개그를 치는 것은 애플이 뭔가 자신감을 찾은 것으로도 보여질 수 있다. 더 버지의 편집장 조슈아 토폴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In recent years — and let’s be honest, probably since just after Steve Jobs’ death in 2011 — there has been a sense of hesitation, of standoffishness, and maybe even a little bit of fear in the tone of Apple events. That tone has carried over to the company’s approach to the outside world, and has left a lot of people wondering just whether there’s been a plan at all. You could feel a palpable sense of Apple being closed off, in a huddle, trying to figure out what kind of company it wants to be (and can be) in a post-Jobs world. Because whether you agreed with his style, decisions, or philosophies, it’s impossible to deny that Jobs was the voice of Apple and the holder of the keys to the company roadmap.

최근에 — 솔직히 말하면, 2011년에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이후로 — 애플 이벤트들의 톤에는 망설임, 냉담함,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두려움이 깔려 있었다. 그러한 톤은 애플이 바깥 세상에 접근하는 방법에도 이어졌고, 많은 사람들이 정말 계획은 있는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누구나 애플이 문을 닫고 안에서 잡스 사후의 세상에서 어떤 회사가 되고 싶은지 (그리고 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보였다. 여러분이 그의 스타일이나 결정들, 그리고 철학에 동의하던 안 했던, 잡스가 애플의 목소리였고 미래 로드맵의 열쇠를 쥐고 있었던 인물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 Just listen to Tim Cook answer questions on several occasions about future plans and roadmaps — he’s hesitant, speculative. And I don’t believe it was just about secrecy and timing. It was about Apple finding its new voice, waiting to speak with that voice. And the company has a voice again.

(중략) 팀 쿡이 미래 계획과 로드맵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하는 답변들만 들어봐도 대강 감이 온다 — 망설이고, 추측을 많이 한다. 그리고 이건 비밀이나 타이밍 문제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애플은 새로운 목소리를 찾고 있었고, 그 목소리로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애플은 그 목소리를 다시 찾아냈다.

(중략)

But that new voice is also giddy, buoyant. I wouldn’t call Apple’s new stance completely “open,” but it’s an Apple that wants to get its hands a little dirtier. One that wants to build ecosystems, work on the plumbing, and lay the groundwork for partners near and far to do great things with its platforms. An Apple that wants to say “yes” to its users and developers.

새 목소리는 들뜨고, 쾌활해보인다. 애플의 새로운 자세를 완전히 “열려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애플은 확실히 직접 관여하고 싶어한다. 직접 생태계를 만들고, 직접 배관을 공사해서 자신의 플랫폼을 이용할 가깝고 먼 파트너들을 위해 기반을 확실히 다지려는 것이다. 사용자들과 개발자들에게 “예”라고 말하고 싶은 애플 말이다.

잡스 사후, 애플은 확실히 헤매고 있었다. 잡스의 사망 자체가 갑작스러운 게 없지않아 있어서 경황이 없었던 데다가, (전 해까지만 해도 새 제품 카테고리를 발표하고, 제품의 결함에 대해 기자회견을 다시 열어서 직접 대응하던 잡스였다. 심지어 세상을 떠나기 6개월 전에는 병가 상태임에도 직접 발표에 뛰어들었다.) 잡스 없는 애플은 안된다는 여론도 팽배해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애플로서, 특히 새 CEO라는 참으로 부담스러운 자리를 맡게 된 팀 쿡으로서는 어깨에 진 짐이 꽤나 무거웠을 것이다. 최소 1년은 잡스가 짜둔 로드맵대로 움직이면 된다지만, 그 다음은?

갈 길을 찾은 듯한 신호탄은 바로 작년의 iOS 7이었다. iOS 7은 확실히 잡스가 살아있었다면 욕하며 책상을 들어엎었을 디자인이었고, 논란도 많았지만, 팀 쿡이 잡스의 애플과는 확실히 선을 그으려는 의지를 보여줬다. 그러한 의지는 올해의 OS X 요세미티와 iOS 8에서도 이어진다. 잡스의 OS X-iOS 플랫폼간 통합이라는 철학은 그대로 유지시키고, 오히려 진화시키지만, 요세미티의 디자인도 잡스의 흔적을 지우려고 노력하고 있고, 무엇보다 iOS 8의 대대적 API 개방은 지나치게 폐쇄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예전과는 약간 다르다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WWDC 행사에서의 달라진 모습은 이러한 새로운 방향을 찾았다는 선언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거 아는가? 난 이렇게 달라진 애플이 더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