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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 Jobs. (Kor)

때는 2008년 1월이었다. 고등학교에서, 내 친구 알렉스는 열심히 애플 홈페이지를 보고 있었다. 그가 보고 있었던 것은 바로 애플의 홈페이지였다. 그날은 맥월드 2008이 열린 날로, 맥북 에어가 막 발표되었던 날이다. 솔직히, 당시에 애플에 별 관심이 없었던 나는 (안다, 참 놀라운 일이지) 그날 맥월드가 열린 줄도 몰랐다. 알렉스는 직접 키노트를 보기 전까지 확인하지 않으려 했는데 결국 굴복당하고 애플 홈페이지를 확인했던 것이다. 결국 그날 밤, 나도 궁금증이 생겨 애플 홈페이지에 접속을 했다. 참 느린 인터넷에서 상당한 인내심을 가지고 봤던 기억이 남아있다. 이때서야 나는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에 대해서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그전부터 잡스를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거의 이름만 알았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부터 잡스와, 잡스가 만든 애플이라는 곳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던 게 아닐까 싶다. 결국, 그 해 노트북 등의 내 가젯들은 거의 모두 애플제로 바뀌어있었다. (그 때 산 첫 맥이 아직도 쓰고 있는 2008년형 맥북 프로다)

스티브 잡스는 다른 IT 업체의 거물들과 확실히 다른 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엘리트 집안에서 태어나 명문대를 졸업하고 정석적으로 코스를 밟아온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는 입양아였고 대학은 중퇴했으며 심지어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다. 숱한 실패와 고난을 겪은 인물이었던 셈.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그가 만든 제품들은 하나같이 많은 사람들의 상상에서 벗어난 제품들이었다. 특히 최근의 아이폰이 그랬고, 아이패드가 그랬다. 이들 제품은 대표적으로 루머내용에서 가장 많이 벗어난 제품들이었다. 전문가들은 늘 그 제품들이 왜 성공하지 못할 것인지에 대해 열심히 떠들어댔지만, 결국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는 발매 당시에 끽해야 한해동안 3~4백만대밖에 팔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결론적으로 출시 1년이 되기도 전에 1,500만대를 팔아치웠다)

물론, 이런 성공들에는 잡스의 현 제품들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아무도 생각해내지 않은 방법으로 돌파해낼 수 있는 창의성도 한몫했지만, 그와 함께 ‘간단함’이라는 무기를 내세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다 한들, 사용법이 복잡하다면 별 소용이 없는 셈이니까. 잡스가 창조해낸 애플의 제품들은 모두 사용법이 ‘이게 정녕 진보된 IT 제품인가’라는 의문을 던지게 할 정도로 간단했다. 1살짜리 아기가 곧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잘 쓰더라는 동영상은 꽤 유명하다. 그덕에 스마트폰이 육아에 문제가 되네 마네라는 논란도 끊이지 않는 건 덤이다. 아이패드가 최근 교과서를 출시한 아이북스 2와 더불어 새로운 교과서 플랫폼으로 각광받게 되는 것도 이 맥락에서가 아닐까.

이러한 간단함은 잡스의 사용자 경험, 즉 UX에 엄청난 집착(?)을 하기 때문이었다. 잡스는 당시의 최신 기술이 있더라도 UX에 해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과감히 포기했다. 이 일관된 UX를 위해 폐쇄적 시스템을 채용한 점은 아직도 오픈 소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루가 되도록 까이고 있다. 하지만, 오픈 소스를 채용한 안드로이드의 UX는… 망했어요 그만큼 UX 면에서는 맥이나 아이폰, 아이패드를 따라올 것이 없었다. 심지어 생각대로 하면 되는 게 애플의 UI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그렇게 잡스는 1997년 애플의 CEO로 금의환향한 이후 15년 좀 안되는 기간동안 애플을 파산직전의 절망상태에서 세계에서 현금 보유고가 가장 많은, 세계에 가장 영향력이 많은 기업 중 하나로 발전시켰다. 애플, 아니 잡스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경쟁제품을 쓴다 할지라도, 결국은 그 제품도 잡스가 만든 제품의 영향을 받았다는 아이러니를 생각해봐도 잡스가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었는 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가 죽기 전 짜놓은 계획들과 그의 영향을 받은 현 애플의 윗분들 덕에 잡스의 입김은 당분간은 유지될 것 같다.

잡스의 숱한 인간적 문제점들은 뒤로 하고, 나는 잡스를 그의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어버린 아이디어들로 기억하고 싶다. 그의 아이디어들은 지금 우리가 쓰는 제품들의 모태가 되었고, 그리고 그 아이디어들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새로운 변화를 주고 있다. 그는 이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아이디어들 만큼은 계속해서 남을 것이고, 계속해서 우리를 놀라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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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글] 안드로이드의 멀티터치 이야기가 점점 모호해지다.

* 이 글은 전 Engadget 편집자 Nilay Patel의 글 “The Android multitouch story gets even murkier”을 옮겨왔음을 밝힌다.

* For English Readers: This is a direct translation of the article “The Android multitouch story gets even murkier” by Nilay Patel, former managing editor of Engadget. You can just read it there.

스티븐 레비의 구글에 관한 책 인 더 플렉스 In the Plex에 대해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는데, 특히 이중 스티브 잡스에 관한 내용이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현 구글 CEO – 역주)와 세르게이 브린이 잡스가 첫 CEO가 되길 바랬고, 잡스 또한 두 창업자의 스승이 되어줬다가 안드로이드에 핀칭 확대가 들어간 순간 모든게 뒤바뀌었다는 내용 말이다. 이 신랄함은 하도 심해서 애플이 아이패드를 개발하고 있었을 때 잡스가 이 당시 애플 이사였던 에릭 슈미트에게 비밀로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물론, 그 이후에 슈미트는 이사회직을 그만두었지만 말이다.) 모두 굉장히 대단한 이야기고, 요즘 화제가 되는 iOS 대 안드로이드 이야기에 꽤 잘 들어맞는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닌거 같다 — 뭔가 언론적 융합이 일어나고 있는 기분이 든다. 먼저, 안드로이드는 2008년 10월에 G1을 어떠한 핀칭 확대를 탑재하지 않은 채로 시판했다. 이는 애플이 특허침해소송을 할 거라고 압박해왔기 때문이라는 루머가 돌았지만, 내가 알기로는 애플은 2010년 10월까지 어떠한 핀칭 확대 관련 특허도 없었다. 1년이 조금 넘어서 나온 안드로이드 2.0을 탑재한 드로이드는 시스템 단계에서 멀티터치를 지원하였으나 앱 단계에서 핀칭 확대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여러 번의 해킹과 이 몸이 쓴 아주 재미있는 특허 관련 사설을 생산해냈다. (닐라이 파텔은 엔가젯 에디터이기 전에 저작권 변호사였으며, 엔가젯에서 여러 개의 법 관련 포스트를 썼다. – 역주)

물론, 상황은 그닥 많이 변하지 않았다: 2010년 1월에 출시한 넥서스 원 역시 핀칭 확대가 켜지지 않은 상태로 나왔고, 앤디 루빈은 기능을 탑재하는 것을 “고려”해보겠으나 한 손으로 쓰는 것을 선호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동안 모토로라나 HTC 등은 이 기능을 따로 넣고는 이를 차별화된 기능이라고 광고하기도 했다 — 산제이 자(모토로라 CEO – 역주)는 심지어 “대부분의” 모토로라 기기들이 이 기능을 가질 것이라는 시대를 생각해보면 상당히 질 떨어지는 말을 하곤 했다. (그럼 화면이나 배터리도 가지고 있겠지?)

구글은 결국 2010년 2월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넥서스 원에 핀칭 확대 기능을 넣었고, 이러한 소동은 결국 막을 내렸다 — 물론, 모두가 서로를 상대로 특해침해소송을 하고는 있지만, 현재 판매되는 모든 새로운 안드로이드 폰은 핀칭 확대가 적용되어 있고, 결국은 이것이 소비자들이 상관하는 유일한 것이다. 터치스크린 기기로서는 내기에 거는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2007년에 아이폰이 소개되는 순간부터 그랬다.

저 역사 수업을 뒤로 하고, 내가 알고 싶은것은 이거다:

  • 스티브 잡스가 처음 본 첫 안드로이드 빌드에 멀티터치 프레임워크와 핀칭 확대 기능이 있었는가? 레비에 의하면, 답은 그렇다.
  • 만약 안드로이드 1.0이 멀티터치 프레임워크와 핀칭 확대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면, 잡스가 그걸 봐서 화를 낸 이후로 기능을 제외시킨걸까? 레비에 따르면 그렇게 일이 흘러갔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안드로이드 내에 있는 프레임워크를 들어내는것은 좀 무리수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 애플이 실제로 핀칭 확대에 대한 특허 소송을 압박했을까? 그랬다면, 애플이 걸고 넘어지는 특허는 과연 포괄적 멀티터치에 관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핀칭 확대만 가지고였을까?
  • 미국에서 판매한 안드로이드 기기들이 2010년 2월가지 핀칭 확대 기능이 없었던 것이 특허 문제 때문이었을까?
  • 안드로이드 2.0을 개발할 당시에 일어난 일은 무엇이기에 멀티터치 프레임워크를 내장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을까?
  • 비슷한 맥락에서, 2010년 2월에 구글이 이제 핀칭 확대 기능을 넣자라는 결정은 내린 배경은 무엇일까? 앤디 루빈이 갑자기 두 손으로 폰을 조작하는게 쿨하다고 느낀 걸까, 아니면 뭔가 법적 이유가 있었던 걸까?

이 질문들에서 보시다시피, 이 이야기에는 아직 미궁에 싸인 것이 상당히 많고, 스티브 잡스가 구글을 방문할 때 안드로이드에 핀칭 확대 기능이 들어간 걸 보고 단순히 에릭 슈미트에게 화난 것보다 더 복잡한 문제같아 보인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우리가 알게될 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충분히 흥미롭다 — 그리고 스티븐 레비가 이 이야기의 풀 버전을 이 책에 넣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굉장히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