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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폴 리뷰

제목: 007 스카이폴 Skyfall
감독: 샘 멘데스
주연: 다니엘 크레이그 (제임스 본드), 주디 덴치 (M), 하비에르 바르뎀 (실바), 나오미 해리스 (이브)
러닝타임: 143분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와 그의 표적이 기차 위에서 난투극을 벌이고 있다. 기차는 터널을 나와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본드의 동료인 이브(나오미 해리스)는 길의 끝에서 소총을 가지고 조준을 한다. 기차가 워낙 빨리 움직이고 있는 데다가 둘이 얽혀있어 쏠 수가 없다. 하지만 무전기에서 MI6의 수장 M(주디 덴치)은 그냥 쏴버리라고 소리친다. 하는 수 없이, 그녀는 방아쇠를 당긴다. 보통 다른 액션 영화였다면, 악당이 총을 맞고 이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하지만 총에 맞은 사람은 다름아닌 본드였다.

위 문단은 스카이폴의 오프닝 시퀀스다. 이 장면은 스카이폴의 전체적 방향을 암시한다. 기존 007 영화와 같으면서도 결국은 뭔가 다른, 올드팬들에 대한 오마쥬가 있지만 신선한 시도는 계속 되는, 그런 영화가 스카이폴이다.

스카이폴이 다른 007 영화들과 상당히 다른 점은 스토리의 초점에서 시작한다. 기존 007 시리즈라 하면, 각각의 액션 장면이 스토리를 이끈다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스카이폴은 드라마가 스토리의 뼈대가 된다. 영화는 M의 과거, 본드와 M의 관계,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진 세계의 정세 등을 주제로 한 드라마에 액션을 곁들인다. 이로 인해 제이슨 본 시리즈나 최근 본드 영화들(다니엘 크레이그가 본드가 된 이후로 개봉한 카지노 로얄이나 퀀텀 오브 솔러스)같은 화려한 액션을 기대하셨던 분들에게는 적잖은 실망이 됐을 수도 있다. (실제로, 내가 영화를 보기 전 이야기를 나눠본 사람들은 대부분 액션 장면이 많이 없어서 지루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하지만 이야기적 짜임새나 이 사이사이에 배치된 짧지만 큰 액션 장면들이 잘 배합되어 오히려 지겹지 않았다. 이는 물론 내가 스카이폴이 드라마적 내용이 중점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을 미리 한 덕이기도 하다. 즉, 애초에 보기 전에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의 문제인 듯하다. 그러나 너무 위에 기술한 전반 시퀀스가 너무 강렬해 이후의 장면들을 묻는 감은 없지않아 있다.

영화 자체는 시리즈의 전통과 (시리즈의 관점에서) 획기적 진행을 많이 섞는다. 아니, 전통이라는 말보다는 오마쥬라는 말이 더 맞겠다. 기관총을 쏘는 애스턴 마틴, 계속 쌓이는 본드의 마일리지(?) 등 마치 샘 멘데스 감독이 ‘옛날 007 영화들. 그땐 그랬지’라고 보여주는 것 같다. 멘데스 감독은 거기에 007 영화들로서는 다양한 신선한 시도를 한다. 영화의 거의 반이 영국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점과, 마지막에 저택에서 최후의 결투를 준비하는 본드와 M의 모습은 마치 서부극의 한 장면같다. (솔직히, 나는 나홀로 집에와 NCIS 시즌 5에서 셰퍼드 국장이 사망하는 장면 등이 더 떠오르더라)

영화를 보다보면, 제작진이 꼭 자아성찰을 하는 듯한 장면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스카이폴의 시점에서 이미 본드는 다양한 임무를 뛴 베테랑이고, (카지노 로얄과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는 갓 007이 된 신참이었던지라 개연성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 분들도 많은데, 이는 어차피 007 시리즈가 개연성은 이미 몇십 년전에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려 다 썩어 없어졌기 때문에 그닥 큰 문제는 안된다) 그와 M은 이제 MI6를 목표로 한 사이버 공격에 무력하게 당할 정도로 구식이 되었다. 온갖 컴퓨터 용어(의외로 많이 나온다)를 내뱉는 M의 비서 태너와 젊은 Q(흥미로운 것은, Q를 연기한 벤 위쇼는 엄청난 기계치라는 사실)를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거나, 기밀 유출로 청문회에 소집된 M에게 국방부 장관이 “이제 잠입 요원에게 정보를 수집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하는 장면 등은 꼭 시리즈 자체에 대한 자아성찰인 것만 같다.

스카이폴에는 나오미 해리스와 베레니스 말로히 두 명의 본드걸이 나오는데, 오히려 이 영화의 진정한 본드걸은 최고령 기록을 갈아치우신(?) 주디 덴치가 맡은 M이라 할 수 있다. 스카이폴은 어느 007 영화보다도 그냥 주변 인물에 불과했던 M을 거의 주인공급으로 비중을 높였다. 이로 그간 다뤄지지 않았던 본드와 M의 관계를 심도 있게 다룬다. M을 노리는 실바 역의 하비에르 바르뎀도 명연기를 펼친다. 여느 본드 악당과는 달리 M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이라는 좀 더 소박하지만, 현실적인 악역으로 그려졌다. M을 향한 광기나 이를 위해서라면 MI6 사이버 및 폭발 테러, 지하철 폭탄 테러 등 정말 뭐든 하는 성격 등은 정말로 다크 나이트의 조커와 좀 닮은 구석이 있다. 그 외에도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볼드모트로 분했던 랄프 파인즈가 SAS 출신 정보 위원회장으로 나와 호연을 했다. 본드 역의 다니엘 크레이그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스토리의 모든 면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한동안 페이스 빠른 장면이 등장하지 않아 중반부가 느려지는 감은 없지않아 있고, 후반부로 가서 페이스가 빨라지다보니 약간의 스토리적 개연성을 포기하는 부분, 그리고 실바가 M에게 원한을 가진 이유 등도 너무 간단하게 몇 분 정도만 언급될 뿐, 좀 더 깊게 들어가지는 않았다는 점 등은 아쉬웠다.

액션 장면이 좀 적긴 하더라도, 스카이폴은 볼거리가 충만하다. 특히 장면장면이 내 아이패드나 맥의 배경화면으로 쓰고 싶을 정도로 멋진데, 그 중 아주 밝은 곳을 배경으로 보이는 본드의 실루엣을 담은 다양한 장면들은 참으로 멋지다는 말밖에는 안 나온다. 그리고 제이슨 본이나 심지어 전작인 퀀텀 오브 솔러스도 가까이서 짧은 샷으로 정신없이 카메라 흔들어대면서(…) 현장감 있는 격투 장면을 찍는 경우가 많았는데, 스카이폴은 좀 더 느리고, 샷 하나하나도 길게 나오는 편이다. 이따금씩은 몰입도를 과도하게 떨어뜨리는 듯한 느낌도 들었으나, 이런 차별성들이 나름 좋았다. 아델의 주제곡 Skyfall이 흐르는 오프닝 크레딧 또한 말을 안할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여자들이 나오는 007 오프닝들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카지노 로얄의 오프닝 크레딧을 제일 좋아했으나, 이번 스카이폴이 그걸 바로 갈아치웠다. 그정도로 강렬했다.

사실 스카이폴을 보기 전에 포스트 준비 관계로 내가 2012년에 본 영화들 중 Top 5를 미리 정해놓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은 스카이폴이 이 순위 리스트에 난입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워낙 주변 평도 좋았으니까. (솔직히, 난입하기를 바랬던 것도 없지않아 있다) 예상대로, 스카이폴은 이를 난입했다. 그것도 상위권에.

올해로 007 시리즈는 50주년을 맞았다. 스카이폴에서 본드와 M은 시종일관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그들이 믿는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이는 시리즈 자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 같다. 50년이라는 시간동안 007 시리즈의 영화들 23편이 나오면서, 세상은 변했다. 특히 세계 정세가 변했다. 시리즈 초기에 본드의 주적이었던 소련 등의 사상의 적들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그 빈 자리를 국가적 크기가 아닌 단체적 크기의 테러리스트들이 메꾸고 있다. 실제로 요즘에는 007같은 첩보 요원들이 필요없는 것만 같다. 그와 함께 007 시리즈도 한물이 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스카이폴을 통해, 질문은 던져진다. “과연 정말로 필요없는 것일까? 정말로 한물간 걸까?”

Score: 9.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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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미니 미니 리뷰

Retina-Ready: 이 포스트는 아이패드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최적화된 포스트입니다.

원래 있었던 9.7인치짜리 아이패드보다 더 작은 7인치대 아이패드에 대한 루머는 정말 꾸준히 있었던 듯하다. 그 당시 루머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끝없는 루머들은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뜻이었고, 애플은 이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아이패드가 좀 더 작았으면 하고 바랐던 사람들 중 하나다. 9.7인치의 화면을 가진 아이패드는 휴대하기에는 크기가 참 애매했다. 물론 맥북 프로를 들고 다니던 가방보다 더 작은 가방에 문제없이 들어가긴 했었지만 지하철에서도 앉아있을 때가 아니면 아이패드를 꺼내기가 참 뭣했고, (그때마다 나는 지하철에서 서서 아이패드로 뭔가를 하는 용자분들을 꼭 하나씩 보곤 했다) 아이패드를 쓸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기에 아이패드는 너무 컸다. 이런 분들을 위해 드디어 아이패드 미니가 나왔다.

처음 본 아이패드 미니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작다는 느낌을 준다. 내가 쓰는 9.7인치짜리 아이패드 2에 비하면 장난감같은 수준이다. 그만큼 무게도 가볍다. 9.7인치짜리 아이패드의 반 수준인 308g인데, 한손으로 들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동료인 프렘군이 직접 말하기로는, “지하철에서 서서도 쓸 수 있겠어요!” 실제로 프로모션 영상에서도 걸어가면서 쓰는 장면이 나오는데, 딱 그 모습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아이패드 미니의 홍보용 사진을 보면 대부분 한 손을 쫙 펴서 뒷판을 잡은 모습이 주로 나오는 편인데, 이것은 만만찮은 손 스트레칭 운동이어서 오래 잡고 있으면 손이 아파온다. (잡스: “그렇게 안 잡으시면 되죠.”) 오히려 얇은 베젤 부분을 잡는 게 더 편하다.

블랙 모델의 뒷판도 블랙으로 도장되었다. 눈에 보이기에는 잘 벗겨지는 듯하지는 않다.
화이트도 생각보다 이쁘게 나왔다. 여성분들이 상당히 애호하는 색상이 될 듯하다.

외관으로 봤을 때는 아이폰 5만큼이나 고급스럽다. 유니바디 알루미늄과 통짜 강화 유리를 다이아몬드 커팅 모서리로 접합한 모습이 유사하다. 가볍기도 하지만, 기기 자체는 상당히 튼튼한 느낌이 든다. 색은 블랙 & 슬레이트와 화이트 & 실버 두 가지로 나오는데, 두 색상 다 잘 나왔다. 화이트 모델같은 경우 뒷면이 기존 아이패드의 알루미늄 색상 그대로지만(하나 다른 점을 들자면 애플 로고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진 듯한 색이다), 블랙 모델은 뒷판이 도색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무조건 블랙이다 싶었지만, 직접 보니 잘 모르겠다. 무튼 어느 색상으로 사시던, 손해볼 것은 없다. 둘 다 예쁘니까. (여성분이시라면 화이트에 상당히 끌리실 듯하다)

그리고 화면이 켜진다. 순간 “아…” 했다. 아이패드 미니의 해상도는 아이패드 2의 그것과 같은 1024×768. 레티나 레벨은 고사하고 넥서스 7의 화면보다도 화소 밀도가 적다. 사실 이는 예상되었던 것이기도 하다: 지금의 기술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아이패드 미니를 만들었다간 지금보다 두 배는 두꺼울 것이고, 가격도 지금보다 훨씬 올랐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은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인생의 일부인 분들이라면 아이패드 미니의 화면은 안구테러의 수준이 될 수 있을 듯하다는 것이다. (2.54cm당 163개의 화소로, 이는 아이폰 3GS의 화소 밀도와 동일하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 (특히 아이패드 2를 쓰는 필자에게는) 그정도로 많이 나쁘다고는 볼 수 없다. 솔직히 구형 아이패드보다는 확실히 화소들이 모여있다보니 나름 샤프한 화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쓰인 IPS 패널이나 LED 백라이트 자체는 아이패드 레티나 디스플레이 수준으로 좋은 편이었다. (그말인즉슨, 아이패드 2보다 훨씬 낫다는 것) 색상 표현도 화사하면서도 눈에 아프지 않을 정도로 적당했고, 밝기도 좋았다. 웹을 볼 때에는 작은 화면에 화소 밀도가 그닥 높지 않다보니 확대를 해야 보이는 문제가 있긴 하나, 책을 읽을 때에는 어차피 서체 크기 조정이 자유로워서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내부 사양 자체도 아이패드 2와 흡사하다. 이 중 주로 논란이 되는 내용은 애플이 1년 반전에 쓰인 A5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썼다는 점이다. 프로세서의 발전이 성능의 중요한 바로미터가 되는 상황에서, 왜 그랬을까? 아마 애플로서는 굳이 A6까지 쓸 필요를 느끼지 못한 듯하다. 그럴만도 한 것이, A6의 후광에 많이 가려져서 그렇지, iOS를 돌리는 프로세서의 입장에서 봤을 때 A5가 절대로 느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면 모르겠다) 출시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아이패드 2는 쌩쌩 돌아간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아이패드 2가 A5를 처음으로 탑재한 기기였다) 아이패드 미니도 아이패드 2만큼 잘 돌아간다. 최근에 나온 니드 포 스피드: 모스트 원티드를 시험해봤는데, 로딩 시간이 조금 길었던 것만 빼면 상당히 부드럽게 돌아간다. A5가 아이패드 미니의 성능에 영향을 끼칠 거라고 걱정하신다면,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

아이패드 미니로 사진을 찍는건 최소한 9.7인치짜리 아이패드만큼 우스꽝스럽지는 않다.

아이패드 미니가 2와 내부 사양에서 다른 것도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큰 것이 카메라다. 500만 화소에 아이폰 4S에서 극찬받은 광학 시스템을 차용했는데, 살망하지 않을 사진을 뽑아준다. 그리고 사이즈도 작아져서 사진 찍는 모습이 그닥 우스꽝스럽지도 않다. (다만 스마트 커버를 씌우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다) 또한, 샐룰러 모델에 3G 뿐만 아니라 LTE를 채택했다는 점도 다르다.

자세히 보면, 내 손바닥이 얇은 베젤을 넘어 화면을 감싸고 있다.

이제 아이패드 미니의 가장 큰 기능인 사이즈 얘기를 다시 해보도록 하자. 애플은 아이패드 미니를 최대한 작게 만들기 위해 무진장 애를 쓴 듯하다. 태블릿에서는 거의 금기사항으로 여겨졌던 양쪽 베젤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애초에 베젤은 잡을 공간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는데, 베젤을 얇게 하기 위해 애플은 iOS에 화면 가장자리에서 넓은 면적의 터치가 감지되면 이를 무시하도록 설정했다. 처음에 애플에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이게 제대로 동작할 지 의심스러웠다. 처음에 아이패드 미니를 보자마자 시험해본 것이 이 기능이었을 정도였다. 그런데 웬걸? 멋지게 작동했다. 정말 자연스럽게 가상적 베젤을 잡고 있는 왼손을 무시하고 오른손의 터치만 인식했다.

아이패드 미니의 작은 사이즈는 아이패드로 하는 많은 것들에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그 중 하나가 타이핑이었다. 일례로 풀사이즈 아이패드에서는 세로 타이핑이 거의 쓸모가 없었다. 하지만, 아이패드 미니에서는 사이즈도 사이즈지만 애플이 아이패드 미니의 키보드 사이즈를 살짝 수정해준 덕분에 세로 타이핑을 거의 아이폰처럼 할 수 있었다. (물론 약간의 손 스트레칭은 필수다. 키보드를 반으로 쪼개면 좀 더 낫지만, 키보드가 많이 작아진다) 오히려 내가 애용하는 가로 타이핑이 조금 불편해졌다. 그러나 이는 조금만 적응하면 문제없이 극복할 수 있었다.

아이패드 미니는 게임하기에 정말로 적당한 크기와 무게를 지녔다.

또한,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는 등의 일에 더 적합했다. 특히 게임같은 경우, 아이패드를 들고 하는 경우이 많은데, 무게가 가벼워진 덕에 장시간 게임을 하더라도 손목에 무리가 오지 않는다. 책같은 경우도 위에 쓴 것처럼 지하철 안에서 캐주얼하게 꺼내서 읽을 수 있을 듯하다. (물론 테스트는 못해봤다)

그러나 이런건 솔직히 다른 태블릿도 똑같지 않냐고 되묻는 분들이 계시리라 믿는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경쟁 제품으로 지적하는 넥서스 7에 비해 사양뿐만 아니라 가격(16GB WiFi 모델 기준 42만원)도 비싸지 않냐고 물으시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그 분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건 아이패드다. 작아졌다고 해서 다른 7인치 태블릿들과 같이 대해서는 안된다. 작아졌지만, 여전히 아이패드 미니는 아이패드의 27만 5천만개의 앱을 비롯한 사용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아이패드 미니는 저가형 7인치 태블릿들과 경쟁하는 게 아닌, 아예 다른 카테고리에 있는 것만 같다.

그렇다면 아예 아이패드냐 아이패드 미니냐로 고민하고 계신 분들에게 조언을 좀 드릴까 한다. 아이패드를 좀 더 노트북 대체품으로 사용하고 싶으시다면, 큰 아이패드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더 적당하다. 하지만 늘 휴대하고 다니면서 더 작은 패키지로 아이패드의 다양한 앱들을 즐기고 싶으시다면, 아이패드 미니가 답이다. 그러나 이 작은 아이패드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기다리고 있으시다면… 애플이 외계인 고문을 좀 더 하기를 기다려보자.

 

 

Score: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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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노트 II 미니 리뷰

Retina-Ready: 이 포스트는 아이패드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최적화된 포스트입니다. 미니 리뷰는 특수한 사정으로 인해 오래 써보지 못하는 제품들을 다양한 기회를 통해 최대한 오랫동안 써보려고 ‘노력’하고 쓰는 글들이다. 그냥 핸즈 온보다는 좀 더 깊고, 풀 리뷰보다는 조금 덜한 글인 셈이다.

 갤럭시 노트는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마트폰은 아니었다. 화면은 지나치게 커서 내 손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특히 LTE 지원 때문에 스냅드래곤 칩셋으로 바꿔야했던 국내판은 S펜을 돌리기에는 힘에 부쳤다. 그러나 노트는 정말로 큰 인기를 끌었다. 대화면 스마트폰의 수요가 있었고, (난 개인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만) 삼성이 이를 제대로 간파해낸 것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1년이면 IT 강산에는 정말 많은 일이 벌어질만한 시간이다. 5인치대 대형 스마트폰 시장에도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LG에서는 옵티머스 뷰, 팬텍에서는 베가 S5 등의 아류작들이 롣아지면서 노트의 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하였다. 그에 대항해 내놓은 갤럭시 노트 II는 어떨까?

 일단 전체적인 디자인을 봤을 적에는 노트 II는 기존 노트에 갤럭시 S III의 디자인 언어를 섞은 느낌이다. 여전히 납작하지만 좀 더 동그란 홈 버튼, 은색 색상의 헤어라인 공법 등은 S III와 많이 닮아있다. 하지만, 전체적 모양새는 노트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왔다.

 내가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 화면은 오히려 더 커졌다. 5.3인치에서 5.5인치로, 약 0.2인치 늘어났다. 완벽한 16:9 비율을 맞추기 위해 해상도는 800×1280 대신 720×1280으로 오히려 줄었다. 다만, 그 격차가 작아서 차이가 잘 보이지는 않는다. 화면은 갤럭시 스마트폰답게 슈퍼 AMOLED HD다. 여전히 채도가 상당히 강한 화면이 나를 맞이했으나, 옛날보다는 최적화를 조금이나마 거친 듯했다. 역시 화면이 크다보니 유튜브에서 007 스카이폴의 예고편 등을 재생할 때는 시원시원했다. 워낙 크다보니 모바일 뷰로 웹을 보는 것이 어색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PC 버전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너무 작다)

화면은 커졌지만 그립감은 더 나아졌다는 삼성의 이야기가 있었는데, 여전히 거대한 크기로 인해 뚜렷한 차이를 느끼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노트 때처럼 들고다니다가 누가 툭 치면 떨어뜨릴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이것이 노트 II의 디자인 변경으로 인해서인 것인지, 그간 큰 스마트폰들에 손이 익은 건지는 (개인 휴대폰으로 아이폰 4를 쓰는 마당에) 잘 모르겠다. 또한 한 손으로 충분히 쓸 수 있다는 아이폰 5나 다른 경쟁 스마트폰을 의식해서인지 한손 모드라는 것을 넣었는데, 결론적으로 키보드 등의 크기를 줄인 다음 한쪽으로 몰아서 치기 쉽게 할 수 있는 모드다. 그러나 이런 삼성의 노력에도 노트 II는 여전히 두 손으로 쓰는 게 훨씬 더 편한 스마트폰인 것만은 확실하다. 한 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 조작하거나, 두 손으로 안정적으로 잡은 채로 타이핑하는 것이 더 편하다. 소프트웨어적으로 신경은 썼다지만, 여전히 아래의 터치 버튼은 한 손으로 잡은 채로 반대쪽 손으로 가는 게 가능은 하더라도 스트레칭 운동을 하는 기분이다. 작은 손을 가지신 분들이 만약 “한 손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들이 많이 추가되었으니 이제 노트 II를 사도 될까요?”라고 묻는다면 극구 말리고 싶다. 그리고 어차피 4.8인치의 S III도 충분히 크지 않은가. (솔직히 메인스트림 스마트폰치고는 S III도 너무 크다는 생각도 든다)

노트 II 소프트웨어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S펜이다. 젤리 빈(4.1)을 돌리는 노트 II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S펜 관련 앱과 소프트웨어 기능을 탑재했다. 많아서 셀 수도 없을 지경이다. S펜을 뽑으면 바로 간이 노트 앱이 뜨는 팝업 노트, S펜을 동영상에 완전히 대지 않고 살짝 띄우는 것만으로 프리뷰를 띄우거나, 구간 이동 시 그 구간의 영상을 미리 보여주는 에어 뷰 기능, S펜으로 미리 지정한 모양을 그리면 그 모양에 할당된 기능을 띄우는 퀵 커맨드 기능 등이 모두 S펜을 이용한 기능들이다. S펜의 반응속도도 쿼드 코어 엑시노스를 써서인지 노트 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보인다. 삼성이 말하는 스마트폰의 마우스가 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끊김도 적어지고 디지타이저가 실제로 동작을 인식하고 따라오는 속도도 많이 빨라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S펜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 역서 갤럭시 노트 II의 가장 큰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대단한 기술이고, 이를 해낸 것은 칭찬받아야 마땅하지만, 삼성이 그렇게 개발과 홍보에 열을 올리는 만큼 S펜을 많이 쓰는 사람들은 그닥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여기에는 S펜으로 할 것이 없다는 문제도 상황을 돕지는 않는다. 물론 노트 II에서 S펜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늘렸다고는 하나, 그게 굳이 S펜을 유용하게 만드는 기능이냐고 되묻는다면, “글쎄…”라는 대답밖에 나올 수 없다. ‘저걸 굳이 하기 위해 내가 S펜을 꺼내들어서 화면에 써야 하는가’라는 약간 존재론적(?) 문제랄까. (내가 굳이 특정 기능을 실행시키기 위해 S펜을 꺼내서 해당 기능으로 들어갈 기호를 그리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그냥 바탕 화면에 바로가기를 만들어놓고 탭하면 되는데) 게다가 S펜은 스마트폰같이 좀 더 사무적인 일을 하는 기기에는 어울리지도 않는다. 솔직히 스마트폰으로 Creative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싶기도 하다. 대부분 SNS를 하거나, 웹을 보거나, (제한적으로) 일하거나… 거기에 써드파티 지원 이야기는 꺼내기만 해도 안구에 쓰나미가 몰려온다. 안드로이드 표준 기술이 아니다보니 개발자 입장에서는 지원할 이유를 못 찾겠고 (S펜을 가지고 있는 기기가 아무리 많이 팔렸다 한들 노트와 노트 II 단 두 모델인데 이 두 모델때문에 기능을 추가한다고 하기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안드로이드 표준으로 몰아간다 한들 노트의 차별점이 사라지니 이러한 딜레마가 또 있을까.

갤럭시 노트 II가 잘 만든 스마트폰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확실히 첫 번째 노트에 비하면 상당한 진화다. 성공할 것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노트 II의 예상되는 성공은 좀 씁쓸해 보인다. S펜은 확실히 다른 경쟁 5인치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장점인 기능이지만, 이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이 문제의 근원 자체도 상당히 복잡한 문제다. 만약 노트 II가 잘 팔린다면 그건 아마 더 큰 화면과 삼성 갤럭시라는 브랜드 밸류 때문이지, S펜 때문은 아닐거다. (이건 노트 때도 그러했다) 차라니 S펜을 빼버리고 노트란 이름 대신에 갤럭시 S III 빅 뭐 이런거(…)로 가격 낮춰서 판매했으면 더 잘 팔리지 않았을까. (노트 II의 출시 출고가는 무려 109만원이다) S펜을 빼버리면 결국 S III에서 화면 크기 더 키운 것밖에 되는 게 없다. 결론적으로 갤럭시 노트 II는 삼성에서 나름 혁신적인 기술이 나왔음에도 묻히는 것과, 그렇게 열심히 기술을 개발해놓고 제대로 활용조차 못하는 삼성이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아, 그리고… 이건 객관적이지 않은 개인적 의견이지만, 내가 만약 안드로이드를 지금처럼 싫어하지 않았더라면 노트 II보다는 S III를 살 것 같다. 그냥 개인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Score: 8.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