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KudoReviews Movies

[KudoReview] 다크 나이트 라이즈

제목: 다크 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주연: 크리스찬 베일(브루스 웨인/배트맨), 앤 해서웨이(셀리나 카일), 톰 하디(베인)

애인을 잃고 살인마가 된 하비 덴트가 동전을 뒤집다 배트맨에게 그에게 뛰어든 지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 뒤로 하비 덴트의 죄를 대신 뒤집어쓴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으로서의 인생을 정리했고, 하비 덴트의 진실은 숨겨진 채 그의 이름을 딴 하비 덴트 법이 제정되어 고담시는 평화를 되찾은 듯했다. 하지만, 그 평화도 오래가지 못하고 베인이라는 용병이 등장해 다시금 고담시를 위험에 빠뜨리려 한다. 과연 브루스는 위기에 빠진 고담시를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배트맨의 가면을 다시 쓰고 베인의 음모에 맞설 것인가?

다크 나이트는 개봉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최고의 슈퍼 히어로 영화라는 찬사를 받는다. 올해에야 다크 나이트에 필적할 수 있는 어벤져스가 나왔지만, 어벤져스가 액션의 재미에 초점을 맞춘데 반해, 다크 나이트는 슈퍼 히어로 영화 답지 않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에 멈추지 않고 이제 그의 마지막 배트맨,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보따리를 풀어놓으려 한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스토리는 하비 덴트와 레이첼 도스, 그리고 배트포드(…)에 대한 내용을 제외하면 다크 나이트의 이야기를 거의 전부 버렸다. 특히, 다크 나이트 이후 결국은 죽지 않은 조커의 행방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다. (이에 대한 이유로 놀란 감독은 조커 역을 마지막으로 요절한 히스 레저에 대한 예의라고 했다) 대신에 3부작의 1편인 배트맨 비긴즈의 스토리를 이어간다. 개인적으로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보기 전에 전편 둘을 모두 보는 것을 추천하나, 만약에 정말로 시간이 없어서 둘 다 못 보는 상황이라면, 일단 배트맨 비긴즈를 먼저 추천드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베인과 배트맨 비긴즈의 라스 알 굴이 상당한 연계점을 가지고 등장하기 때문이다.

전작 다크 나이트의 스토리가 배트맨보다는 조커의 등장과 하비 덴트의 타락을 그렸다면,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시리즈 중 배트맨의 출연 비율이 가장 적다고는 하지만 전적으로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의 이야기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통해, 놀란 감독은 8년을 쉬면서 약해진 브루스의 모습과 베인이 등장하면서 겪는 심리적 갈등 등을 잘 묘사해낸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브루스가 어렸을 때 우물 아래로 떨어지고 난 후, 그의 아버지 토마스 웨인이 구출하러 오면서 하는 대사가 있다. “브루스, 우리는 왜 떨어질가? 다시 일어나기 위해서란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이야기는 이 대사를 그대로 따라간다. 베인의 공격에 의해 몰락을 겪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일어나는 것, 이게 바로 어둠의 기사가 다시금 일어선 것(The Dark Knight Rises)이 아니면 뭐겠는가. 영화의 제목도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문제도 있다.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캐릭터들이다. 먼저, 배트맨을 제외한 다른 기존 캐릭터들(알프레드, 루시우스 폭스, 짐 고든 등)의 비중을 거의 공기로 만들어버렸다. 누구는 중간에 사라졌다가 끝에 갑자기 나오지를 않나, 누구는 영화의 1/3을 병원에서 보내지를 않나.

새로운 캐릭터들도 문제다. 분명히 이 영화에 처음 나온 캐릭터들이건만, 영화는 초반부터 이 캐릭터들이 꼭 전편에서도 나온 것처럼 설명을 거의 안 해주는 탓에 자칫 잘못하면 꽤나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배트맨의 적으로 등장하는 베인은 지능과 심리전으로 배트맨을 압박했던 조커와는 달리 엄청난 물리적 힘으로 그를 압박한다. 원래 코믹스를 보면, 베인도 조커 못지않은 지략가로 나온다. 하지만 영화로 만들어지는 순간, 꼭 물리적인 부분만 강조해서 나온다는 것이 내 개인적 불만이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베인의 지략가로서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옛날의 망작 배트맨과 로빈만큼은 아니더라도 물리적 힘만을 앞세우는 것은 많이 아쉽다. 그렇다고 베인을 연기한 톰 하디가 베인을 망치지는 않았다. 역으로, 그는 각본이 망칠 뻔한 베인을 그의 카리스마로 살려낼 수 있었다.

미란다 테이트의 캐릭터도 문제다.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 미란다 뿐만 아니라 셀리나 카일도 꼭 영화에 필요가 있을까란 설전이 오갔다. 개인적으로는 셀리나같은 경우 있어서 영화가 잘 꾸며진 데 반해, (앤 해서웨이의 연기도 볼만하다) 미란다 테이트는 후반부를 위해 2시간 반을 질질 끌고간 캐릭터에 불과했다. 오히려 뺐으면 베인을 훨씬 더 잘 살려낼 수 있었지 않았을까.

존 블레이크는 그나마 미란다 테이트보다는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많이 담당해 ‘없어도 될 캐릭터’ 논란에서는 비껴나갔다. 문제가 되는 것은 캐릭터 자체가 아닌 그의 약간 갑자기 툭 튀어나온 듯한 성향이다. 어떠한 설명없이 등장해 무러 8년동안 쉰 브루스 웨인을 배트맨으로 복직시키는 인물이라는 것 자체만 봐도 뭔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상영시간이 3시간에 가까운 164분으로, 전작인 다크 나이트보다도 10분이 더 길다. 그럼에도 페이스는 무지하게 빠르다. 다크 나이트는 조커가 일시적인 승리를 거두고, 하비 덴트가 흑화(?)하는 과정에서 영화가 늘어지는 감이 없지않아 있었는데,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시종일관 빠르다. 특히, 마지막 30분은 너무 빨라서 내용 이해가 제대로 안된다. 상영 시간을 맞추기 위해 상당한 부분의 후반 장면을 편집한 듯한데, 이것이 스토리 완성도가 떨어지게 된 것이 아쉽다. 나중에 DVD나 블루레이로 나올 때 뒤의 삭제 장면을 추가시킨 버전으로 출시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이렇게 스토리에 관한 문제점이 많아보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다른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여전한 수작임은 틀림없다. 슈퍼 히어로 영화를 가지고 많은 의미를 함축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 상기시켜주는 영화가 바로 다크 나이트 라이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비록 놀란 감독 자신은 부인하지만) 베인이 고담시를 점령하고 나서 고담이 변해가는 모습은 프랑스 혁명 이후의 혼란기를 생각나게 하고, 끝없이 추락한 브루스 웨인이 다시 일어서는 모습 또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오히려 평범한 블록버스터인 줄 알고 보셨던 다크 나이트의 이야기가 너무 심오해 부담스러우셨던 분들이라면, 이보다 좀 더 스토리적으로 심플한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좀 더 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

놀란 감독이 “내가 지금까지 찍은 영화중 가장 크다”라고 한 말에 걸맞게,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크다. 미국의 주요 도시를 돌면서 영화를 찍었는데, 특히 마지막 전투가 펼쳐지는 곳은 –망해가는–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유명한 뉴욕의 월가다. 다양한 로케이션만큼이나 CG를 최대한 지양하는 놀란 감독의 고집 덕에 영화는 실감나는 볼거리로 가득하다. 실제로 플랫폼에 매달려서 나는 연기를 했다는 더 배트나, 실제로 미식축구 경기장을 폭파시켰다 하는 경기장 폭파 장면은 스케일을 자랑한다. 정말로 볼거리 면에서는 3부작 중에서 가장 많다. 이러한 볼거리들도 3시간을 광속으로 가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다른 영화들을 제쳐두고, 다크 나이트에 이은 엄청난 기대가 가장 큰 적이다. 다크 나이트가 너무나도 명작이었던 것이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게는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렇게 다크 나이트와 비교를 하다 보니 이 글에도 지적을 하는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다크 나이트보다 수작일 것이다라는 기대만 접는다면,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전체적인 슈퍼 히어로 영화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엄청난 수작이다. 또한,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놀란의 배트맨 3부작을 잘 마무리한 최고의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Score: 9.3/10

P.S) 나같은 경우 다크 나이트를 아이맥스관에서 보지 못했다. 그래서 다크 나이트 라이즈만큼은 아미맥스관에서 보리라 마음먹고 겨우겨우 구석자리를 예매하여 봤다. 자리가 좋지 않았음에도 왜 아이맥스 아이맥스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나중에 자리 좋은 곳에서 다시 볼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시간이 없다

Categories
KudoReviews Movies

[KudoReview] 다크 나이트 라이즈 스포일러편

제목: 다크 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주연: 크리스찬 베일(브루스 웨인/배트맨), 앤 해서웨이(셀리나 카일), 톰 하디(베인)

SPOILER ALERT! 이 글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스토리상 반전 및 결말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니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못 보신 분들은 당장 뒤로 버튼을 클릭하거나 탭하시라. 스포일러가 없는 리뷰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웬만한 영화 리뷰는 소포일러가 최대한 없는 편으로 쓰는 편이다. 리뷰는 다른 리뷰와 같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제품 리뷰가 ‘제품을 사야할까 말아야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되는 것처럼 영화 리뷰도 ‘이 영화를 볼까말까’에 대한 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리뷰에 스포일러를 잔뜩 언급하면 영화를 볼 의욕이 뚝 떨어지지 않는가. 하지만,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리뷰는 스포일러 없이 쓰기에는 버리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이렇게 스포일러 엑스트라를 따로 쓰게 됐다.

셀리나 카일과 미란다 테이트는 필요없는 캐릭터다?
스포일러 없는 리뷰에서 서술햇듯이,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스토리 중 가장 논란이 많았던 것이 공기같은 비중의 셀리나 카일과 미란다 테이트였다. 스포일러 없는 리뷰에서는 간단하게(?) 넘어갔지만, 여기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셀리나 카일같은 경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필요하지는 않아도, 빠진다면 뭔가 허전했을 캐릭터라고 본다. 다크 나이트에서 레이첼 도스가 죽은 이후, 브루스 웨인에게는 새로운 상대역이 필요했을 것이고 셀리나가 그 자리를 꿰찼다. 물론 그녀의 이중 캐릭터인 캣우먼이 원작에 끼친 지대한 영향력을 생각하면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의 모습은 팬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겼을 것이다. 그래도 전체적인 스토리에서 배트맨을 처음에 배신하고 나중에 베인을 한 방에 날려보내는 나름 큰 역할을 한다는 면에서 무작정 뺀다는 것은 곤란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미란다 테이트, 즉 탈리아 알 굴은 정말 필요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리뷰 본편에서 말했듯이, 끝에 탈리아 알 굴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 질질 끄는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자신이 탈리아라는 사실을 드러내기 직전까지 하는 ‘나름’ 큰 일이라고는 브루스랑 자는 거 한 번 정도이기에 ‘굳이 저 캐릭터가 왜 존재할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배트맨이 베인을 제압하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정체를 드러내고 배트맨의 옆구리를 찌르면서 ‘아, 저래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끝까지 끌어낼 만큼 탈리아라는 캐릭터가 큰 가치가 있었을까라는 의구심은 계속 든다. 그렇게 정체를 드러내면서 활약을 벌이느냐? 그것도 아니다. 그냥 핵폭탄이 있는 트럭을 몰면서 배트맨과 셀리나 카일에 의해 추격당하다가 더 배트의 한 방에 트럭 운전석에서 사망하신다. –앞창을 더 배트의 미니건에 그렇게 맞고도 끄떡없던 트럭이 땅 한 번 꺼졌다고 운전자를 죽이다니. 뭔가 내구성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

탈리아 알 굴의 등장은 결국 배트맨 비긴즈에서 배트맨의 적으로 등장한 라스 알 굴의 연장선상으로서, 배트맨 비긴즈를 좀 더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 연결을 시키기 위함으로 풀이가 될 수 있다. 탈리아의 비중 등으로 봤을 때, 이는 이미 시리즈를 거쳐 오면서 은근히 리얼리티를 위해 원작파괴를 한 놀란 감독의 일종의 팬 서비스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브루스 웨인과 탈리아의 베드신도 결국은 원작에서 사랑에 빠지는 설정을 응용한 장면인 셈이다. 그러나 이 팬 서비스로 인해 스토리상의 리얼리티를 포기해야 했다는 점은 많이 아쉽다. 차라리 본래대로 베인을 라스의 아들로 설정했더라면 좀 더 짜임새 있는 스토리가 완성되지 않았을까.

순식간에 안습해진 베인
탈리아 알 굴이 갑툭튀하면서 이미지에 엄청난 손해를 입은 것이 바로 베인이다. 종반부까지만 해도 배트맨을 물리적으로 압박하고 핵무기를 훔치는 등의 지략가로서도 활동하던 베인은 탈리아 알 굴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머리는 탈리아가 다 짜고, 자신은 배트맨의 허리만 꺾은 놈으로 전락하여 버렸다. 거기에, 가뜩이나 캐릭터 비중이 급격하게 축소된 것도 서러운데, 셀리나 카일이 탄 배트포드의 한 방에 광속의 속도로 스토리에서 로그아웃을 하신다. 이는 올림픽 1500m 자유형 결승전에서 박태환이 마지막 50m를 남겨두고 실격하는 상황인 셈이다. –무엇 때문이던 간에– 악당이 끝까지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하고 이미지 실추를 한 것도 모자라 탈리아가 드러나는 순간 바로 스토리에서 없어지는 이 상황은 정말 말 그대로 안구에 습기가 찰 수밖에 없다. 정말로 탈리아라는 캐릭터를 아예 배제했더라면 베인의 존재감은 배가 됐을 것인데, 매우 아쉽다.

존 블레이크
무 스포일러 리뷰에서 다뤘듯이, 존 블레이크의 가장 큰 문제는 갑툭튀 성향이다. 보통 영화에서 새로운 캐릭터가 나오면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진 다음 캐릭터가 영화의 스토리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는데, 존 블레이크는 이것이 정반대다. 충분한 설명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신의 억지미소에서 나를 보았다”며 갑자기 등장해 무려 8년을 쉬고 있었던 브루스 웨인을 배트맨으로 복직하도록 설득하는 전개는 조금 어이가 없다. 블레이크가 어떻게 배트맨이 브루스 웨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럴만도 한 것이 저 장면 자체가 영화 시작 30분만에 나오는 장면이다. 블레이크가 어떻게 알았는지를 빠른 편집으로 보여줄 수라도 있지만, 갑자기 일어난 일에 관객들은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그 이후로 블레이크의 캐릭터 발전은 훨씬 자연스럽다. 베인이 고담시를 접수하고 있는데도 고든이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과 고든이 고담시를 위해 하비 덴트의 악행을 숨겼다는 사실 등으로 인해 법에 의한 정의라는 것에 점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하고, 결국 블레이크는 경찰을 그만둔다. 이는 놀란 감독의 배트맨 3부작 동안 배트맨이 등장하면서 계속해서 던져진 “배트맨은 정말 고담시에 필요한 것인가? 그리고 현실에서도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다시금 곱씹게 한다.

결말
블레이크에 대한 이야기를 풀다 보면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결말 또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결말은 개봉 전부터 계속해서 기사로 나오던 화제 중 하나였다. “과연 배트맨은 죽을 것인가.” 결국, 놀란 감독은 배트맨을 죽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죽인 것일 수도 있다. 물론 브루스 웨인이 더 배트의 자동 조종장치를 완성했고, 알프레드가 자신이 늘 휴가를 가는 이탈리아의 레스토랑에서 바라던 대로 브루스를 보게 되지만, 이것은 알프레드의 환상일 수도 있다. 이는 흡사 놀란의 전작 인셉션의 결말을 연상시킨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코브가 의뢰받은 인셉션을 해결하고 모든 죄를 돈으로 사면받아 미국으로 돌아와서 자신의 아이들을 만나는 장면에서 그의 팽이는 돌고 돌다가 조금씩 그 추진력을 잃기 시작한다. 그 순간 영화가 끝나면서 마지막 장면이 꿈인지 현실인지 많은 설전이 오갔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도 비슷하다. 배트맨이 결국은 죽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되는 단서로는 브루스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과 (물론 그의 허리를 고쳐준 감옥에서의 그 의사는 죽음을 두려워해야 이긴다고 말한다) 더 배트가 핵폭탄을 끌고 바다로 나가는 순간까지 더 배트 안에 있는 배트맨의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준다는 점이겠다. 이렇게 보면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결말은 인셉션만큼이나 열린 셈이다. 배트맨이 살아있기를 바라는 관객들의 마음 때문에 인셉션만큼이나 설전이 오가지는 않지만 말이다. 솔직히 이렇게 말하는 나도 브루스가 죽지 않았기를 바라는 건 함정

로빈 존 블레이크의 결말도 흥미롭다. 일단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점도 그렇고 (충분히 예상했다고 하시는 분도 계신다. 특히 우리 아버지) 블레이크가 배트멘에 의해 영향을 받으면서 법을 믿었던 그가 겪는 변화는 결국 제2대 배트맨(혹은 로빈)의 탄생을 암시하며 끝이 난다. 브루스도 자신은 은퇴할 때가 –아니면 죽을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고 배트케이브를 블레이크에게 남겨놓음으로서 고담을 지키는 배트맨의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브루스 웨인의 운명이나 새로운 배트맨의 탄생이나, 과연 크리스토퍼 놀란다운 시리즈 결말이었고, 7년을 이어노 최고의 슈퍼 히어로 영화 시리즈의 최선의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Categories
KudoReviews Mobile

애플 아이패드 (3세대, 2012년형) Hands-On

사실 이 글을 쓸까말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만큼 별로 오래 써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지인의 아이패드를 기대했지만 결국 프리스비에 있는 시연용 유닛을 써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짧은 사용 시간 동안의 느낌을 어떻게 글로 전할 지도 막막했다. 하지만 뭐… 시도는 해보자. (사진 촬영도 막혀서 내 아이패드 2랑 비교하는 샷 하나만 겨우 건질수 있었다)

신형 아이패드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떤 면에서는 고 스티브 잡스와 확연히 다른 팀 쿡의 경영 스타일이 담긴 그의 데뷔작이라 할수 있겠다. 물론 잡스의 생전때부터 개발을 해왔던 모델이기 때문에 잡스의 영향력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확실히 쿡의 현실주의가 잘 드러난달까.

일단 새 아이패드를 처음 들어봤을때, “생각보다 안 무거운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처음에는 아이패드 2랑 거의 같은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아이패드 2와 비교할때 확실히 무거워지긴 한 것은 사실이다. (무게가 같다는 느낌이 든 것은 스마트 커버의 무게 때문이었다) 느낌은 들지만, 언론이 늘 그렇듯 그게 굳이 심각한 단점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아이패드 2를 샌드위치해보면 확실히 신형 아이패드가 더 두껍긴 하지만, 크게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다.

새 아이패드의 중심이 되는 기능은 바로 9.7인치의 초거대 레티나 디스플레이다. 아이폰 4를 쓰는 입장에서 이게 처음에는 별 감흥이 없다가도 나중에는 이 거대한 화면이 이렇게 선명할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애플은 약 300만 개의 화소를 9.7인치의 화면에 구겨넣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데, 그럴만도 하다: 아이패드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정말 버지의 조슈아 토폴스키의 말처럼 “한 장의 빛나는 종이”를 연상시킨다.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정말 대단한 건지 의심이 된다면 아이포토를 켜보거나 아이북스를 켜보라. 바로 수긍이 간다. 새 아이패드로 사진을 보다가 아이패드 2로 보니 순간 눈이 침침해지는 건가 싶었다. 그만큼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막강하다. 디스플레이 자체의 채도도 아이패드 2에 비해 높아졌는데, 삼성제 AMOLED의 눈 아플 정도의 채도는 아니다.

새로운 카메라 또한 기대에 부응했다. 500만 화소의 센서에 최고의 카메라폰으로 불리는 아이폰 4S의 광학 시스템을 얹은 아이패드는 만족할 만한 사진을 뽑아줬다. 동영상 또한 1080p로 찍을 수 있으며, 자이로스코프와 가속도 센서를 이용해 자체 떨림 보정도 해줄 수 있다. 다만 이를 끌 옵션이 없다는 것이 아쉽긴 하다. 그런데, 아이패드로 사진을 찍는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나온다. 그러면 안되는데 (…)

하지만, 새로운 아이패드의 중심은 레티나 디스플레이 그 자체다. 그러다보니 다른 새로운 기능들도 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기준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예를 들어, A5X 프로세서는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를 지원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프로세서가 아닌 A5의 CPU 코어에 쿼드코어 그래픽코어를 넣은 형태이며,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인한 엄청난 전력소모를 감내하기 위해 아이패드 2에 비해 무려 70%나 용량을 키운 새로운 배터리를 탑재해 배터리 수명을 유지시켰다. (그 때문에 좀 더 두꺼워지고 무거워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타협은 몇가지 문제를 일으켰다. 먼저, A5X는 2048×1536의 미친 해상도를 돌리는데는 문제가 없지만, 그 해상도에서 아이패드 2가 1024×768 해상도에서 돌리는 수준의 3D 가속이 힘들어졌다. 이로 인해 게임로프트가 출시한 노바3에서는 해상도를 떠나서 전체적 그래픽 효과가 아이패드 2가 나은 하극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터리같은 경우 용량이 무려 70% 늘어났는데 충전기는 바뀌지 않아 충전시간이 아이패드 2와 비교할때 두배 가까이 걸린다. 또한, 아이패드 2에 비해 상당한 전력소모 때문에 충전할때 사용을 하면 충전 속도가 심히 느려진다. 이러한 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내가 이렇게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낸다고 해서 신형 아이패드가 나쁜 제품이라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신형 아이패드는 매력적인 제품이며, 아직도 경쟁사들의 태블릿들이 영 발전을 못하는 틈을 타 무지 많이 팔아치울 것은 자명하다. 나라도 지금 태블릿을 산다면 주저없이 신형 아이패드를 살 것이다. (다양한 사정으로 당분간 아이패드 2에 만족해야한다는 게 다를뿐) 다만, 이번 신형 아이패드는 지금까지의 애플 제품들이 유지했던 현실과 이상의 밸런스가 무너질 조짐이 보여 걱정이 조금 앞선다. 고집과 집착으로 인해 아이폰 4 안테나게이트 사건 등 다양한 구설수에 오르면서도 엄청난 현실왜곡장을 뿜어대며 성공하기 불가능해 보이는 프로젝트도 성공시켰었던 스티브 잡스의 빈자리가, 신형 아이패드에서는 조금 크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