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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5 미니 리뷰

Retina-Ready: 이 포스트는 아이패드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최적화된 포스트입니다.

아이폰이 세상에 나온 지도 벌서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폰은 세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전세계적으로 스마트폰 붐을 일으킨 것도, 온라인 앱 장터라는 개념을 정착시킨 것도 아이폰이었다. 지금이야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스마트폰들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폰은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제품임은 틀림없다.

아이폰 출시 5주년을 맞아 아이폰 5가 출시되었다. 미국에는 9월말에 출시되었지만, 다양한 사정으로 12월이 되어서야 한국 땅을 밟은 것이다. LTE의 도래로 가뜩이나 춘추전국 시대가 된 상황에서 다시금 출사표를 던진 아이폰 5를 써보았다.

아이폰 5를 처음 볼 때 오는 느낌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외관은 아이폰 4 시리즈(4/4S, 이하 아이폰 4)와 유사하다. 특히, 앞이나 옆면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다른 게 없다’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이폰 5를 쥐는 순간 제일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바로 무게다. 아이폰 5의 무게는 112g으로 137g이었던 아이폰 4S에 비해 25g 가까이 다이어트에 성공했고, 두께도 7.6mm로 1.7mm 정도 얇아졌다. 그러다보니 면적상으로만 보면 더 큰데 훨씬 더 가벼운 아이폰 5를 들면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이는 애플이 아이폰 5를 설계하면서 내부 설계를 완전히 다시 했다는 데 이유가 있다. 외관은 비슷하지만, 내부는 완전히 바뀐 것이다.

뒷면에는 잘 깨지는 유리판 대신 안테나띠와 연결된 유니바디 알루미늄 뒷판을 중심으로 위아래에 통신관련 부품을 위해 세라믹 유리판으로 덧댄 샌드위치 구조를 택했다. 이 두 유리판 중 하나의 높이를 뺀 높이를 보면 아이폰 4와 상당히 비슷해진다. 전면 유리와 뒷판은 아이폰 4처럼 띠에 추가적으로 알루미늄 뒷판이 더해진 구조를 중심으로 붙어있는데, 이 연결부분을 눈으로 보는 건 불가능하고, 다이아몬드로 깎아내 빛나는 모서리는 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무엇보다 아이폰 5가 놀라운 것은 실제로 손에 쥐었을 때다. 보통 가벼운 스마트폰들(특히 갤럭시 시리즈)같은 경우, 뭔가 허전한 느낌과 함께, 플라스틱의 느낌이 강하다. 뭐, 실제로 플라스틱으로 만들었으니까. 그러나 알루미늄과 유리로 만들어진 아이폰 5는 이 무게에도 뭔가 단단한 느낌이 난다. 심지어 아이폰 4보다 가벼우면서도 훨씬 패키지의 밀도가 높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낙하 테스트에서 경쟁 스마트폰들에 비해 완파될 가능성이 더 적은 것으로 판별되기도 했다. 다만, 모서리와 알루미늄 뒷판 등이 흠집 등에 상당히 약한 것은 아쉽다. 특히 막 구매한 제품에도 흠집이 나 있는 경우가 있어 품질관리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을 정도다.

단자 구조는 아이폰 4와 비슷하지만, 이어폰 단자가 기기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는 개인적으로 옛날부터 바라온 것인데, 이어폰 단자가 아래에 있으면 주머니에서 꺼낼 때 손으로 잡고 있기가 더 편하기 때문이다. 이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꽤 계시는 것 같으니 이건 개인차인 듯하다. 또한 2001년의 아이팟으로부터 11년을 써온 30핀 포트를 버리고 새로운 라이트닝 포트를 채택했다. 21세기형 포트라고 애플이 설명한 라이트닝은 신호가 완전히 디지털화되었고, 단자 자체가 앞뒤가 따로 없어 어느 쪽으로던 꽂을 수 있다. (어두운 곳에서 더듬어서 앞뒤를 찾아야 했던 다른 포트들을 생각하면 이것이 얼마나 편한 것인지 이해하게 된다) 아이폰 5는 USB 2.0에 머물렀지만, 차후에 USB 3.0이나 어쩌면 맥에서 열심히 미는 썬더볼트가 지원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포트 면적이 너무 작아 도킹 액세서리 등에서 추가적 지지구조 없이 라이트닝 단자 자체만으로 버틸 수 있을 지가 약간 걱정스럽고, 무엇보다 현재 라이트닝을 지원하는 액세서리가 거의 없다는 것 또한 문제다. 하지만 애플이 이미 4세대 아이패드나 아이패드 미니, 아이팟 터치, 나노 등 신제품에 공격적으로 라이트닝을 채용하는 추세를 볼 때 잘하면 올해 내로 해결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아이폰 5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역시 화면이다. 5년을 지켜온 3:2 비율의 3.5인치 화면에서 16:9의 4인치로 크기를 키웠다. 결론적으로, 위아래로 크기를 키웠다. 가로 길이는 기존 아이폰과 똑같이 둠으로서 한 손 조작이 용이하도록 했다. 실제로 만져본 결과, 아이폰 5의 광고 영상에 쓰이는 것처럼 한 손으로 키보드를 치는 것은 아이폰 4만큼이나 쉬웠다. 위쪽에 닿는 것도 손의 위치를 조금 다르게 해야 했지만, 가능했다. (기본적으로 아이폰 5는 무의식적으로 아이폰 4에 비해 손의 위치를 약간 위로 잡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같다) 높이가 증가하다보니 한 번에 표시하는 컨텐츠가 많아진 점은 환영할 만하다. 웹이나 이북 등 읽는 컨텐츠에서 한 번에 표시하고 읽을 수 있는 양이 많다는 점에서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게임에서도 더 많은 정보나 시야를 볼 수 있고, 특히 대부분의 16:9의 와이드스크린이 많은 동영상을 볼 때 위아래 레터박스가 빠진 꽉 채운 화면을 볼 수 있다.

더 커진 것을 빼더라도 아이폰 5의 화면은 4의 그것에 비해 많이 향상되었다. 특히, 터치 센서가 있는 막과 화면 패널을 합친 인셀 디스플레이 기술 덕에 화면 부품의 두께도 얇아지고, 무엇보다 화면의 채도가 44%나 증가했다. 이로 인해 색재현율 100%에 가까운 발색을 보인다. 거기에 밝기도 기존 아이폰의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비해 훨씬 밝아졌다. (실제 위 사진의 비교를 할 때 밝기를 둘 다 중간 정도로 맞춰놓고 비교했다)

아이폰 5는 4S가 쓰던 800만화소짜리 카메라 센서와 광학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거기에, 카메라의 렌즈 커버를 흠집에 훨씬 강한 사파이어 크리스탈로 만들었다고 한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카메라를 테스트해보지는 못했지만, 다른 분들이 정말 좋다고 하니, 그냥 믿어보도록 하겠다.

아이폰 5의 심장이자 두뇌인 A6 프로세서는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보통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프로세서는 ARM사가 고안한 디자인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지기 마련인데(테그라, 스냅드래곤, 엑시노스, 그리고 지금까지의 애플 프로세서들이 다 그 경우다), A6는 애플이 직접 커스텀 설계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프로세서다. 1세대 아이폰이 개발되던 시점부터 시작된 개발과정이라 하는데, 이는 그 결실을 제대로 본다: 아이폰 5는 정말 빠르다. 어떠한 걸 던져도 빠릿빠릿하게 돌아간다. 물론 대부분의 새 아이폰이 그러기는 하나, 아이폰 5는 그 수준이 다르다. 직접 디자인을 고안했으니 iOS에도 훨씬 최적화가 잘 되어있는 듯한 기분이 들며, 듀얼 코어라고는 하나 웬만한 쿼드 코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보다도 빠릿한 속도를 보인다.

이러한 프로세서의 최적화가 중요한 것은, 아이폰 5가 LTE를 지원하는 것도 이유가 크다. LTE를 지원하게 되면 아무래도 배터리 소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험담에 따르면, 아이폰 5의 배터리 소모량은 4S 수준이라고 하는데, LTE를 생각하면 이정도는 용납할 만한 수준이다. LTE가 무지 빠른 것은 덤이다. (그런데 여전히 셀룰러 데이터이기 때문에 동영상 스트리밍 등에서 저화질로 나오는 것은 좀 안습이다)

이렇게 발전한 모습이 많은 아이폰 5지만, 애플의 강점이라고 생각되는 소프트웨어, 즉 iOS의 모습은 지지부진 그 자체다. 특히 애플 지도 사건은 여러 매체에서 “2012년 최악의 정보기술 제품” 상을 잇따라 타면서 애플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이로 인해 애플에서 해고된 전 iOS 수석 부사장 스콧 포스털에게는 더 큰 상처를 안겼지) 그 외에도 나날이 계속 발전하는 안드로이드에 비해, iOS의 발전 정도는 거의 아기 걸음마 수준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iOS를 담당할 사람도 바뀐만큼 (이제는 디자인 부문은 조니 아이브 경이, 소프트웨어 쪽은 OS X 팀에서 맡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음 버전부터는 뭔가 더 많은 발전을 기대해본다.

하지만, 하드웨어면에서 봤을 때, 아이폰 5를 따라올 경쟁 제품은 없는 것같다. 물론,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 화면 크기는 작고, 배터리 용량도 작으며, 여전히 내장형에, DMB도 없다. (뭐, DMB는 기대도 하지 않는게 좋겠지만) 그러나 아이폰 5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애플의 설계와 제조 기술은 다른 경쟁업체에서는 감히 따라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심지어 아이폰 등의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팍스콘은 아이폰 5가 지금까지 만든 제품 중 가장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디자인이나 하드웨어적 성능이나 아이폰 5는 시대를 뒤쳐진다고 볼 수 없다. 어떤 면에서는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을 여전히 선도하고 있다는 기분도 든다.

어느 블로거는 BMW M3같은 스마트폰이 있어야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크기로 승부하는 것이 아닌, 그 자체의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최고의 성능으로 승부하는 그런 스마트폰. 아이폰 5가 바로 그런 스마트폰이다.

Score: 9.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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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노트 II 미니 리뷰

Retina-Ready: 이 포스트는 아이패드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최적화된 포스트입니다. 미니 리뷰는 특수한 사정으로 인해 오래 써보지 못하는 제품들을 다양한 기회를 통해 최대한 오랫동안 써보려고 ‘노력’하고 쓰는 글들이다. 그냥 핸즈 온보다는 좀 더 깊고, 풀 리뷰보다는 조금 덜한 글인 셈이다.

 갤럭시 노트는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마트폰은 아니었다. 화면은 지나치게 커서 내 손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특히 LTE 지원 때문에 스냅드래곤 칩셋으로 바꿔야했던 국내판은 S펜을 돌리기에는 힘에 부쳤다. 그러나 노트는 정말로 큰 인기를 끌었다. 대화면 스마트폰의 수요가 있었고, (난 개인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만) 삼성이 이를 제대로 간파해낸 것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1년이면 IT 강산에는 정말 많은 일이 벌어질만한 시간이다. 5인치대 대형 스마트폰 시장에도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LG에서는 옵티머스 뷰, 팬텍에서는 베가 S5 등의 아류작들이 롣아지면서 노트의 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하였다. 그에 대항해 내놓은 갤럭시 노트 II는 어떨까?

 일단 전체적인 디자인을 봤을 적에는 노트 II는 기존 노트에 갤럭시 S III의 디자인 언어를 섞은 느낌이다. 여전히 납작하지만 좀 더 동그란 홈 버튼, 은색 색상의 헤어라인 공법 등은 S III와 많이 닮아있다. 하지만, 전체적 모양새는 노트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왔다.

 내가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 화면은 오히려 더 커졌다. 5.3인치에서 5.5인치로, 약 0.2인치 늘어났다. 완벽한 16:9 비율을 맞추기 위해 해상도는 800×1280 대신 720×1280으로 오히려 줄었다. 다만, 그 격차가 작아서 차이가 잘 보이지는 않는다. 화면은 갤럭시 스마트폰답게 슈퍼 AMOLED HD다. 여전히 채도가 상당히 강한 화면이 나를 맞이했으나, 옛날보다는 최적화를 조금이나마 거친 듯했다. 역시 화면이 크다보니 유튜브에서 007 스카이폴의 예고편 등을 재생할 때는 시원시원했다. 워낙 크다보니 모바일 뷰로 웹을 보는 것이 어색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PC 버전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너무 작다)

화면은 커졌지만 그립감은 더 나아졌다는 삼성의 이야기가 있었는데, 여전히 거대한 크기로 인해 뚜렷한 차이를 느끼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노트 때처럼 들고다니다가 누가 툭 치면 떨어뜨릴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이것이 노트 II의 디자인 변경으로 인해서인 것인지, 그간 큰 스마트폰들에 손이 익은 건지는 (개인 휴대폰으로 아이폰 4를 쓰는 마당에) 잘 모르겠다. 또한 한 손으로 충분히 쓸 수 있다는 아이폰 5나 다른 경쟁 스마트폰을 의식해서인지 한손 모드라는 것을 넣었는데, 결론적으로 키보드 등의 크기를 줄인 다음 한쪽으로 몰아서 치기 쉽게 할 수 있는 모드다. 그러나 이런 삼성의 노력에도 노트 II는 여전히 두 손으로 쓰는 게 훨씬 더 편한 스마트폰인 것만은 확실하다. 한 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 조작하거나, 두 손으로 안정적으로 잡은 채로 타이핑하는 것이 더 편하다. 소프트웨어적으로 신경은 썼다지만, 여전히 아래의 터치 버튼은 한 손으로 잡은 채로 반대쪽 손으로 가는 게 가능은 하더라도 스트레칭 운동을 하는 기분이다. 작은 손을 가지신 분들이 만약 “한 손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들이 많이 추가되었으니 이제 노트 II를 사도 될까요?”라고 묻는다면 극구 말리고 싶다. 그리고 어차피 4.8인치의 S III도 충분히 크지 않은가. (솔직히 메인스트림 스마트폰치고는 S III도 너무 크다는 생각도 든다)

노트 II 소프트웨어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S펜이다. 젤리 빈(4.1)을 돌리는 노트 II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S펜 관련 앱과 소프트웨어 기능을 탑재했다. 많아서 셀 수도 없을 지경이다. S펜을 뽑으면 바로 간이 노트 앱이 뜨는 팝업 노트, S펜을 동영상에 완전히 대지 않고 살짝 띄우는 것만으로 프리뷰를 띄우거나, 구간 이동 시 그 구간의 영상을 미리 보여주는 에어 뷰 기능, S펜으로 미리 지정한 모양을 그리면 그 모양에 할당된 기능을 띄우는 퀵 커맨드 기능 등이 모두 S펜을 이용한 기능들이다. S펜의 반응속도도 쿼드 코어 엑시노스를 써서인지 노트 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보인다. 삼성이 말하는 스마트폰의 마우스가 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끊김도 적어지고 디지타이저가 실제로 동작을 인식하고 따라오는 속도도 많이 빨라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S펜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 역서 갤럭시 노트 II의 가장 큰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대단한 기술이고, 이를 해낸 것은 칭찬받아야 마땅하지만, 삼성이 그렇게 개발과 홍보에 열을 올리는 만큼 S펜을 많이 쓰는 사람들은 그닥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여기에는 S펜으로 할 것이 없다는 문제도 상황을 돕지는 않는다. 물론 노트 II에서 S펜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늘렸다고는 하나, 그게 굳이 S펜을 유용하게 만드는 기능이냐고 되묻는다면, “글쎄…”라는 대답밖에 나올 수 없다. ‘저걸 굳이 하기 위해 내가 S펜을 꺼내들어서 화면에 써야 하는가’라는 약간 존재론적(?) 문제랄까. (내가 굳이 특정 기능을 실행시키기 위해 S펜을 꺼내서 해당 기능으로 들어갈 기호를 그리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그냥 바탕 화면에 바로가기를 만들어놓고 탭하면 되는데) 게다가 S펜은 스마트폰같이 좀 더 사무적인 일을 하는 기기에는 어울리지도 않는다. 솔직히 스마트폰으로 Creative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싶기도 하다. 대부분 SNS를 하거나, 웹을 보거나, (제한적으로) 일하거나… 거기에 써드파티 지원 이야기는 꺼내기만 해도 안구에 쓰나미가 몰려온다. 안드로이드 표준 기술이 아니다보니 개발자 입장에서는 지원할 이유를 못 찾겠고 (S펜을 가지고 있는 기기가 아무리 많이 팔렸다 한들 노트와 노트 II 단 두 모델인데 이 두 모델때문에 기능을 추가한다고 하기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안드로이드 표준으로 몰아간다 한들 노트의 차별점이 사라지니 이러한 딜레마가 또 있을까.

갤럭시 노트 II가 잘 만든 스마트폰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확실히 첫 번째 노트에 비하면 상당한 진화다. 성공할 것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노트 II의 예상되는 성공은 좀 씁쓸해 보인다. S펜은 확실히 다른 경쟁 5인치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장점인 기능이지만, 이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이 문제의 근원 자체도 상당히 복잡한 문제다. 만약 노트 II가 잘 팔린다면 그건 아마 더 큰 화면과 삼성 갤럭시라는 브랜드 밸류 때문이지, S펜 때문은 아닐거다. (이건 노트 때도 그러했다) 차라니 S펜을 빼버리고 노트란 이름 대신에 갤럭시 S III 빅 뭐 이런거(…)로 가격 낮춰서 판매했으면 더 잘 팔리지 않았을까. (노트 II의 출시 출고가는 무려 109만원이다) S펜을 빼버리면 결국 S III에서 화면 크기 더 키운 것밖에 되는 게 없다. 결론적으로 갤럭시 노트 II는 삼성에서 나름 혁신적인 기술이 나왔음에도 묻히는 것과, 그렇게 열심히 기술을 개발해놓고 제대로 활용조차 못하는 삼성이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아, 그리고… 이건 객관적이지 않은 개인적 의견이지만, 내가 만약 안드로이드를 지금처럼 싫어하지 않았더라면 노트 II보다는 S III를 살 것 같다. 그냥 개인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Score: 8.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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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도 칼럼] 아이폰 5: 멋진 제품과 혁신 사이의 괴리감

아이폰 5 (출처: Apple)

이쯤되면 예상이 될 법도 하다. 아이폰 5가 12일 발표되고 나서, 언론들은 “혁신이 사라졌다”고 연신 기사들을 날리고 있다. 최근 애플 이벤트 이후의 기사들을 보면 진짜 오랫동안 그 말만 한 것 같다. 당장 최근 1년만 생각해봐도 아이폰 4S때도, 3세대 아이패드 때도, 그리고 WWDC 때도 그랬다. (아니 그럼 레티나 맥북 프로는 무엇인가) 그리고 이는 우연찮게도 잡스가 암으로 사망한 직후라 “잡스가 없어서”라는 고인드립 아닌 고인드립도 성행했다.

하지만 아이폰 5 자체는 어떨까? 외신들의 평가를 보면, 정말 좋은 제품같다. 화면도 커졌고, LTE도 되며, A6 프로세서로 기존 4S대비 2배의 속도 향상을 이루었다. (그럼 내 4랑은 네 배 차이인가…) 무엇보다 결론적으로 그간 아이폰이 경쟁자들에게서 (객관적인 기능 세트에서) 없다고 하는 기능은 나름 넣었다.

많은 사람들이 제기하는 것이 여기서 나오는 거 같다: 아이폰 5는 경쟁 제품의 기능을 따라잡은 것뿐이고, 혁신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정말 나쁜 것일까? 지금이야 삼성과의 소송전 이후의 나쁜 여론(이 있다면) 때문에 이 문제가 부각(?)되어 보이지만, 사실 애플이 따라한 것은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고객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라 할 수도 있다. 물론, 애플 자신의 고집으로 절대로 허용못한다(착탈식 배터리라던가, 5인치대 화면이라던가)고 생각하는 것은 여전히 수용하지 않았지만, 만약에 그것이 대세라면 아무리 애플이라도 따라가야하지 않겠는가.

엄밀히 말하면, 맞다: 아이폰 5에 혁신은 없었다. 디자인 자체도 4/4S에서 좀 더 완성시킨 디자인일 뿐,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이 아닌 것은 맞다. LTE도 다른 안드로이드폰에 비하면 늦게 추가됐고(전세계적으로 LTE를 맞추기 위해 애플은 모델을 세 가지로 나눠야 했다), 화면도 여전히 다른 스마트폰에 비하면 작은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4인치가 딱 알맞다고 생각하지만 갤럭시 노트의 5인치대를 선호하는 분도 있으니…)

그러나 겨우 혁신의 정도로 제품을 평가하는 게 옳은 걸까? 아이폰은 출시 5년만에 애플의 전체 수익의 반을 차지하는 애플의 최대 사업 중 하나가 되었다. 애플의 최근 수직 상승은 아이폰 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2007년 아이폰 발표 당시 80달러대의 애플 주식이 지금은 682달러다. 단 5년 사이에) 혁신의 나쁜 의미는 바로 위험 부담이다. 기존의 플레이북에서 뭔가 많이 바꾸면 그만큼 위험 부담이 크다. 혁신을 이루어낸다 한들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물론, 나중에는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당장에는 엄청난 쪽박이 될 수도 있다. 스티브 잡스가 처음에 애플에서 쫓겨나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1984년의 첫 매킨토시도 그러했다. 아무리 혁신의 기업인 애플이라지만 언론과 여론에게 혁신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아이폰을 들어엎기에는 상당히 늦은 시기가 됐다. (그나저나, 혁신의 기준을 높인 것은 결국 애플 자신인 건 사실인 듯하다) 이제 아이폰은 안정기로 접어들었고, 애플도 이를 알기에 당장 극적으로 기기 디자인을 변경할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할 것이다. 그리고 잡스의 부재로 이 꼴이라 하시는 분들은 3GS 이후의 아이폰을 생각해보시라. 다 아이폰 5 수준의 덜하면 덜했던 변화점들을 보였다. 그리고 애플은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소개할 때 혁신을 해내지만, 보통 그 이후 제품은 약간의 보수적 성향을 유지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애플의 혁신의 부족은 전반적 산업 자체의 분위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와이어드의 맷 호넌은 “아이폰 5는 엄청나게 놀라운 동시에 엄청나게 지겹다”라는 글에서 이런 말을 한다:

큰 관점에서 보면, 애플의 디자인적 피로는 애플의 경쟁사들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 모두가 애플을 베끼려 들고 있다. (중략) 삼성의 거의 모든 폰과 태블릿, 그리고 HTC의 많은 모델도 상당히, 어, 비슷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중략) 그리고 이것도 있다: 그냥 스마트폰 자체가 지겨워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미래를 보았지만, 증강현실 안경이라던가 손목시계라던가 다 다른 기기들이다.

그렇다. 우리나라에서만 벌써 인구 반 이상이 스마트폰을 쓴다. 얫날 피쳐폰이 그랬던 것처럼, 스마트폰은 필수품이 되었다. 보통 필수품이 되면 지겨워질 수밖에 없다. 그건 IT 산업의 섭리이다. 거기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모든 혁신을 애플이 해내기를 기대하는 기괴한 여론도 이러한 사태에 한몫하는 듯하다. 하다못해 삼성은 뭐 혁신하면 안되고, 계속 애플을 베껴야 한다는 의미인 것인가? (내가 싫어하긴 하지만, 갤럭시 노트는 삼성이 한 것치고는 혁신이라 생각한다. 다만 당시 이를 실행한 방법이 좀 많이 안습이었을 뿐이지)

혁신이 아니더라도 아이폰 5는 여전히 애플의 여전한 디테일을 볼 수 있는 스마트폰이다. 처음부터 완전히 재설계했다는 내부와, 45도 다이아몬드 세공으로 반짝이는 느낌을 더한 알루미늄 림, 뒷면의 투톤 디자인(특히 블랙 & 슬레이트는 정말…), A6 프로세서, 더 진화한 카메라 시스템까지. 혁신이 없더라도 아이폰 5는 이미 최고의 스마트폰이라고 하는 외신도 많고, 나도 동의한다. (이건 굳이 내가 맥, 아이폰, 아이패드의 삼위일체를 이룬 사람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결론은 이거다: 아이폰 5는 멋진 스마트폰이다. 내가 현재 이 상황만 아니었어도 바로 샀을 것이다. 그리고 멋진 제품을 만드는 데 무조건 혁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혁신이 없어도, 이미 아이폰 5는 최고의 스마트폰 중 하나다. 혁신이 없더라도, 아이폰 5는 불티나게 팔려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