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ina-Ready: 이 포스트는 아이패드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최적화된 포스트입니다.
내가 현재 D300의 서브 카메라를 구매할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은 아마 텀블러에서 했을 거다. 이때까지만 해도 NEX-6를 살 것 같았는데… 그 며칠동안 생각이 다시 바뀌고 있다.
바로 이녀석, DSC-RX100다. ‘엥, 그냥 포인트 앤 슛 아닌가?’라고 말하시는 분들도 있으리라 본다. 맞다, 그냥 전형적인 포인트 앤 슛처럼 생기긴 했다. 하지만, 이 녀석은 보통은 아니다.
일단, 1인치 센서를 탑재했다는 사실부터 다르다. 이 크기는 니콘이 만드는 미러리스 카메라인 1 시리즈에 들어가는 놈과 같다. ‘잠깐, 니콘 1은 센서가 작아서 안 산다며?’ 맞다. 그랬다. 그런데 RX100는 거기에 칼 자이쯔 렌즈 조합을 쓴다. f/1.8-4.9의 가변 조리개이기는 하나 화질은 꽤나 좋은 편이다.
그날 SD 카드 하나를 챙겨가 RX100에 꽂아보고 이래저래 사진을 좀 찍어봤다. 포인트 앤 슛 주제에 RAW 촬영도 가능해서 대부분은 RAW로 찍었다. 사실 한 장만 빼고 전부 RAW였다.
유일하게 JPEG로 찍은 샷이다.
D300에 장착된 엑스피드 프로세서의 JPEG 프로세싱 기능은 개떡(?)이라 별로 신뢰하지 않는 관계로 RAW로 작업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비욘즈 프로세서는 확연히 다르다.
심각한(?) 사진을 찍지 않는 날에는 JPEG로 막 날려도 잘 나올 듯하다.
조리개를 좀 열어줬더니 자연스럽게 배경날림이 된다.
큰 센서 덕을 톡톡히 보는 듯하다. 디테일도 나름 살아있다.
RX100의 RAW 관용도는 생각보다 꽤 높은 편이다.
그리고 RAW 원본 자체도 JPEG로 찍은 사진이나 내 니콘 D300과 비교해 좀 밋밋한 편이다.
좀 더 촬영자의 입맛에 맞게 보정을 배려하는 스타일이다.
일부러 ISO 3200으로 높이고 줌을 땡겨보았다.
JPEG에서 고감도를 어떻게 처리할 지는 모르겠지만, RAW에서는 칼라 노이즈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면에서는 솔직하다는 생각도 든다. Aperture에 노이즈 감소 기능이 있어 큰 문제는 되지 않았고, 어차피 웹 게시용으로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사진에서도 볼 수 있지만, RX100의 사진은 전체적으로 내 기호에는 소프트한 편이다. 그것도 Aperture에서 샤픈 설정을 주면 된다.
이번 테스트 샷 중에서 가장 잘 나온 샷 중 하나다.
원본을 JPEG로 뜨기 전에 보정을 해버리긴 했는데, 보정을 신경써서 잘 해주면 정말 DSLR 못지않게 사진이 나온다.
다른 테스트 노트:
바디는 상당히 작은 편이다. 그래서 그립이 약간 불편한 면이 있다. 특히 한 손으로 잡고 줌을 땡기려고 할 때 좀 불안하다.
알루미늄 바디는 고급스럽다. 칼 자이쯔 로고는 왜 스티커로 했는지 의문이다. (위 제품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벌써 뜯어지려 한다)
메뉴 시스템이 거의 DSLR 수준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이에 비해 미러리스인 NEX는 아이콘 기반의 거지같은 인터페이스다. 하이엔드의 승리
자동 모드도 훌륭하지만, 셔터속도 우선, 조리개 우선, 완전 수동 등 DSLR 수준의 촬영 옵션 또한 환영할 만하다.
렌즈에 달린 컨트롤 다이얼에 다양한 기능을 설정할 수 있는데, 이는 기능 버튼과의 조합으로 다양한 컨트롤을 할 수 있다. 정말 대놓고 DSLR 사용자 서브용
LCD 가시성도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D300급의 화소 밀도에, 야외시인성은 더 좋을 듯하다.
실내 화벨을 상당히 잘 잡는 편이었다.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정할 때 화이트 밸런스를 건드릴 필요가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칼 자이쯔 렌즈가 1인치 센서의 한계를 커버하는 모습에 감탄했다.
결론: 이제 진짜 고민되기 시작했다. 더 큰 센서냐, 더 작은 사이즈에 칼 자이쯔 렌즈냐 (…)
P.S)
DSC-RX1. 고급 DSLR 카메라에나 쓰이는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컴팩트 사이즈에 우겨넣은 카메라다. (진정한 오버 테크놀로지)
전체적인 조작감이 필름 카메라와 상당히 유사하다. 노출 조정도 다이얼로 하는 게 대표적이다.
원래 이 녀석으로 찍은 사진도 꽤 있었으나, 문제가 하나 있었다:
아직 애플에서 이 녀석에 대한 RAW 호환성 업데이트를 하지 않아 죄다 저렇게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JPEG로 찍은 사진을 하나 올리고, RAW로 찍은 사진들은 애플이 업데이트를 배포하는데로 올리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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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이 세상에 나온 지도 벌서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폰은 세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전세계적으로 스마트폰 붐을 일으킨 것도, 온라인 앱 장터라는 개념을 정착시킨 것도 아이폰이었다. 지금이야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스마트폰들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폰은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제품임은 틀림없다.
아이폰 출시 5주년을 맞아 아이폰 5가 출시되었다. 미국에는 9월말에 출시되었지만, 다양한 사정으로 12월이 되어서야 한국 땅을 밟은 것이다. LTE의 도래로 가뜩이나 춘추전국 시대가 된 상황에서 다시금 출사표를 던진 아이폰 5를 써보았다.
아이폰 5를 처음 볼 때 오는 느낌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외관은 아이폰 4 시리즈(4/4S, 이하 아이폰 4)와 유사하다. 특히, 앞이나 옆면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다른 게 없다’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이폰 5를 쥐는 순간 제일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바로 무게다. 아이폰 5의 무게는 112g으로 137g이었던 아이폰 4S에 비해 25g 가까이 다이어트에 성공했고, 두께도 7.6mm로 1.7mm 정도 얇아졌다. 그러다보니 면적상으로만 보면 더 큰데 훨씬 더 가벼운 아이폰 5를 들면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이는 애플이 아이폰 5를 설계하면서 내부 설계를 완전히 다시 했다는 데 이유가 있다. 외관은 비슷하지만, 내부는 완전히 바뀐 것이다.
뒷면에는 잘 깨지는 유리판 대신 안테나띠와 연결된 유니바디 알루미늄 뒷판을 중심으로 위아래에 통신관련 부품을 위해 세라믹 유리판으로 덧댄 샌드위치 구조를 택했다. 이 두 유리판 중 하나의 높이를 뺀 높이를 보면 아이폰 4와 상당히 비슷해진다. 전면 유리와 뒷판은 아이폰 4처럼 띠에 추가적으로 알루미늄 뒷판이 더해진 구조를 중심으로 붙어있는데, 이 연결부분을 눈으로 보는 건 불가능하고, 다이아몬드로 깎아내 빛나는 모서리는 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무엇보다 아이폰 5가 놀라운 것은 실제로 손에 쥐었을 때다. 보통 가벼운 스마트폰들(특히 갤럭시 시리즈)같은 경우, 뭔가 허전한 느낌과 함께, 플라스틱의 느낌이 강하다. 뭐, 실제로 플라스틱으로 만들었으니까. 그러나 알루미늄과 유리로 만들어진 아이폰 5는 이 무게에도 뭔가 단단한 느낌이 난다. 심지어 아이폰 4보다 가벼우면서도 훨씬 패키지의 밀도가 높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낙하 테스트에서 경쟁 스마트폰들에 비해 완파될 가능성이 더 적은 것으로 판별되기도 했다. 다만, 모서리와 알루미늄 뒷판 등이 흠집 등에 상당히 약한 것은 아쉽다. 특히 막 구매한 제품에도 흠집이 나 있는 경우가 있어 품질관리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을 정도다.
단자 구조는 아이폰 4와 비슷하지만, 이어폰 단자가 기기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는 개인적으로 옛날부터 바라온 것인데, 이어폰 단자가 아래에 있으면 주머니에서 꺼낼 때 손으로 잡고 있기가 더 편하기 때문이다. 이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꽤 계시는 것 같으니 이건 개인차인 듯하다. 또한 2001년의 아이팟으로부터 11년을 써온 30핀 포트를 버리고 새로운 라이트닝 포트를 채택했다. 21세기형 포트라고 애플이 설명한 라이트닝은 신호가 완전히 디지털화되었고, 단자 자체가 앞뒤가 따로 없어 어느 쪽으로던 꽂을 수 있다. (어두운 곳에서 더듬어서 앞뒤를 찾아야 했던 다른 포트들을 생각하면 이것이 얼마나 편한 것인지 이해하게 된다) 아이폰 5는 USB 2.0에 머물렀지만, 차후에 USB 3.0이나 어쩌면 맥에서 열심히 미는 썬더볼트가 지원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포트 면적이 너무 작아 도킹 액세서리 등에서 추가적 지지구조 없이 라이트닝 단자 자체만으로 버틸 수 있을 지가 약간 걱정스럽고, 무엇보다 현재 라이트닝을 지원하는 액세서리가 거의 없다는 것 또한 문제다. 하지만 애플이 이미 4세대 아이패드나 아이패드 미니, 아이팟 터치, 나노 등 신제품에 공격적으로 라이트닝을 채용하는 추세를 볼 때 잘하면 올해 내로 해결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아이폰 5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역시 화면이다. 5년을 지켜온 3:2 비율의 3.5인치 화면에서 16:9의 4인치로 크기를 키웠다. 결론적으로, 위아래로 크기를 키웠다. 가로 길이는 기존 아이폰과 똑같이 둠으로서 한 손 조작이 용이하도록 했다. 실제로 만져본 결과, 아이폰 5의 광고 영상에 쓰이는 것처럼 한 손으로 키보드를 치는 것은 아이폰 4만큼이나 쉬웠다. 위쪽에 닿는 것도 손의 위치를 조금 다르게 해야 했지만, 가능했다. (기본적으로 아이폰 5는 무의식적으로 아이폰 4에 비해 손의 위치를 약간 위로 잡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같다) 높이가 증가하다보니 한 번에 표시하는 컨텐츠가 많아진 점은 환영할 만하다. 웹이나 이북 등 읽는 컨텐츠에서 한 번에 표시하고 읽을 수 있는 양이 많다는 점에서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게임에서도 더 많은 정보나 시야를 볼 수 있고, 특히 대부분의 16:9의 와이드스크린이 많은 동영상을 볼 때 위아래 레터박스가 빠진 꽉 채운 화면을 볼 수 있다.
더 커진 것을 빼더라도 아이폰 5의 화면은 4의 그것에 비해 많이 향상되었다. 특히, 터치 센서가 있는 막과 화면 패널을 합친 인셀 디스플레이 기술 덕에 화면 부품의 두께도 얇아지고, 무엇보다 화면의 채도가 44%나 증가했다. 이로 인해 색재현율 100%에 가까운 발색을 보인다. 거기에 밝기도 기존 아이폰의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비해 훨씬 밝아졌다. (실제 위 사진의 비교를 할 때 밝기를 둘 다 중간 정도로 맞춰놓고 비교했다)
아이폰 5는 4S가 쓰던 800만화소짜리 카메라 센서와 광학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거기에, 카메라의 렌즈 커버를 흠집에 훨씬 강한 사파이어 크리스탈로 만들었다고 한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카메라를 테스트해보지는 못했지만, 다른 분들이 정말 좋다고 하니, 그냥 믿어보도록 하겠다.
아이폰 5의 심장이자 두뇌인 A6 프로세서는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보통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프로세서는 ARM사가 고안한 디자인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지기 마련인데(테그라, 스냅드래곤, 엑시노스, 그리고 지금까지의 애플 프로세서들이 다 그 경우다), A6는 애플이 직접 커스텀 설계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프로세서다. 1세대 아이폰이 개발되던 시점부터 시작된 개발과정이라 하는데, 이는 그 결실을 제대로 본다: 아이폰 5는 정말 빠르다. 어떠한 걸 던져도 빠릿빠릿하게 돌아간다. 물론 대부분의 새 아이폰이 그러기는 하나, 아이폰 5는 그 수준이 다르다. 직접 디자인을 고안했으니 iOS에도 훨씬 최적화가 잘 되어있는 듯한 기분이 들며, 듀얼 코어라고는 하나 웬만한 쿼드 코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보다도 빠릿한 속도를 보인다.
이러한 프로세서의 최적화가 중요한 것은, 아이폰 5가 LTE를 지원하는 것도 이유가 크다. LTE를 지원하게 되면 아무래도 배터리 소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험담에 따르면, 아이폰 5의 배터리 소모량은 4S 수준이라고 하는데, LTE를 생각하면 이정도는 용납할 만한 수준이다. LTE가 무지 빠른 것은 덤이다. (그런데 여전히 셀룰러 데이터이기 때문에 동영상 스트리밍 등에서 저화질로 나오는 것은 좀 안습이다)
이렇게 발전한 모습이 많은 아이폰 5지만, 애플의 강점이라고 생각되는 소프트웨어, 즉 iOS의 모습은 지지부진 그 자체다. 특히 애플 지도 사건은 여러 매체에서 “2012년 최악의 정보기술 제품” 상을 잇따라 타면서 애플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이로 인해 애플에서 해고된 전 iOS 수석 부사장 스콧 포스털에게는 더 큰 상처를 안겼지) 그 외에도 나날이 계속 발전하는 안드로이드에 비해, iOS의 발전 정도는 거의 아기 걸음마 수준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iOS를 담당할 사람도 바뀐만큼 (이제는 디자인 부문은 조니 아이브 경이, 소프트웨어 쪽은 OS X 팀에서 맡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음 버전부터는 뭔가 더 많은 발전을 기대해본다.
하지만, 하드웨어면에서 봤을 때, 아이폰 5를 따라올 경쟁 제품은 없는 것같다. 물론,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 화면 크기는 작고, 배터리 용량도 작으며, 여전히 내장형에, DMB도 없다. (뭐, DMB는 기대도 하지 않는게 좋겠지만) 그러나 아이폰 5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애플의 설계와 제조 기술은 다른 경쟁업체에서는 감히 따라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심지어 아이폰 등의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팍스콘은 아이폰 5가 지금까지 만든 제품 중 가장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디자인이나 하드웨어적 성능이나 아이폰 5는 시대를 뒤쳐진다고 볼 수 없다. 어떤 면에서는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을 여전히 선도하고 있다는 기분도 든다.
어느 블로거는 BMW M3같은 스마트폰이 있어야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크기로 승부하는 것이 아닌, 그 자체의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최고의 성능으로 승부하는 그런 스마트폰. 아이폰 5가 바로 그런 스마트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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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첫 맥인 15인치 맥북 프로를 산 지도 4년을 넘어 5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맥북 프로가 유지바디 디자인을 채택하기도 전인 2.4GHz 코어2듀오, 기본 2GB RAM(이후에 따로 4GB로 업그레이드), 200GB의 하드 드라이브(이것도 500GB로 힘겹게 업그레이드) 등을 장착한 2008년형 초기형인 이 노트북은 아직까지도 준수한 성능을 보이며 지금껏 내가 쓴 여느 디바이스보다도 훨씬 오래 썼다. (이에 필적할만한 녀석은 내 메인 카메라인 니콘 D300밖에 없다) 그 전에 소니 노트북 두 대를 써봤지만, 모두 그닥 인상적이지 않은 퍼포먼스 때문에 많은 실망을 안겼었다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다음 컴퓨터도 맥을 고민하게 된다. 물론, 내가 내 맥북 프로를 애지중지하면서 사용한 4년동안 컴퓨터 세상도 스마트폰만큼은 아니더라도 많이 변했다. 코어가 그새 두 배로 늘었고, 램은 내 맥북 프로가 왔을 때 가지고 있던 용량의 4배의 카운트가 기본으로 들어가는 시대가 됐다. 그래픽 메모리도 1GB를 넘나들고, (내 맥북 프로는 256MB다) 하드 드라이브 대신 플래시 메모리를 선택하는 제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고, 이 둘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드라이브의 개념도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맥 얘기로 돌아와서, 처음에 내가 고려했던 제품은 맥 미니였다. 모니터만 구해놓으면 맥북 프로보다도 더 휴대성이 좋았고, (내가 노트북을 산 이유는 유학생이라는 입장에서 한국과 미국을 다니며 휴대하기 편한 컴퓨터를 찾았기 때문이었다) 가격도 쌌다. 그러나 그 생각은 6월에 완전히 뒤바뀌였다. 새로운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나오면서다. 그리고 이제는 15인치냐, 13인치냐로 주변 사람들이 고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미 난 마음을 정한 지 백만년이지만, 13인치와 15인치 모델을 찬찬히 뜯어보도록 하자.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줄여서 레티나 맥북 프로)가 특별한 것은 그저 레티나 디스플레이 뿐만 아니다. (물론 그게 크긴 하다) 레티나 맥북 프로를 출시하면서 애플은 유니바디 맥북 프로 출시 4년만에 섀시 디자인도 뜯어고쳤다. 겉으로만 보면 유니바디 디자인과 유사하지만, 몇몇 차이점이 보인다. 먼저, 얇고 가벼워졌다. 기존 13인치 맥북 프로에 비해 13인치 레티나 맥북 프로는 약 5mm 정도 얇아졌고, 무게도 400g 이상 가벼워져 1.62kg라는 초경량을 자랑한다. (13인치 맥북 에어와는 300g 차이다) 더 작은 크기와 경량화를 위해 내부 구조는 외부에 비해 대규모 수술을 거쳤다. 배터리가 내부 구조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고, 면적 최소화를 위해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광학 드라이브 등은 아예 빼버렸다. (물론, 요즘 많이 파는 USB 호환 외장 드라이브를 쓸 수 있다) RAM이나 플래시 메모리는 아예 보드로 박아넣어 사용자가 임의로 업그레이드할 수 없다. (플래시 메모리는 슬롯 형태라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기는 하나, 쉽지도 않고 이를 어찌해서 분해해 업그레이드한다 하더라도 워런티가 깨진다) 이는 그만큼 공간 배분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애플의 통제를 향한 열망을 암시하기도 한다. 이는 일반 사용자들이 업그레이드같은 생각 없이 쓰는 맥북 에어 등과 달리 사람들이 오래 쓰다가 업그레이드도 할 수 있는 프로 라인업을 생각해볼 때 의아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통제를 통해 설계된 레티나 맥북 프로의 내부는 아름다움 그 자체다. 아래 부분에 거대한 배터리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고, (애플은 내부 구조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넓이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 이미 아이폰 등에 내장형 배터리를 채택했고, 이내 노트북에서도 탈착식 매커니즘을 빼버렸다) 위에는 한치의 오차없이 치밀하게 설계된 냉각 시스템과 메인보드가 자리잡고 있다. 두 개의 팬은 비대칭형으로 계속 같은 주파수로 팬소리가 나는 것을 차단해 소음이 낮은 것처럼 착각을 일으킨다. 화면과 메인보드 및 키보드를 잇는 경첩 부분에 공기의 흡입구 및 배출구를 모두 위치시켰던 전세대와 달리 이제는 메인보드 및 키보드 쪽에 흡입구를, 경첩에 배출구를 내는 구조로 바귀어 공기의 흐름을 좀 더 효율적으로 배치시켰다. 스티브 잡스는 첫 매킨토시를 디자인할 때, 사용자들이 내부를 볼 일이 없더라도 내부 디자인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믿었다. 잡스는 이제 이 세상에 없지만, 레티나 맥북 프로는 그의 디테일에 대한 집중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레티나 맥북 프로의 외장을 살펴보면, 키보드는 예전 맥북 프로와 거의 비슷한 구성이다. 다만 맥북 에어와 같이 예전에 광학 드라이브 추출 버튼이 있던 자리에는 전원 버튼이 들어갔다. 섀시의 얇은 두께 덕에 키보드 자체는 전 모델보다 들어가는 깊이가 많이 얉아졌다. 왼쪽에는 매그세이프 2 충전단자와 USB 3.0 단자, 썬더볼트 단자 두 개, 이어폰 단자가 있고, 오른쪽에는 다른 USB 3.0 단자와 SD카드 슬롯, 그리고 맥북 중 최초로 HDMI 단자도 들어갔다. 남은 배터리 잔량을 보여주는 표시기가 사라진 것은 아쉽다.
전체적인 빌드는 예전 유니바디 맥북 프로보다도 더 단단한 듯하다. 좀 더 밀도있는 패키지랄까. 무게도 확실히 내 맥북 프로와 비교할 때, 정말로 가벼운 게 느껴진다. 이것은 중요하다. 나같은 경우 가끔씩 수업에 아이패드 대신 노트북을 챙겨야할 때가 이따금씩 꼭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분들에게 레티나 맥북 프로는 에어만큼은 아니더라도 괜찮은 휴대성을 제공한다.
이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살펴보자. 13인치던 15인치던, 화면은 공통적으로 화려하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처음 탑재한 아이폰 4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과 아이패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봤을 때의 충격때문에 이제는 적응이 될 법도 하건만, 레티나 맥북 프로의 충격은 또다시 신선하다. 소니 바이오 Z같이 13.3인치 노트북에 풀HD (1920×1080) 화면을 박은 일은 있더라도, (솔직히 이 노트북은 레티나 맥북 프로같이 스케일링을 하는 게 아니라서 텍스트가 너무 작아 읽을 수 있는 게 없었다) 화면의 총 화소 수가 400만개를 넘어가는 것은 레티나 맥북 프로가 처음이다. 13인치는 2560×1600, 15인치는 2880×1800의 해상도를 가지고 있는데, 애플은 기존 맥북 프로들의 해상도를 4배로 뻥튀기하는 식으로 이 광활한 해상도를 이용한다. (즉, 기본 세팅에서는 13인치는 1280×800, 15인치는 1440×900같이 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훨씬 선명해보일 뿐) 이는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방식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레티나 맥북 프로가 이보다 더 높은 스케일링된 해상도도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를 해내는 방식 또한 흥미로운데, 애플은 이 높은 해상도를 각 화면의 해상도에 맞게 업스케일링을 하지 않고 대신 역시나 4배로 뻥튀기시킨 다음, 다운스케일링을 시켜버림으로써 끊임없는 ‘레티나 화질’을 실현시킨다. 다만, 사진이나 동영상 등은 업스케일이나 다운스케일을 시키지 않은, 원 해상도 그대로를 보여준다. (애플은 15인치 기준에서 볼 때, 파이널 컷 프로에서 옆에 보이는 동영상이 실제로 1080p 크기라고 말한다) 물론 다운스케일링을 시켰기 때문에 원 해상도만큼 화질이 높지는 않지만, 애플이 이를 지원하기 위해 OS X에 새로 쓴 스케일링 알고리즘 덕분에 화질 열화를 최소화시킨다.
사실 애플은 이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인한 이미지 등의 화질 열화에 대해 상당한 신경을 쓴다. 이는 다운스케일에도 중요하지만, 아직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지원하지 않는 애플리케이션이나 특히 웹페이지의 이미지 요소를 업스케일할 때 또한 중요하다. 잘못하면 이미지가 상당히 깨져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아닌 일반 화면만도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실제로 아이폰 4가 처음 나왔을 때 거의 모든 웹페이지의 이미지들이 더 작은 화면에 맞춰져있어 깨져보이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인데, 이도 고해상도의 화면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시장에 풀리면서 개선되고 있다. 레티나 맥북 프로같은 경우도 상황은 유사하다. 아니, 더 심하다. 아직도 많은 웹사이트들이 (레티나 맥북 프로와 비교하면) 저해상도를 위해 개발된 페이지들이라 낮은 해상도의 이미지가 많으며, 일부 블로그 서비스 업체들은 사진 등을 원 해상도가 아닌 가로 640픽셀 정도로 리사이즈하여 올리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이렇게 될 경우 레티나 맥북 프로에서는 화질열화가 발생하게 된다. 이는 아이폰 4가 그랬던 것처럼 차차 해결될 것으라고는 보지만, 고가로 인해 예상되는 레티나 맥북 프로의 낮은 보급율을 생각할 때, 상당히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아이패드 레티나 디스플레이도 이 문제에 해당된다는 점이겠다)
그럼 성능은 어떨까?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아이패드가 자원난으로 고생(이는 8개월만에 새로운 A6X 프로세서를 탑재한 4세대를 내놓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됐을 게 뻔하다)을 꽤 한데 반해, 레티나 맥북 프로는 여유가 있어보인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아이패드같은 경우 일반 소비자용 제품이라 단가를 신경써야 했지만, 레티나 맥북 프로는 고급형 제품이라 (아직 기존 화면을 그대로 탑재한 맥북 프로도 판매중이다) 부품 선택에 좀 더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최소한 15인치 모델은 최고의 사양을 가지고 있다. 2.3GHz에서 최대 2.7GHz까지의 쿼드코어 인텔 코어 i7 프로세서를 선택할 수 있고, 8GB RAM에 256GB 플래시 메모리, 그리고 1GB 메모리를 가진 엔비디아 GT 650M 그래픽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여기서 RAM은 16GB, 그리고 플래시 메모리는 768GB까지 늘릴 수 있다. (물론, 다 최고급 사양으로 채웠다간 가격이 곱절이 된다)
문제는 13인치 모델이다. 애플은 다양한 문제로 13인치 모델에서 일부 고급 사양을 포기해야 했다. 프로세서도 듀얼코어로 제한해야 했으며, 15인치에는 있는 외장형 그래픽 프로세서도 뺐다. (15인치는 내장형과 외장형 둘 다 탑재되어 사용함에 따라 능동적으로 사용하는 그래픽 프로세서를 바꿀 수 있다) 아난드텍에 따르면, 13인치의 제한적인 전원 보급으로 돌릴 수 있는 쿼드코어 프로세서는 듀얼코어에 비해 70%는 더 비쌌을 것이며, (이 말은 결국 소비자 가격도 동반상승한다는 의미다) 외장형 그래픽 프로세서를 넣었다간 배터리르 넣을 공간이 부족해져 배터리 수명이 축소됐을 가능성이 크기에 애플로서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최소한 일반적 컴퓨팅에서의 성능차는 놀랍게도 크지는 않다. 전체적으로 시스템 속도는 빠릿빠릿하다. 부팅 속도도 SSD 덕에 상당히 빠르며, 다양한 무거운 작업의 멀티태스킹에서도 꿋꿋하게 버텨낸다. (더 버지에서는 개라지밴드와 파이널 컷 프로, 그리고 1080p 아이언맨 3 예고편을 13인치 모델에서 동시에 돌려버리는 실험도 했는데, 어떠한 성능 저하도 없었다고 한다) 이는 대부분 OS X 최적화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끔씩 사파리 등에서 스크롤링을 할 때 버벅임이 발견된다는 것은 문제다. 일부 컨텐츠가 많은 사이트에서 위아래로 스크롤링하다가 상당한 프레임 속도 저하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13인치뿐만 아니라 15인치에서도 나타났다.
13인치 모델에서 외장형 그래픽 프로세서가 빠지면서 생기는 문제점은 게이밍이다. 아무리 인텔 HD 4000 내장 그래픽 가속기가 옛날같지 않다고는 하지만, 그래픽 ‘감속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내장 그래픽 칩셋으로 게이밍은 무리라는 것. 이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밖에 볼 수 없다.
레티나 맥북 프로는 모든면에서 맥북 라인 뿐만 아니라, 미래의 노트북이 어떻게 진화할 지 보여주는 청사진이고, 차로 치면 첨단 기술이 집목된 컨셉트카같은 제품이다. (컨셉트카와 다른 것이 있다면, 얘네들은 실제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가격이 비싸고, (특히 i환율이 적용되니까 정말 홍콩같은 곳에서 사오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노트북의 다른 부분이 못 받쳐주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레티나 맥북 프로를 통해 애플은 노트북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게 될 지 방향을 제시한다. 스티브 잡스는 가고 없지만, 레티나 맥북 프로에는 잡스의 정신이 깃들여있다.
Score: 9/10
P.S) 13인치냐 15인치냐에 대한 답은, 물론 15인치이다. 13인치는 사진 등의 작업을 하기에는 개인적으로 많이 작고, 거기에 외장 그래픽 프로세서가 없다는 게 좀 크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당연히) 13인치가 훨씬 더 많이 팔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