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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California Day 5: San Francisco Day 1

지난 이야기:
Day 1
Day 2
Day 3
Day 4

1/9

오늘은 샌프란시스코의 살인적 주차비 때문에 숙소에 차를 두고 대중교통만을 이용해 움직이기로 했다. (이것도 하루에 30달러였다. 하지만 이건 어차피 내야되는 거고.) 그러려면 먼저, 샌프란시스코의 교통카드 비슷한 개념인 뮤니패스를 구해야했다. 빠른 검색 뒤에, 우리는 으리으리한 샌프란시스코 시청에 들어가 뮤니패스를 구매할 수 있었다. 뮤니패스는 카드라기보다는 그냥 소책자같이 생겼는데, 이 안에는 시작 월과 일을 동전으로 긁어서 사용 기간을 표시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는 동전을 하나 찾아내어 열심히 긁어낸 후, 트램을 이용해 39번 항구 Pier 39로 향했다. (지나가는 길에는 트위터 본사도 봤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대부분의 상점도 문을 열지 않아서 조용했지만, 우리가 향한 곳은 열려 있었다. 바로 부댕 Boudin 베이커리라는 곳이었다. 여기는 사전조사를 할 시점부터 찍어놓은 곳 중 하나였는데, 여기 클램 차우더 스프가 유명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시간대도 적당히 브런치를 먹어야할 때라 둘이서 하나를 시켜서 나눠먹었다. 스프를 먹다가 안을 긁어서 그릇 노릇을 하고 있는 빵도 같이 먹으니 맛있었다.

아침을 해결하고 나서는 어제 예약해둔 자전거 숍으로 걸으면서 이동했다. 이 날 날씨는 맑은 날이 흔치 않다는 말에 우려했던 것과 달리 너무나도 맑았다. 햇살도 따스했고, 바람도 약간은 강했지만 너무 춥지는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자전거 숍에 가서 자전거를 문제없이 빌리고, 기라딜리 스퀘어로 향했다. 여기는 초콜릿으로 유명한 기라딜리사의 본사옥이 위치했던 곳인데, 지금은 기라딜리 숍과 함께 다른 다양한 숍이 들어차있다. 우리는 초콜릿에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기라딜리가 운영하는 디저트 카페에 들어가서 초콜릿을 만드는 모습도 구경하고, 실제로 디저트도 하나 시켜먹었다. 케이블카라는 이름의 록키 로드 선데 아이스크림이었는데, 정말 달달했다.

기라딜리 스퀘어를 나선 우리는 이제 본격적으로 이 자전거를 빌린 목적인 금문교로 향하기로 했다. 자전거를 빌린 곳에서 대략적 지도는 줬고, 상세한 지도는 친구의 아이폰을 이용해서 확인하면서 이동했다. 중간중간 쉬어가면서 주변 풍광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다. 중간에 오르막길이 두 번 나왔는데, 첫 번째는 어떻게 근성으로 올라갔지만, 두 번째는 그냥 말없이 자전거에서 내려서 밀면서 올라갔다. 하지만 이 고생(?)의 보람은 상당히 컸다. 풍경도 너무나도 좋았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금문교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도 꽤나 괜찮았다.

금문교 기념품 숍에서 기념품을 몇 개 산 후, 우리는 본격적으로 금문교를 건너기 시작했다. 금문교를 건너는 길은 좁았던 것도 모자라, 사람들이 무지 많았다. 그래도 자전거로 달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잘 피해준 덕에 쉴 때를 제외하고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친구는 자살한 사람들의 신발을 모아놓은 곳을 찾아다녔지만 그건 아무래도 반대쪽에 있는 듯했다. 금문교의 반대쪽에는 비스타 포인트가 있었는데, 여기서는 금문교의 전체 모습을 담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비스타 포인트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후, 우리는 소샬리토로 내려가기로 했다. 어차피 다시 39번 항구로 돌아가려면 거기서 페리를 타고 가는게 이후 일정이 아직 남은 우리로서는 체력을 아끼는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금문교를 탄다고 열심히 올라온 것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소샬리토로 가는 길은 줄곧 내리막길이었다. 우리는 바닷바람을 즐기며 그 길을 (위험하게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샌프란시스코의 자전거 도로는 따로 표시된 경우도 있었지만, 차도와 합쳐진 곳도 많아 자칫 잘못하면 사고가 나기도 쉬웠다. 차가 별로 없었길래 망정이지. 친구는 풍경 좋다고 자전거 타면서 동영상 촬영하다가 고꾸라질 뻔하기도 했다. 소샬리토 선착장에 도착해서는 다음 배까지 시간이 좀 남았다. 그래서 자전거를 묶어놓고 근처를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배회하다가 스타벅스를 발견해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사서 산책을 하면서 마셨다. (사실 스타벅스를 찾는 게 중요했던 것이, 페리 표를 살 잔돈이 없어서 여기서 거스름돈으로 잔돈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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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번 항구의 유명한 널브러져 있는 바다코끼리들.

소샬리토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넘어오기까지는 한 40분 정도 걸렸다. 선착장에 내린 우리는 일단 자전거를 반납하고, 롬바르드 가를 방문해보기로 했다. 어떻게 갈까를 고민하던 중, 마침 롬바르드 가를 가는 길을 케이블카가 지나는 것을 알아내 그걸 타기로 했다. 어렸을 때 이걸 못 타본 것이 한이었는데, (여행을 계획했을 시점에 엄마도 꼭 타보라고 신신당부하셨다.) 드디어 타게 됐다.

이 케이블카의 희한한 점은 정해진 정류장이 없다. 그냥 하차 벨을 당기면 바로 내려준다. 우리는 특정한 정류장이 있는 줄 알고 기다리다가 내려갈 곳을 지나치고 말았고, 결국 내가 눈치를 채서 더 멀어지기 전에 잽싸게 내렸다. 하지만 이미 꽤나 지나친 뒤여서 10분 정도를 걷고 나서야 롬바르드 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불행히도 1월은 1월인지라 꽃은 피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 나름의 운치도 있었다. 우리는 아래에서 그 길을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어떤 사람들은 차를 타고 길을 내려오며 열심히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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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버스 정류장입니다. 지나칠 뻔했다. (…)

위로 올라온 우리들은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여기서 바로 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것이 제일 쉬웠는데, 문제는 거의 만차 상태로 온 것을 보고 다음 것도 이럴 것이 뻔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길을 좀 내려가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하고, 또 걸었다. (오늘 하루동안 돌아다니며 안 사실이지만, 구글 지도는 진리입니다.) 버스를 어렵사리 탄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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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마무리는 거대한 스테이크.

Tad’s Steakhouse. 여기 역시 여행의 초기 기획 단계에서 미리 봐놓은 곳인데, 우리 둘 다 스테이크를 좋아하고, 오늘같이 길고도 힘든 하루 뒤에는 고기와 맥주로 피로를 푸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왔다. 여기의 스테이크는 무지하게 큰데, 우리나라 스테이크집 크기의 1.5배는 되는 듯했다. 그러면서 가격은 반값이었다. 저 큰 크기의 스테이크가 단돈 15달러였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사이드도 푸짐하게 줬다. 배고팠던 우리는 열심히 먹었지만, 그걸 다 먹기에는 조금은 무리였다.

저녁을 먹고 나와서는 소화도 시킬겸 숙소까지 걸어갔다. 날씨도 시원했고, 샌프란시스코의 밤풍경을 걷는 것도 나름 괜찮았다. 사진을 안 찍은 게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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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Review] 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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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캡틴에게 어울리는 영화.

제목: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감독: 조 루소, 안소니 루소
출연: 크리스 에반스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 스칼렛 요한슨 (나타샤 로마노프/블랙 위도우), 세바스찬 스탠 (윈터 솔저), 사무엘 L. 잭슨 (닉 퓨리),  안소니 마키 (샘 윌슨/팔콘), 코비 스멀더스 (마리아 힐), 로버드 레드포드 (알렉산더 피어스)
상영시간: 136분

*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캐릭터 Winter Soldier는 윈터 솔저로 표기했습니다. 영화의 부제인 Winter Soldier는 공식 개봉 제목대로 윈터 솔져로 표기합니다.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한국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인지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그가 처음으로 나오는 영화인 퍼스트 어벤져는 우리나라에서는 흥행에 참패했고, (영화도 아주 좋지는 않았다.) 그 이후에 나온 어벤져스도 아이언맨과 헐크에 인지도의 초점이 맞춰졌을 뿐, 정작 어벤져스의 리더인 캡틴의 인기는 오르지 않았다. 물론 이름에 있는 ‘아메리카’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분들도 존재했으리라.

그래도 이번에 개봉하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는 그러나 캡틴의 약간이나마 높아진 위상을 볼 수 있다. 1편에서는 빠졌던 캡틴 아메리카라는 이름이 돌아왔고, 내년에 개봉할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서울 촬영과 겹쳐서 개봉을 한 덕(게다가 촬영을 위해 내한하는 배우가 바로 캡틴 역의 크리스 에반스 뿐이라는 점도)에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영화 그 자체는 그 관심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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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은 이번 편에서 윈터 솔저 뿐만 아니라 쉴드 내부의 적까지 상대해야 한다.

뉴욕 사건 이후, 스티브 로저스, 즉 캡틴 아메리카는 현대의 삶에 계속 적응하려 애쓰면서 어벤져스 중 유일하게 쉴드 소속으로 남아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윈터 솔저라는 암살자가 등장해 닉 퓨리를 암살하려 하고, 이를 조사하던 캡틴은 쉴드 내부에 적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게다가 윈터 솔저의 정체가 70년 전에 캡틴과의 임무수행 중 죽은 줄만 알았던 그의 친구 버키 반즈임을 알게 되는데…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이야기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들 중 가장 복합성이 짙다. 심지어 어벤져스도 상당히 단순한 스토리라인을 보이는 대신 어벤져스 멤버들의 케미스트리에 초점을 맞췄다면, 윈터 솔져는 캡틴 아메리카 하나의 이야기를 다루는 대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더 자세한 부분은 이후에 올릴 스포일러편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이 영화는 역시나 바로 이후에 개봉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2단계의 마지막 영화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배경을 잘 깔아두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엄밀히 말하면 8월에 개봉할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도 2단계이지만, 어벤져스와의 접점은 아직 없다고 한다.) 이는 퍼스트 어벤져도 그러했지만, 윈터 솔져의 이야기 전개는 억지성이 짙었던 전편에 비해 장족의 발전을 보인다. 특히 윈터 솔져의 결말로 인해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어떤 진행을 보일 지 더욱 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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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 솔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속편을 기대해봐야할 것 같다.

약간 아쉬운 점이라면, 윈터 솔저가 내가 기대한만큼 많이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부제는 윈터 솔져인데, 정작 그의 이야기는 이후에 다루어질 모양새다. 아마 캡틴 아메리카 3편에서나 다뤄질려나. (실제로 윈터 솔저 역의 세바스찬 스탠은 마블과 무려 9편을 계약했다고 한다. 그 중 겨우 두 편에 나온 셈이다.) 어떤 면에서 윈터 솔져는 첩보 스릴러나 수사물의 분위기도 풍기는데, 이러한 부분들을 액션과의 위화감 없이 잘 녹아내는 것이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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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에게 세상은 더이상 선과 악이 명확한 곳이 아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깊어만 간다.

퍼스트 어벤져나 어벤져스에서 참으로 평면적이었던 캡틴 아메리카의 캐릭터는 윈터 솔져에서는 상당히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아무래도 주어진 임무를 고분하게 따르는 군인과 자신의 이상과는 너무나도 달라진 70년 후의 현실 사이의 고민이 이번 영화에서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캐릭터는 어떤 면에서는 크리스 에반스가 설국열차에서 맡았던 커티스와도 어느정도 닮아있는 부분이 있다. 그런 면에서 크리스 에반스의 캡틴 아메리카는 이보다 더 적절할 수가 없다고 하겠다. 명배우인 로버드 레드포드가 연기하는 알렉산더 피어스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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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레드포드가 연기하는 알렉산더 피어스 또한 스토리라인에서 꽤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한다.

마블 영화답게 볼거리 또한 강력하다. 지금까지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들이 모두 상당한 CG를 쓴 반면에, 윈터 솔져는 필요한 곳에만 CG를 쓴 분위기가 강하다. 특히 캡틴 아메리카와 윈터 솔저의 육탄전은 배우들이 직접 참여한 것인데, 무엇보다 다른 영화들에서는 돋보이지 못한 캡틴의 실력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윈터 솔져는 마블 영화가 아닌 첩보액션 영화같기도 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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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캡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영화다.

마블 영화는 보통 기본은 한다는 것을 알기에 믿고 보는 편이지만, 윈터 솔져는 마블 영화임을 차치하고라도 정말 잘 만든 영화다. 화려한 볼거리와 입체적인 스토리라인의 조합은 2시간이 약간 넘는 러닝타임 동안 관객을 지겨워할 틈도 없게 해준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꼭 봐야할 영화다. 세계관을 뒤흔들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이 자체가 정말로 재밌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어벤져스를 이끄는 캡틴 아메리카를 제대로 표현한 영화가 없었다. 하지만, 윈터 솔져는 그것을 제대로 해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장점:

  • 입체적이면서도 관객을 지겹지 않게 하는 스토리라인
  • 드디어 빛나기 시작하는 크리스 에반스의 연기
  • 마블 영화다운 볼거리

단점:

  • 윈터 솔저의 비중이 생각보다 적다.

점수: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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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California Day 4: Apple, Google, Stan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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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커피.

지난 이야기:
Day 1
Day 2
Day 3

1/8

오늘은 몬터레이에서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올라가는 길에 실리콘 밸리를 들르기로 했다. 이것은 친구의 성지순례 코스 중 하나인 애플 본사를 방문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우리는 아침일찍 몬터레이 숙소를 나와 쿠퍼티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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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 타임.

쿠퍼티노에 도착할 때쯤에 나는 기름이 거의 바닥났다는 것을 알아챘다. 분명히 LA에서 출발하기 전날에 탱크를 채워뒀는데 전날 거의 500km를 달리면서 리터당 20km라는 기적적 연비를 보이고도 기름이 바닥난 것이다. (연료탱크가 다른 차보다 작은 거 같기도 하다. 배터리 자리 때문인가) 그래서 근처 주유소에서 다시 기름을 채워넣어야했다.

주유소를 빠져나온 우리는 일단 애플 본사로 향했다. 그러나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근처의 상가에 차를 대고, 10분 정도 걸어서 애플 본사로 진입했다. 나는 사실 2년 전에 혼자 온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근시일 내에 또 오게될 줄은 몰랐다. 물론 여기는 비슷하게 애플을 좋아하는 친구를 위해 들른 것이기 때문에 친구는 좋아하며 주변을 열심히 둘러보았다. 그래봤자 애플 본사는 접근할 수 있는 곳이 많이 없어서 대부분의 시간을 애플의 기존 제품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머챈다이즈를 살 수 있는 컴패니 스토어 안에서 보냈다. 친구는 안에서 자기가 살 기념품을 고르면서 시간을 보냈다. 대부분 “너무 못생겼다”며 들고 내리는 과정 끝에 결국 무광 검은색의 텀블러를 골랐다. 나도 텀블러가 하나 필요해서 같은 것을 하나 고르고,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줄 물병들, 그리고 유일하게 애플에 가기 전에 신체 치수를 보내주신 동성님 티셔츠를 하나 샀다. 애플에서는 매년(?)마다 티셔츠 문구가 바뀌는 듯한데, 이번에 사드린 티셔츠에는 “The world’s most advanced t-shirt.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티셔츠.”라는 문구를 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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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좋아하신 듯싶다.

애플 본사를 빠져나온 후에는 구글이 있는 마운틴 뷰로 향했다. 역시나 주차가 쉽지는 않았지만, 회사 크기가 애플보다 더 큰지라 방문자용 주차장에 어렵사리 차를 댈 수 있었다. 역시나 구글도 돌아다닐만한 곳은 많지 않았고, 안드로이드 동상이나 카메라에 담고 뜨기로 했다. 거기까지 어떻게 이동할까 하다가 구글 사내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자전거인 지바이크 GBike를 쓰기로 했다. 처음에는 방문자도 쓸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지만, 어차피 아무도 신경을 쓸 것 같지는 않아서 두 대를 빌려 안드로이드 동상이 있는 44 빌딩까지 이동했다. 웃긴 건, 안드로이드 동상 앞에 도착해서 사진을 찍다가보니 우리의 지바이크가 모두 없어졌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자유롭게 탈 수 있는 것이다보니 자유롭게 탈취도 당하고 하나보다. 결국 차로는 걸어서 돌아와야 했다. 날이 하도 좋아서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 다음으로 간 곳은 스탠포드 대학교였다. 이미 UCLA에서 방문자 주차가 얼마나 어려운 지 뼈저리게 느낀 우리는 근처의 스탠포드 쇼핑 센터에 차를 대고 걸어서 대학교로 진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것도 나름의 또다른 계산 오류였는데, 학교가 너무 커서 도보 진입이 힘들었다. 결국 포기하고 다시 쇼핑 센터로 돌아와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맥도날드를 먹을까하다 그냥 안에 있는 베이커리에서 피자를 시켜먹었다. 그것도 실수로 두 판을 시켜서 하나는 저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맛은 괜찮았다. 친구는 음식의 냄새를 맡고 접근하는 비둘기들과 계속해서 사투를 벌였다.

다 먹고나서, 친구는 여기서 지인들 기념품 쇼핑을 해야겠다고 말했고, 쇼핑 센터 지도를 보더니 씨즈캔디가 있다며 나를 끌고 사탕 쇼핑을 했다. 친구 말로는 지인이 사와서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자기도 좀 사야겠단다. 상점에 들어가니 점원에 샘플 사탕을 하나 쥐어줘서 열심히 빨았다. 그런데 턱이 아직 완전히 나은 상황이 아니라.. 쉽진 않았다. (무엇보다 사탕이 컸다. 턱도 잘 안 벌어지니…) 같이 받아서 빨았던 친구보다 한 두 배는 더 걸렸던 것 같다. 쇼핑센터를 나오기 직전에 나는 소니 스토어를 들렀다. 다른 게 아니라 한국에서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구할 수 없었던 RX100용 그립을 사려고 한 것인다. 문제없이 하나를 구할 수 있었다.

팔로 알토를 빠져나와 드디어 우리는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중간중간 불안불안한 날씨를 마주치긴 했지만, (한 번은 안개가 너무 심하게 낀 경우도 있었다.) 우리는 곧 비가 왔다 방금 갠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할 수 있다. 숙소는 시빅 센터에 위치한 홀리데이 인이었는데, 시내 중심부에 있어서 위치가 상당히 좋긴 했으나, 주차비를 따로 받았다. 그것도 하루에 30달러씩이나. 그런데 숙소 점원 얘기를 들어보니, 차는 되도록이면 안 들고 나가는 게 좋을 거라고 했다. 예를 들어, 피어 39도 시간당 9달러란다. 광화문에서 주차하는 것도 그것보단 쌀 거다. 결국 다음날은 그냥 대중교통의 한도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여행 루트로 다시 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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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본 야경.

저녁을 아까 산 피자로 떼우고, 우리는 다음날 여행 일정을 열심히 짜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짠 여행 일정은 매우 큰 굴레여서 세부 일정은 가면서 조율해야했던 데다가, 차를 가지고 나가면 안 되겠다는 판단에 차가 필요한 일정은 전부 배제해야했다. 결국, 나는 대학교 친구가 가봤다는 금문교 자전거 라이딩을 부랴부랴 예약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