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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5] 잠실 롯데타워 “서울 스카이”

오랜만에 서울의 바랏두르를 올랐다.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장마가 장마다운 것 같다. 이게 무슨 펀하고 쿨하고 섹시한 소리냐고 하겠지만, 지난 몇 년 동안의 장마는 장마전선이 엄청난 무더위에 짓눌려 제대로 힘도 못 써보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오랜만에 강남 워터파크도 개장했을 정도로 제대로 비가 쏟아지는 중이다.

그런데 7월 25일에 하루 소강 상태를 보이는 날이 있었고, 그 때 회사 동료이자 아는 아저씨가 잠실 롯데타워 전망대, 일명 “서울 스카이”에 올라가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일단 처음에 그 제안을 들었을 때는 솔깃했는데, 다만 역시 날씨가 걱정되긴 했다. 서울이 서울이다보니(?) 가시거리는 늘 문제였고, 그래서 약 3년 전 여름에 혼자 올라가봤을 때는 미세먼지 때문에 완전히 망쳤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여기 입장료는 무려 27,000원이다. 물론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전망대($38)에 비하면야 껌값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전망대 중에서는 거의 탑으로 비쌀 거다. 물론, 제일 높은 곳이니까.

지금 이 글을 쓰려고 다시 뽑아보니 내 기억 속의 모습만큼 나쁘진 않았던 것 같다. 무튼…

그래서 반신반의하면서 일단 가겠다고 하고, 오랜만에 지하철을 탔다. 예전에 토요일 저녁시간대에 잠실대교를 차로 건너는 데만 50분이 걸려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정작 오고 보니 코로나 덕인지는 몰라도 한산했다.

오다가 지하철에서 찍은 빛내림.
카메라 꺼내는 속도가 늦어버려서 가로등이 떡하니 찍혀버린 건 함정.

만나기로 한 일행은 하남에서 따로 들어오는 통에 나 혼자 먼저 롯데월드몰에 들어왔는데,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사람들이 꽤 많았다. 혼자 아이패드 켜놓고 요즘 준비 중인 2년 전 여행기를 끄적이다가 연락을 받아서 서울 스카이 앞으로 가봤는데…

그래 잘 알겠다.
근데 솔직히 저거 맨날 걸어놓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조금 기다리니 일행이 도착해서 입장을 했다.

보이는 것중에 해당되는 걸 적당히 고르자.

여기서 잠깐 팁을 가르쳐주자면, 비록 서울 스카이 입장료가 살인적이긴 하지만 요즘 코로나 시국 때문인지 이런저런 할인 행사가 꽤 많았다. 여기서 적당히 골라서 들어가시면 되겠다. 총 4명이 들어갔는데 그중 둘은 삼성카드 할인으로, 다른 둘은 KT VVIP 포인트를 이용해 들어갔다. 아, 그리고 아무런 우대혜택을 쓰지 않더라도 온라인 예매가 현장구매보다 더 저렴하니까 미리 알아보고 가는 걸 추천한다.

서울 스카이는 총 7층 구조로, 이중 123층과 122층은 각각 라운지(비싼 레스토랑)와 카페로 사용되고 실제로 전망대 구실을 하는 곳은 총 4층 정도이다. 롯데타워의 구조가 위로 갈수록 면적이 좁아지는 데다가, 중앙의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에 자리를 내주느라 실제로 가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보니 층을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듯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사람이 더 많아 보이기도 한다.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하고, 우리는 처음에 목표로 했던 노을을 잡기 위해 서쪽을 바라보는 방향에 진을 쳤다.

하는 김에 각자의 아이폰으로 타임랩스도 찍고…
(저 렌즈는 각자의 아이폰을 세우기 위한 중요한 용도다. 둘 다 쌩폰이라 알아서는 못 선다)
슬슬 지기 시작한다.

위 사진에서 자세히 보면 연기가 피어나오고 있는 쪽이 보이는데, 그날 일산에 있는 폐차장에서 일어난 화재에서 나는 연기였다. 이 사진을 찍기 1시간 전에 겨우 큰불이 잡히고, 잔불이 잡히는 데까지는 4일이나 걸렸다고 한다.

해가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진 촬영에 쓰인 소니 RX1RII는 35mm 단일화각 렌즈로 4,200만 화소짜리 사진을 적당히 크롭하는 방향으로 보정했다. 그렇게 보정한 위 사진의 원본 해상도도 대략 2,047만 화소다.

사실 생각 외로 너무 화제가 돼서 아직 공개하지 않은 사진까지 묶어서 블로그에 남겨두자는 취지로 이 글을 쓰게 만든 그 사진이기도 하다. 아마 트위터를 팔로우하시는 분들이라면 보셨을 지도 모르는 사진인데, 실제로 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외로 꽤 많이 공유가 됐었다. 자랑하려는 건 아니지만 자랑인 걸로

위 사진도 보정 중에 구도를 새로 잡은 경우다. 원래는 정말 따분한(?) 구도였지만, 나중에 보정하다가 갑자기 신카이 마코토의 구도가 생각나서 일부러 틀어버렸다. 그래서 흡사 “너의 이름은.”에서 혜성이 떨어질 것만 같은 그런 구도가 됐다.

재밌는 건, 정작 난 아직도 “너의 이름은.”을 못 봤다.

해가 막 지는 순간, 구름에 그 햇빛이 반사돼서 비추기 시작한다. 
좀 다른 각도.
아이폰 11 프로로 찍은 타임랩스.
끝에 노이즈가 자글자글한건 별로 안 좋은 초광각 렌즈로 찍어서 그렇다.

해가 지고 나면, 야경을 찍어볼 차례다. 불행히도 제대로 된 삼각대가 없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타협을 보고 야경을 찍어야 했는데, 타협을 잘못해서 흔들린 사진도 꽤 많았다.

원래는 해 질때쯤 해서 바로 나오자는 게 계획이었지만, 촬영도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정작 해가 지니 사람들이 죄다 그 때 빠져나오려고 하는 바람에 실제로는 생각보다 너무 늦게 나왔다. 그렇게 뭘 먹을지를 고민한 끝에 간 곳은…

바로 고작 며칠 전에 새로 입점했다는 브루클린 버거 조인트였다. 사실 회사 근처에도 있긴 한데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정작 가보지는 못하고 있는 곳이다.

사진 촬영일: 2020년 7월 25일
촬영 장소: 서울 스카이 (롯데월드타워)
카메라: 소니 RX1RII / 애플 아이폰 11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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