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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도 칼럼] RIM에게 최대로 실망한 날.

아시다시피, 어제 RIM의 첫 태블릿 플레이북이 다음주 출시를 앞두고 리뷰 엠바고가 풀렸다. 그래서 지금까지 엔가젯, 조쉬 토폴스키(토폴스키옹은 엔가젯에서 나왔다), 월트 모스버그, 데이빗 포그 등 다양한 분들이 쓴 리뷰들을 쫙 읽어보면, 공통된 의견은 대략 이렇다:

  • 하드웨어 자체는 킹왕짱. 플래시를 이렇게 부드럽게 돌리는 모바일 기기는 처음.
  • QNX OS 자체는 꽤나 부드럽게 돌아감.
  • 블랙베리가 있어야만 이메일을 쓸 수 있는건 (브릿지) 멍청함 (플레이북 자체로는 이메일을 쓰려면 웹 브라우저를 켜야 한다. 2000년대 초반 스타일.)
  • 앱 월드에 쓸만한 앱이 없다.
  • 소프트웨어의 불안정함: 1주일간의 리뷰기간 중에도 세 번정도 업데이트를 받았고(브릿지는 심지어 리뷰 엠바고 풀리는 날에 업데이트가 떴다고), RIM 측에서는 아직 대부분의 기본 기능들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함. (블랙베리 OS 및 안드로이드 에뮬레이션 포함)

등이다. 결론적으로, 실망을 많이 했다는 소리다. 이러한 리뷰들이 하도 많다보니, 결국 RIM은 오늘 주식이 무려 4%나 급락했다고.

하지만, 플레이북 얘기는 여기까지다. 내가 오늘 정말 이 포스트를 쓰는 이유는 바로 이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바로 플레이북에 대한 리뷰를 보고 RIM의 중역들이 보인 반응들이라는데 하나둘씩 살펴보자.

공동 CEO 마이크 라자라디스: “(플레이북은) 더 우월하다. 휴대성이 더 좋고, 더 가벼우며, 더 오랫동안 들고 있을 수 있다.”

라자라디스는 결국 7인치 크기의 장점을 내세웠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갤럭시 탭을 리뷰할때 나도 7인치 크기의 가벼움이 좋았으니까. 근데… 단순히 이것때문에 ‘더 우월하다 (more superior)’라는 단어를 쓰는건, 라자라디스 특유의 거만함이 보이는 것이다. 7인치 크기의 단점은, 결국 화면의 10인치대의 반이 되기 때문에 화면공간을 활용하는 데에 태블릿으로 쓰기에 조금 애매한 사이즈가 된다는 것인데, 설사 QNX OS가 그 화면공간을 잘 썼다 하더라도, 분명 더 넓은 화면을 원하는 사용자들도 많을 것이다. (플레이북 얘기 더이상 안한다면서 결국 했다.)

공동 CEO 짐 발실리: “(리뷰들은) 공평하지 않다. 6,000만대의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이메일을 버젓이 사용할 수 있다. 플레이북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은 블랙베리의 안전하고 공짜인 확장을 원할 것이다.”

결국, 이 글을 쓰게 만든 문제의 발언이다. 일단, ‘공짜’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 건지조차 모르겠다. 블랙베리폰을 사면 플레이북을 준다는 것인가… 아니면 어떠한 추가적 데이터비 없이 확장이 된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브릿지가 블랙베리에서 테더링 기능도 지원한다)… 그건 넘기고, 더 큰 문제는 그 문장 자체다. 여기서 이 아저씨는 자폭해버린다. 아니 당신들의 목표는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뛰어넘는거 아니었어? 그냥 블랙베리 사용자들한테만 팔아먹을려고 플레이북을 만들었단 말야? 결국 RIM은 플레이북을 만들 때 더 많은 블랙베리 플랫폼 사용자를 유치하기 위한게 아닌, 결국 블랙베리 사용자들이 다른 태블릿으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려고 플레이북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참으로… 뭐랄까. 소박한 목표다.

이 공동 CEO들, 특히 라자라디스의 행적은 웃음이 나올 정도다. 가장 유명한 일화로는,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인도와 중동국가들과의 마찰(이 국가들은 RIM이 BIS 서버를 국내에 두기를 원했다. 물론 감시를 위해서다. 참고로, BIS 없으면 블랙베리의 인터넷 자체가 불가능하다.)에 대한 질문이 나오고, 기자가 이를 밀어붙이자, 결국 강제로 인터뷰를 종료시켰다는 훈훈한(?!) 마무리다. 이 아저씨가 얼마나 다혈질인지 보여주는 반증이다. 심지어 그 성깔 안 좋기로 유명하다는 스티브 잡스도 안 이러는데.

RIM의 문제가 여기서 나온다. 혁신을 위해 공격적으로 기술 개발을 더이상 하지 않는다. 너무 방어적이다. 마치 열심히 공부를 하지는 못할망정, ‘이정도면 됐겠지…’ 라면서 그냥 최소한의 것만 하고 노는 대학생같다. (옛날의 나를 연상시킨다고는 말 못하겠다.) 하는 행동도 완전히 똑같다. 자신이 왜 놀고 있었는지 변명하는 것처럼. 이는 이미 유출된 2011년 블랙베리 라인업에서도 계속된다. 일단 모델명만 늘어놓아보겠다: 볼드 터치, 토치 2, 스톰 3. 이름만 봐도… 결국 재탕이란걸 알수있다. 볼드 터치는 볼드(우리나라에서 토치를 제외하면 결국 보이는 블랙베리중 대부분이 다 볼드다)에 그냥 터치 스크린 갖다 박아놓은 것이고, 토치 2는 작년에 선보인 터치 스크린 슬라이더 토치에 고해상도의 화면과 더 성능이 좋은 CPU 등을 탑재했다고 한다. 만져본 사람 말로는… “토치가 이랬어야 하는데…” 란다. 심지어 디자인도 바뀐게 없다. 스톰 3는… 그간 두 번이나 실패한걸 다시 고쳐보려고 하는 것이고.

이전에 올린 엔가젯에서의 글처럼, 지금 대기업 고객층이 아닌 이상, 블랙베리가 다른 고객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건 결국 BBM과 (내가 지금 따로 추가한) 그 쫀득하다는 (그리고 난 적응이 안된다는) 키보드다. 물론 이거에 훅 넘어가는 블랙베리 팬들도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몇 있기는 한데, 정말 객관적으로 보자면, 이걸로 일반인들 사이에서 사용자 베이스를 계속 잡고 있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앱도 너무 부족하고, OS는 결국 10년된 구닥다리고, 살짝 난해한 인터페이스까지… 이 목록은 게속 된다.

RIM의 가장 큰 혁신이 될 것 같았던 플레이북은, 결국 RIM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제품이 되고 말았다. 모바일 산업은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의 걸그룹 같다: 우후죽순 제품들이 나오고, 트렌드도 쉽사리 바뀐다. 개중에서 소녀시대나 원더걸스가 (그나마) 장수하고 계속 인기를 끄는것은, 결국 이 트렌드를 읽고 빠르게 이에 대응하기 때문이다. (걸그룹은 그냥 비유에 불과했으니 팬분들은 이거가지고 또 화내지 마시길… 비유는 비유일뿐!) RIM은 이 트렌드 읽기에 실패하고 위험수위에 다다라 있다. RIM만의 이러한 트렌드에 변화가 오지 않는다면, 결국 그들이 철석같이 믿었던 대기업 고객마저 등을 돌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플레이북을 기로로 이제 RIM은 끝났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RIM에 있는 사람들이 그 정도의 바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굉장히 바보같이 굴어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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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글] RIM에게: 난 당신의 고객이지만 정장을 입지 않아요.

* 이 글은 Engadget의 Jacob Schulman의 글 “Editorial: Dear RIM, I’m your customer and I don’t wear a suit”을 옮겨왔음을 밝힌다.

* For English Readers: This is a direct translation of the article “Editorial: Dear RIM, I’m your customer and I don’t wear a suit” by Donald Melanson, from Engadget. You can just read it there.

(출처: Engadget)

조아나가 지난번에 인정한 것처럼, 나도 블랙베리 중독자였다. 그리고 난 또한 스무살의 대학생으로서 스마트폰이 통신 기기의 기능뿐만 아니라 음악 플레이어 그리고 TV 리모트의 기능까지 담당한다. (이 글의 필자인 제이콥 슐만은 펜실베니아대의 와튼 스쿨에 재학중이다 – 역주) 지난 8월에 블랙베리를 버리고 아이폰 4를 샀으나, 추수감사절쯤 되니, 내 손에는 버라이즌용 볼드가 들려 있었다. 그때부터, 난 두 주먹을 꽉 지고 있었다 — 한쪽 주머니에는 BBM 용도로 볼드, 그리고 다른 주먹에는 나머지 용도로 쓰는 아이폰이 있었다.

이제 빨리감아서, 뉴욕에서 지난주에 팀 스티븐스와 함께 플레이북을 보기 위해 RIM의 CEO 마이크 라자라디스를 만나러 갔을 때 일이다. 라자라디스가 HDMI 프리젠테이션에서 내장된 음악 플레이어까지 연일 화제 일으키고 있는 태블릿에 있는 다양한 기능들을 선보는 동안, 갑자기 내 생각에 스친 것이 있었다: 플레이북을 처음 본 순간부터 계속 가지고 있었던 질문이었다. 누굴 위한 거지? 그 순간, 나는 RIM을 계속 괴롭히고 있는 문제를 알아냈다 — 게다가 이는 태블릿 정책뿐만 아니라, 전화기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제품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모르고 그로 인해 결과물을 제대로 못 만들어내는 것이다. 내가 미친것 같은가? 계속 읽어보라.

내가 보기에는, RIM의 구매인구는 딱 두 부류로 나뉜다. 한쪽에는 RIM에게 언제나 중요한 사업체들이다. 이 무리는 회사와 함께 늙어간 부류이고, BES(BlackBerry Enterprise Server – 블랙베리의 극강 보안 호환성을 위해 RIM이 돈을 받고 대기업 네트워크에 설치하는 서비스 – 역주)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부류이기도 하다 — 그리고 RIM에서도 계속 그들을 믿기를 바라는 부류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대쪽에는 RIM이 무시하고 있는듯한 완전히 다른 부류가 있다: 바로 블랙베리의 메시징 능력때문에 메시징 생활 — 그리고 아마도 소셜 — 이 완전 바뀌어버린 젋은 층이다. 나는 벌써부터 많은 친구들이 다른 모바일 플랫폼의 기능이나 앱들을 더 좋아하지만, 결국 스위치를 포기하는 이유가 바로 “BBM 없이는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RIM의 BBM 중심적인 광고 캠페인을 보면 회사가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만, 웹OS나, iOS, 혹은 안드로이드 등 다른 플랫폼의 ‘쿨함’과 경쟁을 할 수가 없고, 이 현실을 오랫동안 피할 수도 없을 것이다.

플레이북은 RIM이 지금 무슨 일이 돌아가는 지 알고, 작정하고 쿨한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마지막 진짜 기회였다. 초반의 프리뷰와 티저를 보고 나는 수상하게 생각했으나, CES에서 시연품을 만져본 순간, 뿅 갔다. 하지만, 세달 후에 마이크와 팀과 함께 있는 그 방에서, 나는 그 시간을 어떻게 쓴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HDMI 출력이나, 무선 파일 공유 기능 등의 조금이나마 유용한 기능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RIM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내 걱정이 결국 확인되었다. 플레이북은 파워포인트 프리젠테이션을 자주 하는 사업가들을 위한 ‘프리젠테이션 모드’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파일 전송 하나 하자고 대기업이 ㅈ컴퓨터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것을 허락할까?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해 플레이북에는 EA에서 만든 몇 개의 게임의 들어갈 예정이지만, 앱 월드에 있는 다른 옵션들은 상당히 부족하고, 이는 경쟁자들과 비교해보면 특히 더 그러하다. 내 요점은 이거다: 모두를 반쯤 정도 기쁘게 하는것은 일부를 완전히 기쁘게 하는것과 같지 않다. 사실, 아마도 더 나쁜 것이다.

왜 RIM은 나같은 사람들을 타깃층으로 잡으려 하지 않는걸까? 블랙베리의 메시징 능력을 가져야만 하면서도, 그것보다는 더 많은 걸 하기 원하는 사용자들 말이다. QNX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되었어야 했지만, 플랫폼은 태블릿에나 겨우 어울릴 뿐, 그게 폰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는 알 수도 없다. RIM은 D에서 라자라디스의 급작스런 발표 이후로 계속 조용했고, 지금까지 유출된 기기들은 모두 지금 것을 그대로 유지할 생각인가보다. 더 혼란스러운 것은, 플레이북의 안드로이드 반쪽 지원을 보면서, 왜 애초부터 구글의 운영체제로 가지 않았느냐라는 생각이 든다. 꽤 많은 사람들이 — 과거나 현재 엔가젯 필진을 포함해서 — 안드로이드 2.3이 달리고 고해상도의 홈 화면에 BBM로고가 박힌 개조된 블랙베리 토치를 바란다. 플레이북이 만약에 허니콤을 돌렸다면, 아마 이 사설을 읽고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자: 블랙베리 제조사에게는 하드웨어가 강점이었지, 메시징 제품을 제외하면, 코어 OS에서는 지지부진했다. (그래서 아마 RIM이 데이터비즈, QNX, TAT를 샀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점점 더 많은 회사들이 직원들에게 기기를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고, RIM의 예상보다 더 나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결국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처음부터 함께한 고객들은 결국 RIM을 버리려 하고 있고,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제품들을 출시하지 않는 한 계속 그럴 것이다. RIM은 QNX 플랫폼에서의 개발에 대해 다양한 선택을 제공함으로서 더 많은 개발자(그리고 더 많은 앱)를 끌어들일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현재 상황으로 봤을때 이는 개발자와 사용자들에게 혼란만 가져왔다. 게다가 가트너나 IDC 모두 QNX의 태블릿 점유율이나 RIM의 장기적 스마트폰 포지셔닝에 대해 그닥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지 않는 것도 있다.

이 상황의 제일 슬픈 것은, RIM은 이를 사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최근 라자라디스의 언론에 대한 행동을 보면 비전을 완전히 잡은 회사의 모습이 아니다 — 이는 이미 돈이 얘기한 사실이다. 라자라디스는 RIM의 성공때문에 RIM을 따돌리는 것 같고, RIM의 미덕을 계속해서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미안한데, 성공해서 따돌려진 것도 아니고, 매체들이 근시안을 가진 것도 아니다. 밖에서 보면 당신의 회사는 경쟁사가 계속해서 조금씩 RIM의 고객층을 먹는 동안 아무것도 안한 것처럼 보이니까. 뭔가 끼어들어야 하고, 현재의 강점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 블랙베리는 더이상 그 추진력이 없다.

다른 조금 더 운이 없는 회사들과 달리, RIM은 블랙베리가 폰 뿐만이 아닌, 인생의 일부인 코어 사용자들이 있다. 이 산업에서는 이런 일은 흔하지 않기 때문에 — 애플만이 이에 비할 수 있을것이다 — 이를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난 아직 대학교에 몇 년정도 더 있을 것이고, 아직 BBM 리스트를 대체할 만한 것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계속 두 주먹을 쥐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폰 두 대를 쥐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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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FlashBack] 삼성 갤럭시 탭 7 리뷰

* 리뷰 플래시백이란: 원래 다 써놓았는데, 시기적 이유로 시기 놓치고 썩히고 있다거나, iAppBox에 썼던 리뷰들 나중에 발굴해서 다시 내는 리뷰들. 어떤면에서는 재탕이다. ;;

* 이 리뷰에 사용된 갤럭시 탭은 @krazyeom_님이 제공해주셨다.

* 리뷰 플래시백의 법칙상, 애초에 썼던 글을 어떠한 업데이트 없이 그대로 두었다. 당시의 관점이 어떠했는지 봐도 재밌을듯. (순전히 니 생각이고) 이 글은 2011년 1월 중순에 쓰여졌다.

2011년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해가 되려는 모양이다. 이번 CES에 나온 끝이 없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수만 봐도 알수 있다. 작년 아이패드의 대성공 이후, 올해는 수많은 같은 폼 팩터의 모델들이 기어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작년엔 어땠을까? 구글도 안드로이드가 태블릿에는 준비가 안됐다고 하는 마당에, (뭐, 최소한 허니콤까지는) 애플 혼자 잘되는 꼴을 못보겠다 하던 삼성은 혼자서라도 이 게임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제품이 바로 갤럭시 탭이다. 과연 이 삼성의 너무 일찍 당긴 방아쇠는 거대린 태풍 전야의 작은 태풍일까, 아니면 태풍 전야의 고요함일까?

 

하드웨어

갤럭시 탭의 폼 팩터는 7인치로, 아이패드의 9.7인치보다는 당연히 작다. 사실, 전체적인 크기만 따져도 갤럭시 탭은 아이패드의 약 반의 크기다. 이 크기가 가져오는 장점과 단점은 좀 이따가 얘기해보고, 일단 탭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단단히 느껴진다. 뒷면을 쉽게 벗겨지는 배터리 커버로 써야 해서 상당히 얇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갤럭시 S와 달리, 내장형 배터리를 선택한 탭은 후면이 훨씬 더 단단해보인다. (사실 갤럭시 S의 싸보이는 모습은 이 얇은 배터리 커버가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본다.) 전면부에는 7인치 슈퍼 TFT LCD와 130만화소 전면 카메라, 그리고 안드로이드의 전형적 4버튼이 달려 있고, 오른쪽에는 파워 버튼과 볼륨, 위쪽에는 이어폰과 DMB 안테나, 아래쪽에는 스테레오로 보이는 스피커와 애플 휴대용 라인과 같아보여도 호환이 전혀 안되는 30핀 포트가 달려 있다. 스피커는 테스트한 파일들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소리가 생각보다 상당히 작게 흘러나왔다. 소리가 기대 이상으로 빵빵했던 아이패드와 훨씬 더 비교되니 아쉬웠다.

후면에는 LED 플래시가 장착된 320만화소짜리 카메라가 달려있다. 카메라 성능은 320만화소짜리라는 것을 감안하면 준수했고, LED 플래시의 성능은 어떠한 빛도 없는 어두웠던 방안을 꽤 밝게 비출 정도로 밝았다. 또한, T와 갤럭시 탭, 그리고 삼성 로고가 차례대로 배열되어 있는데, 애니콜 로고 대신 갤럭시 탭이라는 이름을 직접 써놓으니 더 낫다라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애니콜이라는 이름을 스마트폰/태블릿 라인업에 쓴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나보다.

이제 갤럭시 탭의 7인치 폼 팩터에 대해 얘기해보자. 위에서 말했다시피 7인치 크기의 갤럭시 탭은 아이패드의 반 크기이다. 그러다보니 휴대성에서 상당한 우위를 차지했다. 크기도 작고, 무게도 아이패드의 반 (갤럭시 탭 380g, 아이패드 680g)이다 보니 한손에도 쉽게 들 수 있고, 무엇보다 가방을 따로 들고다닐 필요도 없어서 좋았다. 역으로, 화면이 작다보니 키보드의 크기가 상당히 작아졌다. 안그래도 물리적 키보드가 없어서 불편한 판에 아이패드같이 갤럭시 탭을 책상 등에 놓고 손가락 여러개를 이용해 빠르게 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들어서 세로상태에서 두 손가락으로 타이핑하는 것은 작은 크기 덕에 상당히 쉬워졌으나 이도 오랫동안 치기에는 상당히 힘들어진다. 장단점을 자세히 따져보면 갤럭시 탭이 작아지면서 예전부터 많은 주장이 있었던 컨텐츠 소비가 주인 태블릿의 용도가 분명해졌다고 볼 수도 있을것 같다.

7인치 슈퍼 TFT LCD는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밝기도 적당했고, 무엇보다 색조 등을 설정에서 직접 조정할 수 있어서 사용자의 눈맛(?)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다. 채도도 슈퍼 AMOLED만큼 극으로 밀어붙이지 않아서 눈에는 더 편했다. 해상도는 600×1024 픽셀로, 9.7인치에 768×1024인 아이패드보다 픽셀 밀도가 더 높아 책을 읽기에 살짝 눈이 덜 피로했다.

 

소프트웨어

갤럭시 탭은 안드로이드 2.2에 삼성이 갤럭시 탭용으로 개조한 터치위즈 UI가 올라가 있다. 터치위즈를 통해 갤럭시 탭은 스마트폰용 OS에서 쓸만한 태블릿으로 많이 바뀌었지만, 구글이 공식 지원을 하지 않아서 뭔가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삼성 측에서는 갤럭시 탭의 크기에 맞게 기본 앱을 대부분 다 개조하는 수고를 했다. 전화 앱부터 시작해 캘린더 등의 어플리케이션까지 갤럭시 탭의 해상도에 맞게 새롭게 개조되었다. 이들중 대부분은 아이패드의 UI 디자인을 굳이 좋은 말로 하자면 ‘벤치마킹’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갤럭시 탭의 활용성을 많이 높인다. 특히, 달력과 해당일의 스케쥴을 동시에 보여주는 캘린더 앱은 넓은 화면을 상당히 극대화시킨 앱으로 꼽힌다고 할수 있다. 아쉬웠던 것은, 이러한 앱들의 UI가 삼성 자체의 개성보다는 아이패드의 UI를 벤치마킹(?)한 게 대부분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아이패드의 경우에도 그러했지만, 앱을 개조하면서 새로운 기능들이 추가가 거의 안된 점 또한 아쉬웠다.

이러한 앱들 중에 빼먹을 수가 없는 것이 바로 리더스 허브다. 아이북스의 경쟁자로 갤럭시 탭에는 리더스 허브가 탑재됐는데, 걱정했던 것과 달리 국내에서 판매되는 이북을 읽을 때 리더스 허브도 꽤 나쁘지 않다. 어플리케이션 자체도 나름 책장 넘기는 효과 등의 책 읽는 느낌을 잘 살렸고, 여백 처리 등도 나쁘지 않았다. (폰트 선택이 좀 아쉽긴 했다.) 문제는 컨텐츠였다. 많은 분들이 걱정하듯이 이북컨텐츠가 많이 부족한 편이다. 이는 갤럭시탭, 아이패드만의 문제가 아닌, 이미 음악과 영화 관련 불법 다운로드 홍역을 치른 국내 컨텐츠 시장의 일명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격의 일이다. 일단 삼성 측에서 기반은 마련해놓았으나, 아직 컨텐츠가 너무나도 미흡한게 아쉬웠다. 이북을 많이 좋아하는 사용자로서 어서 우리나라의 이북 시장이 재빨리 떠오르기를 바라본다. (그래서 정작 본인은 킨들 앱으로 책을 봤다.)

마켓에서 받을 수 있는 써드 파티 앱들의 경우, 대부분 잘 동작했다. 대부분 기존의 앱을 불려서 문제없이 작동을 했는데, 몇몇 앱 (엔가젯 등)은 아이패드에서 아이폰 앱을 1x로 돌리는 것마냥 주변에 검은색 테두리가 둘러진채 실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테스트해본 앱들 중 실행이 아예 안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나름 호환성 문제는 해결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미래

갤럭시 탭은 자체로 본다면 나쁜 제품은 아니다. 7인치 크기는 상당히 안정이 있고, 소프트웨어도 삼성이 어떤 면에서는 갤럭시 S보다 신경을 더 많이 쓴 부분이 보였다. 하지만 문제라면, 갤럭시 탭의 미래에 있다.

아시다시피, 이번 CES에서 구글은 태블릿을 공식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안드로이드 3.0, 일명 “허니콤”을 발표했다. 그와 함께 모토로라의 줌 Xoom, 그리고 LG의 G슬레이트등 몇십종의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말 그대로 “쏟아져 나왔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삼성은 안드로이드 태블릿 시장 선점을 위해 구글이 태블릿용 안드로이드를 완성시키기도 전에 갤럭시 탭을 내놓았는데, 그로 인해 갤럭시 탭의 미래는 그닥 밝아보이지 않는다. 일단, 허니콤 태블릿의 해상도가 1280×800으로 맞춰져 있는데, 이는 갤럭시 탭보다 더 큰 것이다. 따라서, 허니콤의 UI가 갤럭시 탭의 화면에 제대로 표현되지 못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게다가, 대부분의 듀얼 코어의 중앙연산처리장치, 즉 CPU를 채택해, 겨우(?) 싱글 코어 1GHz의 허밍버드로 허니콤 OS 자체를 지원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거리도 있다. 과연 갤럭시 탭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신호탄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소프트웨어 로드맵을 무시한 시대와 동떨어진 제품이 될 것인가? 그 답은 (다소 불안하지만) 삼성전자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