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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도 칼럼] 파워블로거라는 허울.

지난주에 출시된 삼성 갤럭시 S II.

이번 주말에는 파워블로거라고 하는 함모씨가 올린 갤럭시 S II (이하 갤스 2)에 대한 비판(이라 쓰고 까는이라 읽는다)글에 대해 삼성의 마케팅사인 제일기획이 네이버측과 연계해 해당 포스트의 게시를 무단중단하는 사건이 있었다. 아마 트위터에 있으신 분들이라면 읽어보셨을 지도 모른다. “갤스 2의 9가지 문제점”이라고, 심지어 엔가젯까지도 칭찬 일색(엔가젯 역사상 리뷰 점수 9점을 받은 세번째 안드로이드폰이다. 그 전에는 HTC Evo 4G, 모토로라 아트릭스가 전부)이던 갤스 2에 처음으로 제대로 까는 글이 올라와 삼성을 좋아하지 않는 많은 분들이 환호하며 리트윗한 글이다. (그래서 읽어보셨을 거라 생각하고, 따로 링크를 달지는 않겠다.)

일단 제일기획이 뭔짓을 했는지는 일단 이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이미 아실대로 아시리라 믿고, 그 글의 원작자도 대강 사건경위를 올렸으며, 게다가 나는 이에 대해서 뭐라 할만큼 소셜 미디어에 대해 전문가도 아니고 말이다. 그리고, 제일기획의 처신은 모두가 까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이 사건의 제일 큰 문제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내가 걸고넘어지고 싶은 문제는, 바로 이러한 IT 블로거, 나아가 IT 저널리스트의 자질이 아닐까 싶다. (“파워블로거”라는 단어는 굳이 까지 않겠다. 이미 이에 대해 까실 분들은 많으리라 본다)

일단 솔직히 말하면 나도 이 글이 제일기획에 의해 폐쇄되기 전에 읽어봤다. 솔직히 말해서, 가관이었다. (심지어 모두 그 글을 읽으려 애쓰는 모습에 이런 트윗을 남긴 적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리뷰로서의 조건에서 한참 벗어난 글이기 때문이다. ‘파워 블로거라는 사람에게서 이런 글이 나올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에 경악했던 글이다.

일단, 테스트폰으로 ‘리뷰’를 했다는 문제다. 이는 오늘 함모씨가 경위를 설명하면서 올린 글에 처음으로 드러난 사실인데, 이는 마치 제레미 클락슨이 아직 나오지도 않은 차의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이 차는 사면 안된다”하는 것과 같은 격이다. (그러고보니 그 인간… 그런짓을 실제로 했었지만, 일단 오락이 우선인 TV쇼에서 그런거니 그렇다 치고…) 테스트폰은 일단,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완성되지 않은 것들이다. 그 블로거가 멍이 심하다며 올린 테스트 사진도 어떻게보면 지금까지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갤스 2 멍 현상 샘플에 혼자 동떨어져보일 정도로 제일 현상이 심한 것으로 보아 테스트폰이라서 그런 것임을 결론지을 수 있다. 정식적으로 리뷰를 하고 싶다면, 실제 판매용 제품을 가지고 하는 것이 정석인데, 테스트용 제품을 가지고 간단한 느낌을 올릴수는 있으나, 이런 식으로 결론을 내려버리는 건 상당히 곤란하다.

두번째는, 내 개인적인 신념과 어긋나는 문제인 ‘연작 포스팅’이다. 제품 하나 가지고 몇 개의 글에 나눠서 올리는 것 말이다. 물론, 내가 말하는것은 리뷰용으로 온 제품으로 연작 포스팅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연작 포스팅의 문제는 일단 독자가 제대로된 판단을 내기 힘들다는 점이다. 함모 블로거의 글을 예로 들어보자. 그는 이 글의 끝말에 ‘장점을 리스팅한 포스팅으로 다시 뵙겠습니다’라고 했었다. 보통 이런 블로그들은 검색으로 먹고 산다. (특히, 네이버 블로그인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 검색으로 들어온 상황에서는 나중에 장점 글이 설사 올라온다 하더라도 독자가 그것까지 챙겨서 읽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사실 이는 파워블로거라 불리우는 (내 자신도 꽤 자주 가보는) 많은 분들이 범하는 실수이기도 하다. 이렇게 글을 올리는 주요 원인은 물론 타이밍이다. 그 제품에 대한 관심이 식기 전에 빨리 그 뜨거운 열풍에 동참하고자 먼저 글을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남들보다 먼저 글을 올려서 트래픽을 앗아오기 위한 것도 있고 말이다.

나는 그냥 최종 리뷰 하나로 모든 것을 끝내려고 하는 편이다. 아이패드 리뷰도 그러했고, 아이팟 터치 4 리뷰도 그러했다. 그리고 내가 하는 다른 리뷰들도 그러했고. (게임이나 아이폰 앱이나…) 딱 하나 예외였던 것이 바로 iAppBox에서 아이패드 2 프리뷰를 올린 것이었는데, 이는 윗선(이 있다면)의 압박이기도 했고, 출시 직후에 향했던 LA가 인터넷 환경이 그닥 좋지 않아서 리뷰가 언제 올라갈 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단 응급조치로 해둔 것이었다. 이 프리뷰도 고민이 많았다. 어떤 부분을 리뷰를 위해 남겨둬야 하며, 어떤 부분을 프리뷰에 써야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글 쓰면서 계속됐다. 결국, 리뷰와 프리뷰를 비교해보면, 은근 겹치는 내용들이 보인다. (개인적으로도 프리뷰 글은 흑역사)

어찌됐든, 리뷰 하나로 모든것을 끝내면 물론 트래픽도 줄고, 준비기간도 길어지지만(이는 좀 있다 얘기해본다), 독자 입장에서도 훨씬 더 글에 몰입하기가 쉽다. 설령 다음 글이 준비됐다 하더라도, 클릭을 하느라고 중간에 쉬지 않고 한번에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개인적 신념이니 그 정도로 해두자.

세번째는 리뷰 기간이다. 이는 꼭 이 함모씨의 글에 해당되는 문제는 아닌 것이, 이제 테스트폰이었다는 것이 밝혀진 이상, 얼마나 오랫동안 쓰고 있었는지 모를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이 ‘파워블로거’의 전체적 문제점이다: 제품이 출시되고나서 하루만에 글이 올라오는 것 말이다. 이는 실제로 미국 리뷰어 커뮤니티에서도 상당히 규탄되는 일이다. 물론 이렇게 하는 이유는 위에 말한 타이밍이다. 하지만, 그 타이밍과 글의 질을 맞바꿔버린 격이 되는 것이다. 일단 리뷰 기간이 길면 길수록, 리뷰어 자신도 제품에 대한 더 확실하고 자세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근데 이를 하루이틀만에 리뷰하려 한다면, 그러한 의견이 완전히 확립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리뷰를 내버리는 것이다. 첫인상과 리뷰를 쓸 때의 마음이 다를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데 말이다. (첫인상이 끝까지 쭉 가는 경우도 꽤 있으나, 나도 나중에 가서 마음이 바뀐 적이 몇번 있었다)

그러면 엔가젯 같은 곳은 어떻게 출시 전에도 글이 올라오냐는 말이 나오는데, 이들은 제품 출시 1주일 전에 제조사에게서 “판매용” 샘플을 받는다는 결정적 차이점이 있다. 이는 대체적으로 우리나라 시스템적 문제기도 하다. 일단, 리뷰어들이 엠바고를 지킬 것이냐 안 지킬 것이냐에 대한 제조사의 불신도 있고, 이를 실제로 깨고 마는 리뷰어가 있기도 하니까 말이다.

마지막 문제이자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바로 객관성이다. 글 자체가 자신이 밝혔듯이 심히 주관적이었다. 일단 단점 위주로 글을 썼다는 것 자체부터가 얼마나 주관적이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리뷰라는 거 자체가 자신의 의견이니 원래 주관적인거 아닌가라고 반박하시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사실이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리뷰이니 어찌됐건 간에 어쩔수없이 주관적일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 글은 그 도를 넘어섰다. 일단, 리뷰라는 것은 감정적이면 안된다. 하지만, 저 글은 단어 선택도 그렇고 뭔가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기분이 짙었다. 꼭 갤스 2를 사지 말라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감정적 포스팅의 문제는 결국 말이 안되는 문제점이 나오게 하였다. 액세서리가 없다고? 리뷰에 언제 액세서리가 포함되는 경우가 있었는가? (아이패드 2의 스마트 커버는 예외) 그리고 제품이 나온지 이제 1주일이 겨우 됐는데, 액세서리가 없는건 당연지사 아닌가? 심지어 아이패드 2도 출시 후 스마트 커버를 제외하고는 한달동안 액세서리가 거의 없다시피했다. (죄다 예약판매였지, 당장 구할 수 있는 액세서리는 전무했다.)

그리고 이러한 객관성의 문제는 옛날에 내가 깠던 제조사들의 ‘체험단’이라는 문제도 있다. 물론, 체험단의 의도는 인정한다만, 제조사나 홍보업체에서 뭐에 대해 쓰라고 아예 스케쥴을 짜준다는 얘기를 옛날에 들었을때 황당했다. 결국 대기업의 입김 없이 리뷰어에 따라 자유로워야할 리뷰의 신뢰성이 시작부터 없어지는 것이다. (요즘은 이 문제가 개선되었는지 모르겠다. 이제 보면 블로그마다 꽤 자유롭게 포스트가 올라오긴 하던데.)

게다가, 이번 함모씨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파워 블로거분들이 갤스 2의 슈퍼아몰레드 플러스 화면에 대해서 꽤나 비판적인 글이 올라왔는데, 이에 대해서도 음모론이 도는 중이다. 바로 경쟁제품인 A모폰을 만드는 M모사의 사주라는 것이다. (대충 연관하면 어디의 무슨 제품인지 이해가 가시리라 본다.) 이에 대해서는 그닥 얘기하고 싶지 않으니, 정말 궁금하시다면 이 글을 읽어보라. (이 글에는 제품명 다 나오는게 괜히 가렸나 ;;)

엔가젯의 갤럭시 S II 리뷰 카드

이에 반해, 미국에서는 꽤 공정한 리뷰가 나오는 편인데, 이 이유는 바로 이와 관련된 법이 있기 때문이다. 제품 리뷰들은 제조사들이 내용을 수정하거나 개입할 수 없다는 법이 있다. 따라서, 대기업들의 언플도 힘들고, 뉴욕타임스같은 큰 언론사에서 데이빗 포그같은 사람이 공정한 리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신문에서 공정한 리뷰라는 건 영화  리뷰에서나 겨우 존재할 법한 얘기다. 사실, 우리나라에 이러한 법이 있었으면 이정도로 막장이었을까란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 엔가젯같은 테크 미디어가 생길 수 없는 것도 이 문제점에 기인하는게 아닌가 싶다. 일단 대기업 입장에서도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체험단을 운영하는데 굳이 이런 사이트에 리뷰용 샘플을 보내서 돈을 낭비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결국, 이는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나라 시스템 자체의 문제점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러한 잣대를 클리앙의 사용기게시판 같은 곳에 들이대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 사용자가 자기가 직접 산 제품을 가지고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이러한 파워블로거라는 사람들은 제조사에게서 샘플을 받고 리뷰하는 ‘전문적인’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경우에는 심지어 클리앙의 사용기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보다도 질이 못한 경우가 많아 걱정스러운 생각까지 들 정도다.

이렇게 까고는 있지만, 파워블로거분들 중에 내가 존경하는 분들도 몇분 계시다. 특히 칫솔님(블로그 / 트위터)같은 경우는 내가 본 우리나라의 테크 리뷰어중에 가장 공정하신 분들중 하나다. 더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늘 드는 분이다.

만약에 자신이 파워블로거라고 믿는 분들이 (만약) 계신다면, 그간 자신의 글들을 죽 읽어보고, 과연 그에 맞는 행동을 했었는지에 대한 자기성찰이 필요한 시점인 것같다. 특히 공정성과 객관성 같은 경우, 아직 많이 부족하신 분들이 많다. 늘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고치면 안 고치는 것보다야 낫다.

이 글을 끝마치면서 솔직히 말하면, 아마추어 저널리스트인 나로서, 제품 발표행사에 초대받고, 리뷰용 제품도 받는 것이 안 부러울 수가 없다. 하지만, 이렇게 남들이 이 분들에 대해서 쓴소리를 하실 때에는, 그 분들중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간사하지.

P.S) 난 갤스 2를 직접 볼때까지 포스팅 안하기로 했고, 직접 리뷰 유닛 받아서 리뷰할 때까지 리뷰를 쓰지 않기로 했다. 이 또한 객관성이다. 근데 리뷰 유닛이 안오면 시망 아니 안 올 가능성 95%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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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assin's Creed (어쌔신 크리드) KudoGames

Assassin's Creed: Revelations

에지오 오디토레 3부작의 완결편.
언제부터 3부작이었는진 모르겠지만

에지오는 자신의 조상인 알타이르의 행적을 쫓기 위해 콘스탄티노플로 향한다.

 

The final chapter of Ezio Auditore Trilogy.
(First time hearing that, but oh well)

Ezio heads to Constantinople, in order to follow the footsteps of his ancestor, Alt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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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도 칼럼] RIM에게 최대로 실망한 날.

아시다시피, 어제 RIM의 첫 태블릿 플레이북이 다음주 출시를 앞두고 리뷰 엠바고가 풀렸다. 그래서 지금까지 엔가젯, 조쉬 토폴스키(토폴스키옹은 엔가젯에서 나왔다), 월트 모스버그, 데이빗 포그 등 다양한 분들이 쓴 리뷰들을 쫙 읽어보면, 공통된 의견은 대략 이렇다:

  • 하드웨어 자체는 킹왕짱. 플래시를 이렇게 부드럽게 돌리는 모바일 기기는 처음.
  • QNX OS 자체는 꽤나 부드럽게 돌아감.
  • 블랙베리가 있어야만 이메일을 쓸 수 있는건 (브릿지) 멍청함 (플레이북 자체로는 이메일을 쓰려면 웹 브라우저를 켜야 한다. 2000년대 초반 스타일.)
  • 앱 월드에 쓸만한 앱이 없다.
  • 소프트웨어의 불안정함: 1주일간의 리뷰기간 중에도 세 번정도 업데이트를 받았고(브릿지는 심지어 리뷰 엠바고 풀리는 날에 업데이트가 떴다고), RIM 측에서는 아직 대부분의 기본 기능들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함. (블랙베리 OS 및 안드로이드 에뮬레이션 포함)

등이다. 결론적으로, 실망을 많이 했다는 소리다. 이러한 리뷰들이 하도 많다보니, 결국 RIM은 오늘 주식이 무려 4%나 급락했다고.

하지만, 플레이북 얘기는 여기까지다. 내가 오늘 정말 이 포스트를 쓰는 이유는 바로 이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바로 플레이북에 대한 리뷰를 보고 RIM의 중역들이 보인 반응들이라는데 하나둘씩 살펴보자.

공동 CEO 마이크 라자라디스: “(플레이북은) 더 우월하다. 휴대성이 더 좋고, 더 가벼우며, 더 오랫동안 들고 있을 수 있다.”

라자라디스는 결국 7인치 크기의 장점을 내세웠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갤럭시 탭을 리뷰할때 나도 7인치 크기의 가벼움이 좋았으니까. 근데… 단순히 이것때문에 ‘더 우월하다 (more superior)’라는 단어를 쓰는건, 라자라디스 특유의 거만함이 보이는 것이다. 7인치 크기의 단점은, 결국 화면의 10인치대의 반이 되기 때문에 화면공간을 활용하는 데에 태블릿으로 쓰기에 조금 애매한 사이즈가 된다는 것인데, 설사 QNX OS가 그 화면공간을 잘 썼다 하더라도, 분명 더 넓은 화면을 원하는 사용자들도 많을 것이다. (플레이북 얘기 더이상 안한다면서 결국 했다.)

공동 CEO 짐 발실리: “(리뷰들은) 공평하지 않다. 6,000만대의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이메일을 버젓이 사용할 수 있다. 플레이북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은 블랙베리의 안전하고 공짜인 확장을 원할 것이다.”

결국, 이 글을 쓰게 만든 문제의 발언이다. 일단, ‘공짜’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 건지조차 모르겠다. 블랙베리폰을 사면 플레이북을 준다는 것인가… 아니면 어떠한 추가적 데이터비 없이 확장이 된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브릿지가 블랙베리에서 테더링 기능도 지원한다)… 그건 넘기고, 더 큰 문제는 그 문장 자체다. 여기서 이 아저씨는 자폭해버린다. 아니 당신들의 목표는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뛰어넘는거 아니었어? 그냥 블랙베리 사용자들한테만 팔아먹을려고 플레이북을 만들었단 말야? 결국 RIM은 플레이북을 만들 때 더 많은 블랙베리 플랫폼 사용자를 유치하기 위한게 아닌, 결국 블랙베리 사용자들이 다른 태블릿으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려고 플레이북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참으로… 뭐랄까. 소박한 목표다.

이 공동 CEO들, 특히 라자라디스의 행적은 웃음이 나올 정도다. 가장 유명한 일화로는,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인도와 중동국가들과의 마찰(이 국가들은 RIM이 BIS 서버를 국내에 두기를 원했다. 물론 감시를 위해서다. 참고로, BIS 없으면 블랙베리의 인터넷 자체가 불가능하다.)에 대한 질문이 나오고, 기자가 이를 밀어붙이자, 결국 강제로 인터뷰를 종료시켰다는 훈훈한(?!) 마무리다. 이 아저씨가 얼마나 다혈질인지 보여주는 반증이다. 심지어 그 성깔 안 좋기로 유명하다는 스티브 잡스도 안 이러는데.

RIM의 문제가 여기서 나온다. 혁신을 위해 공격적으로 기술 개발을 더이상 하지 않는다. 너무 방어적이다. 마치 열심히 공부를 하지는 못할망정, ‘이정도면 됐겠지…’ 라면서 그냥 최소한의 것만 하고 노는 대학생같다. (옛날의 나를 연상시킨다고는 말 못하겠다.) 하는 행동도 완전히 똑같다. 자신이 왜 놀고 있었는지 변명하는 것처럼. 이는 이미 유출된 2011년 블랙베리 라인업에서도 계속된다. 일단 모델명만 늘어놓아보겠다: 볼드 터치, 토치 2, 스톰 3. 이름만 봐도… 결국 재탕이란걸 알수있다. 볼드 터치는 볼드(우리나라에서 토치를 제외하면 결국 보이는 블랙베리중 대부분이 다 볼드다)에 그냥 터치 스크린 갖다 박아놓은 것이고, 토치 2는 작년에 선보인 터치 스크린 슬라이더 토치에 고해상도의 화면과 더 성능이 좋은 CPU 등을 탑재했다고 한다. 만져본 사람 말로는… “토치가 이랬어야 하는데…” 란다. 심지어 디자인도 바뀐게 없다. 스톰 3는… 그간 두 번이나 실패한걸 다시 고쳐보려고 하는 것이고.

이전에 올린 엔가젯에서의 글처럼, 지금 대기업 고객층이 아닌 이상, 블랙베리가 다른 고객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건 결국 BBM과 (내가 지금 따로 추가한) 그 쫀득하다는 (그리고 난 적응이 안된다는) 키보드다. 물론 이거에 훅 넘어가는 블랙베리 팬들도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몇 있기는 한데, 정말 객관적으로 보자면, 이걸로 일반인들 사이에서 사용자 베이스를 계속 잡고 있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앱도 너무 부족하고, OS는 결국 10년된 구닥다리고, 살짝 난해한 인터페이스까지… 이 목록은 게속 된다.

RIM의 가장 큰 혁신이 될 것 같았던 플레이북은, 결국 RIM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제품이 되고 말았다. 모바일 산업은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의 걸그룹 같다: 우후죽순 제품들이 나오고, 트렌드도 쉽사리 바뀐다. 개중에서 소녀시대나 원더걸스가 (그나마) 장수하고 계속 인기를 끄는것은, 결국 이 트렌드를 읽고 빠르게 이에 대응하기 때문이다. (걸그룹은 그냥 비유에 불과했으니 팬분들은 이거가지고 또 화내지 마시길… 비유는 비유일뿐!) RIM은 이 트렌드 읽기에 실패하고 위험수위에 다다라 있다. RIM만의 이러한 트렌드에 변화가 오지 않는다면, 결국 그들이 철석같이 믿었던 대기업 고객마저 등을 돌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플레이북을 기로로 이제 RIM은 끝났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RIM에 있는 사람들이 그 정도의 바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굉장히 바보같이 굴어왔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