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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DC 2014: 사용자에게는 통합을, 개발자에게는 거대한 놀이터를, 애플에게는 새로운 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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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DC 2014는 여러모로 달라진 애플을 볼 수 있는 행사였다.

모두가 바랬던 아이폰 6은 없었다. 사실, 어떠한 새로운 하드웨어도 없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만으로 애플 세계개발자회의(WWDC) 2014 기조연설은 2시간의 알찬 축제를 만들었다. 애플 이벤트를 지켜보면서 이렇게 발표되는 내용마다 흥분됐던 적도 오랜만이었다.  제목에서도 말했듯이, WWDC 2014에서의 발표 내용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통합과 개발의 개방. 거기에 애플은 회사의 새로운 미래를 살짝 보여줬다.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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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 X 요세미티와 iOS 8은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

애플이 공개한 두 개의 운영체제 OS X 요세미티와 iOS 8은 대부분 루머가 적중했다. OS X 요세미티는 iOS 7을 따라가는 새로운 디자인을 채용했고, iOS 8은 내가 쿠도블러에 전했던 대부분의 루머가 그대로 맞았다. 이렇게만 끝나면 굉장히 식상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플은 여기에 iOS-OS X간의 대대적 통합 기능을 추가했다.

애플은 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만들면서 둘의 연계를 강조해왔다. 또한,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맥과 아이폰/아이패드 간의 플랫폼 연계성을 조금씩 강화해오기도 했다. 이러한 일반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간 연계성은 애플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기도 했다.

OS X 요세미티와 iOS 8은 이 연계를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이끈다. 핸드오프 Handoff라 불리는 이 기능은 먼저 iOS – OS X 간의 작업흐름을 자연스럽게 해주는 데 일조한다. 예를 들어, 맥에서 페이지로 리포트를 쓰다가 급하게 나갈 일이 생겨서 아이패드를 챙겨 잠금 화면을 바라보면 왼쪽 아래에 페이지의 아이콘이 살짝 뜬다. 여기를 잡고 위로 올리면 바로 맥에서 하던 문서가 바로 열리면서 쓰던 리포트를 계속 쓸 수 있다. 또는, 아이폰에서 메일을 쓰다가 메일에 첨부할 파일이 맥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맥으로 가면 독 옆에 메일 아이콘이 뜬다. 이걸 클릭하면 아이폰에서 작성하고 있던 메일 초안이 맥에 떠서 맥에 있는 사진을 빠르게 첨부할 수 있다. 요세미티와 iOS 8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러한 작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앱을 열고 파일을 다시 불러와야하는 등 흐름이 끊어지는 일이 많았지만, 핸드오프는 이러한 작업흐름의 장애물을 근본적으로 없애준다.

거기에다가 OS X 요세미티를 설치한 맥은 아이폰에서 온 문자를 메시지 앱에서 볼 수 있으며, 전화도 페이스타임 앱에서 받을 수 있다. 심지어 보내는 것과 거는 것도 가능하다. 이제 2년 전 iOS 6와 OS X 마운틴 라이언 당시에 아이클라우드 계정으로 전화번호를 묶을 수 있다고 했을 때 다 이걸 위한 것이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맥을 쓰고 있을때는 아이폰을 굳이 옆에 끼고 있을 필요도 없게 된 셈이다. 물론, 아이패드를 통해서도 아이폰의 전화통화와 문자송신이 가능하다. 인스턴트 핫스팟 기능을 통해 아이폰의 핫스팟을 굳이 켜지 않더라도 맥에서 켜고 연결하고를 다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연계성은 애플이 늘 강조했던 PC와 모바일 플랫폼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직접 가지고 있는 업체의 강점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 이러한 기능들로 애플은 맥이나 아이폰 중 하나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어서 넘어오라며 손짓을 하는 것만 같다.

개발자들의 놀이터.

iOS 8의 새로운 API 덕분에 지금까지 아이폰에서는 꿈꾸기 힘들었던 앱들이 가능해진다.

WWDC는 원래 개발자 행사다. 그동안 새 아이폰 하드웨어도 나왔던 적이 있고, 여기서 발표하는 내용이 결국 소비자들에게도 직결되는 내용이라 그러한 의미가 많이 퇴색됐던 것도 사실이다. WWDC 2014는 어느 의미에서 이러한 개발자 행사라는 초심으로 돌아간 행사같았다.

일단, 예전 같았으면 개발자들이 직접 개발 문서를 보면서 알아내야할 SDK의 새로운 API를 무려 30분 넘게 할애하며 설명했다. iOS 8의 앱 스토어에 추가될 기능들(이 중 인상깊었던 것은 올해 초에 애플이 산 모바일 앱 베타 테스트 서비스인 테스트플라이트를 앱 스토어에다 바로 내장했다는 점이었다.)을 먼저 짧게 설명한 팀 쿡은 크레이그 페데리기를 불러와 “앱 스토어의 출범 이후의 최대 업데이트”라고 하는 iOS 8의 새로운 SDK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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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번 iOS 8 SDK의 주제는 ‘개방’이다. 애플은 그동안 애플의 시스템 앱만 가능했던 앱간 데이터 공유를 이제는 써드파티에도 열었다. 이 기능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작동한다.

  • 공유 시트: 이제 써드파티 앱이 공유 시트에 들어갈 수 있다. 즉, 사진 앱에서 사진을 카카오톡으로 바로 보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 사진 편집: 사진 앱에서 편집을 하고 있을 때 써드파티 앱(VSCOcam 앱 등)의 필터 효과 등을 불러올 수가 있다. 이 과정은 써드파티 앱을 여는 것이 아니라, 사진 앱 내에서 써드파티 앱의 확장 UI를 불러와 사진 앱에서 처리한다.
  • 커스텀 액션: 어느 앱에서든 시스템적으로 써드파티 앱이 할 수 있는 것이 증가한다. 예를 들어, 웹을 보다가 모르는 언어가 나오면 바로 번역을 눌러서 사파리 내에서 번역해낼 수도 있다.
  • 알림 센터 위젯: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 써드파티 키보드: iOS의 기본 키보드를 써드파티로 교체가 가능하다.
  • 문서: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에 접근할 수 있는데, 다른 앱에 있는 호환되는 파일을 불러와 수정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 외에도 터치 ID API, 포토킷, 클라우드킷, 헬스킷, 카메라 API 등 무려 4,000여개에 달하는 API를 이번 iOS 8에 추가했다. iOS 8이 작년 iOS 7의 새로운 디자인같은 기능의 대격변적 변화가 없음에도 기대되는 이유다. 개발자들에게 API를 이만큼 개방했다는 것은 결국 개발자들이 더 좋은 앱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사용자들에게 이득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게 이 바닥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참 슬프다.) 특히 iOS 8의 확장 API는 기대가 많이 되는 부분이다.

새로운 미래.

이번 WWDC 2014 발표의 진정한 슈퍼스타는 크레이그 페데리기였다.

이번 WWDC 2014에서 흥미로웠던 또다른 것은 바로 발표의 분위기였다. 이전 이벤트들보다 훨씬 화기애애하고 스티브 잡스 시절보다도 더 과감한 개그도 여럿 나왔다.

물론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바로 크레이그 페데리기가 있다. 소프트웨어 부문 수석 부사장이자 독특한 머리 스타일로 “헤어 포스 원(아내는 “헤어 포스 투”다.)”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페데리기는 이번 행사에서 네 번을 왔다갔다하며 (마지막에는 “팀이 절 똥개훈련시키는 것 같아요”라는 드립까지 칠 정도였다.) 2시간 중 1시간 17분을 혼자서 다 소화해냈다. 심지어 아이메시지 데모를 다른 사람에 맡겼을 때도 동영상 메시지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내 생각엔 동영상 메시지 개그를 하려고 뒤로 빠진 것 같긴 하다.)

페데리기의 발표 스타일은 잡스의 그것과 또 다르다. 잡스는 위에서 아래로 바라보며 발표를 한다면, 페데리기는 자신의 눈높이를 관중들의 그것으로 낮춘다. 잡스의 카리스마는 기대하기 힘들지만, 대신 관중들에게 친근함을 준다. 이는 애플이 WWDC 2014에서 회사 차원으로 보인 태도와 비슷하다. 다양한 개발자 API를 통해 개발자들에게 더 다가가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애플만큼 개발자친화적인 플랫폼 업체도 없긴 하지만, 이러한 개방적인 자세는 확실히 다른 것이다.

페데리기뿐만 아니라 보통 과묵했던 팀 쿡까지 과감한 개그를 치는 것은 애플이 뭔가 자신감을 찾은 것으로도 보여질 수 있다. 더 버지의 편집장 조슈아 토폴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In recent years — and let’s be honest, probably since just after Steve Jobs’ death in 2011 — there has been a sense of hesitation, of standoffishness, and maybe even a little bit of fear in the tone of Apple events. That tone has carried over to the company’s approach to the outside world, and has left a lot of people wondering just whether there’s been a plan at all. You could feel a palpable sense of Apple being closed off, in a huddle, trying to figure out what kind of company it wants to be (and can be) in a post-Jobs world. Because whether you agreed with his style, decisions, or philosophies, it’s impossible to deny that Jobs was the voice of Apple and the holder of the keys to the company roadmap.

최근에 — 솔직히 말하면, 2011년에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이후로 — 애플 이벤트들의 톤에는 망설임, 냉담함,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두려움이 깔려 있었다. 그러한 톤은 애플이 바깥 세상에 접근하는 방법에도 이어졌고, 많은 사람들이 정말 계획은 있는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누구나 애플이 문을 닫고 안에서 잡스 사후의 세상에서 어떤 회사가 되고 싶은지 (그리고 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보였다. 여러분이 그의 스타일이나 결정들, 그리고 철학에 동의하던 안 했던, 잡스가 애플의 목소리였고 미래 로드맵의 열쇠를 쥐고 있었던 인물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 Just listen to Tim Cook answer questions on several occasions about future plans and roadmaps — he’s hesitant, speculative. And I don’t believe it was just about secrecy and timing. It was about Apple finding its new voice, waiting to speak with that voice. And the company has a voice again.

(중략) 팀 쿡이 미래 계획과 로드맵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하는 답변들만 들어봐도 대강 감이 온다 — 망설이고, 추측을 많이 한다. 그리고 이건 비밀이나 타이밍 문제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애플은 새로운 목소리를 찾고 있었고, 그 목소리로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애플은 그 목소리를 다시 찾아냈다.

(중략)

But that new voice is also giddy, buoyant. I wouldn’t call Apple’s new stance completely “open,” but it’s an Apple that wants to get its hands a little dirtier. One that wants to build ecosystems, work on the plumbing, and lay the groundwork for partners near and far to do great things with its platforms. An Apple that wants to say “yes” to its users and developers.

새 목소리는 들뜨고, 쾌활해보인다. 애플의 새로운 자세를 완전히 “열려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애플은 확실히 직접 관여하고 싶어한다. 직접 생태계를 만들고, 직접 배관을 공사해서 자신의 플랫폼을 이용할 가깝고 먼 파트너들을 위해 기반을 확실히 다지려는 것이다. 사용자들과 개발자들에게 “예”라고 말하고 싶은 애플 말이다.

잡스 사후, 애플은 확실히 헤매고 있었다. 잡스의 사망 자체가 갑작스러운 게 없지않아 있어서 경황이 없었던 데다가, (전 해까지만 해도 새 제품 카테고리를 발표하고, 제품의 결함에 대해 기자회견을 다시 열어서 직접 대응하던 잡스였다. 심지어 세상을 떠나기 6개월 전에는 병가 상태임에도 직접 발표에 뛰어들었다.) 잡스 없는 애플은 안된다는 여론도 팽배해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애플로서, 특히 새 CEO라는 참으로 부담스러운 자리를 맡게 된 팀 쿡으로서는 어깨에 진 짐이 꽤나 무거웠을 것이다. 최소 1년은 잡스가 짜둔 로드맵대로 움직이면 된다지만, 그 다음은?

갈 길을 찾은 듯한 신호탄은 바로 작년의 iOS 7이었다. iOS 7은 확실히 잡스가 살아있었다면 욕하며 책상을 들어엎었을 디자인이었고, 논란도 많았지만, 팀 쿡이 잡스의 애플과는 확실히 선을 그으려는 의지를 보여줬다. 그러한 의지는 올해의 OS X 요세미티와 iOS 8에서도 이어진다. 잡스의 OS X-iOS 플랫폼간 통합이라는 철학은 그대로 유지시키고, 오히려 진화시키지만, 요세미티의 디자인도 잡스의 흔적을 지우려고 노력하고 있고, 무엇보다 iOS 8의 대대적 API 개방은 지나치게 폐쇄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예전과는 약간 다르다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WWDC 행사에서의 달라진 모습은 이러한 새로운 방향을 찾았다는 선언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거 아는가? 난 이렇게 달라진 애플이 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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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Review: iPad mini with Retina display

이제는 진짜다.

1세대 아이패드 미니는 ‘실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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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아이패드 미니.

원래 애플은 소형 태블릿 시장을 탐탁지 않아지 했다. “7인치 태블릿은 나오자마자 사망합니다(Dead-on-arrival).”이라고 말했던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이었다. 잡스 사후, 소형 태블릿 시장이 활성화되자 애플은 오랫동안 소문으로 돌았던 아이패드 미니를 내놓았지만, 프로세서는 1년 반 전의 A5, 해상도는 768×1024의 구형 해상도였다. 언론은 “애플이 삼성의 대세에 따르기 시작했다”고 열심히 언플을 해댔지만, 이때까지만해도 애플은 실험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적 제품임에도 아이패드 미니는 많이 팔려나갔다. 이제 애플은 이 실험이 성공이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2세대에는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자 게임을 시작하지

익숙하다.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전세대 아이패드 미니에서 유일하게 바뀌지 않은 것이 디자인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1세대 아이패드 미니의 디자인은 5세대 아이팟 터치가 기반이 되었고, 현세대 아이폰인 아이폰 5s도 같은 디자인을 쓰고 있는 데다가, 아이패드 미니의 디자인을 늘린 아이패드 에어까지 나와서 그다지 디자인을 바꿀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것이다. 포트 구성도 기존 아이패드의 구성 그대로다. 오른쪽에 다기능 스위치와 음량 버튼, 위에는 전원 버튼과 셀룰러 모델에 한해 셀룰러 안테나가 위치하는 띠, 아래쪽에는 스테레오 스피커와 라이트닝 포트가 그대로 있다.

하지만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여전히 가장 디자인이 잘 빠진 태블릿 중 하나다. 알루미늄판 하나를 통짜로 깎은 유니바디 구조로 만들어진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단단하면서도, 가볍다. 331g이라는 무게는 사실 전세대와 비교할 때 늘었고, 두께도 소량 늘었다. 이게 다 후술할 배터리 때문이다. 확실히 전세대와 현세대를 같이 들어보면 무게 차이가 느껴지나, 실생활에서는 그 차이가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아이패드 에어의 20% 이상 가벼워진 무게에 비하면 좀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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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그레이끼리 모아두면 완벽한 깔맞춤이다.

아이패드 미니의 외장 변화는 아이폰 5s와 유사하다. 이전 모델에서의 산화알루미늄 도장이 까지는 이유로 블랙 & 슬레이트가 스페이스 그레이로 대체됐다. 골드는 추가되지 않았는데, 이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한다. 아이폰 5s의 크기에나 골드가 괜찮아보이지, 아이패드 크기에서는 좀 이상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내가 받은 제품은 스페이스 그레이였는데, 역시 스페이스 그레이인 내 아이폰 5s와 완벽한 깔맞춤이다.

1세대 아이패드 미니의 미니 리뷰(요즘은 KudoTouch라 부른다)에서 나는 당시 아이패드 미니의 홍보용 이미지에서 한 손을 쫙 뻗어서 잡는 모습을 보고 해보니 매우 힘들었다고 했는데, 그건 지금도 그렇다. 당연하지, 크기가 안 변했는데. (애플도 이번 아이패드 미니 홍보용 이미지에서 한 손을 쫙 뻗어서 잡는 사진은 빼버린 듯하다.) 여전히 한 손으로 베젤을 쥐는 것이 좀 더 편하다. 물론 화면이 넓어서 균형이 불안 불안한 것은 없지 않아 있지만, 스마트 커버가 있으면 잡기가 훨씬 쉬워진다. 왼쪽의 자석 경첩(?) 부분이 손잡이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어차피 9.7인치짜리 아이패드에 비하면 꽤 가벼워서 한 손으로 드는 데 부담이 전혀 없다.

아마 스페이스 그레이 외장을 고르지 않은 이상,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전 세대와 구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둘을 갖다놓고 뭐가 뭔지 맞추라 그러면 쉽게 고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물론 화면을 켜기 전까지는 말이다.

빛나는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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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화면을 보고 있으면 빛나는 종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7.9인치에 2048×1536의 해상도를 박아넣은 아이패드 미니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정말 선명함 그 자체다. 인치당 326픽셀의 화소 밀도는 아이폰 5s와 같고, 태블릿 중에서는 가장 높다. 이 선명함 덕분에 이전 아이패드 2에서조차 읽기 어려웠던 글자들이 더 작은 화면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아이러니를 가지게 된다. 레티나 디스플레이 덕에 아이패드 미니의 작은 화면이 가졌던 단점들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셈이다. 특히 가독성의 향상 덕분에 눈만 좋다면 9.7인치 아이패드에서나 볼 수 있다는 PDF 파일도 충분히 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물론, 오래 보는 것은 별로 추천할 만한 것은 아니다. 텍스트가 작아서 눈이 아픈 건 여전하다.) 만약 아이패드 미니의 서체 크기가 너무 작다 싶으면 설정에서 크기를 조정해주시면 낫다. (이것은 iOS 7의 다이내믹 폰트 API를 지원하는 앱이면 일괄적으로 적용된다.) 사파리 글은 될 수 있으면 읽기 도구로 보시면 좀 쾌적하게 읽으실 수 있다.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초기부터 화면의 색재현율이 문제가 되었다. 그 말인즉슨, 최근 애플의 제품들은 색재현율이 100%에 가까운 경우가 많은 데 반해, 아이패드 미니는 60%대의 색재현율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아이패드 미니의 크기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넣는 과정에서 공정상의 한계로 색재현율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확실히 아이패드 에어, 하다못해 아이폰 5s와 비교를 해봐도 색재현율의 한계는 눈에 보인다. 하지만 굳이 비교하려 들지 않는다면 엄청난 선명함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색재현율을 해상도에 희생시킨 애플의 결정은 잘했다고 보이는 게 이 이유에서다. 솔직히 색재현율보다는 해상도가 사람들에게 더 눈에 띄는 요소니까. (그리고 1세대 아이패드 미니의 색재현율도 현세대와 비슷했으니, 정확히 말하면 다운그레이드는 아니다.)

구세주 A7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가능해진 것은 바로 내부 칩셋 덕이 크다. 무슨 말이냐? 이전 아이패드들이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지원한 방법은 기존 아이폰의 A5나 A6 칩에 그래픽 코어만 네 개로 늘리는 형식이었다. 즉, 일종의 마개조 칩이었던 셈이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3세대 아이패드에 들어간 A5X와 4세대에 들어간 A6X다. 이런 마개조를 하게 되면 칩의 크기가 커져 전력 효율에서 상당한 손실을 보게 된다. 그나마 이전 아이패드들은 배터리 크기를 어느 정도 키울 수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 덕분에 더 두꺼워지고 더 무거워졌다.) 문제는, 아이패드 미니에 이러한 마개조를 했다간 엄청나게 두껍고 무거운 미니가 탄생할 게 뻔했다.

아이폰 5s에서 데뷔한 A7은 마치 이러한 아이패드 미니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구세주 같다. A7은 프로세서 자체의 크기를 더욱 줄이고, 기본으로 네 개의 그래픽 코어를 박았기 때문에 마개조 없이도 아이패드의 레티나 해상도로 충분히 돌릴 수 있을 정도의 그래픽 처리성능을 지니게 되었다. 사실 이럼에도 나는 애초에 아이폰을 돌리도록 설계된 칩셋이 아이패드의 레티나 해상도를 문제없이 돌릴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었는데,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리얼 레이싱 3을 해보자 그러한 내 걱정은 기우였음이 밝혀졌다. 해상도가 훨씬 큰데도 오히려 아이폰 5s보다 더 부드럽게 돌아갈 정도다. 프로세서 클럭은 5s와 같지만, 아마 열처리 면에서 아이폰보다 용이하다보니 그래픽 쪽 주파수를 늘렸을 가능성은 남아있다. (실제로 열처리와 배터리 용량에서 훨씬 유리한 아이패드 에어는 아이폰 5s와 아이패드 미니보다 프로세서 클럭이 0.1GHz 높다.)

하지만 아이폰은 1GB 메모리가 문제가 없다 치더라도, 아이패드에까지 메모리를 1GB로 제한한 것은 애플로서는 실수가 아닐까 싶다. 거기에 (조금 있다 다룰) iOS 7의 안정성을 생각하면 더더욱 큰 실수다. 일단, 아이폰과 달리, 아이패드는 화면 크기에다가 그에 상응하는 해상도 때문에 메모리를 더 잡아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해상도가 보통 해상도여야 말이지…)

아이폰 5s와 마찬가지로 동작 보조 프로세서인 M7도 같이 들어간다. 하지만 늘 가지고 다니니까 쓰임새가 많은 아이폰과 달리 아이패드에서는 달리 쓸데가 없다. 물론 이걸 개발자들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쓸 곳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새로운 아이패드에는 MIMO 기술이 탑재된 무선랜이 들어간다. MIMO는 Multiple-In, Multiple-Out (다중 입력 및 출력)의 약자로, 두 개의 무선랜 안테나를 달아 전송속도를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실제로 아이폰 5s랑 비교할 때, 속도뿐만 아니라, 안테나 성능이 체감적으로 더 빠른 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 아이폰이 잡지 못하는 와이파이를 아이패드는 잡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와이파이 뿐만 아니라, 셀룰러 신호 성능에서도 앞섰다. 미국에서 테스트할 때, 동일한 장소에서 티모바일 신호를 아이폰은 4G(HSPA+)로 잡는 반면에 아이패드는 LTE로 잡았다.

전력을 더 잡아먹는 레티나 디스플레이 때문에 배터리 성능 또한 걱정스러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이 걱정도 덜어준다. 애플이 주장하는 10시간을 거의 문제없이 채운다. 그것도 게임 돌리고, 하드웨어 가속 동영상을 돌리는 가혹한 환경에서. 아마 평상적 웹서핑이나 독서, 트위터 등에서는 더 오래가지 않을까 싶다.

굳이 이걸로 사진을 찍고 싶으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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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의 카메라는 그냥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게 좋겠다.
성능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용도가…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예전 아이패드 미니의 500만 화소 F2.4 카메라를 그대로 채용했다. 카메라 렌즈는 아이폰 4s에서 워낙 호평을 받은 렌즈이니 기본적인 질은 참 좋은 편이다. 동영상도 잘 찍히고. 전면 카메라는 아이폰 5s와 5c와 같은 개선된 페이스타임 HD 카메라로, 저조도에서 훨씬 유리하다.

많은 분이 “왜 아이패드에는 아이폰보다 못한 카메라를 탑재했냐”고 물으실 거라 생각한다. 현재 아이패드의 카메라는 2012년 3세대 아이패드가 채용한 것과 동일한 상황. 그것도 그럴만한 것이, 애플은 아마 사람들이 아이패드로 사진을 많이 찍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도 그 생각에 동의한다. 사실, 나만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더 버지의 조슈아 토폴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I’m going to start this section by just stating, once again, that I believe 10-inch tablets with rear cameras are a ridiculous idea. An idea, perhaps, best reserved for moments of desperation or raw circumstance — like it’s the only camera you have around when your cat begins doing something hilarious.

나는 (카메라) 섹션을 시작하면서 후면 카메라가 있는 10인치 태블릿은 정말 황당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정말 절박하거나 극한 상황에서나 생각나는 아이디어이지 않을까 싶다 — 여러분의 고양이가 매우 재밌는 행동을 하는데 가지고 있는 카메라가 이것뿐이라던가.

I don’t care who you are, what you do for a living, or where you come from: it’s impossible not to look like a total nerd when you’re in public snapping pictures with something that is literally the surface size of four point and shoot cameras.

여러분이 누구이던, 뭐로 돈을 벌던, 어디서 왔던, 네 대의 똑딱이 카메라 면적의 기기로 공공장소에서 사진을 찍고 다니면 괴짜라는 소리를 안 듣기가 어렵다.

(2012년 3세대 아이패드 리뷰에서)

As you may know, I’m not a fan of people taking photos with tablets. Just as with previous models I’ve tested, I find the act to be not only awkward, but embarrassing as well. The slightly more diminutive size of the iPad mini does make the experience slightly better…

여러분도 알다시피, 나는 태블릿으로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전 모델에서 그랬던 것처럼, 어색할 뿐만 아니라 매우 창피하다. 아이패드 미니의 아주 약간 더 작은 크기는 그 경험을 아주 약간 낫게 하긴 하지만…

(2012년 1세대 아이패드 미니 리뷰에서)

그런데 생각외로 이러한 “극한 상황”을 맞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가보다.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다보면 아이패드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화면이 커서 구도 잡기가 더 좋다고 생각하시나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DSLR로 찍는 거보다 더 “나 사진 찍어요!”라고 광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싶다. 그냥 아이폰으로 찍자.

소프트웨어 난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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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 7은 아이패드에서 여전히 공간활용을 못하고 있다.

작년에 배포된 iOS 7은 지금까지 익숙했던 디자인을 대대적으로 변경시켰다. 이 디자인의 변경 범위는 너무나도 넓어서 이전 디자인 요소가 남은 곳이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아이폰용 iOS 7에 관한 이야기는 이전에 쓴 iOS 7 리뷰를 보시면 확인하실 수 있으니, 여기서는 아이패드용을 한 번 보도록 하자.

결론적으로, 어떻게 보면 아이폰용보다도 더 난장판이다. 안 그래도 원래 아이패드에서의 iOS는 아이폰을 여기저기 늘인 성격이 강했는데, iOS 7에서는 그게 더 두드러져 보인다. 제일 큰 문제가 음악 앱인데, 아이패드의 방대한 공간 활용을 전혀 못 하고 있는 모양새다. 애플이 기타 플랫폼과 차별되는 아이패드용 써드파티 앱의 다양한 공간 활용성을 치켜세우면서 기본 앱에는 이렇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ios7 timer
이 공간은 대체 어쩔 셈인가.

안정성 또한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다. 아이폰 5s에서도 나를 괴롭혔던 리스프링 현상이 아이패드에서는 더 자주 나타난다. 이 이유로는 아이폰의 해상도에서는 거의 문제가 없는 1GB의 메모리가 해상도가 훨씬 큰 아이패드에서는 문제가 된다는 게 꼽히고 있는데, 일리는 있는 말이지만 만약에 애플이 1GB의 메모리가 iOS 7에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면 소프트웨어로 그것을 보여줘야 하지 않았을까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일단 아이폰에서 테스트하고 있는 iOS 7.1에서 눈에 띄게 많은 면이 향상되었으니, 아이패드도 그걸 기대해볼 만 하다. 그러나 레이아웃의 전반적 문제는 iOS 8을 기약하게 되었다.

같으면서도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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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미니의 크기는 예전에는 아이패드를 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쓸 수 있게 해준다.

난 이번 아이패드 미니를 사기 전까지는 계속 9.7인치 아이패드(1세대와 2)를 썼었다. 작년에 1세대 아이패드 미니가 나왔을 때, 나는 “이게 내 다음 아이패드구나” 싶었다. 아이패드를 야외에서 많이 쓰는 나로서는 휴대성이 중요했는데, 늘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하고, 아이패드가 필요한 곳에서 꺼내기에도 좀 큰 크기는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처음에는 아이패드로 생산적인 일을 해볼까 했으나 그러기에는 맥북이 훨씬 낫다는 것도 깨달았고 말이다. (맥북 에어와 아이폰을 가진 내 친구는 아이패드는 영 끌리지 않는다고 말하곤 하는데, 그 말이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패드 미니의 크기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일단 (겨울 한정이지만) 재킷 주머니에 쏙 들어간다. (겨울 한정이지만) 가방을 들고 다닐 필요도 없다. 가방을 들고 다녀야 할 때가 오더라도, 반 정도의 무게인 데다가 훨씬 작은 가방을 들고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부담도 크지 않다. (아예 미니를 위해 새로운 가방을 하나 샀을 정도다.) 지하철에서 서 있는 상황에서도 문제없이 꺼내서 쓸 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 세로 타자 훨씬 편해지기 때문에 서서도 뭔가를 쓸 수도 있다. (전쟁과 평화를 쓰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만.)

작아진 크기가 아이패드로서의 사용성을 해치는 것도 아니다. 아이패드 미니에서는 (당연한 얘기지만) 모든 아이패드 앱이 완벽하게 구동되기 때문이다. 화면 크기가 작을 뿐이지, 9.7인치짜리 아이패드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모두 아이패드 미니에서 할 수 있다. 이것은 이 정도 크기의 태블릿 중에서는 상당히 큰 장점로 다가온다.

그러나 아이패드의 크기가 작아지니 콘텐츠 소비용의 측면이 더 확연히 드러나는 느낌이다. 이 크기에서 뭔가를 만든다는 것이 9.7인치 아이패드보다는 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도 아이패드 미니로는 글을 쓰기보다는 글을 읽고, 게임도 하고, 소셜 네트워크를 주로 하는 자신을 주로 발견하게 된다. 확실히 9.7인치와 비교했을 때 용도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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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세대 9.7인치 아이패드인 아이패드 에어가 가벼워지고 작아져서 더는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크기에서 오는 이점이 사라졌다는 분들이 있었다. 만약에 미니가 사양이 에어보다 뒤처졌다면 정말로 이점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니도 에어와 사양을 맞췄기 때문에 그저 아이패드 에어보다 작은 아이패드로서의 위치를 갖추었다. 잠재적 구매자들로서는 엄청난 고민인 것이다. “두 대 다 사라”는 팀 쿡의 아름다운 조언도 있지만, 정말 한 대를 골라야 한다면, 나는 이런 조언을 하고 싶다. 만약에 아이패드로 콘텐츠를 만들거나, 집 밖으로 들고나갈 일이 없다면 당연히 에어를 추천한다. 하지만 밖에 들고나갈 일이 많다면? 미니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있다. 작년까지의 미니는 작은 이점은 있지만 성능 면에서 희생을 해서 소비자들이 망설이던 모델이었다. 이제는 다르다. 이전 아이패드 미니는 실험이었다. 이제는 진짜다.

애플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디스플레이
Apple iPad mini with Retina display

  • 형태: 태블릿
  • 화면: 200.7mm (7.9″) IPS “레티나 디스플레이” (2048×1536, 2.54cm당 326픽셀)
  • 프로세서: 애플 A7 (1.3GHz “사이클론” 듀얼 코어 CPU + PowerVR G6430 쿼드 코어 GPU) + M7 동작 보조 프로세서)
  • 가용 메모리: 1GB LPDDR3 RAM
  • 저장공간: 16/32/64/128GB
  • 카메라: 500만 화소 F2.4 후면 카메라 + 120만 화소 FaceTime HD 전면 카메라
  • 연결 방식: GSM, CDMA, EVDO, 3G, HSPA+, LTE / 802.11n 듀얼 밴드 Wi-Fi, 블루투스 4.0
  • OS: iOS 7 (2014년 2월 6일 현재 최신 버전 7.0.4)
  • 가격: 50/65/62/77/74/89/86/99.9만원 (16 와이파이/셀룰러/32 와이파이/셀룰러/64 와이파이/셀룰러/128 와이파이/셀룰러)

장점

  • 빛나는 종이인 레티나 디스플레이
  • 태블릿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디자인
  • 성능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잡은 A7
  • 들고 다니기 딱 좋은 크기임과 동시에 가지는 아이패드로서의 사용성

단점

  • iOS 7의 난장판
  • 작은 태블릿치고는 약간 비싼 가격

점수: 8.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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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KudoTech weirdmeetup

매킨토시 30주년: 쿠도군의 맥 이야기

맥이 발표 30주년을 맞았다. 지금으로부터 딱 30년 전, 스티브 잡스는 가방에서 매킨토시를 처음으로 꺼내 선보였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맥은 다양한 풍파를 견뎌내고 지금도 판매되고 있다. 단일 컴퓨터 브랜드로는 아마 최장수 브랜드일 거다.

30주년을 축하하면서, 나의 맥 생활을 뒤돌아보기로 했다. 내가 아는 다른 많은 분들과 비교해보면 나는 비교적 최근에야 맥을 장만한 편이다. 하지만 맥은 그 뒤로 충분히 내 컴퓨팅 인생을 뒤흔들어놓았다.

소유 이전: OS X에 적응하기

내가 맥을 처음 만난 것은 미국으로 유학을 간 지 얼마 안 돼서였다. 당시 나는 연감을 만드는 부서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출판이 주로 하는 일이다 보니 거기에는 맥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내가 기억하기에 그 모델들은 애플이 교육시장용으로 보급한 이맥 eMac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OS X을 마주쳤고, (10.4 타이거였던 거까지 기억한다.) 아무도 나에게 OS X 사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기에 나는 독학을 해야 했다. 일하면서도 계속 윈도우와 OS X의 다른 점에 계속 적응해갔다. (가장 힘들었던 개념: “왜 창을 닫는데 앱이 안 꺼지는가?”)

11학년에는 이맥들이 모두 아이맥으로 교체되었고, 그와 동시에 쓰던 노트북이 고장 나 개인용 노트북이 없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결국, 나는 연감 사무실에 있는 아이맥에 내 학교 계정으로 들어가 거의 메인 컴퓨터처럼 사용해야 했다. 내 사진 라이브러리, 음악 파일들까지 전부 저장해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들러 거기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고는 학교 내 IT 담당 부서에서 학교 내 데이터를 자기들 다음으로 제일 많이 먹는다고 욕먹기도 했다.) 이 맥으로 학교 상대로 내 최초의 키노트 프리젠테이션을 만들기도 했다.

그 해 초에는 내 첫 애플 제품인 아이팟 터치도 샀다. (당시에는 아이클라우드 따위도 없었기 때문에 학교 맥에다가 열심히 동기화했다.) 그다음으로 맥을 사는 건 시간문제였다.

2008년 ⎯ 맥북 프로

2009-02-25 at 18-14-01공연 연습을 도와주고 있는 모습.

모델: 맥북 프로 15인치 (2008년 초기형)
구매 일시: 2008년 5월 31일
사양:

  • Intel Core 2 Duo T8300 (2.4GHz 듀얼 코어)
  • 2GB 667MHz DDR2 RAM (추후 4GB로 자가 업그레이드)
  • 엔비디아 8600M GT (256MB 외장 메모리)
  • 200GB 5400rpm 하드 드라이브 (이후 500GB 7200rpm 하이브리드 드라이브로 자가 업그레이드)

결국 2008년 5월 31일에 용산에서 맥북 프로를 처음으로 사게 되었다. 이 모델의 맥북 프로는 2008년 10월 유니바디 버전이 나오기 전 마지막 모델이다. 곧 유니바디 버전이 나올 거라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으나, 다음 학기로 돌아가기 전에 필요했으니까 살 수밖에 없었다. 당시 기본형으로 샀었는데, 220만원 정도하는 것을 200만원으로 어떻게 네고해서 살 수 있었다. (어떻게 했는 지는 묻지 말자.) 이 할인받은 돈으로 애플케어를 질러줬다.

2009-03-07 at 20-19-08가끔씩은 학교에 있는 시네마 디스플레이를 빌려쓰곤 했다.

이 맥을 지르자마자 학교로 돌아가니, 학교 공식 사진기자라는 나름 큰 일이 떨어졌다. 나는 역시 당시에 산 DSLR과 함께 사진을 촬영했고, 맥으로 편집을 했다. 포토샵 실력은 영 없었을 때라 (사실 지금도 없다.) 어퍼쳐로 간단히 보정을 해주는 정도였다. (그리고 아직 초짜였던 때라 보정에 대한 개념도 잘 안 잡혔을 때였다.) 하지만 그러한 사진들은 고등학교의 공식 자료에도 쓰였고,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어떻게 보면 내 맥북 프로는 내가 사진 생활을 제대로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 동반자였던 셈이었다.

2009-03-15 at 03-07-41사촌 누나의 맥북 프로와 함께. 내 것보다도 더 구형이었는데, 지금도 현역이라는 말을 들었다. 대단하다.

내가 이 맥을 쓰면서 놀랐던 것은 오랫동안 썼다는 것이었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옛날의 나는 기기들을 상당히 험하게 쓰는 편이었다. 그래서 이전에 썼던 소니 노트북들은 모두 2년을 못 채우고 나가떨어졌다. 물론 이 맥북 프로도 내 험한 습관 덕에 하드도 두 번 나가고, 로직 보드도 한 번 나갔으며, 아래의 고무 패킹은 다 나가떨어지고, 알루미늄 보디도 휜 곳이 있었지만, 무려 5년 가까이 버텼다. 그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애플케어 덕분이었다. 맥이 고장 났을 때마다 애플 스토어나 공인 서비스센터에 가지고 가면, 거의 모든 내부 부품을 무료로 수리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3년을 수리비 걱정 없이 쓸 수 있었다. 그리고 보통은 모두 보증기간이 끝나면 바로 망가지기 시작한다는데, 나 같은 경우는 오히려 보증기간 이후에 잔고장 없이 2년을 더 쓸 수 있었다. (아마 직후에 군입대를 해서 사용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진 것도 이유일 게다.)

2013년 ⎯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

2013-03-07 at 17-33-43 (1)두 번째 맥이 된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맥의 미래를 암시하는 노트북이다.

모델: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 15인치 (2013년 초기형)
구매 일시: 2013년 2월 21일 (수령일: 2013년 3월 6일)
사양:

  • Intel Core i7 3740QM (2.7GHz 쿼드 코어)
  • 16GB 1600MHz DDR3 RAM
  • 엔비디아 GT 650M (1GB 외장 메모리)
  • 512GB SSD

나의 첫 맥북 프로를 이을 맥을 찾는 작업은 군대에 있는 내내 진행됐다. 이미 입대 당시에 3년을 넘긴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맥 미니도 생각했었다. 가격도 싸고, 유학생 신분에 들고 다니기도 편했기 때문이다. (모니터와 키보드는 한국 미국에 하나씩 두고 본체랑 마우스는 캐리어에 던져넣으면 됐거든. 그런데 이건 이제 신형 맥 프로에도 적용된다는 게 함정) 그러나 WWDC 2012에서, 애플은 나의 이러한 모든 계획을 박살 내버릴 만한 제품을 발표해버렸다. 바로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였다. 그 순간부터 다음 맥은 그냥 이 차세대 맥북 프로로 정해졌다. 결국, 2013년 초기형이 나오자마자 군대 사지방에서 주문을 했다. 기본형을 주문했던 지난 프로와 달리 이왕 오래 쓸 거 아쉽지 않게 주문하라는 부모님의 떠밀림(?)에 고급형으로 주문했다. (거기다가 노트북 자체가 자가 업그레이드가 거의 불가능한 점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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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맥북 프로를 받아들었을 때, 5년간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통짜 알루미늄판으로 만든 유니바디 본체는 견고해졌고, 성능은 크나큰 발전을 이뤄냈다. 무엇보다 화면 덕분에 눈이 많이 호강하고 있다. 사진 편집할 때 엄청난 디테일에 아직도 깜짝 놀라곤 한다. 이 화면에 눈을 이미 버려 외부 모니터를 못 들이고 있는 것도 함정이다. (그런데 데스크톱 환경으로 쓰기에는 화면이 작아 보여서 아쉽긴 하다. HDMI 단자가 4K 지원을 안 하는 건 더 아쉽다.) 배터리 또한 발군이다. 예전에는 배터리 시간이 너무 짧아서 배터리를 쓰는 것 자체가 겁이 많이 났었는데, 7시간이나 가는 이 노트북은 어딘가에 도착하면 무작정 콘센트부터 찾는 습관을 고치게 됐을 될 정도로 오래간다.

2013-04-04 at 14-35-43 (1)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어디에 있던 무조건 작업실로 변하게 해줄 수 있었다.
서울모터쇼의 어느 벤치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도 말이다.

이 새로운 맥북 프로는 내가 매일 하는 사진 편집이나 블로깅, 웹 서핑, 이따금 게임까지 다양한 일을 너무나도 쉽게 소화해내고 있다. 쿠도블로그와 쿠도블러에 쓰는 글들, 내가 공유하는 사진들, 그 외에도 다양한 것들이 모두 이 맥북 프로에서 만들어진다. 이 노트북은 현재에 존재하지만, 아직도 미래의 길을 미리 제시해주는 것만 같다. 이 맥북 프로는 이제 앞으로 오랜 시간 동안 나의 작업을 묵묵히 도와줄 동반자가 되지 않을까.

2013-03-07 at 17-44-05어느 맥이던, 사용하는 것이 즐겁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올해로 내가 맥을 쓴지도 6년이다. 그동안 맥은 내가 컴퓨터를 쓰는 방식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옛날에는 이것저것 건드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제는 최대한 순정으로 내버려둔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 하지 않던가?) 또한, 지금 하는 많은 일도 맥이 아니었으면 상상도 못했을 것들이다. 사진이라던가, 지금의 블로깅이라던가 모두 맥 덕분에 가능한 것들이었다. 나 외에도 맥은 3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켰다. 그리고 앞으로도 맥은 그런 존재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