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KudoPhotos

[KudoPhotos] 키덜트 페어 2014 참관기.

며칠 전에 키덜트 페어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서 “황금 열쇠(=초대권)”를 얻은 덕분에 12,000원이라는 꽤나 비싼 입장료를 낼 필요없이 다녀올 수 있었다.

20-40대의 덕질을 할 만한(…) 경제적 능력이 되는 사람들을 키덜트라고 한다는데, 이 전시회는 여기서 이런저런 피규어를 사려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피규어들을 구경하러 온 아이들과 부모님들로 인산인해였다. 주말이었던 것도 상황을 돕지는 않았다.

속사하느라 힘들었다. 이 날 가져간 a7의 초점 시스템도 별로 빠릿하지도 않은데 말이지…

2014-08-09 at 14-45-47
들어간 우리를 가장 먼저 맞은 건 누가 좋아하는 이병헌의 광해 피규어. 실제로 이 전시회에 전시된 피규어 중 한국인이 모델인 사람은 이병헌이 거의 유일했다. 광해 아니면 스톰 섀도우로. (…)

키덜트 페어에는 크게 몇 가지 주요 테마(?)가 있었는데, 이를 굳이 분류하자면…

1) 마블

우리나라에서 어벤져스는 공전의 히트였다. 이로 인해 마블 히어로들의 인지도가 꽤 올라갔고, 이들의 피규어는 페어에서 가장 많이 전시됐다. 특히 아이언맨.

2014-08-09 at 14-48-58
아이언맨 마크 3 수트의 1:1 크기 헬멧.
2014-08-09 at 14-49-06
아이언맨 마크 1 수트의 1:1 크기 헬멧.
2014-08-09 at 14-50-54
워 머신의 1:1 크기 흉상.
2014-08-09 at 15-00-43
페이퍼토이 제조업체인 모모트에서 전시한 아이언맨 수트 갤러리.
2014-08-09 at 15-04-03
워 머신 마크 2 수트. 영화에는 안 나오는 수트인데, 아이언맨 2 사건 이후 토니가 기존 워 머신 수트는 해체하고 로디에게 새로 만들어 선물해준 수트. 토니가 어벤져스 일로 바쁜 동안 로디는 이걸 입고 아이언맨의 일을 대신 한다.
2014-08-09 at 15-11-56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에서 캡틴이 입은 전투복.
2014-08-09 at 15-12-28
아이언맨 3에서 혼자 만다린의 소굴로 쳐들어갈 때의 토니.
2014-08-09 at 15-43-36 (1)
아이언맨 3에 나오는 토니 집의 아이언맨 수트 전시실을 재창조한 디오라마.
2014-08-09 at 15-43-43
마크 42 수트를 테스트 중인 토니.
2014-08-09 at 15-43-57
한켠에서 이를 지켜보는 닉 퓨리와 필 콜슨. (…)
2014-08-09 at 15-44-20
어벤져스의 뉴욕 전투 디오라마.
뒤에 시간상으로 안 어울리는 수트가 있는 거 같지만 관두자

2014-08-09 at 15-44-29

2014-08-09 at 15-44-36

2014-08-09 at 15-44-43

2014-08-09 at 15-46-41
얜 어디서 본 거 같다는 기분이 들었는데…
2013-04-04 at 12-33-09
… 작년 서울모터쇼의 아우디 부스에서 본 녀석인 것이다.
2014-08-09 at 15-47-12
이런 대형 피규어는 하나에 1,000만원을 가뿐히 넘긴다고 한다.
2014-08-09 at 15-47-45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피규어는 다 좋은데 얼굴이 좀 이상해…
2014-08-09 at 15-48-38
유일하게 나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인 로켓.
아마 화초 그루트가 있었다면 100퍼 샀다
2014-08-09 at 15-51-43
에그 어택 아이언맨 피규어. 얜 하나 사고 싶더라. (…)

2) DC

DC 코믹스도 꽤 보였다. 주로 다크 나이트 3부작이었고,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도 일부 있었다.

2014-08-09 at 15-03-27
얼굴이 좀 헬쓱하다…
2014-08-09 at 15-21-59
얜 좀 낫네.
2014-08-09 at 15-22-15
“Why so serious?”

3) 스타워즈

의외로 많아서 상당히 놀랐었다. 물론 스타워즈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미국에서는 스타워즈 피규어가 워낙 많긴 하다.

2014-08-09 at 14-50-32
다스 베이더 1:1 흉상. 윗부분이 뭔가 잘못된 거 같다 근데…
2014-08-09 at 14-52-13
에피소드 3에서 대결하시는 다스 시디어스(=황제)와 요다.
2014-08-09 at 15-40-36
공화국의 몰락 이후 은둔 생활을 가는 오비완 케노비.
2014-08-09 at 15-40-50
자신의 헬멧을 바라보는 다스 베이더.
실제로 저러면 죽는다
2014-08-09 at 14-59-14
모모트의 임페리얼 마치.

4) 기타

물론 건담도 있었지만, 별로 관심이 없어서 찍진 않았다. 그 외에도 터미네이터, 원피스 등의 다양한 피규어가 있었다.

2014-08-09 at 14-51-24
디즈니 애니 캐릭터 중 하나인 스티치.
2014-08-09 at 15-04-29
무한도전. 내 생각에는 미남이시네요 특집인가 그거 같은데…
2014-08-09 at 15-15-35
미스터 빈. 여기서 이 분을 뵐 줄은 몰랐다. (…)
2014-08-09 at 14-48-07
반지의 제왕의 사우론. 초반 회상 장면에서 힘을 잃기 전의 모습이다.
2014-08-09 at 14-49-41
간달프.
2014-08-09 at 15-49-24
터미네이터 T-800.

갈 만 했는가?

그 대답은 “글쎄…”였다. 일단 제일 큰 문제는 가격. 우리야 뭐 초대권 받아서 갔고, 안에서 피규어를 시중 가격보다 약간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긴 하지만, 12,000원이라는 거의 모터쇼 뺨치는 가격은 정당화하기가 힘들었다.

또한, 사진찍는 입장에서 보자면, 조명이 너무 열악했다. 이 사진들 중 거의 반이 ISO 6400에서 찍혔고, 나머지도 2000-5000을 넘나들었다. 웬만한 카메라는 좋은 사진도 남기기 힘들 법한 조명이었다. 조명상황이 한결 나은 모터쇼와 비교하면 상당히 실망스럽다.

아마 돈을 내고 갔더라면 엄청 후회하긴 했을 거 같다. 몸값 비싼 피규어를 보고 사진을 자유롭게 찍을 수 있는 건 좋은데 사람에 치여다닌 생각을 하면…

Categories
KudoPhotos Travels

2014 California Day 3: Pacific Coast Highway

2014-01-07 at 07-16-13
긴 운전을 위한 준비는 철저히.

지난 이야기:
Day 1
Day 2

1/7

대망의 캘리포니아를 종단하는 날. 전날 프리우스에 연료도 가득 채워둔 나는 전날처럼 7시에 출발해 또다시 LA의 러시아워를 겪으며 친구를 픽업하러 갔다. 8시쯤 도착하고 주인이 없어서 체크아웃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다가 겨우 체크아웃하고 나오니 30분이 지난 뒤였다. 나오면서 윌셔 가의 유명한 코리아타운을 뚫고 갔는데, 심지어 버라이즌 스토어도 한글이 난무하는 것을 친구는 신기해하며 연신 셔터를 눌렀다.

2014-01-07 at 08-31-30
떡하니 코리아타운.

LA에서 북쪽으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일단 101번 고속도로를 타야했다. 그런데 이 날따라 길이 무지하게 밀렸다. LA 밖으로 완전히 빠져나오고 나서야 정체가 좀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좀 더 달리자, 해안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101번 고속도로에서 잠시 빠져나와 해안가에 주차해 사진을 좀 찍으며 경치를 즐기다가, 다시 101번을 타고 더 북진했다. 길은 해안가를 벗어나 잠시 산길로 들어섰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롬폭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이미 아침을 친구가 숙소에서 간단히 만들어준 딸기잼 + 땅콩버터 샌드위치로 해결한 건 함정.) 어딜 갈까 하다가 친구의 계속되는 미국 햄버거투어(?)의 일환으로 잭 인 더 박스를 가기로 했다. 친구는 치킨버거를 시키고, 양악 수술 때문에 아직 턱을 벌리기가 곤란했던 나는 치킨 텐더를 시켜먹었다. 그 와중에 내가 차던 나이키+ 퓨얼밴드는 배터리가 다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맥북을 꺼내서 충전해야했다. 치킨 텐더는 좀 기름졌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다시 북진하기 시작했다. 101번에서 빠져나온 우리들은 캘리포니아 1번 국도, 즉 태평양 연안 고속도로(Pacific Coast Highway, 줄여서 PCH)로 갈아탔다. 왕복 4차로였던 도로는 2차로로 줄었지만, 아직 길은 쭉쭉 뻗어 있었다. 우리는 중간중간 해안가에 멈춰서 사진도 찍고 했는데, 중간에는 바다코끼리의 군락지도 있었다. 이 때 내가 혹시나 해서 챙겨간 망원렌즈가 유용하게 쓰였다. 여기서 차도 긁었는데, 주차하려고 후진하다가 사이드미러로는 절대로 보이지 않는 치워둔 표지판 비슷한 것에 부딪혀 살짝 찍힌 것이다. 다행히도 보험 덕분인지 나중에 따로 수리비가 청구되지는 않았다. (어차피 저걸 굳이 수리하겠어…?)

조금 더 올라가자, 쭉 뻗은 길은 곧 굽이굽이 산악길로 바뀌었고, 나는 차를 열심히 몰아붙였다. 그런데 차가 하필 프리우스라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니었다. 당장 집 차만 몰고 와도 좋았을텐데..라며 나는 한숨을 지으면서 몰면서도, 괜찮은 경관이 나오면 어김없이 차를 세워서 사진을 찍곤 했다. 한 번은 어떤 사람들이 차를 타고 오더니 오는 길에 주유소 본 적이 있냐고 묻기도 했다. 연료도 별로 없고, 우리랑 같은 방향으로 왔는데, 본 기억이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도 기억이 없어서 차라리 계속 가는 게 더 나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 차를 먼저 보내고 우리도 따라 출발했는데, 10분 뒤에 우리는 주유소에서 탱크를 채우고 있는 그 차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모는 프리우스는 그렇게 험하게 모는데도 리터당 20km 아래로 떨어질 생각을 안 해서 중간에 채울 필요가 없었다.

2014-01-07 at 15-39-51
잠시 쉬는 중.
2014-01-07 at 16-21-27
노을.
2014-01-07 at 16-28-48
외로운 다리.

우리는 올라오면서 계속 PCH에서 그나마  빅스비 다리 Bixby Bridge를 찾았다. 문제는 정확한 위치를 몰랐다. 애플 지도나 구글 지도 모두 검색을 해도 뜨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골 해안가라 휴대전화 신호도 왔다갔다했다. 그래서 우리는 내비게이션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면서 우리가 사진에서 본 기억만으로 빅스비 다리를 찾아야했다. 결국 그 다리는 거의 몬터레이에 다 갈 때 쯤 나왔다. 이미 어둑어둑해지고 있어서 삼각대를 펴고 친구의 NEX 카메라로 장노출 촬영을 했다. 하도 따뜻해서 모르고 있다가 해가 일찍 지는 걸 보고나서야 지금이 1월임을 깨달았다.

2014-01-07 at 17-28-39
빅스비 다리.

몬터레이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 7시가 다 되어서였다. 아침 8시에 친구네 숙소에서 출발했으니, 무려 11시간을 운전한 셈이다. 어떻게 이걸 해냈는 지는 아직 생각해봐도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일단 나와봤지만 주변에 있는 게 없어서 결국 내가 LA에서 사둔 컵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했고, 영화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