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아이폰 7 이벤트 때 가장 놀란 부분은 바로 미야모토 시게루가 등장했다는 것이었다. 마리오, 동키콩, 링크 등 닌텐도라고 하면 바로 연상되는 게임 캐릭터들을 만들어낸 전설적인 게임 기획자가 애플 이벤트에 등장한 것이다. 이유는 닌텐도의 첫 모바일 게임인 <슈퍼 마리오 런>을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이 소식에 너무 놀라서 이벤트 후에 칼럼을 따로 썼을 정도였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지난 8일, <슈퍼 마리오 런>의 데모 버전을 애플 스토어에서 플레이해볼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한 나는 바로 동네 스토어로 가보기로 했다.
2010년의 헤일로: 리치를 마지막으로, 헤일로 프랜차이즈를 개발한 번지는 헤일로의 지적 재산권을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넘기고 쿨하게 떠났다. (2012년에 발매된 헤일로 4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헤일로 시리즈 개발을 위해 만든 343 인더스트리의 작품이다.) 이후 번지는 콜 오브 듀티를 배급하는 액티비전과 10년짜리 배급 계약을 맺고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개발한다. 그것이 바로 이번 달에 나온 데스티니다.
요즘같이 계속해서 속편 혹은 프리퀄이 나오는 상황에서 데스티니는 신선했다. 새로운 설정, 새로운 이야기.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옛날 것을 많이 짬뽕한) 장르까지. 액티비전도 엄청난 지원을 약속했고, 엄청난 양의 마케팅을 해댔다. 옛날 헤일로 시절이 생각났을 정도였다. 과연 데스티니는 이 기대에 부응하는 게임일까?
스토리
먼 미래에, 여행자라 불리는 정체 불명의 신비한 존재가 나타나 인류의 기술에 엄청난 진전을 가져온다. 인류는 이를 통해 태양계의 수많은 행성들을 테라포밍하고, 식민지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이 여행자에게는 어둠이라는 적이 있었고, 이 어둠은 인류를 침공해 대부분의 식민지와 지구의 대부분을 말살시킨다. 여행자는 최후에 자신의 희생으로 어둠을 막는 데 성공하고, 지구에 인류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마지막 도시를 만들어 거기에 보호막을 치고 보호해준다. 주인공은 가디언으로, 인류와 어둠의 전쟁에서 전사한 전사들을 여행자의 힘으로 환생한 존재다.
데스티니의 이러한 설정은 많은 기대를 하게 만든다. 헤일로라는 아직도 확장하고 있는 멋진 세계관을 만든 사람들이니까! 문제는… 저게 끝이다. 설정은 참으로 멋진데, 거기서 이어지는 스토리 미션들은 스토리 요소들이 너무 느슨하다. 게임을 하고 나서 “내가 대체 뭘 했지”라고 생각하며 인터넷을 뒤적거리고 있으면 이미 그 게임의 스토리는 엉망진창이라는 말이 된다.
사실, 데스티니의 스토리는 엉망진창이 아니다. 그냥 없다. 주인공인 가디언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셔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플레이어들은 그 셔틀이 외계인 적들을 쏴죽이는 걸 도우면 된다. 이렇게 간단할 수가. 헤일로를 만들었던 사람들이 이런 스토리적 망작을 뽑았다는 사실에 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에게 왕좌의 게임과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로 친숙한 피터 딘클리지가 가디언을 보좌하는 고스트의 목소리를 맡긴 했지만, 헤일로 시리즈의 코타나와 비교해서 너무 기계적으로 들려서 중간중간 나오는 유머가 어색할 정도다. 이는 비단 딘클리지의 문제는 아닌 거 같다. 각본이 개판일 뿐이다.
게임플레이
번지는 데스티니를 통해 상당히 많은 컨텐츠를 넣으려 했음이 보인다. 스토리 미션은 클리어하는 데 15시간 정도 걸렸고, 그 이후에도 스트라이크 미션과 PvP 형식의 크루시블 등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한다. 그러나 번지가 얘기하는 “10년동안 할 수 있는 게임” 정도의 컨텐츠냐? 그건 아니다.
일단, 게임플레이가 지나치게 반복적이다. 데스티니의 레벨 디자인은 헤일로의 그것만큼 치밀하지가 못하다. 어딘가에 적 무리가 나타나고, 이들과 싸운다. 다 처리했는데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생기기도 한다. (위 영상 보시면 무슨 말인 지 아실 거다.) 적의 AI도 치밀한 코버넌트의 AI보다는 디아블로의 잡몹 수준이다. 특별히 전술이라는 건 필요없다. 죽을 때까지 쏴갈기면 된다. 보스도 패턴보다는 대체 닳지 않는 체력과 잠깐 멍때리면 바로 관광보낼 수 있는 한 가지 공격으로 승부한다. (특히 스트라이크 미션이 더더욱 그렇다.) 사실 레벨 디자인이 너무 RPG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문제는, 이러한 레벨 디자인이 FPS에 접목되면 몰입감이 확 떨어진다는 것.
데스티니의 멀티플레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바로 협동과 PvP인 크루시블. 스토리 미션은 혼자 플레이할 수 있지만, 일반 스토리보다 더 어려운 보스전이 기다리고 있는 스트라이크 미션은 무조건 세 명의 팀을 이루어 해야한다. 이 팀은 자신의 친구들이 될 수도 있고, 매치메이킹을 통해 할 수도 있다. 문제는 PvP인 크루시블에 매치메이킹이 없다. 이러다보니 우리는 레벨이 이제 막 15인데 적은 22-23이어서 일방적으로 제압당하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트라이크 미션같은 경우 종류가 너무 적다. 각각의 행성마다 보통은 하나, 많으면 둘이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나중에 밴가드 플레이리스트라고 하는, 레벨 20 이상이 할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가 있는데, 여기서 스트라이크 플레이리스트를 하다보면 같은 미션을 두 번, 많으면 세 번 하는 경우가 생긴다. 안 그래도 보스전이 힘든 스트라이크 미션인데, 피로감이 너무 쉽게 온다.
데스티니의 가디언은 경험치로는 최대 20, 그 이후로는 방어구 아이템에 있는 빛 수치를 통해 최대 30까지 레벨을 올릴 수 있다. 이러한 개인화 기능은 마음에 든다만, RPG라고 당당히 말하기에는 조금 빈약한 건 사실이다. 난 아무렴 좋다. 이런 거 때문에 머리아픈 건 딱 질색이라. 문제는 20 이후로 레벨을 올리는 것이 매우 어렵다. 나중에야 밴가드 랭크라는 게 올라가면 빛을 많이 주는 아이템을 살 수 있다지만, 그 이전까지는 드랍되는 아이템에 의존해서 올려야 하는데, 드랍율이 말도 안 될 정도도 낮다. 거의 초창기 디아블로 3 수준이다. 아예 이렇게 레벨과 아이템을 묶어놓아서 아이템을 뒤지러 게임을 하는 것을 노린 듯한데, 그러기에는 드랍율이 너무 낮아서 중간에 게임을 포기할 가능성도 보인다. (나도 만약에 다른 PS4 게임이 없었으면 때려칠 뻔했다.)
데스티니의 게임플레이에서 그나마 정말 좋게 평가해줄 수 있는 것은 FPS적 면모다. 데스티니의 타격감은 그야말로 최고다. 각 무기의 특성과 수치도 너무나도 잘 반영된다. 번지가 자신이 잘 하는 것 하나는 매우 잘 살려낸 셈이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이것마저 실망스러웠다면 아마 데스티니를 오래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프리젠테이션
데스티니의 스토리 작가들이 휴가를 간 동안, 아티스트들은 야근을 여러 번 한 듯하다. 데스티니의 프리젠테이션은 차세대기임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인상에 남는다. 방문하는 곳마다 확연히 다른 비주얼은 정말 아름답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타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때도 꽤 많았다. 게임 자체의 성능도 매우 좋은 편이다. 버벅이지 않고, 꾸준한 프레임 속도로 이러한 비주얼을 뽑아준다.
음악도 상당히 마음에 든다. 번지의 베테랑인 마틴 오도넬이 작곡한 음악은 (비록 스토리는 그렇지 못하지만) 데스티니의 웅장한 분위기에 퍽 맞는다. 불행히도 오도넬이 데스티니 개발 마무리 단계에서 번지에서 해고당해 앞으로 그의 음악을 번지 게임에서 들을 수 없다는 건 상당히 아쉽다. (그 여파 때문인 지 사운드트랙도 나오지 않았다.) 폴 매카트니가 돈 안 받고 만들었다는 노래? 그건… 논외로 하자.
결론
여러모로, 데스티니는 올해의 게임상을 모두 털어가는 명작이 될 수 있었다. 만든 사람들이 명작을 만들 줄 아는 사람들이었고, 자본도 충분하다못해 넘쳤다. 그러나 그들이 만든 결과물은 그 기나긴 개발 기간과 자금이 대체 어디에 쓰였는 지 약간의 의문이 드는 게임이 됐다. 번지가 그리도 강했던 부분들이 데스티니에서는 전혀 발휘가 되지 않은 점은 대체 번지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라는 의구심까지 들게 할 정도다.
그러나 번지는 헤일로처럼 1편부터 명작을 만들 지는 못 했더라도, 데스티니를 통해 하나의 또다른 성공적인 IP를 만들 수 있는 길을 닦은 것만은 확실하다. 내가 이렇게 욕을 하면서도, 계속 하게 만들고 있거든.
데스티니 Destiny
개발사: 번지 스튜디오 배급사: 액티비전 출시일: 2014년 9월 9일 (북미) / 10월 16일 (한국) 플랫폼: PS3, XBOX 360, PS4, XBOX ONE
지난주에 게임중독법이 난리인 가운데 소니의 최강 마약 살포제 플레이스테이션 4 (PlayStation 4, 이하 PS4)가 출시되었다. 경쟁제품인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원은 아직 국내 출시가 불투명한 가운데, 어제서야 PS4를 만져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물론 그걸로 줄곧 게임만 해대서 기기 자체를 제대로 살펴볼 기회는 없었지만, 뭐 살다 보면. (…)
PS4의 디자인은 1세대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작은 편에 속한다. 콘솔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얇아지고, 더 작아진 세대가 나오기 마련인데, (PS3도 이후에 2세대 슬림, PS4에 맞춰 3세대 슬림이 나왔다.) 이미 PS4부터 상당히 작다. 이게 작으냐고 물으시는 분들은 기회가 되면 1세대 PS3와 비교해보시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실 거다. 전면에는 USB 3 포트가 두 개 있는데, 이는 보통 듀얼쇼크 4 컨트롤러를 충전하는 데 쓰인다. PS4는 가로로 눕히든 세로로 세우든 어느 방향으로든 문제없이 쓸 수 있는데, (내가 시연한 환경은 세로로 놓고 쓰고 있었다.) 이왕이면 가로가 안정적이긴 하다. 최소한 PS4는 선택이라도 주지.
그리고 이제 듀얼쇼크 4를 살펴보자. PS3 때 특허 문제가 생겨 진동을 뺀 SIXAXIS라는 흑역사를 만들었던 때와 달리, PS4에는 듀얼쇼크 4를 기본 컨트롤러로 선택했다. 전체적으로 듀얼쇼크 3보다 좀 더 두툼해진 느낌이다. 아무래도 기존 듀얼쇼크 디자인이 너무 얇아서 장시간 잡고 있으면 손이 아파져 오는 것을 의식한 듯하다. (편하게 꽉 잡고 있지를 못하니 손이 아파져 오는 것.)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두껍게 하고도 여전히 엑스박스 컨트롤러에 비하면 좀 불편하다. 특히 트리거 버튼을 누르려고 하면 컨트롤러의 그립에서 손이 들리는 현상이 여전하다. 이는 특유의 디자인 때문에 아무리 그립 부분을 두텁게 만들어도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긴 하다. 생각해보면 사용하는 사람의 손 크기를 많이 타는 것 같기도 하다. 손가락이 갸날픈(…) 나와 달리 사진처럼 손이 두툼한(…) PS4 주인 프렘군은 자기한텐 딱 맞는다고 했으니까.
듀얼쇼크 4의 가장 큰 추가적 부분은 바로 터치패드이다. 예전에 소니 로고와 스타트, 셀렉트, PS 버튼이 있던 부분에 크게 자리 잡았는데, (PS 버튼은 저 아래로 밀려나 버렸다.) 문제는… 이게 쓸 곳이 많지 않다. 게임마다 또 이걸 적용하는 여부가 다 다르다. 예를 들어, 내가 시험 삼아 플레이해본 니드 포 스피드: 라이벌에서는 터치 패드가 전혀 안 쓰이는 데 반해, (있을 수도 있는데, 내가 파악한 바와 PS4 주인이 증언하는 바로는 없다.) 어쌔신 크리드 IV: 블랙 플래그에서는 지도 내비게이션에 쓰인다고 한다. 아마 PS4 독점 게임에서는 장점이 확연히 드러날 것이긴 하나, 멀티플랫폼 게임에서는 별다른 장점을 부각하진 못한다.
충전 방식은 듀얼쇼크 3 때에는 미니 USB였는데, 4는 마이크로 USB로 변경되었다. 소니가 표준을 따르는 몇 안 되는 경우 중 하나다. 그나마 요즘은 카메라에도 마이크로 USB 충전 기능도 더하고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듀얼쇼크 3 때 하도 너덜너덜해져서 욕을 먹은 트리거도 4에서는 내구성을 상당히 보강한 모양새다. 앞쪽 아래에 있는 거대한 LED는 플레이어 인식용으로, 색이 바뀐다. 또한, 듀얼쇼크 4는 PC에도 추가적 드라이버 없이 호환된다고 하는데, 사용하는 API가 구형이라 호환되지 않는 게임이 꽤 된다고 한다. 그냥 PC용 컨트롤러 용도로 쓰실 거면 싸게 엑스박스 360용 유선 컨트롤러 하나 구하는 게 답이다.
WebGL로 구현해 화제가 된 UI는 약간 달라졌지만, PS3의 그것과 상당히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 따라서 PS3를 쓰시던 분이라면 크게 헷갈릴 것 같지 않다. 또 다른 흥미로운 부분은, 컴퓨터처럼 멀티 계정 지원에, (이건 사실 PS3 때부터 있었다.) 무려 계정별 비밀번호를 설정할 수도 있다는 점. 보안에 신경을 쓴 부분이 보인다. (PSN 관리나 잘해.)
올해 공개된 두 차세대기의 특징은 모두 PC와 같은 x86 아키텍처를 쓴다는 점이다. (엑스박스 360은 맥이 예전에 썼던 파워PC, PS3는 셀 아키텍처를 썼다.) 이는 PC 개발에 익숙한 개발자들에게는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실제로 어쌔신 크리드 4 같은 경우, PC 버전을 먼저 최적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차세대기 버전을 개발했을 정도로 PC와 차세대기 버전의 상호 개발이 상당히 쉬웠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PC판은 나중에 나왔다는 소식입니다. 물론 차세대기 버전도 출시 일정 때문에 비슷한 때에 나오긴 했지만.) CPU와 GPU 모두 AMD의 것을 썼는데, CPU는 8코어짜리 재규어 커스텀 CPU, GPU는 차세대 라데온 칩이라고 한다.
그럼 이제 실제로 게임을 해보자. 시간의 제약 때문에 해본 게임은 니드 포 스피드: 라이벌 하나였는데, 그래픽이 확실히 현세대기에 비해 나아진 모습을 보인다. 일단 1080p를 기본으로 지원하다보니 해상도면에서 전세대보다 더 유리해졌고, 니트로를 쓸 때의 배기구에서 나오는 불과 아지랑이 효과 등 세세한 그래픽 효과가 많이 추가되었다. 그러나 이 게임에 한정인 문제인지는 몰라도, 프레임 저하가 있는 구간이 간간이 보이긴 했다. 아무래도 실험적으로 다양한 그래픽 효과를 넣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1080p로 초당 60 프레임을 약속한 소니에게 약간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눈여겨봐야 할 것은, 지금은 초기라는 것이다. 개발자들이 개발 노하우가 쌓이면 게임의 그래픽 효과나 전반적 성능이 향상될 가능성은 언제든지 남아있다. 실제로 PS3는 셀 프로세서가 작업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아키텍처라 최적화 요령을 익히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는 후문이 있다. PS4는 PC와 같은 아키텍처를 공유하기 때문에 그 기간도 훨씬 줄어들 것이라 기대한다.
처음에 PS4에서 내가 제일 이해가 안 됐던 것은 바로 소셜 기능이다. 듀얼쇼크 4에 기존의 셀렉트 버튼을 밀어버리고 공유 버튼이 추가되었을 정도로 이러한 공유 기능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나는 이 때문에 상당한 SNS 공유 기능이 탑재된 것으로 생각했고, 이게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인 지 글도 썼었다. (다행인 것은, 군인 신분이었던 지라 일정이 꼬여 이 글은 출판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공유 버튼은 사실 PS4의 게임 영상 공유 기능을 활성화한다. 그 이전까지 콘솔의 게임 영상을 녹화한다는 것은 전문 장비를 갖춘 관련 미디어에서나 할 수 있을 정도로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콘솔의 영상을 따서 특수 컨버터에 연결하고, 그걸 컴퓨터에 연결해서 녹화하는 방식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도 검색해봤었거든.) PS4는 이제 이 모든 것을 콘솔 내에서 처리한다. 동영상 디코딩/인코딩을 담당하는 ARM 보조 프로세서 덕분에 게임을 하는 도중이어도 게임의 성능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PS4는 게임플레이를 항시 녹화하고 있다가 공유 버튼을 누르면 그 시점으로부터 15분 전까지의 영상을 올릴 수 있다. 이제는 이러한 게임 영상 공유가 좀 더 쉬워진 셈이다. 그러나 그 공유 버튼을 만들자고 기존의 듀얼쇼크 버튼 배치를 모두 바꿔버린 게 과연 옳은 것인지는 좀 생각해봐야 할 듯하다.
하위호환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보면 된다. 일단, 네이티브로는 지원이 안 되고, 소니는 가이카이의 스트리밍 기술을 이용해 PS3 게임을 스트리밍 해서 하위호환성을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서비스는 내년에 할 예정. 문제는 이 말도 공식적으로 제대로 한 적은 없고, 에둘러 표현했다는 점. 불안하다.
사실 현세대기인 엑스박스 360과 PS3는 목적이 거의 비슷한 기기였다. 그래서 좀 더 북미 사용자들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헤일로라던가 헤일로라던가…)를 제공한 엑스박스 360의 승이었다. 하지만 차세대기의 양상은 좀 다르다. 이제 두 콘솔이 향하는 곳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엑스박스 원은 게임뿐만 아니라 아예 여러분의 TV를 점령하려 한다. (그런데 여전히 케이블 셋톱박스 연결은 필요하다는 게 아이러니. 이 글을 쓰면서 아이튠즈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도 원더걸스의 아이러니. 응?) 그에 반해 PS4는 소셜 기능 등만 봐도 게임기로서의 본분에 충실하려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헤일로를 좋아라함에도 불구하고, PS4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러나 나라면, 특히 현세대 콘솔을 가지고 있다면, 아직 차세대 콘솔을 사지는 않겠다. 아직 바로 달려나가서 당장 사야 할 만한 메리트가 없다. 멀티플랫폼 게임들은 대부분 현세대기 버전이 있고, 차세대기 독점 타이틀도 아주 구매욕을 끌어당길 만한 타이틀은 없다. 그러한 타이틀들은 거의 모두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나라면 내년까지 기다리겠다. 그러면, 대강 어떤 콘솔을 살지 결정을 제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때 가서도 PS4를 선택하게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