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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 미니 리뷰

Retina-Ready: 이 포스트는 아이패드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최적화된 포스트입니다.

내가 첫 맥인 15인치 맥북 프로를 산 지도 4년을 넘어 5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맥북 프로가 유지바디 디자인을 채택하기도 전인 2.4GHz 코어2듀오, 기본 2GB RAM(이후에 따로 4GB로 업그레이드), 200GB의 하드 드라이브(이것도 500GB로 힘겹게 업그레이드) 등을 장착한 2008년형 초기형인 이 노트북은 아직까지도 준수한 성능을 보이며 지금껏 내가 쓴 여느 디바이스보다도 훨씬 오래 썼다. (이에 필적할만한 녀석은 내 메인 카메라인 니콘 D300밖에 없다) 그 전에 소니 노트북 두 대를 써봤지만, 모두 그닥 인상적이지 않은 퍼포먼스 때문에 많은 실망을 안겼었다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다음 컴퓨터도 맥을 고민하게 된다. 물론, 내가 내 맥북 프로를 애지중지하면서 사용한 4년동안 컴퓨터 세상도 스마트폰만큼은 아니더라도 많이 변했다. 코어가 그새 두 배로 늘었고, 램은 내 맥북 프로가 왔을 때 가지고 있던 용량의 4배의 카운트가 기본으로 들어가는 시대가 됐다. 그래픽 메모리도 1GB를 넘나들고, (내 맥북 프로는 256MB다) 하드 드라이브 대신 플래시 메모리를 선택하는 제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고, 이 둘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드라이브의 개념도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맥 얘기로 돌아와서, 처음에 내가 고려했던 제품은 맥 미니였다. 모니터만 구해놓으면 맥북 프로보다도 더 휴대성이 좋았고, (내가 노트북을 산 이유는 유학생이라는 입장에서 한국과 미국을 다니며 휴대하기 편한 컴퓨터를 찾았기 때문이었다) 가격도 쌌다. 그러나 그 생각은 6월에 완전히 뒤바뀌였다. 새로운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나오면서다. 그리고 이제는 15인치냐, 13인치냐로 주변 사람들이 고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미 난 마음을 정한 지 백만년이지만, 13인치와 15인치 모델을 찬찬히 뜯어보도록 하자.

양쪽에 새롭게 뚫은 흡입구.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줄여서 레티나 맥북 프로)가 특별한 것은 그저 레티나 디스플레이 뿐만 아니다. (물론 그게 크긴 하다) 레티나 맥북 프로를 출시하면서 애플은 유니바디 맥북 프로 출시 4년만에 섀시 디자인도 뜯어고쳤다. 겉으로만 보면 유니바디 디자인과 유사하지만, 몇몇 차이점이 보인다. 먼저, 얇고 가벼워졌다. 기존 13인치 맥북 프로에 비해 13인치 레티나 맥북 프로는 약 5mm 정도 얇아졌고, 무게도 400g 이상 가벼워져 1.62kg라는 초경량을 자랑한다. (13인치 맥북 에어와는 300g 차이다) 더 작은 크기와 경량화를 위해 내부 구조는 외부에 비해 대규모 수술을 거쳤다. 배터리가 내부 구조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고, 면적 최소화를 위해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광학 드라이브 등은 아예 빼버렸다. (물론, 요즘 많이 파는 USB 호환 외장 드라이브를 쓸 수 있다) RAM이나 플래시 메모리는 아예 보드로 박아넣어 사용자가 임의로 업그레이드할 수 없다. (플래시 메모리는 슬롯 형태라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기는 하나, 쉽지도 않고 이를 어찌해서 분해해 업그레이드한다 하더라도 워런티가 깨진다) 이는 그만큼 공간 배분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애플의 통제를 향한 열망을 암시하기도 한다. 이는 일반 사용자들이 업그레이드같은 생각 없이 쓰는 맥북 에어 등과 달리 사람들이 오래 쓰다가 업그레이드도 할 수 있는 프로 라인업을 생각해볼 때 의아하기도 하다.

15인치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내부 구조. (출처: iFixit)

하지만 이렇게 통제를 통해 설계된 레티나 맥북 프로의 내부는 아름다움 그 자체다. 아래 부분에 거대한 배터리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고, (애플은 내부 구조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넓이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 이미 아이폰 등에 내장형 배터리를 채택했고, 이내 노트북에서도 탈착식 매커니즘을 빼버렸다) 위에는 한치의 오차없이 치밀하게 설계된 냉각 시스템과 메인보드가 자리잡고 있다. 두 개의 팬은 비대칭형으로 계속 같은 주파수로 팬소리가 나는 것을 차단해 소음이 낮은 것처럼 착각을 일으킨다. 화면과 메인보드 및 키보드를 잇는 경첩 부분에 공기의 흡입구 및 배출구를 모두 위치시켰던 전세대와 달리 이제는 메인보드 및 키보드 쪽에 흡입구를, 경첩에 배출구를 내는 구조로 바귀어 공기의 흐름을 좀 더 효율적으로 배치시켰다. 스티브 잡스는 첫 매킨토시를 디자인할 때, 사용자들이 내부를 볼 일이 없더라도 내부 디자인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믿었다. 잡스는 이제 이 세상에 없지만, 레티나 맥북 프로는 그의 디테일에 대한 집중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13인치 (왼쪽), 15인치 (오른쪽)

레티나 맥북 프로의 외장을 살펴보면, 키보드는 예전 맥북 프로와 거의 비슷한 구성이다. 다만 맥북 에어와 같이 예전에 광학 드라이브 추출 버튼이 있던 자리에는 전원 버튼이 들어갔다. 섀시의 얇은 두께 덕에 키보드 자체는 전 모델보다 들어가는 깊이가 많이 얉아졌다. 왼쪽에는 매그세이프 2 충전단자와 USB 3.0 단자, 썬더볼트 단자 두 개, 이어폰 단자가 있고, 오른쪽에는 다른 USB 3.0 단자와 SD카드 슬롯, 그리고 맥북 중 최초로 HDMI 단자도 들어갔다. 남은 배터리 잔량을 보여주는 표시기가 사라진 것은 아쉽다.

전체적인 빌드는 예전 유니바디 맥북 프로보다도 더 단단한 듯하다. 좀 더 밀도있는 패키지랄까. 무게도 확실히 내 맥북 프로와 비교할 때, 정말로 가벼운 게 느껴진다. 이것은 중요하다. 나같은 경우 가끔씩 수업에 아이패드 대신 노트북을 챙겨야할 때가 이따금씩 꼭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분들에게 레티나 맥북 프로는 에어만큼은 아니더라도 괜찮은 휴대성을 제공한다.

기존 15인치 맥북 프로에서 찍은 갈무리 사진.
… 그리고 같은 페이지를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에서 봤을 때 갈무리 사진.
(클릭하면 확실해진다)

 이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살펴보자. 13인치던 15인치던, 화면은 공통적으로 화려하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처음 탑재한 아이폰 4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과 아이패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봤을 때의 충격때문에 이제는 적응이 될 법도 하건만, 레티나 맥북 프로의 충격은 또다시 신선하다. 소니 바이오 Z같이 13.3인치 노트북에 풀HD (1920×1080) 화면을 박은 일은 있더라도, (솔직히 이 노트북은 레티나 맥북 프로같이 스케일링을 하는 게 아니라서 텍스트가 너무 작아 읽을 수 있는 게 없었다) 화면의 총 화소 수가 400만개를 넘어가는 것은 레티나 맥북 프로가 처음이다. 13인치는 2560×1600, 15인치는 2880×1800의 해상도를 가지고 있는데, 애플은 기존 맥북 프로들의 해상도를 4배로 뻥튀기하는 식으로 이 광활한 해상도를 이용한다. (즉, 기본 세팅에서는 13인치는 1280×800, 15인치는 1440×900같이 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훨씬 선명해보일 뿐) 이는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방식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기본 레티나 스케일링 해상도 (1440×900)
레티나 다운스케일 해상도 (1680×1050)
레티나 다운스케일 해상도 (1920×1200)

흥미로운 것은 레티나 맥북 프로가 이보다 더 높은 스케일링된 해상도도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를 해내는 방식 또한 흥미로운데, 애플은 이 높은 해상도를 각 화면의 해상도에 맞게 업스케일링을 하지 않고 대신 역시나 4배로 뻥튀기시킨 다음, 다운스케일링을 시켜버림으로써 끊임없는 ‘레티나 화질’을 실현시킨다. 다만, 사진이나 동영상 등은 업스케일이나 다운스케일을 시키지 않은, 원 해상도 그대로를 보여준다. (애플은 15인치 기준에서 볼 때, 파이널 컷 프로에서 옆에 보이는 동영상이 실제로 1080p 크기라고 말한다) 물론 다운스케일링을 시켰기 때문에 원 해상도만큼 화질이 높지는 않지만, 애플이 이를 지원하기 위해 OS X에 새로 쓴 스케일링 알고리즘 덕분에 화질 열화를 최소화시킨다.

사실 애플은 이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인한 이미지 등의 화질 열화에 대해 상당한 신경을 쓴다. 이는 다운스케일에도 중요하지만, 아직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지원하지 않는 애플리케이션이나 특히 웹페이지의 이미지 요소를 업스케일할 때 또한 중요하다. 잘못하면 이미지가 상당히 깨져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아닌 일반 화면만도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실제로 아이폰 4가 처음 나왔을 때 거의 모든 웹페이지의 이미지들이 더 작은 화면에 맞춰져있어 깨져보이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인데, 이도 고해상도의 화면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시장에 풀리면서 개선되고 있다. 레티나 맥북 프로같은 경우도 상황은 유사하다. 아니, 더 심하다. 아직도 많은 웹사이트들이 (레티나 맥북 프로와 비교하면) 저해상도를 위해 개발된 페이지들이라 낮은 해상도의 이미지가 많으며, 일부 블로그 서비스 업체들은 사진 등을 원 해상도가 아닌 가로 640픽셀 정도로 리사이즈하여 올리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이렇게 될 경우 레티나 맥북 프로에서는 화질열화가 발생하게 된다. 이는 아이폰 4가 그랬던 것처럼 차차 해결될 것으라고는 보지만, 고가로 인해 예상되는 레티나 맥북 프로의 낮은 보급율을 생각할 때, 상당히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아이패드 레티나 디스플레이도 이 문제에 해당된다는 점이겠다)

그럼 성능은 어떨까?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아이패드가 자원난으로 고생(이는 8개월만에 새로운 A6X 프로세서를 탑재한 4세대를 내놓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됐을 게 뻔하다)을 꽤 한데 반해, 레티나 맥북 프로는 여유가 있어보인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아이패드같은 경우 일반 소비자용 제품이라 단가를 신경써야 했지만, 레티나 맥북 프로는 고급형 제품이라 (아직 기존 화면을 그대로 탑재한 맥북 프로도 판매중이다) 부품 선택에 좀 더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최소한 15인치 모델은 최고의 사양을 가지고 있다. 2.3GHz에서 최대 2.7GHz까지의 쿼드코어 인텔 코어 i7 프로세서를 선택할 수 있고, 8GB RAM에 256GB 플래시 메모리, 그리고 1GB 메모리를 가진 엔비디아 GT 650M 그래픽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여기서 RAM은 16GB, 그리고 플래시 메모리는 768GB까지 늘릴 수 있다. (물론, 다 최고급 사양으로 채웠다간 가격이 곱절이 된다)

문제는 13인치 모델이다. 애플은 다양한 문제로 13인치 모델에서 일부 고급 사양을 포기해야 했다. 프로세서도 듀얼코어로 제한해야 했으며, 15인치에는 있는 외장형 그래픽 프로세서도 뺐다. (15인치는 내장형과 외장형 둘 다 탑재되어 사용함에 따라 능동적으로 사용하는 그래픽 프로세서를 바꿀 수 있다) 아난드텍에 따르면, 13인치의 제한적인 전원 보급으로 돌릴 수 있는 쿼드코어 프로세서는 듀얼코어에 비해 70%는 더 비쌌을 것이며, (이 말은 결국 소비자 가격도 동반상승한다는 의미다) 외장형 그래픽 프로세서를 넣었다간 배터리르 넣을 공간이 부족해져 배터리 수명이 축소됐을 가능성이 크기에 애플로서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최소한 일반적 컴퓨팅에서의 성능차는 놀랍게도 크지는 않다. 전체적으로 시스템 속도는 빠릿빠릿하다. 부팅 속도도 SSD 덕에 상당히 빠르며, 다양한 무거운 작업의 멀티태스킹에서도 꿋꿋하게 버텨낸다. (더 버지에서는 개라지밴드와 파이널 컷 프로, 그리고 1080p 아이언맨 3 예고편을 13인치 모델에서 동시에 돌려버리는 실험도 했는데, 어떠한 성능 저하도 없었다고 한다) 이는 대부분 OS X 최적화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끔씩 사파리 등에서 스크롤링을 할 때 버벅임이 발견된다는 것은 문제다. 일부 컨텐츠가 많은 사이트에서 위아래로 스크롤링하다가 상당한 프레임 속도 저하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13인치뿐만 아니라 15인치에서도 나타났다.

13인치 모델에서 외장형 그래픽 프로세서가 빠지면서 생기는 문제점은 게이밍이다. 아무리 인텔 HD 4000 내장 그래픽 가속기가 옛날같지 않다고는 하지만, 그래픽 ‘감속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내장 그래픽 칩셋으로 게이밍은 무리라는 것. 이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밖에 볼 수 없다.

레티나 맥북 프로는 모든면에서 맥북 라인 뿐만 아니라, 미래의 노트북이 어떻게 진화할 지 보여주는 청사진이고, 차로 치면 첨단 기술이 집목된 컨셉트카같은 제품이다. (컨셉트카와 다른 것이 있다면, 얘네들은 실제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가격이 비싸고, (특히 i환율이 적용되니까 정말 홍콩같은 곳에서 사오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노트북의 다른 부분이 못 받쳐주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레티나 맥북 프로를 통해 애플은 노트북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게 될 지 방향을 제시한다. 스티브 잡스는 가고 없지만, 레티나 맥북 프로에는 잡스의 정신이 깃들여있다.

Score: 9/10

P.S) 13인치냐 15인치냐에 대한 답은, 물론 15인치이다. 13인치는 사진 등의 작업을 하기에는 개인적으로 많이 작고, 거기에 외장 그래픽 프로세서가 없다는 게 좀 크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당연히) 13인치가 훨씬 더 많이 팔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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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미니 미니 리뷰

Retina-Ready: 이 포스트는 아이패드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최적화된 포스트입니다.

원래 있었던 9.7인치짜리 아이패드보다 더 작은 7인치대 아이패드에 대한 루머는 정말 꾸준히 있었던 듯하다. 그 당시 루머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끝없는 루머들은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뜻이었고, 애플은 이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아이패드가 좀 더 작았으면 하고 바랐던 사람들 중 하나다. 9.7인치의 화면을 가진 아이패드는 휴대하기에는 크기가 참 애매했다. 물론 맥북 프로를 들고 다니던 가방보다 더 작은 가방에 문제없이 들어가긴 했었지만 지하철에서도 앉아있을 때가 아니면 아이패드를 꺼내기가 참 뭣했고, (그때마다 나는 지하철에서 서서 아이패드로 뭔가를 하는 용자분들을 꼭 하나씩 보곤 했다) 아이패드를 쓸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기에 아이패드는 너무 컸다. 이런 분들을 위해 드디어 아이패드 미니가 나왔다.

처음 본 아이패드 미니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작다는 느낌을 준다. 내가 쓰는 9.7인치짜리 아이패드 2에 비하면 장난감같은 수준이다. 그만큼 무게도 가볍다. 9.7인치짜리 아이패드의 반 수준인 308g인데, 한손으로 들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동료인 프렘군이 직접 말하기로는, “지하철에서 서서도 쓸 수 있겠어요!” 실제로 프로모션 영상에서도 걸어가면서 쓰는 장면이 나오는데, 딱 그 모습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아이패드 미니의 홍보용 사진을 보면 대부분 한 손을 쫙 펴서 뒷판을 잡은 모습이 주로 나오는 편인데, 이것은 만만찮은 손 스트레칭 운동이어서 오래 잡고 있으면 손이 아파온다. (잡스: “그렇게 안 잡으시면 되죠.”) 오히려 얇은 베젤 부분을 잡는 게 더 편하다.

블랙 모델의 뒷판도 블랙으로 도장되었다. 눈에 보이기에는 잘 벗겨지는 듯하지는 않다.
화이트도 생각보다 이쁘게 나왔다. 여성분들이 상당히 애호하는 색상이 될 듯하다.

외관으로 봤을 때는 아이폰 5만큼이나 고급스럽다. 유니바디 알루미늄과 통짜 강화 유리를 다이아몬드 커팅 모서리로 접합한 모습이 유사하다. 가볍기도 하지만, 기기 자체는 상당히 튼튼한 느낌이 든다. 색은 블랙 & 슬레이트와 화이트 & 실버 두 가지로 나오는데, 두 색상 다 잘 나왔다. 화이트 모델같은 경우 뒷면이 기존 아이패드의 알루미늄 색상 그대로지만(하나 다른 점을 들자면 애플 로고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진 듯한 색이다), 블랙 모델은 뒷판이 도색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무조건 블랙이다 싶었지만, 직접 보니 잘 모르겠다. 무튼 어느 색상으로 사시던, 손해볼 것은 없다. 둘 다 예쁘니까. (여성분이시라면 화이트에 상당히 끌리실 듯하다)

그리고 화면이 켜진다. 순간 “아…” 했다. 아이패드 미니의 해상도는 아이패드 2의 그것과 같은 1024×768. 레티나 레벨은 고사하고 넥서스 7의 화면보다도 화소 밀도가 적다. 사실 이는 예상되었던 것이기도 하다: 지금의 기술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아이패드 미니를 만들었다간 지금보다 두 배는 두꺼울 것이고, 가격도 지금보다 훨씬 올랐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은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인생의 일부인 분들이라면 아이패드 미니의 화면은 안구테러의 수준이 될 수 있을 듯하다는 것이다. (2.54cm당 163개의 화소로, 이는 아이폰 3GS의 화소 밀도와 동일하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 (특히 아이패드 2를 쓰는 필자에게는) 그정도로 많이 나쁘다고는 볼 수 없다. 솔직히 구형 아이패드보다는 확실히 화소들이 모여있다보니 나름 샤프한 화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쓰인 IPS 패널이나 LED 백라이트 자체는 아이패드 레티나 디스플레이 수준으로 좋은 편이었다. (그말인즉슨, 아이패드 2보다 훨씬 낫다는 것) 색상 표현도 화사하면서도 눈에 아프지 않을 정도로 적당했고, 밝기도 좋았다. 웹을 볼 때에는 작은 화면에 화소 밀도가 그닥 높지 않다보니 확대를 해야 보이는 문제가 있긴 하나, 책을 읽을 때에는 어차피 서체 크기 조정이 자유로워서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내부 사양 자체도 아이패드 2와 흡사하다. 이 중 주로 논란이 되는 내용은 애플이 1년 반전에 쓰인 A5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썼다는 점이다. 프로세서의 발전이 성능의 중요한 바로미터가 되는 상황에서, 왜 그랬을까? 아마 애플로서는 굳이 A6까지 쓸 필요를 느끼지 못한 듯하다. 그럴만도 한 것이, A6의 후광에 많이 가려져서 그렇지, iOS를 돌리는 프로세서의 입장에서 봤을 때 A5가 절대로 느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면 모르겠다) 출시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아이패드 2는 쌩쌩 돌아간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아이패드 2가 A5를 처음으로 탑재한 기기였다) 아이패드 미니도 아이패드 2만큼 잘 돌아간다. 최근에 나온 니드 포 스피드: 모스트 원티드를 시험해봤는데, 로딩 시간이 조금 길었던 것만 빼면 상당히 부드럽게 돌아간다. A5가 아이패드 미니의 성능에 영향을 끼칠 거라고 걱정하신다면,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

아이패드 미니로 사진을 찍는건 최소한 9.7인치짜리 아이패드만큼 우스꽝스럽지는 않다.

아이패드 미니가 2와 내부 사양에서 다른 것도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큰 것이 카메라다. 500만 화소에 아이폰 4S에서 극찬받은 광학 시스템을 차용했는데, 살망하지 않을 사진을 뽑아준다. 그리고 사이즈도 작아져서 사진 찍는 모습이 그닥 우스꽝스럽지도 않다. (다만 스마트 커버를 씌우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다) 또한, 샐룰러 모델에 3G 뿐만 아니라 LTE를 채택했다는 점도 다르다.

자세히 보면, 내 손바닥이 얇은 베젤을 넘어 화면을 감싸고 있다.

이제 아이패드 미니의 가장 큰 기능인 사이즈 얘기를 다시 해보도록 하자. 애플은 아이패드 미니를 최대한 작게 만들기 위해 무진장 애를 쓴 듯하다. 태블릿에서는 거의 금기사항으로 여겨졌던 양쪽 베젤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애초에 베젤은 잡을 공간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는데, 베젤을 얇게 하기 위해 애플은 iOS에 화면 가장자리에서 넓은 면적의 터치가 감지되면 이를 무시하도록 설정했다. 처음에 애플에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이게 제대로 동작할 지 의심스러웠다. 처음에 아이패드 미니를 보자마자 시험해본 것이 이 기능이었을 정도였다. 그런데 웬걸? 멋지게 작동했다. 정말 자연스럽게 가상적 베젤을 잡고 있는 왼손을 무시하고 오른손의 터치만 인식했다.

아이패드 미니의 작은 사이즈는 아이패드로 하는 많은 것들에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그 중 하나가 타이핑이었다. 일례로 풀사이즈 아이패드에서는 세로 타이핑이 거의 쓸모가 없었다. 하지만, 아이패드 미니에서는 사이즈도 사이즈지만 애플이 아이패드 미니의 키보드 사이즈를 살짝 수정해준 덕분에 세로 타이핑을 거의 아이폰처럼 할 수 있었다. (물론 약간의 손 스트레칭은 필수다. 키보드를 반으로 쪼개면 좀 더 낫지만, 키보드가 많이 작아진다) 오히려 내가 애용하는 가로 타이핑이 조금 불편해졌다. 그러나 이는 조금만 적응하면 문제없이 극복할 수 있었다.

아이패드 미니는 게임하기에 정말로 적당한 크기와 무게를 지녔다.

또한,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는 등의 일에 더 적합했다. 특히 게임같은 경우, 아이패드를 들고 하는 경우이 많은데, 무게가 가벼워진 덕에 장시간 게임을 하더라도 손목에 무리가 오지 않는다. 책같은 경우도 위에 쓴 것처럼 지하철 안에서 캐주얼하게 꺼내서 읽을 수 있을 듯하다. (물론 테스트는 못해봤다)

그러나 이런건 솔직히 다른 태블릿도 똑같지 않냐고 되묻는 분들이 계시리라 믿는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경쟁 제품으로 지적하는 넥서스 7에 비해 사양뿐만 아니라 가격(16GB WiFi 모델 기준 42만원)도 비싸지 않냐고 물으시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그 분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건 아이패드다. 작아졌다고 해서 다른 7인치 태블릿들과 같이 대해서는 안된다. 작아졌지만, 여전히 아이패드 미니는 아이패드의 27만 5천만개의 앱을 비롯한 사용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아이패드 미니는 저가형 7인치 태블릿들과 경쟁하는 게 아닌, 아예 다른 카테고리에 있는 것만 같다.

그렇다면 아예 아이패드냐 아이패드 미니냐로 고민하고 계신 분들에게 조언을 좀 드릴까 한다. 아이패드를 좀 더 노트북 대체품으로 사용하고 싶으시다면, 큰 아이패드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더 적당하다. 하지만 늘 휴대하고 다니면서 더 작은 패키지로 아이패드의 다양한 앱들을 즐기고 싶으시다면, 아이패드 미니가 답이다. 그러나 이 작은 아이패드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기다리고 있으시다면… 애플이 외계인 고문을 좀 더 하기를 기다려보자.

 

 

Score: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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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 Impressions] 아이패드 미니

 

아이패드 미니 (출처: Apple)

이번 새벽에 있었던 애플 이벤트에 애플은 무려 맥과 아이패드를 아울러 5개의 신제품을 선보이는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다. 이 글에서는 이중 가장 루머가 많았던 아이패드 미니를 다뤄보고자 한다. (어차피 그게 제일 중요하지 않은가)

작아져도 아이패드는 아이패드다
아이패드 미니의 화면 크기는 7.9인치다. 다른 7인치대의 제품들보다는 화면이 꽤 큰 편으로, 대각선 길이만 보면 그렇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넓이는 약 35%의 차이가 난다. 애플은 아이패드 미니에서도 3:4의 비율을 고수했는데, 이는 기존 아이패드 앱과의 호환성을 유지시키고, 컨텐츠를 표시함에 있어 16:9인 대부분의 태블릿보다 좀 더 유리한 고지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솔직히, 16:9는 동영상 볼 때나 유리한 비율인데, 읽는 컨텐츠가 더 많은 태블릿에서는 무용지물인 비율이 아닌가 싶다)

아이패드 미니의 포인트는 작아져도 아이패드로서의 본분은 다한다는 것에 있다. 물론 최신 사양은 아니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쓰는 아이패드 2가 지금도 쌩쌩 잘 돌아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이패드 2와 같거나(A5, 768×1024 패널), 더 나은 사양(더 작은 공정으로 만들어진 A5, 500만화소 후면 iSight 카메라 및 페이스타임 HD 카메라, LTE 지원)을 가진 아이패드 미니도 아이패드로서의 본분을 다해낼 수 있으리라 본다.

(그나저나, 아이패드 미니에 레티나 패널이 들어갔다면, 아이패드 레티나 디스플레이와의 차별성이 없어지기 때문에 무리수였다고 본다. 그리고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포기한 덕에 굳이 더 강한 프로세서를 쓸 필요도 없어져 단가를 줄일 수 있었으니 일석이조이기도 하고. 그래도 화면 자체는 굉장히 좋아보이긴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미 아이패드를 위해 만들어진 275,000개의 앱들이 어떠한 수정없이 아이패드 미니에서 지원된다는 것은 이미 아이패드 미니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셈이 아닌가 싶다.

풀사이즈 아이패드를 뛰어넘는 극강의 휴대성
아이패드 미니가 아이패드와 달라지는 건 바로 휴대성이다. 9.7인치의 풀사이즈 아이패드는 늘 가방은 기본으로 들고 다녀야 하고, 들고 게임이나 서핑을 하기엔 뭔가 참 무거운 기기였다. 아이패드 미니는 그러한 문제들을 다 해소시켜준다. 한 손에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다 들어오는 크기에, 풀사이즈 아이패드에서 무려 반이나 줄인 무게 덕에 들고다니기도 더 편해졌다. 자켓 주머니 크기가 크다면 안주머니에도 들어갈 기세다. (너비가 커서 어떨지는…)

이 점 때문에 난 개인적으로 아이패드 미니가 무척이나 끌린다. 물론 아이패드보다 더 싼 가격도 일조를 하긴 한다. 아이패드 2를 산지 1년반이 되자 슬슬 용량 문제가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는데, 그냥 아이패드 미니 64GB를 사는 것이 훨씬 절약이 되기 때문이다. ($529 vs $699) 하지만, 갤럭시 탭이나 넥서스 7를 리뷰할 때 작은 크기때문에 아이패드보다 ‘잠깐’ 애용했던 때가 있었는데, 아이패드가 이 크기를 제공한다는 것은 나로서도 커다란 메리트다. 특히 돌아다니면서 책을 읽거나 웹을 서핑하고, 게임을 할때, 아이패드 미니의 크기는 큰 이점이 된다. (특히 아이패드를 들고 가상 조이스틱으로 조작을 하는 게임같은 경우는 이 메리트가 배가 될 것이다)

아이패드의 크기가 작아졌기 때문에 컨텐츠 소비에 중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많다. 그럴만도 하지만, 이는 사용자가 사용하기 나름이 아닐까 싶다. 정 불편하면 블루투스 키보드를 들고 다녀도 되고 말이다. (사실 아이패드 미니가 작아져서 걱정스러운 것이 타이핑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오히려 작아진 크기가 주는 이익이 손해보다 더 많을 것 같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긴 하지만. (내 친구들은 PDF 등 정해진 크기의 문서를 읽는 것 때문에 풀사이즈 아이패드를 선택할 거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가격의 문제
아이패드 미니의 기본 가격은 329달러(한국 공식 가격 42만원)다. 이는 루머대로 나온 가격이기는 하나, 199달러부터 시작하는 넥서스 7이나 킨들 파이어보다는 비싸다. (16GB로 맞춘 넥서스 7도 국내에서 30만원이면 살 수 있다) 풀사이즈 아이패드로 태블릿 시장을 개척한 애플은 가격파괴로 경쟁사를 내몰았는데, 아이패드 미니는 오히려 더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애플이 늘 하는 ‘프리미엄 제품’의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서라 할 수 있다. 맥북 프로도 그러하고, 첫 아이팟도 그러했다. 실제로 아이패드 미니는 단순히 저가 아이패드는 아니다. 제조과정만 봐도 유니바디 알루미늄 구조에 다이아몬드 커팅 모서리 처리 등 아이폰 5 수준의 제품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 덕에 보급이 좀 걱정스럽기는 하다) 그리고, 이를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어떨까? 만약에 사람들이 그냥 싼 태블릿을 찾는 게 아닌, 더 싸진 아이패드를 찾는다면? 아이패드 미니는 엄청나게 팔려나가지 않을까 싶다. 물론 저가형 7인치 태블릿도 잘 팔려나가겠지만, 아이패드 미니는 그 카테고리에 속한 것이 아닌, 단독적 제품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

P.S) 이번 아이패드 미니와 4세대 아이패드가 11월 2일에 한국에서도 1차 출시를 한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닌가 싶다. 인증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도 궁금하지만 말이다.

P.S 2) 아마 난 사면 64GB 와이파이로 갈 것 같다. 지금 쓰는 아이패드 2가 32GB인데 용량난에 허덕이는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