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KudoReviews Movies

[KudoReview] 호빗: 다섯 군대 전투

관객도 같이 지구전을.

20141104000041_0_99_20141104004813제목: 호빗: 다섯 군대 전투 The Hobbit: The Battle of the Five Armies
감독: 피터 잭슨
출연: 마틴 프리먼 (골목쟁이네 빌보), 이안 맥캘런 (간달프), 리차드 아미티지 (참나무방패 소린), 올란도 블룸 (레골라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스마우그 / 사우론 목소리)
상영 시간: 144분

용 스마우그를 쫓아내고 에레보르 왕국의 외로운 산을 되찾는 데 성공한 소린 일행. 그러나 그 과정에서 호수마을은 불바다로 변해버리고, 소린은 황금에 눈이 멀어 명예와 우정을 저버리기 시작한다. 거기에 스마우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몫을 챙기기 위해 바르드가 이끄는 호수마을의 인간들과 스란두일이 이끄는 요정들이 외로운 산 앞으로 진격하고, 소린이 부른 사촌이 이끄는 난쟁이군과 가운데땅의 고대의 적인 사우론이 보낸 오크 군대까지 오게 되면서 다섯 군대 전투가 시작된다. 이 가운데 빌보는 우정을 지키기 위해 큰 선택을 하게 된다.

 

 

 

초반에 간단한 설정을 설명한 후, 영화는 곧바로 메인 이벤트인 다섯 군대 전투로 쉴 새 없이 몰아친다.

호빗: 다섯 군대 전투는 호빗 시리즈가 가지고 있었던 문제점을 그대로 계승한다. 즉, 쓸데없이 늘였다는 것. 영화는 제목이 그렇듯이 원작의 거대한 전투인 다섯 군대 전투를 메인으로 다루고 있는데, 이 전투의 문제는 쉴 새가 없다. 영화의 2시간 24분 러닝타임(사실 3시간 넘기는 게 일인 호빗이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 치고는 상당히 짧은 시간이다.) 중 2시간 가까이가 한 번에 이어진 전투 장면들이다.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이나 왕의 귀환에서의 전투들은 분량이 그렇게 길지 않았거나, 중간에 잘라내서 관객들이 쉴 틈을 줬는데, 다섯 군대 전투는 계속해서 몰아치니까 다 관람하고 나니 피로감이 상당히 심했다. 다 보고 난 후 집에 와서 기절했을 정도였다. (물론 이는 굳이 영화 자체뿐만의 문제는 아니었지만서도.)

타우리엘 역의 에반젤린 릴리는 연기를 참 잘했다. 다만 각본이 참…(…)

그리고 영화 자체가 전투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다른 스토리 요소는 개연성이 없다. 그나마 칭찬해줄 만한 부분은 소린의 캐릭터적 진화 과정인데, 이도 원작보다 설정을 많이 추가했다고 한다. 영화에만 나오는 캐릭터인 타우리엘과 킬리의 로맨스는 여전히 뜬금없고 (이 정도면 스타워즈 에피소드 2의 아나킨-파드메 로맨스 급이다) 전투가 끝나고 나서의 뒷정리도 그냥 어영부영 넘어간다. (왕의 귀환과 비교해보면 무슨 말인 지 아시리라 본다.) 영화의 길이를 늘이기 위해 원작에 없는 설정을 덕지덕지 붙이다보니 스토리의 개연성이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사실 호빗 원작 자체가 이렇게 영화를 세 편이나 만들기에는 무리가 많았다.)

hobbit-3 1
마틴 프리먼이 분한 빌보의 분량을 늘이는 건 각색에서 잘 한 것 중 하나다.

그나마 제작진이 각색한 부분 중 다행인 건 골목쟁이네 빌보의 활약을 많이 추가했다는 점인데, 이는 빌보 역의 마틴 프리먼이 활약할 수 있는 분량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마틴 프리먼의 연기는 빛난다. 사실, 각색이 엉망이라 그렇지, 명배우들이 모인 만큼 연기만큼은 정말 최고라 해주고 싶다. 피로감이 문제라 그렇지, 전투 장면 자체의 몰입감도 최고다. (몰입감이 최고니 두 시간 내내 보고 지쳤지…)

호빗 시리즈 세 편을 다 보면, 계속해서 쓸데없이 늘였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피터 잭슨은 원래 호빗을 두 편으로 할 계획이었으나, 설정이 계속 붙으면서 세 편짜리가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설정을 더한다 한들, 원작이 (반지의 제왕에 비하면) 워낙 짧은 소설이라 무리수를 많이 뒀다. 피터 잭슨의 욕심이 화를 부른 거 같아 이런 점에서는 많이 아쉽다. 그러나 여전히 호빗 시리즈는 중간계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볼 만한 영화다. 반지의 제왕처럼 명작 반열에 오르지는 못 하겠지만, 빌보의 이 여정도 프로도의 그것처럼 같이 가볼 만하다.

점수: 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