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ina-Ready: 이 포스트는 아이패드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최적화된 포스트입니다. 미니 리뷰는 특수한 사정으로 인해 오래 써보지 못하는 제품들을 다양한 기회를 통해 최대한 오랫동안 써보려고 ‘노력’하고 쓰는 글들이다. 그냥 핸즈 온보다는 좀 더 깊고, 풀 리뷰보다는 조금 덜한 글인 셈이다.
갤럭시 노트는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마트폰은 아니었다. 화면은 지나치게 커서 내 손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특히 LTE 지원 때문에 스냅드래곤 칩셋으로 바꿔야했던 국내판은 S펜을 돌리기에는 힘에 부쳤다. 그러나 노트는 정말로 큰 인기를 끌었다. 대화면 스마트폰의 수요가 있었고, (난 개인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만) 삼성이 이를 제대로 간파해낸 것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1년이면 IT 강산에는 정말 많은 일이 벌어질만한 시간이다. 5인치대 대형 스마트폰 시장에도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LG에서는 옵티머스 뷰, 팬텍에서는 베가 S5 등의 아류작들이 롣아지면서 노트의 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하였다. 그에 대항해 내놓은 갤럭시 노트 II는 어떨까?
일단 전체적인 디자인을 봤을 적에는 노트 II는 기존 노트에 갤럭시 S III의 디자인 언어를 섞은 느낌이다. 여전히 납작하지만 좀 더 동그란 홈 버튼, 은색 색상의 헤어라인 공법 등은 S III와 많이 닮아있다. 하지만, 전체적 모양새는 노트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왔다.
내가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 화면은 오히려 더 커졌다. 5.3인치에서 5.5인치로, 약 0.2인치 늘어났다. 완벽한 16:9 비율을 맞추기 위해 해상도는 800×1280 대신 720×1280으로 오히려 줄었다. 다만, 그 격차가 작아서 차이가 잘 보이지는 않는다. 화면은 갤럭시 스마트폰답게 슈퍼 AMOLED HD다. 여전히 채도가 상당히 강한 화면이 나를 맞이했으나, 옛날보다는 최적화를 조금이나마 거친 듯했다. 역시 화면이 크다보니 유튜브에서 007 스카이폴의 예고편 등을 재생할 때는 시원시원했다. 워낙 크다보니 모바일 뷰로 웹을 보는 것이 어색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PC 버전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너무 작다)
화면은 커졌지만 그립감은 더 나아졌다는 삼성의 이야기가 있었는데, 여전히 거대한 크기로 인해 뚜렷한 차이를 느끼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노트 때처럼 들고다니다가 누가 툭 치면 떨어뜨릴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이것이 노트 II의 디자인 변경으로 인해서인 것인지, 그간 큰 스마트폰들에 손이 익은 건지는 (개인 휴대폰으로 아이폰 4를 쓰는 마당에) 잘 모르겠다. 또한 한 손으로 충분히 쓸 수 있다는 아이폰 5나 다른 경쟁 스마트폰을 의식해서인지 한손 모드라는 것을 넣었는데, 결론적으로 키보드 등의 크기를 줄인 다음 한쪽으로 몰아서 치기 쉽게 할 수 있는 모드다. 그러나 이런 삼성의 노력에도 노트 II는 여전히 두 손으로 쓰는 게 훨씬 더 편한 스마트폰인 것만은 확실하다. 한 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 조작하거나, 두 손으로 안정적으로 잡은 채로 타이핑하는 것이 더 편하다. 소프트웨어적으로 신경은 썼다지만, 여전히 아래의 터치 버튼은 한 손으로 잡은 채로 반대쪽 손으로 가는 게 가능은 하더라도 스트레칭 운동을 하는 기분이다. 작은 손을 가지신 분들이 만약 “한 손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들이 많이 추가되었으니 이제 노트 II를 사도 될까요?”라고 묻는다면 극구 말리고 싶다. 그리고 어차피 4.8인치의 S III도 충분히 크지 않은가. (솔직히 메인스트림 스마트폰치고는 S III도 너무 크다는 생각도 든다)
노트 II 소프트웨어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S펜이다. 젤리 빈(4.1)을 돌리는 노트 II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S펜 관련 앱과 소프트웨어 기능을 탑재했다. 많아서 셀 수도 없을 지경이다. S펜을 뽑으면 바로 간이 노트 앱이 뜨는 팝업 노트, S펜을 동영상에 완전히 대지 않고 살짝 띄우는 것만으로 프리뷰를 띄우거나, 구간 이동 시 그 구간의 영상을 미리 보여주는 에어 뷰 기능, S펜으로 미리 지정한 모양을 그리면 그 모양에 할당된 기능을 띄우는 퀵 커맨드 기능 등이 모두 S펜을 이용한 기능들이다. S펜의 반응속도도 쿼드 코어 엑시노스를 써서인지 노트 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보인다. 삼성이 말하는 스마트폰의 마우스가 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끊김도 적어지고 디지타이저가 실제로 동작을 인식하고 따라오는 속도도 많이 빨라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S펜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 역서 갤럭시 노트 II의 가장 큰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대단한 기술이고, 이를 해낸 것은 칭찬받아야 마땅하지만, 삼성이 그렇게 개발과 홍보에 열을 올리는 만큼 S펜을 많이 쓰는 사람들은 그닥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여기에는 S펜으로 할 것이 없다는 문제도 상황을 돕지는 않는다. 물론 노트 II에서 S펜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늘렸다고는 하나, 그게 굳이 S펜을 유용하게 만드는 기능이냐고 되묻는다면, “글쎄…”라는 대답밖에 나올 수 없다. ‘저걸 굳이 하기 위해 내가 S펜을 꺼내들어서 화면에 써야 하는가’라는 약간 존재론적(?) 문제랄까. (내가 굳이 특정 기능을 실행시키기 위해 S펜을 꺼내서 해당 기능으로 들어갈 기호를 그리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그냥 바탕 화면에 바로가기를 만들어놓고 탭하면 되는데) 게다가 S펜은 스마트폰같이 좀 더 사무적인 일을 하는 기기에는 어울리지도 않는다. 솔직히 스마트폰으로 Creative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싶기도 하다. 대부분 SNS를 하거나, 웹을 보거나, (제한적으로) 일하거나… 거기에 써드파티 지원 이야기는 꺼내기만 해도 안구에 쓰나미가 몰려온다. 안드로이드 표준 기술이 아니다보니 개발자 입장에서는 지원할 이유를 못 찾겠고 (S펜을 가지고 있는 기기가 아무리 많이 팔렸다 한들 노트와 노트 II 단 두 모델인데 이 두 모델때문에 기능을 추가한다고 하기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안드로이드 표준으로 몰아간다 한들 노트의 차별점이 사라지니 이러한 딜레마가 또 있을까.
갤럭시 노트 II가 잘 만든 스마트폰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확실히 첫 번째 노트에 비하면 상당한 진화다. 성공할 것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노트 II의 예상되는 성공은 좀 씁쓸해 보인다. S펜은 확실히 다른 경쟁 5인치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장점인 기능이지만, 이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이 문제의 근원 자체도 상당히 복잡한 문제다. 만약 노트 II가 잘 팔린다면 그건 아마 더 큰 화면과 삼성 갤럭시라는 브랜드 밸류 때문이지, S펜 때문은 아닐거다. (이건 노트 때도 그러했다) 차라니 S펜을 빼버리고 노트란 이름 대신에 갤럭시 S III 빅 뭐 이런거(…)로 가격 낮춰서 판매했으면 더 잘 팔리지 않았을까. (노트 II의 출시 출고가는 무려 109만원이다) S펜을 빼버리면 결국 S III에서 화면 크기 더 키운 것밖에 되는 게 없다. 결론적으로 갤럭시 노트 II는 삼성에서 나름 혁신적인 기술이 나왔음에도 묻히는 것과, 그렇게 열심히 기술을 개발해놓고 제대로 활용조차 못하는 삼성이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아, 그리고… 이건 객관적이지 않은 개인적 의견이지만, 내가 만약 안드로이드를 지금처럼 싫어하지 않았더라면 노트 II보다는 S III를 살 것 같다. 그냥 개인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Score: 8.5/10
3 replies on “갤럭시 노트 II 미니 리뷰”
나 이틀전에 갤노트2 유저로 갈아탔어. 음, 아이폰5를 기다릴까 했었지만 이미 지치기도 지친 상태였고, 무엇보다도 아이팟이 아직도 쓸만하고. S펜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없다고 하지만, 난 오히려 S펜+노트 조합에 많이 끌려서 산 것 같아. 노트 기능을 활용하다보니 생각보다 괜찮아서 2013년 다이어리나 아이디어 노트는 더이상 하드카피로 구매 안 할 예정. 물론 한손으로 휴대폰을 사용하기에는 역부족. 내 생각도 좀 비슷한데, 쓸데없는 기능 빼고 정말 “노트” 기능에 충실하다면 꽤나 활용은 될 거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써드 파티 지원이라는 것이 많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1인인데, 아무래도 S펜의 그런 지원은 기대하기 힘들겠지. 스마트폰의 꽃은 바로 그런 영세 개발자들이 어떤 대단한 아이디어로 사용성을 확장시키느냐의 역사이니까. 난 그런 면에서 많이 아쉬웠어. 분명 S펜의 기술이나 성능은 1보다 나아졌고, 이제 뭔가 잠재성이 보이지만, 그 잠재성을 마음껏 펼쳐보일 수 있을 지는 안개속이라는 것이 제일 아쉽지. ㅎㅎ
그러고 나서 며칠 뒤에 아이폰 5 예약을 받기 시작한 건… 음. 어느 의미에선 애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