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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California Day 6 – San Francisco Day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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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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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찍어본 샌프란시스코 시청.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마지막 날. (물론 하룻밤 더 자긴 하지만 아침부터 공항을 가니…) 전날 웬만한 곳은 자전거로 다 돌아본 우리는 오늘만큼은 좀 여유를 가지고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골든 게이트 파크 Golden Gate Park와 트윈 픽스 Twin Peaks였다. 트윈 픽스는 샌프란시스코의 스카이라인은 봐야하지 않겠냐며 결정한 것이었고, 골든 게이트 파크는… 솔직히 갈 곳이 없어서 선택한 것이었다. 사실 차 있는 김에 쇼핑도 생각했는데 친구가 그건 반대했다. 하긴 캘리포니아 부가세가 살인적이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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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미술관인데, 마침 특별 전시가 조선 왕실에 관한 내용이었다. 들어가볼까 했으나 뭘 여기까지 와서 이걸 보냐며 (…)

마지막 밤은 공항 근처의 다른 숙소에서 보내기로 했기 때문에 일단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주차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오늘도 대중교통을 최대한 이용하기로 했다. 골든 게이트 파크까지는 조금만 걸어나가면 버스 하나로 환승하지 않고 수월하게 갈 수 있었다. 러시아워가 지나서 움직였기 때문에 길이나 버스 안이나 꽤 한산한 편이었다. 우리는 여유롭게 도시의 풍경을 눈으로 담으며 (사진으로 찍으려니 영 안 나와서…) 이동을 했다.

사실 골든 게이트 파크의 크기는 뉴욕의 유명한 센트럴 파크보다도 더 크다. 이 큰 곳 중 우리는 어딜 가볼까 하다가 일단 내부에 있다는 캘리포니아 과학 센터를 가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웬걸. 무인 발권기에서 입장료를 내려고 카드를 긁으니 안 된다. 내 것도 안 되고, 친구 것도 안 됐다. 결국 창구로 가서 내야 하나 하다가 둘 다 귀찮아서 포기했다. 사실 입장료도 비싸긴 했어. 약간 미련이 남긴 하지만, 돈 아낄 거 생각하면 안 들어가길 잘한 거 같기도 하다. 대신 우리는 입장료가 7달러밖에 안 하는 일본 차 정원 Japanese Tea Garden을 들어갔다. 솔직히 이런 정원 한국에서도 자주 보는 우리로서는 아주 신기한 광경까지는 아니었다. 그래도 명성에 걸맞게 잘 꾸며지기는 했다.

정원 투어가 끝나고, 우리는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를 고민했다. 원래 계획은 이탈리안 타운에 있는 피자집을 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출발하였으나… 일단 너무 멀었다. 결국 배고픔을 못 참은 친구는 중간에 내리자고 했다. 그렇게 내린 곳이 숙소와 멀지 않은 다운타운 구역. 우리는 돌아다니다 일식당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들어가 오나기리와 튀김우동, 그리고 가츠동을 시켰다. 급하게 들어간 것을 생각하면 맛은 좋았다. 가는 길에 소호 애플 스토어를 들러 둘러보기도 했다. 여기에 전시된 맥 프로는 흔치 않게 4K 모니터에 연결되어 있었는데, 화질이 죽이긴 하더라.

아직 숙소에 대놓고 있었던 차를 찾은 우리는 이제 트윈 픽스를 향해 달렸다. 트윈 픽스를 가기 위해서는 중심가를 일부 지나가야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슬슬 러시아워가 시작됐는지 밀렸다. 다행히도 내비게이션 덕분에 이를 요리조리 잘 피했다.

그렇게 도착한 트윈 픽스는 맑은 샌프란시스코 날씨 덕분에 최고였다. 우리는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모든 풍경을 한 장의 사진에 담기란 힘들었다. 그래서 그냥 여러 장을 찍었다. 디지털 시대 최고의 해법 아닌가.

이 날의 숙소는 공항 근처였다. 다음날 비행기를 타니 최대한 가까이 있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서였다. 대신 샌프란시스코에서 시간을 더 보낼 수 있는 기회는 희생해야했다. 예를 들어, 트윈 픽스에서 야경을 찍는다던가 그런 거. 숙소에 짐을 놓고나서 우리는 공항에 차를 반납했고, 공항 셔틀을 통해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을 남은 컵라면으로 해결했다. 뜨거운 물은 아래층 식당에서 애플 텀블러로 받아 썼다.

Epilogue.

여행이 끝난 지 1년만에 이 여행기를 다 썼다. 그 1년 동안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개인사를 여기에 쓰긴 좀 그래서 따로 쓰지는 않겠지만, 나를 잘 아는 분들은 아실 거다.

이 여행 때 찍은 사진은 나중에 포토북으로 만들어서 친구에게 생일선물로 주었다. 그 때 돈이 궁해서 내 건 따로 안 만들었으니 그 녀석만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 당시에 이 포토북을 만들면서, 또 이 여행기를 쓰면서 든 생각이 있었다. 역시 남는 건 사진 뿐이라고. 1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이후에도 이 여행기를 끝마칠 수 있었던 건 사진들을 다시 보며 기억을 곱씹어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여행을 하면서 최종적으로 993장의 사진이 남았다. 포스트를 위해 사진들을 다시 정리하면서 그 때의 좋은 기억들이 새록새록 났다. 여행은 이래서 하는 거고, 사진들은 이래서 지우기가 힘든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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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Column] 라이카를 쓴다는 것.

* 모든 사진은 클릭하면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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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던 라이카 갤러리.

나는 새로운 카메라를 고를 때 상당히 신중해진다. 카메라같은 경우, 일단 사면 상당히 오래 쓰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여러 면에서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인가라는 문제를 늘 고민하기 때문이다. 그런 선정 기준을 통해 2008년부터 작년까지 니콘 D300을 썼고, 작년 7월부터 소니 a7을 쓰고 있다.

사진을 취미로 갖거나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카메라를 접해볼 기회가 이따금씩 있다. 개중에는 그저 그런 것도 있고, 가지고 싶어지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여러 종류의 카메라를 만져보았지만, 라이카는 나에게 늘 미지의 존재였다. 늘 궁금하긴 했지만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한 존재. 가장 싸다는 컴팩트 카메라가 100만원을 쉽게 넘어가며, 비싼 건 몇천만원을 호가하는 물건. 솔직히 속된 말로 얘는 돈지랄이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던 물건이다. 이런 물건을 만져볼 기회가 이번에 일본을 갔을 때 있었다. 바로 교토에 있는 라이카 갤러리에서다.

교토의 전통적 건물에 있는 라이카 갤러리는 1층은 제품 갤러리, 2층은 간이 순회 사진전을 여는 작품 갤러리가 있다. 처음에 들어갔을 때 수트를 차려입은 중년의 아저씨가 깍듯이 맞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름 명품샵에 온 기분이 났다. 라이카도 이 방면에서는 명품이니까. 안에서 다양한 라이카 카메라들을 돌아보고 있는데 옆에서 샘플 한 대를 들고 직원과 대화를 나누는 노부부가 보였다. 우리 일행은 모두 “사려나보다… 부럽다…”라고 중얼거리며 지나갔는데, 웬걸. 앞에는 떡하니 시연해볼 수 있는 샘플이 있었던 것이다. 예전에 한 번 가본 적이 있는 같이 갔던 아저씨 말로는 원래 라이카 갤러리에서는 카메라 시연을 못 하게 했었단다. 신기하게도, 이 시연품에는 어떠한 보안장치가 되어 있지 않았다. 최대한 고객의 편의를 배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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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의 미러리스 T와 레인지파인더 M. (왼쪽부터)

나는 이 중 가장 비싼 것으로 아는 라이카 M을 들었다. M은 어떻게 보면 라이카를 정의한 플래그십 레인지파인더. 물론 지금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디지털로 갈아탔지만, 딱 드는 순간부터 요즘 카메라에서 찾기 힘든 옛스러움이 남아 있었다. 일단 크기에 비하면 상당히 묵직한 편이었다. 내 a7보다도 약간 더 무거웠다. 아마 이는 바디 전체가 금속으로 만들어서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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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뷰를 지원하는 라이카 M의 상당히 큰 3인치 후면 LCD. 그러나 다른 버튼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다른 카메라들과 달리 상당히 심플하다.
(DigitalRev TV 캡쳐)

이번 M 모델부터는 라이브뷰가 지원되는데 (어떻게 보면 DSLR보다도 상당히 늦었다) 나는 라이카의 느낌이 어떤 지 보려고 일부러 뷰파인더로 사진을 찍어보았다. M의 뷰파인더는 가운데가 스플릿 스크린과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어 이를 이용해 초점을 잡는다. (레인지파인더의 특성상 수동초점만 잡을 수 있다.) 익숙해지기만 하면 웬만한 AF보다도 빠르다고 하지만 조금이라도 가운데에 둔 피사체의 거리가 달라지는 순간 어긋나기 때문에 움직이는 피사체에서는 여간 쉬운 것이 아니었다. 다양한 어댑터 덕에 이종교배 면에서 인기가 많은 a7은 수동초점을 돕기 위해 피킹이라는 것을 도입하지만, (후속 제품인 a7II는 일부 수동 렌즈에 손떨림 방지까지 지원한다.) 라이카는 그런 거 없다. 뷰파인더로 보면 무조건 기계식으로 초점을 잡는다. (라이브뷰에서는 피킹을 지원한다.) 원래는 어떠한 렌즈를 장착하던 파인더의 크기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감으로 화각을 잡아야 했지만 이번 모델부터는 설정에서 초점 거리를 선택해 파인더에 프레임을 LED로 둘러준다. 어찌어찌 초점을 잡아서 반셔터를 눌러 노출을 고정하고, 한 번 더 누르면 조용하지만 확실히 있는 셔터음과 함께 사진이 찍힌다.

Leica M-5
1/90s / F2.8 / ISO 200 / 50mm / Leica M (Typ 240) + Summicron-M 1:2/50

이 모든 경험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은 바로 사진을 찍을 때의 그 집중력이다. 요즘 우리는 모두 사진을 별 생각 없이 찍는다. 그냥 피사체 대충 맞춰주고 반셔터를 누르면 자동으로 초점이 잡히고, 거기서 한 번 더 누르면 바로 찍힌다. (스마트폰은 카메라를 켠 순간 이미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는 이미 작년부터 a7에 어댑터로 니콘 50.4 렌즈를 물려서 촬영하다보니 수동초점에 많이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라이카 M을 들어보니 나는 전혀 익숙해지지 않은 것임을 깨달았다. 그만큼 라이카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사진 찍는 것을 8년이나 취미로 삼았다고 하는 나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라이트룸으로 옮겨서 본 결과물은 확실히 이 고생(?)을 보상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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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M3 출시 60주년 한정판 라이카 M. LCD 파인더도 빠진 주제에 가격은…(…)

라이카 M을 단 20분 정도밖에 써보지 않았지만서도, 우리 모두 왜 다른 사람들이 라이카 타령을 하는 지 알 거 같았다. 라이카를 메인 카메라로 쓰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라이카는 사용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다. 그리고 나는 그 경험에 조금씩 중독되어가고 있었다. 라이카 M을 내려놓으며 나는 자연스럽게 가격을 보았다. 85만엔. 엔저를 생각해도 뭔가 열심히 모아야할 기세다.

Leica M-1
1/90s / F2.0 / ISO 200 / 50mm / Leica M (Typ 240) + Summicron-M 1:2/50
Leica M-2
1/45s / F2.0 / ISO 200 / 50mm / Leica M (Typ 240) + Summicron-M 1:2/50
Leica M-4
1/30s / F2.0 / ISO 200 / 50mm / Leica M (Typ 240) + Summicron-M 1: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