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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Review] 애플페이로 장 보기.

과연 애플페이는 얼마나 내 카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10월 20일에 애플페이가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플페이는 아이폰 6 시리즈와 신형 아이패드, 그리고 곧 나올 애플 워치가 지원하는 모바일 지갑 서비스이다. 이미 미국의 메이저 카드사(비자, 마스터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메이저 은행들이 동참했고, (현재 미국에 발급된 카드의 83%를 지원하는 셈이라고) 지난 달 발표 이후 한 달만에 500개의 은행들이 추가로 가입해 올해 말-내년 초 런칭을 앞두고 있다.

이 글에서는 애플페이의 기술, 얼마나 보안에 강한가 이런 것들은 건너뛰도록 하겠다. 그냥 실제로 애플페이를 쓰면 어떤가에 대한 느낌이다. 이를 위해(라고 하면 좀 거창하겠지만) 지난주 일요일에 장을 보면서 얼마나 애플페이를 쓸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안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녀봤다.

Prologue: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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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에 iOS 8.1 정식 버전이 올라오면서 애플페이가 같이 열렸다. 나는 곧바로 내 아이폰 6에 미국에서 쓰는 직불 카드를 등록하기 위해 앱을 켰다.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쓰는 카드를 애플페이에 바로 등록하는 옵션도 있긴 하지만, 난 아이튠즈 스토어 결제는 페이팔을 쓰기 때문에 카드를 새로 등록하기로 했다.

카드를 등록하는 것은 간단하다. 보통 카드는 대부분 사진을 찍으면 카드 번호, 만료일, 이름이 모두 자동으로 등록된다. 그냥 뒷면에 있는 보안번호만 다시 입력해주면 된다. 일반적인 카드 포맷을 따르지 않는 일부 카드들의 경우라면 물론 직접 입력해주면 된다.

카드 정보 입력이 완료되면, 애플은 이 정보를 은행에 보내 최종적으로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본인확인 과정을 따로 거쳐야할 수도 있다. 나같은 경우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전화해서 본인인증을 다시 거쳤다. (아마 사회보장번호가 없어서일 듯싶다.) 이것도 앱에서 전화번호를 바로 띄워주기 때문에 편하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아예 애플페이 관련 상담 센터를 신설했더라.)

Chapter 1: 동네 한인마켓

내가 사는 세인트루이스는 로스앤젤레스같이 거대한 한인 마켓체인 같은 건 없는 곳이다. 그만큼 한인이 많이 사는 곳은 아니니까. (산다 하더라도 대부분 우리 학교에 있는 학부생이나 대학원생, 몇몇 한인 교수님들이 다다.) 그래도 사는 곳이다보니 한인마켓은 있다. 크기는 구멍가게보다 약간 더 큰 수준이지만 라면, 참치 캔 등의 기본적인 것부터 제주도 흑돼지 삼겹살(이건 솔직히 사실인 지는 모르겠다만)까지 있을 건 다 있다. 오늘 난 여기서 저녁에 먹을 삼겹살과 선배가 부탁한 김치와 김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솔직히 난 여기서 애플페이가 되리라고 생각은 안 했다. 워낙 소규모의 가게니까. 그런데 결제할 때 보니 웬걸, NFC 무선 터미널이 떡하니 달려 있는 것이다. 애플페이를 공식적으로 지원하지 않아도 애플이 카드사와 체결한 계약 덕분(그리고 애플페이의 무접촉 결제방식이 표준을 따르는 덕분)에 카드사의 NFC 터미널이면 다 애플페이가 될 거라고 얘기를 들은 나는 내 아이폰 6를 꺼내들었다.

“무선으로 결제할게요.” 주인 아저씨는 곤란한 모습과 혼란스러운 모습이 섞인 얼굴이었다.

“무선칩이 들어간 카드여야 할텐데…”

“된다고 들어서요…”

“그래요? 그럼 해보죠…” NFC 터미널을 켜는 주인 아저씨의 얼굴에는 아직도 의심이 가득했다.

나도 사실 저렇게 얘기는 했지만 솔직히 확실치는 않았다. 그러나 내가 읽어본 것을 믿고 아이폰 6를 갖다댔다. NFC 터미널을 감지한 아이폰이 카드를 바로 불러왔고, 터치 ID에 손가락을 올리자 바로 결제가 완료된다. 경쾌한 “띠링” 소리와 함께. 우리 둘 다 흠칫 놀란다. 서명은 따로 해야했지만 카드를 꺼낼 필요없이 결제가 완료되었다. (직불 카드를 쓰면 핀 넘버를 대신 입력한다.)

“되네요.. 폰 안에 칩이 달려있는 건가요?” 주인 아저씨가 물었다.

“뭐 그런 셈이죠. 이제 애플페이 된다고 쓰셔도 되겠어요.” 나는 웃으며 마켓에서 나왔다.

Chapter 2: 맥도날드

맥도날드는 애플페이의 런칭 파트너 중 하나다. 이미 맥도날드에서 된다는 여러 영상이 올라왔기 때문에 난 지갑을 아예 가방에 찔러넣고 들어갔다. 쿼터파운더 세트를 주문한 다음, 애플페이를 하겠다며 아이폰 6를 꺼냈다.

“저희 그거 안 받아요.” 점원이 말했다. 나는 매우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5s를 가지고 있는데 너무 질투나서 안 받아요.” 그는 농담조로 말하며 터미널을 켜줬다. 점원과 나는 6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화면 크기가 정말 필요한 게 아니면 5s도 충분히 현역이라고. (모든 이전 세대 아이폰이 늘 그러했지만.) 그 동안 애플페이는 역시 쉽게 결제를 완료했다.

Chapter 3: 타겟

그 다음으로 향한 곳은 타겟이었다. 사실 난 타겟이 애플페이를 지원하지 않을 것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타겟이 바로 애플페이(와 NFC 지불) 도입을 반대하는 MCX 소속이기 때문이다. MCX는 월마트, 베스트바이 등의 대형 소매점들이 이룬 연합인데, 이들은 내년에 자체적으로 런칭할 커런트C라는 독립 플랫폼을 준비 중에 있다.

상점 입장에서 커런트C는 매우 좋다. 고객의 은행 계좌와 직접 연결되는 것이라 카드 수수료를 안 떼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회원에게서 넘겨받는 데이터 덕분에 표적 광고를 하기에도 매우 쉽다. 그러나 QR코드로 스캔하는 방식은 매우 불편하고 (지문만 댄 채로 터미널에만 가져다 대면 바로 결제가 진행되는 애플페이와 비교하면 더더욱) 가입 시에 가져가는 정보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운전 면허 번호, 사회보장번호, 생일 등. 이 모든 것이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서”란다.) 그리고 더 웃긴 건, 내년 서비스 목표로 지금 비공개 테스트를 하고 있는 와중에 서버가 해킹당했다는 것이다. 이메일 주소만 유출됐다고는 하지만, 이런 서비스를 과연 사용자들이 믿을 지는 미지수다. 시장의 심판을 받고나야 이제 자기들이 얼마나 삽질했는 지 알겠지.

여기서 난 그냥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결제받았다. 커런트C를 쓰는 거보다는 이게 더 안전할 것 같다.

Chapter 4: 홀푸드 마켓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홀푸드 마켓. 유기농 제품을 파는 마켓인 여기 또한 애플페이의 런칭 파트너로, 이미 맥도날드처럼 직원들이 능숙하게 애플페이를 받고 있었다. 나는 여기서 채소 몇 가지와 다양한 먹을거리를 장바구니에 담은 후, 계산대에 가 애플페이로 바로 결제했다. 여기서도 서명을 다시 해야했다.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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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 자체는 확실히 편하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이를 얼마나 널리 퍼트릴 수 있냐는 것이다.

이 날 하루동안 애플페이를 써본 결과, 확실히 편하다.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서 긁는 일련의 과정을 그냥 아이폰을 꺼내 NFC에 몇 초만 대고 있으면 바로 인식이 완료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 학교에서 연구 논문(?)때문에 여러가지 조사를 해보면 애플이 얼마나 보안에 신경썼는지도 매우 잘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몇 가지 개선이 됐으면 하는 점도 보인다.

제일 큰 문제는 바로 결제 인증 후의 문제다. 사인이나 핀 번호를 입력하는 문제. 아니 왜 해야 할까? 터치 ID로 이미 본인확인이 된 상황인데 굳이 거기에다가 추가적으로 인증을 해야할까? 솔직히 이건 애플페이를 공식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NFC 터미널을 탑재한 곳(한인 마켓)이라면 이해를 하겠다. 애플페이 가릴 것 없이 모든 것을 동일한 NFC 결제로 생각할테니까. 그런데 이건 애플페이의 공식 파트너인 홀푸드 마켓에서도 똑같았다. 여전히 직접 카드를 꺼내는 것보다는 편했지만, 여전히 불필요한 단계가 남겨진 거 같아 씁쓸하다.

또다른 문제는 애플페이를 지원하는 점포가 적다는 점이다. 일단 애플페이의 런칭 파트너로서 미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곳은 22만여 곳의 점포. 여기에 기존에 무접촉 터미널을 지원하는 곳을 포함하면 이보다 좀 더 늘어날 수는 있지만, 여전히 미국 전역에 있다고 하는 830만여 곳의 점포에 비하면 이는 턱없이 부족하다. 거기다가 MCX는 대놓고 애플페이를 향한 전쟁을 불사르고 있는 상황이니, 이 상황이 언제까지, 그리고 어디까지 꼬일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은행들과 카드사들 뿐만 아니라 많은 사용자들이 애플페이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커런트C가 삽질에 삽질을 거듭하고 있다는 문제도 있겠지만, 일단 애플이 확실히 NFC 결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과연 애플페이는 그간 지지부진했던 NFC 결제를 전진시킬 수 있을까? 이제 남은 것은 지켜보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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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Review] 애플 아이폰 6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일이 벌어졌다.

2010년으로 돌아가보자. 당시에 출시한 아이폰 4는 3.5인치, 갤럭시 S는 4인치의 화면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에는 4.3인치를 가진 HTC HD2같은 폰 조차도 크다고 여겼던 때였다. 그 때 델에서 당시에 생각해보면 매우 미쳤다고 생각할 만한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바로 델 스트릭이었다. 5인치 크기의 화면을 탑재했던 스트릭은 너무 크고 사용성이 떨어진다며 무한으로 까였고, 결국 후속 제품 없이 사장되었다.

그로부터 4년 뒤인 지금을 보면 이제 제조사들이 내놓는 주요 플래그십급 스마트폰의 크기가 5인치 대이다. 삼성의 갤럭시 노트가 시작한 “패블릿” 제품군은 5인치 후반대에서 6인치 초반, 심하면 7인치(갤럭시 W)를 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동안 아이폰은 고집스럽게 세로만 약간 늘인 4인치의 크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폰의 화면이 커진다는 루머는 5가 나온 직후부터 꾸준히 양산되고 있었고, 모두는 애플이 그간 잡스의 고집이었던 “한 손 사용성”을 포기하고 화면을 키운다면 어떠한 파급력을 가지고 올 지를 예측하곤 했다.

그리고 이제, 모두가 가정으로만 하던 그 일이 이제 벌어졌다. 바로 아이폰 6다.

아이폰 6는 애플의 새로운 화면 크기 전략에 따라 두 가지 모델로 나뉘게 되었다. 바로 4.7인치 화면을 가진 6와 5.5인치 화면을 가진 6 플러스다. 아이폰 6를 주로 썼기 때문에 이 리뷰에서는 6를 주로 다룰 예정이지만, 6 플러스도 조금씩 수박 겉 핥기 정도로 다룰 예정이다.

* 이하의 글에서 아이폰 6의 “6”은 애플의 공식 표기에 따라 “식스”로 발음하는 것을 가정합니다.

디자인 & 하드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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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6는 공개된 순간부터 숱한 디자인 논란을 몰고 다녔다.

아이폰 6의 디자인은 지금까지의 아이폰 디자인 중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간의 새로운 디자인의 아이폰들도 각자만의 디자인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명작이라는 말을 듣는 4도 출시 당시에는 욕을 대차게 먹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6는 공개 전 유출 때부터 공개에서 출시된 지금까지도 말이 많은 편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6만큼 사진빨이 안 받는 아이폰은 처음이다. 아이폰 6는 정말 실물로 보고, 만져봐야 감이 온다. 특히 전면의 모습은 흠잡을 것이 없다. 이온강화된 커버 유리는 끝이 살짝 휘어 모서리가 둥근 유니바디 알루미늄 본체와 조화를 이룬다. 이러한 곡선처리는 6를 직접 잡을 때 실감이 난다. 더 작은 5s보다도 그립감이 좋다. 화면을 키우면서 각진 디자인을 유지했다간 그립을 망친다는 것을 잘 파악한 결과물인 듯하다. 어떻게 보면 5세대 아이팟 터치에서 화면 크기가 커진 결과물 같기도 하다. 그러나 알루미늄 케이스가 미끌거릴 때도 있으므로 불안하면 케이스 하나쯤은 구비해두자. (게다가 알루미늄 케이스가 지속적인 힘에 굽혀진다는 얘기도 있으니 이를 보강하는 의미에서 구매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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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아이폰 4s, 5s, 6.

아이폰 6의 두께는 6.9mm로, 5s(7.6mm)보다 훨씬 얇아졌다. (6 플러스는 7.1mm로 약간 더 두껍다.) 무게는 129g으로 소폭 늘었으나, 면적 대비로 생각해볼 때, 6가 화면 1인치당 27.4g, 5s가 28g으로 이 덕분에 조금 더 가볍게 느껴진다. 사실 이 무게는 3.5인치인 아이폰 4s보다 절대적인 수치로 비교해도 가볍다. 면적은 확실히 크다. 사실, 양옆 베젤은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아이폰의 디자인 철학인 상하 대칭을 유지하느라 상단 베젤도 커서 전체적 크기는 5인치대인 갤럭시 S4나 모토 G보다 비슷하거나 큰 편이다. 그나마 이 대칭때문에 하단 베젤의 크기를 많이 줄이려 애쓴 흔적은 보인다.

이제 문제의 뒷면을 보자. 많은 사람들이 문제로 꼽는 부분이 바로 툭 튀어나온 카메라와 “절연 테이프”로 불리는 안테나 선이다. 일단 안테나 선은 없으면 전화를 못 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하자. 스페이스 그레이같은 경우는 선의 색깔이 피니시와 약간이나마 맞춰서 이를 숨기는 경향이 있고, 골드의 경우 아예 선을 하얀색으로 해서 대비를 극대화시켜서 이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결국은 개인 취향이겠지만. 지금은 나도 많이 적응이 되서 조금은 좋게 보이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선을 약간 얇게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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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튀어나온 카메라는 사실 사진으로 보이는 것만큼 심각하진 않다.
그러나 있다는 거 자체가 조금 거슬리는 건 사실이다.

또다른 문제인 툭 튀어나온 카메라같은 경우는, 두께를 약간 두껍게 하고 배터리도 같이 늘여줬음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더 버지에서 이 질문을 하니 애플에서는 “그랬으면 정말 끔찍했을 겁니다. That would have been horrible.”이라는 답변을 했다는데, 어떤 면에서 끔찍하다는 것인 지는 잘 모르겠다. 애플 입장에서는 웬만해서는 바닥에 놓고 쓸 때 최대한 안 흔들리도록 신경을 쓴 모습이다만, 제 아무리 애플이라고 해도 물리학의 법칙을 거스를 수는 없으니…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카메라 렌즈가 5s와 똑같이 사파이어 유리 재질이라 렌즈에 흠집이 갈 걱정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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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ID 버튼의 크기가 5s보다 미묘하게 작다.
위가 5s, 아래가 6.

그 외의 하드웨어 변화점을 찾아보자면, 일단 홈 버튼이 5s보다 작아졌고, 또한 전원 버튼은 더 커진 화면으로 인한 손의 그립을 고려해 오른쪽으로 옮겨갔다. 얇은 두께에 맞춰 납작해진 새로운 버튼들의 느낌은 매우 좋다. 누른다는 느낌이 5s보다 훨씬 확실하고, 딸깍 소리도 분명하게 난다. 또한, 진동 모터가 훨씬 강력해졌다. 진동으로 해놓으면 어디에 폰을 놓았느냐에 따라 그것만으로 충분히 벨소리 수준의 크기가 나올 정도다. 도서관이나 회의처럼 정말 조용히 해야할 상황이면 아예 무음을 설정하거나 방해금지 모드를 켜놓도록 하자. 스피커도 5s 대비 꽤 커졌지만, 여전히 모노다. 리뷰 샘플로 사용한 스페이스 그레이는 5s에 비해 색이 좀 더 옅어졌다. 이로 인해 앞뒤가 투톤인 것을 더 강조한 모양새이지만, 너무 옅어진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약간 들기는 한다. 골드는 오히려 5s보다 약간 더 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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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ResolutionTest KudoBlog_png ResolutionTest ReaderView_png아이폰 4s, 5s, 6, 6 플러스의 해상도 비교.
(아이폰 시뮬레이터에서 불러왔다. 클릭하면 커진다.)

아이폰 6의 주요 판매 포인트는 바로 화면이다. 애플이 처음에 아이폰을 내놓았을 때, 3.5인치는 충분히 큰 크기였다. 지금은 그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이미 애플은 아이폰 5에서 화면을 4인치로 한 차례 키웠지만, 이미 다른 경쟁 제품들은 5인치에 다다랐거나 5인치를 넘은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아이폰 6는 크기를 키웠다. 일반 6는 4.7인치, 6 플러스는 5.5인치다. 6는 지금의 메인스트림 스마트폰들의 크기에 대응하고, 6 플러스는 “패블릿” 카테고리에 대응하는 구조다. 어느 것을 사던, 기존에 아이폰을 쓰시던 분들이라면 아마 나같이 “커진 아이폰”이라는 컨셉트가 처음에는 매우 낯설게 느껴지실 것이다. 이건 단순히 큰 폰이어서 오는 이질감이 아니다. 나는 어차피 크기가 큰 안드로이드폰도 많이 만져봤기 때문에 이건 익숙하다. 그냥 iOS를 이 크기의 화면에서 쓴다는 것이 어색한 것이다. 화면을 키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드는 것도 약간 있겠다.

아이폰 6의 새로운 4.7인치 화면은 1334×750의 해상도를 가지고 있다. 드디어 720p 해상도를 넘겼기에 애플은 아이폰 6의 화면을 “레티나 HD 디스플레이”라고 명명했다. 화소 밀도는 기존 아이폰들의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동일한 326ppi다. 다른 경쟁사들의 스마트폰보다는 뒤지는 해상도이긴 하지만 여전히 선명하고 웬만해서는 화소 분간이 힘들다. 게다가 패널이 업그레이드되어 시야각도 넓어졌고 더 밝다. 햇빛이 작렬하는 야외에서 선글라스까지 끼고 읽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다. 심지어 커버 유리도 예전 커버 유리보다 손가락에 저항하는 정도가 적어져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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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6에서 트윗봇이 해상도 최적화 업데이트를 거치기 전과 후.

iOS 8의 소프트웨어 쪽에서도 이 커진 화면을 지원하기 위해 몇 가지 기능이 추가되었다. 먼저, 레이아웃이 전체적으로 더 넓어졌고, 개발자들이 원한다면 이 커진 화면을 통해 아이폰 6만을 위한 새로운 UI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더 커진 화면 덕분에 사파리같은 경우 페이지의 내용을 더 많이 표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불행히도 현재로서는 아직 아이폰 6 해상도에 대응하는 앱이 많이 없어 5s의 해상도를 6에 맞게 스케일링하는 방식으로 대부분의 써드파티 앱들이 표현되고 있는데, 눈에 거슬리는 건 둘째치고 더 넓어진 화면을 하나도 활용을 못 하니 답답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6 플러스에서는 활용의 문제뿐만 아니라 해상도가 훨씬 더 높아서 화질 열화가 상당히 심할 것이다.) 앱들의 조속한 업데이트가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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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ID 버튼을 살짝 두 번 탭하면 내려오는 접근성 모드는 위에 터치해야할 부분에 한 손으로 빠르고 쉽게 닿을 수 있다.

또한, 6와 6 플러스에는 접근성 모드라는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다. 홈 버튼을 더블탭(더블클릭이 아니다)하면 현재 보는 화면 전체가 내려와 위에 있는 버튼들에 닿을 수 있게 해준다. 바로 한 손 조작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것이 어차피 엄지 손가락이 가로로 반대쪽에 있는 버튼에 닿기 힘들 수도 있는 6 플러스에서는 효용성이 없다고 많이 까지만, 6에서는 이 기능 덕분에 한 손 조작이 몇 배로 쉬워진다. 심지어 이걸 이용해 한 손으로 알림 센터도 불러올 수 있다 — 모드를 켠 다음 내려온 버튼들 위의 빈 영역에서 쓸어내리면 된다. 삼성 갤럭시 노트나 다른 스마트폰들의 한 손 모드가 화면 전체를 줄여서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작아져있는 데 반해, 이 접근성 모드는 필요한 때에만 등장해주고 사용 후에는 자동으로 퇴장한다. 추가적인 액션이 필요한 UI요소 역시 파악해 그 액션이 완료될 때까지 모드를 유지하기도 한다. 이 위에 다른 UI 요소를 입히는 게 낫지 않았겠느냐는 의견도 꽤 있는데, 이는 이 모드의 동작 방식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좋지 않은 생각이다.

아쉬운 것은, 애플이 이 큰 화면을 iOS에서 제대로 활용하지를 못 한다는 것이다. 당장 갤럭시 노트만 봐도 분할 화면 등 다양한 기능이 있고, 6 플러스에는 강화된 가로 모드 등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이 보이긴 하는데, 6에서는 그저 홈 화면에 아이콘 줄 하나가 새로 생겼고, 각 UI를 쫙쫙 늘여놓은 것 정도다. 분명히 애플이라면 여기서 뭔가 더 할 수 있었을텐데, 뭔가 시간이 없거나 등의 모종의 이유로 안 한 느낌이다. 오히려 써드파티 앱들이 6의 더 큰 화면을 잘 활용할 것 같은 기대가 들 정도다. iOS 9에서는 이를 제대로 활용한 모습을 기대해본다.

A8

작년 아이폰 5s에 탑재된 A7은 모바일 프로세서 최초의 64비트 프로세서로 업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그로부터 1년 뒤, A8은 이러한 설계를 조금 더 다듬은 모습이다.

A8의 프로세서 구조. (출처: 아난드텍)

A8의 구조는 A7과 비슷하게 64비트 듀얼 코어다. (사실, 코어도 A7의 싸이클론 코어를 조금 손 본 정도인 듯하다.) A8의 경우, 무조건적 성능 개선보다는 전력소모 개선에 더 공을 들인 모습이다. 애플 측에서는 CPU 성능 25%, 그래픽 성능 50%가 올라갔다고 밝혔는데, 이는 매 세대마다 2배씩 올라왔던 것과 비교하면 약간은 더디다. 실제로 긱벤치로 진행한 벤치마크 테스트에서도 5s의 2,500점대에서 2,900점대 정도로 올랐다. 대신, 공정을 28nm에서 20nm로 줄여 칩 크기를 13% 줄이고, 전력 효율을 50% 개선했다고 밝혔다. GPU의 경우 A7과 비슷하게 쿼드 코어이지만, 코어를 바꾸었다. A8의 성능이나 64비트 아키텍쳐는 여전히 경쟁 제품들을 쌈싸먹을 정도로 앞서있기 때문에, 사실상의 큰 성능 점프는 필요없다고 애플도 판단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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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마크 데이터 수집에 도움 주신 @min0628님과 @pooktwitr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CPU 성능이 겨우 25% 개선된 모양새지만, 실제 성능은 눈에 띄일 정도로 빨라보인다. 전체적으로 반응 속도나 애니메이션이 모두 빠릿빠릿하다. A8 시스템의 유일한 잠재적 문제라면 가용 메모리(RAM)인데, 이번에도 애플은 1GB를 할당했다. 이를 두고 논란이 상당히 심했는데 실제로 사용해보면 iOS가 멀티태스킹을 처리하는 방식 덕분에 아직은 1GB가 부족한 메모리는 아니라는 게 내 개인적 생각이다. 다른 매체에서 한 2GB RAM을 가진 갤럭시 S5와 HTC ONE M8과의 성능 테스트에서도 아이폰 6가 우위인 모습을 보여줬다. 문제는 사파리가 너무 무거워서 계속해서 초기화가 된다는 것과, 차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서 1GB가 부족해질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는 좀 걱정스럽다.

작년에 아이폰의 프로세서와 iOS 7을 64비트로 이주하면서 약간의 불찰음이 발생하기도 하였는데, 올해는 그런 일은 적은 편이다. 블루 스크린은 딱 한 번 발생했고, 나머지 앱들의 호환성도 아주 큰 문제는 없었다. 대신에 iOS 8 자체가 버그 잔치라는 게 함정

모션 보조 프로세서로는 M8이 들어갔다. M8은 M7에서 이제 고도 차이 추적과 거리 측정을 더 자세히 할 수 있다. 이는 iOS 8의 건강 앱과도 꽤 긴밀한 관계를 가지게 된다.

전화 & 통신

아이폰 6는 기본적 전화 통화 면에서도 많은 발전을 가져왔다. 먼저, 아이폰으로는 처음으로 VoLTE를 지원한다. Voice over LTE의 약자인 VoLTE는 기존의 3G망에서 전화 통화를 처리하는 대신 LTE의 데이터망을 이용해 전화 통화를 처리한다. VoLTE 덕분에 전화통화시 데이터를 쓰더라도 LTE를 유지하기 때문에 속도가 떨어지지 않고, 반대쪽도 VoLTE를 사용하고 있다면 더 깨끗한 음질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VoLTE 지원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아이폰을 팔지 못했던 LG U+에서도 아이폰 판매가 가능해졌다. (실제로 LG U+에서도 아이폰 6를 동시 출시한다.) LTE가 아니더라도 전체적 전화 품질은 5s 대비 조금 더 좋아진 느낌이다. 디자인적으로 일부 희생을 한 절연 테이프의 힘이려나…

또한, 아이폰 6는 와이파이 통화도 지원한다. 간단히 말해, 와이파이를 기지국삼아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다. 불행히도 지원하는 통신사가 몇 없지만, (한국은 당연히 없고, 미국도 티모바일만 지원하고 있다.) 사용해보면 VoLTE만큼의 깨끗한 음질을 보여준다. 그리고, 티모바일같이 물리적으로 신호 조달이 힘든 경우에는 와이파이 통화가 훨씬 유리하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신호가 잘 안 터지는 학교 건물 지하같은 외딴 곳에서도 와이파이만 연결되어 있으면 전화가 되니 꽤 편했다.

와이파이의 경우, 아이폰 6는 처음으로 802.11ac 네트워크를 지원한다. 802.11ac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라우터에 연결하면 훨씬 빠른 속도와 향상된 신호 품질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도 iOS 8 버그로 무용지물이다. 멍…

마지막으로, 아이폰 6에는 NFC가 처음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애플의 새로운 결제 시스템인 애플페이 전용으로만 사용되어서 있다는 의미가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내년에는 API를 열어줄 지도 모르겠다.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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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의 카메라는 언제나 화소 수가 모든 게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였다. 아이폰 6는 이 명성을 그대로 잘 이어가고 있다. 센서 기반은 5s의 아직도 훌륭한 800만 화소 센서 그대로지만, 애플은 여기에 초점 부분을 손보았다. 아이폰 6에는 포커스 픽셀이라 하여 센서에 위상차 추적 자동 초점 시스템을 더했다. 위상차 추적은 DSLR이나 고급 미러리스 카메라에 장착되는 자동 초점 기술로, 이를 이용해 아이폰 6는 5s보다 더 빠른 자동 초점이 가능하다. 얼마나 빠르냐면, 카메라 앱을 여는 순간 이미 초점은 맞춰져 있다. 초점 전환도 빨라서 다시 초점을 잡고 있다는 애니메이션도 안 뜰 정도다. 주변 광량이 낮아지면 그제서야 초점을 찾기 시작하지만, 여전히 그 속도는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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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질도 개선됐다. 무엇보다 내가 5s에서 지적했던 선예도 문제가 확실히 개선된 모습이다. 센서의 직접적 차이는 없으니 아무래도 A8의 ISP(이미지 신호 프로세서)를 손 본 모양이다. 전체적으로 색상 표현도 좀 더 풍부해졌고, 광량이 적은 상황에서 노이즈도 일부 개선됐다. 파노라마는 이제 최대 4,300만 화소의 크기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카메라 사양에서 아이폰 6와 6 플러스의 차이점이 하나 있는데, 6 플러스는 광학 손떨림 보정, 즉 OIS가 들어간다. OIS는 카메라부에 자이로스코프를 넣어 아이폰이 흔들릴 때 이를 보정해주는 방식이다. 물론 이를 이용하면 야간에서 더 유리한 사진을 찍은 수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이폰 6의 기본 디지털 손떨림 보정도 충분히 일을 잘 해내므로 큰 차이는 없을 거 같다.

동영상에서도 상당히 강화된 모양새다. 손떨림 방지 기능을 한 단계 발전시켰고, 슬로우 모션도 이제 240fps의 속도로 촬영할 수 있다. 영상을 훨씬 느리게 재생할 수 있다는 거다.

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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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6의 배터리는 1,810mAh로, 5s의 1,570mAh보다 다소 올라갔다. 개인적으로 크기 대비로 더 박아넣을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묻어나긴 한다. 애플은 또한 A8에서 전력효율을 50% 개선했다고 밝혔는데, 확실히 대기전력에서 이것이 느껴진다. 안 그래도 대기전력에서는 상당히 강한 모습을 보였었는데 그보다 더 강해졌으니까. 그러나 화면이 더 커지다보니 화면의 전력 소모가 여전히 심한 편이다. 엄밀히 비교를 하자면 아이폰 6의 배터리 시간은 5s에서 일부 개선되긴 했으나 애플이 주장하는 양보다는 약간 적은 편이다.

iOS 8

아이폰 6는 애플의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 8을 탑재하고 있다. iOS 8의 리뷰는 이미 올라와있으니 전체적인 새로운 기능은 리뷰를 확인해주시면 되겠다. 여기서는 아이폰 6에 한해서만 얘기를 하려 한다.

솔직히 말해, iOS 8은 나오는 순간부터 버그 파티의 연속이었다. 8.0 자체도 아주 안정적인 릴리즈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0 버전치고는 헬스킷이 안 된다는 다소 큰 문제를 제외하고는 (사용자 입장에선) 매우 쓸만했던 버전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8.0의 버그를 잡겠다고 나온 8.0.1부터였다. 8.0.1을 OTA로 업데이트하는 순간, 아이폰 6와 6 플러스의 셀룰러 라디오가 전부 막히고, 터치 ID도 동작을 중지했다. 애플은 한 시간만에 업데이트를 내렸고, 다음날 이를 수정한 8.0.2가 올라왔다. 그 동안 8.0.1로 올렸던 사람들은 전화 기능을 살리기 위해 8.0으로 수동 다운그레이드를 해야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은 애플에서는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기도 힘든 사건이다. 물론 애플 지도같이 새로 추가한 기능이 예상보다 훨씬 구린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는 있었지만, 제일 기본적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버그가 빤히 있는 상황에서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업데이트가 나가는 경우는 거의 처음이다. 다음부터는 QC가 좀 제대로 됐음 하는 바램이다. 애플은 이미 10월 말 배포를 목표로 8.1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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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식 케이스는 5s 때에 비해 많이 나아진 듯하다.

나는 작년 아이폰 5s의 공식 가죽 케이스에 대해 엄청난 쓴소리를 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가죽 이염이 상당히 잘 된다는 점이었다. 올해 나온 6 케이스는 이를 개선하려 한 노력이 보인다. 먼저, 케이스 종류를 두 가지로 나눴다. 바로 실리콘과 가죽이다. 둘 다 거의 동일한 색상 셋을 제공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직도 가죽 이염이 불안한 관계로 실리콘을 선택했다. (딱히 이염에 관한 얘기가 나오지 않는 걸로 봐선 이염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의 경우, 촉감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꽤나 부드러운 편이다. 사실 가죽을 선택하지 않은 또다른 이유는 이염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 그런지 5s 때보다 촉감이 별로였기 때문이었다. 내부는 5s 케이스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폰의 안전을 위해 극세사 처리가 되어 있다. 또한 아이폰 6의 그립감을 최대한 살린 것 또한 칭찬할 만하다. 아래가 완전히 뚫린 것은 구조상의 문제도 있었지만, (아랫 부분이 구멍이 너무 많아 상대적으로 강성이 약해지는 일이 많았다.) 무엇보다 액세서리를 꽂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갖고 오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5s 공식 케이스도 이는 문제가 됐었다. 특히 라이트닝-30핀 어댑터를 꽂으려 할 때…)

작년 5s 케이스는 내가 적극적으로 사지 말라고 만류했었던 기억이 나는데, 실리콘 케이스는 추천할 만하다. 재질의 촉감도 마음에 들고 5s 케이스의 문제점들도 많이 해결했다. 그러나 여전히 가격은 좀 센 편이 아닌가 싶다. (실리콘 $35, 가죽 $45)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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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6는 크기는 커졌더라도, 여전히 아이폰이다.

아이폰 6는 어떻게 보면 팀 쿡 체제의 애플이 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제품이다. 필요한 상황이면 약간의 타협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애플. 이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스티브 잡스는 이러지 않았을 거라며. 그러나 이것 때문에 애플이 애플이 아닌 것일까? 그건 아니다. 아이폰 6는 위부터 아래까지 애플다운 제품이다. 화면이 커졌다는 것의 차이점이 크지만, 그 외에는 전형적인 아이폰 그 자체다. 화면이 커지는 것에 대한 이점도 챙기고, 아이폰이라는 아이덴티티를 보존하는 데도 성공한 셈이다.

그렇다. 처음에는 어색하다. 아이폰은 아이폰인데 화면이 커져 접근성 모드를 써야만 트윗봇의 “트윗” 버튼이 손에 닿는다. 그러나 6를 계속 쓰다보면, 정말 얘는 아이폰이구나라는 느낌이 든다. 화면 크기에 대한 어색함도 며칠이 지나면 5s를 보며 “얜 뭐 이리 작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대학교의 비즈니스 동아리에서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과 전통을 지키는 것에 대한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IT 업계에서는 일단 전통을 지키려고만 하면 무조건 망한다고 말했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노키아와 블랙베리. 가장 좋은 방법은 트렌드는 따라가되, 자신만의 전통과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폰 6는 이 난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화면이 커졌다고 두려워하지 말자. 아이폰은 아이폰이니까. 그리고 아이폰을 사고 싶어도 화면이 작아서 고민하셨던 분들에게, 아이폰 6는 애플이 여러분에게 던지는 조커다.

애플 아이폰 6

  • 제조사: 애플
  • 형식: 캔디바형 스마트폰
  • 화면: 4.7인치 IPS “레티나 HD 디스플레이” (1334×750, 326ppi)
  • 프로세서: 애플 A8 (1.4GHz “차세대 사이클론” 듀얼 코어 CPU + PowerVR GX6450 쿼드 코어 GPU) + M8 동작 보조 프로세서
  • 가용 메모리: 1GB LPDDR3 RAM
  • 저장 공간: 16/64/128GB
  • 카메라: 800만화소 f/2.2 iSight 카메라 + 120만화소 FaceTime HD 카메라
  • 연결 방식: GSM, CDMA, EVDO, 3G, HSPA+, LTE / 802.11ac 듀얼 밴드 Wi-Fi, 블루투스 4.0, NFC
  • OS: iOS 8 (2014년 10월 13일 현재 최신 버전 8.0.2)
  • 가격: $649/749/849 (한국 가격 미공개)

장점

  • 끝내주는 화면
  • 5s보다도 향상된 카메라
  • A8의 성능

단점

  • 좀 시끄러운 디자인
  • 큰 화면을 좀 더 잘 활용했으면…
  • iOS 8의 버그 잔치

점수: 8.8/10

독자 Q&A

1. 카툭튀가 얼마나 심한지를 알고 싶네요. 정말 케이스를 끼면 바닥에 두었을때 영향이 없는지도요.
2. 실제로 손에 잡았을때 한손으로 조작가능한 범위가 어디까지 인가요? (6도 한손모드가 들어가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페이스북 이택민님)

1. 카툭튀는 실제로 보면 심하지 않은 편입니다. 물론 케이스를 씌우면 금방 무력화가 가능합니다.
2. 일단 접근성 모드를 켜지 않은 상황에서는 제 손가락으로 완전한 상단을 제외하고는 전부 커버가 가능합니다. 나머지는 접근성 모드로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현재 6이랑 6+를 대응하지 않은 앱들이 있잖아요. 그런 앱들을 사용하실때 불편하신점이 있나요? (트위터 @LoonySJ님)

불편한 점은 아주 크게는 없습니다. 5s에서 보던 앱을 그냥 6 크기로 늘였다고 생각하시면 간단합니다. 유일한 문제(?)라면 키보드도 5s에서 늘인 거라 6랑 좀 다르다는 겁니다. 두 키보드를 왔다갔다하느라 적응이 좀 어렵네요.

결론적으로, 좋나요? (클리앙 모두의 공원 nblue님)

네, 좋습니다. 🙂

5 쓰는데 6을 넘어갈 이유가 부족합니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6으로 넘어갈 이유가 충분할까요?? (클리앙 모두의 공원 YUTO님)

5와 비교할 때 CPU 성능이 두 배 이상으로 올라갔고, 화면도 커졌습니다. 물론 5s에서 넘어온 터치 ID와 더 강력한 카메라도 있겠네요. 이러한 개선점들에 만족이 안 되신다면 5에 남아계시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나머지는 직접 보시고 판단하셔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외부스피커 음량이 5s에 비해 향상이 되었는지 궁금해요. 물론 크지만.. 더 컸으면 싶어서. (클리앙 모두의 공원 MCCB님)

네, 5s보다 더 큽니다.

실사용 배터리타임이 궁금합니다. 가능하시다면 아이폰 4s와 비교해주시면 이해가 쉬울거 같아요. (클리앙 모두의 공원 TonyStark님)

배터리 데이터는 리뷰에서 참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불행히도 4s가 제 수중에 없어서 비교는 못 했네요. 아마 4s보다는 오래 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폰이 이전에 비해서 너무 크진 않나요? 타 4.7인치 폰과 비교해봤을때 크기나 느낌은 어떤가요? (클리앙 모두의 공원 병정개미24호님)

이전 아이폰에서 넘어오신다면 약간의 부담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주 심각하게 크다라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저도 약간의 적응은 필요했습니다. 리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상하단의 베젤 때문에 다른 4.7인치 폰들보다는 약간 큽니다. (위의 갤럭시 S4와의 크기 비교를 참조해주세요.)

저는 손이 평균보다 작은 편입니다. 그런데 엄지 손가락만 일반인들의 두배 가까이로 두껍습니다. 그래서 항상 아이폰5 에서 타이핑시 오타가 불만이었습니다. 큰화면의 아이폰이 정말 절실했던 차에 4.7 과 5.5 인치가 출시 되었네요. 그런데… 5.5인치 화면은 좋으나 제품은 너무 크네요ㅠㅠ  6에서 타이핑의 쾌적함이 5에 비해서 많이 차이가 나는지 비교 부탁드립니다. (클리앙 모두의 공원 designg님)

개인적으로 봤을 때 좀 더 쾌적해진 것 같습니다. 키보드의 폭이 넓어져서 치시기에는 더 좋을 겁니다.

5s에 비해 퍼포먼스 차이가 있나요? 해상도는 늘었는데 cpu는 별로 차이가 없어서요. (클리앙 아이포니앙 Coca-Cola님)

일단 벤치마크상으로는 딱 애플이 말한 정도의 차이를 보입니다. 하지만 리뷰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기분상으로는 좀 더 빠른 거 같습니다.

서드파티 앱들 대응 상태가 어떤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안테나 라인 부분은 만졌을 때 다른 부분과 감촉이 다른가요? (클리앙 아이포니앙 Glass님)

서드파티 앱들의 대응 상태는 상당히 느립니다. 들리는 얘기로는 아이폰 6 플러스의 해상도 때문에 이미지를 다시 작업하느라 업데이트가 느려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같은 메이저 앱들도 업데이트가 전혀 안 된 상태입니다. 안테나 라인의 경우 살짝 촉감의 차이는 있습니다.

창렬모ㄷ.. 아니 한손 모드는 사용함에 불편함이 없나요? 애플이라 믿는 구석은 있지만 직접 듣고 싶어서요~ (클리앙 아이포니앙 4ux0님)

최소한 6에서는 상당히 편합니다. 6 플러스는 제가 잠깐 만져본 결과, 너무 커서 반대쪽 끝이 닿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긴 합니다.

화면 크기 이외에 5s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어떤 게 있나요?? (클리앙 아이포니앙 >S님)

나머지는 전부 소소한 업데이트인 건 사실입니다. A8, 카메라, VoLTE 지원, 802.11ac 와이파이 지원 등이 있습니다. NFC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애플페이 전용이라 아주 큰 차이점은 안될 듯합니다.

사용하시는 어플중에 6의 대화면을 가장 잘 살린 어플은 무엇인가요? 그 반대의 경우는요? 아니면 업데이트가 안된 어플중에 가장 끔찍해보이는 어플? (클리앙 아이포니앙 Ride님)

아직 지금까지는 아이폰 6 버전은 그저 기존 앱에서 약간 늘인 정도라 확언드리기는 어렵네요. 그나마 Air Video HD가 완전히 UI를 다시 짜면서 6에도 많이 최적화된 것 같습니다. 최근까지는 데이 원의 업데이트가 위치도 어긋나는 등 버그가 많았었는데 최근 업데이트로 그건 고쳐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업데이트안 된 앱들 중에는 업스케일때문에 화질을 열화시키면서 텍스트를 크게 표현해야하는 앱들이 좀 많이 거슬립니다. 예를 들면 Reeder나 페북 앱이 그렇죠. 게임은 상대적으로 이러한 것이 눈에 덜 띕니다.

배터리가 5s대비 얼마나  오래가나요? 카메라는 5s 대비 차이점이 많나요? 밴드게이트때문인데 폰 자체의 강도는 어떻게 느끼셨나요? (클리앙 아이포니앙 사과사과해님)

배터리같은 경우는 위의 배터리 테스트 결과를 확인해주시면 되겠습니다. 폰 자체의 강도는 실생활에 문제가 될 거 같다라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습니다. 손 힘으로 잠깐 비틀어본 적도 있는데 바로 회복되었습니다.

5s와 비교해 터치ID/지문센서는 개선된 점이 있는지요? 화면이 커진 만큼 이전보다 타이핑시 오타가 많아지는지, 또는 줄어드는 편인지요? (클리앙 아이포니앙 Lakewood님)

터치 ID는 개선된 버전인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인식 속도가 5s보다 상당히 빨라졌습니다. 타이핑 시 오타는 처음에야 적응하느라 좀 많이 나는 편이지만, 이후에는 오히려 올라갑니다. 문제는 아직 해상도 대응이 안 된 앱들은 5s 키보드를 그냥 늘인 것이라서 실제 6 키보드랑 왔다갔다할 때 좀 헷갈릴 때도 있습니다.

5s대비 텍스트 크기가 커졌나 궁금합니다 대응안되서 확대되어보이는 어플말고 정식 대응된 어풀이나 기본 시스템 텍스트 크기가 커졌나 해서요. (클리앙 아이포니앙 하나둘셋네님)

애초에 6가 더 많은 컨텐츠를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두고 화면 크기를 키워서 그런지 기본 시스템 서체 크기는 제가 보기엔 거의 그대로입니다. 이는 물론 설정의 다이내믹 폰트 설정에서 조정이 가능합니다.

아직 6/+에 최적화 되지 않은 앱들의 구동모습이 궁금합니다. (클리앙 아이포니앙 Muse님)

위의 트윗봇의 업데이트 전과 후를 비교한 샷을 확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간단히 말해, 5s의 해상도를 그대로 늘였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6에서는 아주 큰 문제는 없습니다만, 화면 활용을 못하니 답답하긴 합니다.

게임은 그닥 안합니다 일상적으로 웹서핑등에 사용시 생폰 기준으로 5s는 알루미늄 바디로 발열이 전달되서 뜨뜨 미지근한 다소 불쾌한(?) 느낌을 줬는데 6는 비슷한 환경에서 발열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같은 소재라 당연히 비슷하겠죠? (클리앙 아이포니앙 마인드필드님)

기기의 표면적이 더 넓어서 그런 건지, A8의 전력 소모가 더 적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5s보다는 발열의 양이 좀 덜한 편입니다.

M8 성능이 어떠신가요?? 기압과 고도가 추가 되었는데, 등산 트래커를 좋아하는 저로선 관심이 많이가네요. 오차가 많이 나나요? (클리앙 아이포니앙 하로히로님)

M8에 기압계가 들어간 건 확인됐지만, 아직 이를 활용하는 앱이 없어서 확인을 못 해봤네요. 고도같은 경우, iOS의 건강 앱에서는 계단 오르내리기 정도에만 활용되고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꽤 정확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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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Column] 애플 2014년 9월 이벤트 후기

팀 쿡의 애플.

오늘 있었던 애플의 이벤트를 원격으로 취재한다는 것은 머리아픈 일의 연속이었다. 애플이 제공하는 스트림에서 갑자기 울려퍼지는 중국어 동시통역은 이해해주겠는데, 스트리밍 자체가 매우 불안정해서 꺼졌다가, 갑자기 처음부터 재생했다를 반복했다. 중간에 애플 공식 스트림을 갔다가, VLC에 스트리밍 주소를 입력했다가, 더 버지의 라이브블로그를 드나드니 짜증은 치밀지만 어쩌겠는가. 할 일은 해야지. 이렇게 일이 계속 터져서 우왕좌왕하던 내 중계를 계속해서 잘 봐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는 바이다.

그 얘기는 뒤로 하고, 오늘 이벤트를 이야기해보자. 이번 이벤트는 애플이 사활을 걸었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물량력이 투입된 모습을 보였다. 30년 전 첫 매킨토시를 선보인 플린트 센터를 고른 것도 그랬고, 플린트 센터의 앞뜰에 시연을 위한 거대한 가건물을 따로 짓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어땠을까? 오늘 발표된 각각의 제품 및 서비스들에 대한 내 생각을 한 번 써보도록 하겠다.

아이폰 6 & 아이폰 6 플러스

아이폰 6의 새로운 크기 덕에 애플은 이제야 화면 크기 면에서 꿀리지 않게 되었다.
(출처: Apple)

 

올해의 아이폰인 아이폰 6도 대부분 루머에 정확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사양을 아는 사람들은 꽤 많을 것이다. 여기선 사양 얘기는 일단 빼고, (내 텀블러만 가도 바로 나온다.) 여기서는 그냥 대체적 느낌에 대해서만 다뤄보도록 하자.

일단, 디자인. 아이폰 5 시리즈에 이어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도 처음에 유출됐을 때는 썩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아니었다. 그런데 역시 공식 사진과 양산 제품을 보면 아주 그렇지도 않다. 아이폰은 늘 그랬던 것 같다. 절연 테이프는 (특히 스페이스 그레이 피니시에서) 많이 옅어졌고, 툭 튀어나온 카메라는 아쉽긴 하지만 이 정도의 얇기와 후술할 카메라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 생각한다. (차라리 좀 두껍게 하고 카메라도 쑥 집어넣고 배터리도 더 큰 거 넣었으면 좋았겠지만…) 크기를 키운 대신에 모서리를 둥글게 해서 그립을 보완하려 애쓴 흔적은 보이지만, 이것이 실제로 어떤 효과를 가져올 지는 만져봐야 알 것 같다.

화면의 크기를 키운다는 것은 결국 애플로서는 고집을 꺾는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이러한 것 때문에 매니아층에서 탄식이 나오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금의 너무나도 다양화된 소비자들의 요구는 애플이 한 해의 하나의 플래그십으로 더이상 버티기가 힘든 상황이 되었고, 4인치는 더 이상 적당한 크기가 아닌, 너무 작은 크기가 된 지 오래였다. 스티브 잡스라면 이러지 않았을텐데가 아닌, 팀 쿡이기에 현실을 직시하고 변화를 꾀했다고 보는 게 맞는 것같다. 그 변화가 옳은 것이었는 지는 아이폰 6을 써보면 알겠지만 말이다.

나머지는 꽤나 아이폰스러운 점진적 업데이트였다. A8도 그렇고, 화소수는 그대로 뒀지만 포커스 픽셀을 넣어 위상차 AF 성능을 향상시킨 카메라도 그러했다. 5s를 가지고 계시다면 큰 화면을 갈망하지 않는 이상 크게 업그레이드의 가치는 없어보인다. 5 이전 모델이면 모를까. (팀 쿡은 곧 아이폰 사용자층의 “역대급 대이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천명했는데, 아직도 아이폰 브랜드 제품 점유율 1위가 아이폰 5인 걸 감안하면 틀린 말은 아닐 듯싶다.)

애플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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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애플페이는 모바일 지갑의 컴백을 알릴 수 있을까?
(출처: Apple)

자 이제부터가 좀 흥미로워진다. 애플이 선보이는 아이폰 기반의 결제 플랫폼인 애플페이. 애플페이의 면면을 뜯어보면 이는 고전적인 애플식 문제풀이임을 알 수 있다. 키노트에서 팀 쿡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의 모바일 지갑의 문제는 회사들이 자신의 이익에만 집중할 뿐, 사용자 경험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애플페이는 애플의 고전적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한데 어우러진 결과다. iOS 8의 패스북 앱에 신용카드를 등록해두고, 결제를 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는 결제 기기에 아이폰을 가져다대고 터치 ID로 지문을 입력하면 된다. 그러면 바로 결제가 완료된다. (기기와의 통신은 아이폰 6 시리즈에 들어간 NFC가 담당한다. 따라서, 애플페이는 아이폰 6 이상만 지원한다.) 카드 정보는 암호화되어 터치 ID의 지문 정보처럼 기기에 저장되고, 매 결제마다 다른 인증 키를 사용하기 때문에 중간에 정보가 노출되는 일도 없다. 애플페이는 심지어 온라인으로도 적용이 가능하며, iOS 8에 API가 들어가 어느 앱이던 애플페이를 적용하여 결제를 할 수 있다.

애플페이가 다른 모바일 지갑과 다른 것은 바로 사용자 베이스다. 아이폰 6만을 지원한다는 걸 감안해도 애플페이가 출범하는 10월에만 이미 잘 하면 천만 명 이상의 잠재적 애플페이 사용자가 생기게 된다. 이러한 애플의 브랜드 파워 덕에 은행이나 상점 체인들도 속속들이 애플페이에 가입했다. 개인적으로 더 많은 상점들이 가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일단은 좋은 시작이다.

아 그리고 한국? 당분간은 꿈꾸지 않는 게 좋을 듯싶다. 일단 미국에만 나온 걸 보면 애플 입장에서도 상당히 오랜 협상이 필요한데, 애플페이의 무기 중 하나인 사용자 베이스가 없는 한국에서는 꿈꾸기 힘들지 않을까.

애플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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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애플 워치가 웨어러블을 재발명할 수 있을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출처: Apple)

애플이 마지막까지 지켜냈던 비밀인 웨어러블 기기인 애플 워치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얘가 존재한다 정도의 공개라 아직 정확하게 어떻게 동작할 지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상태다. 하지만 팀 쿡이 “애플 스토리의 새로운 챕터”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애플 워치는 애플 역사상 가장 야망적인 제품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일단 디자인을 살펴보면, 확실히 모토 360의 동그란 디자인을 따라가지 않고 사각형의 디자인을 채택했다. 애플 워치가 쓰는 휘는 OLED 화면(애플은 이도 레티나 디스플레이라 칭했다)의 설계상 한계도 있겠지만, 일단 무작정 시계의 둥근 모양을 채택하지 않겠다는 고집이 엿보이기도 한다. 크기는 1.5인치와 1.7인치 두 가지로, 사실 1.7인치도 그렇게 큰 편은 아니라고 한다. 워치 자체는 Watch OS라 불리우는 독자 OS를 채용하고, 자체 기능과 함께 아이폰에서 앱을 받아와 실행할 수 있다. 자체에 있는 가속도계와 심박 센서 뿐만 아니라 아이폰의 GPS를 활용한 피트니스 트래킹도 가능하다. 아, 그리고 애플 워치에도 NFC가 달려있어 애플페이 결제를 아이폰 대신 워치로 처리할 수도 있다. (아마 아이폰 6 이전의 아이폰을 가지고 있다면 애플 워치로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애플워치는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가 교차하는 제품이기도 하다. 분명 디자인 자체는 전통적 시계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이지만, 정작 인터페이스는 시계에서 자주 보는 크라운을 주체로 했으니 말이다. 애플에서 디지털 크라운이라 부르는 이 인터페이스는 돌리는 힘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인터페이스 내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애플은 마우스, 클릭휠, 멀티터치에 이은 인터페이스의 혁명이라고 선언했지만, 애플 워치의 UI 자체가 아직 완성품이 아닌 듯하니 실제로 디지털 크라운이 효과가 있을 지는 최종 양산제품을 직접 써봐야 알 듯하다.

어떻게 보면 삼성의 기어 시리즈와 구조상으로 닮은 모습을 취하지만, (신성모독이다) 애플은 애플 워치를 기기가 아닌, 시계로서의 접근법을 택했다. 시계라 함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니지만, 한 사람의 패션 취향을 보여주는 패션 아이템이다. 애플워치의 디자인은 이러한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모습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지금 애플 사이트의 애플워치 항목을 가봐도 무슨 카탈로그를 보는 듯한 분위기로 페이지를 꾸며놨고, 역대 애플 제품 중 가장 많은 개인화 항목을 자랑한다. 일단 바디가 스테인리스 스틸(애플 워치), 산화 피막 알루미늄(애플 워치 스포트), 18K 골드 합금(애플 워치 에디션)의 세 가지이고, 거기에 다양한 색상을 가진 여섯 가지 종류의 밴드를 선택할 수 있다. 애플 워치의 다양한 조합을 보고 있노라면 왜 애플이 다양한 패션지 에디터와 패션 블로거들을 초대했는 지 수긍할 수 있다. 애플은 애플 워치를 다른 웨어러블과 다르게 “필요함”을 어필하는 것이 아니라 “패션 아이템이기에 사고 싶게” 만드는 것을 추구한다. 이는 사람들이 시계를 사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패션지 에디터로서 이벤트에 초대받은 국내 패션지 레옹의 신동헌 편집장은 블로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애플이 시계를 잘 알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겠다는 의지보다는 시계를 차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인지를 연구하고 만든 것 같다. 시계는 휴대폰처럼 꼭 차고 다녀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시계 영역은 어느새 스마트폰이 잡아먹었지만 고급 시계 시장은 계속 크고 있다. 시계는 시간을 보는 도구가 아니라 자기를 표현하는 도구라는 관점에서 애플워치는 잘 만들었다.

아직 애플 워치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아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아직 출시까지 최대 6개월 정도가 남았고, (2015년 초가 정확히 언제인 지 모르니까) 애플은 여전히 애플 워치의 일부 부분에 관해서는 두리뭉실하게 넘어갔다. 아직도 공개된 UI는 직접 조작하지 않고 보기에는 복잡해보이고 기능 셋이 여타 다른 스마트워치와 다르지 않은 점도 좀 걸린다. 그러나 애플 워치의 접근법 자체는 상당히 흥미롭다. 어쩌면 애플이 다시 한 번 갈 길 잃은 웨어러블 시장에 방향을 제시할 지도 모를 일이다.

스티브 잡스 이후…

팀 쿡은 이제 애플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출처: Stephen Levy)

이번 WWDC 2014에서, 애플은 스티브 잡스 사후 방향을 다시 잡은 모습을 보였다. 자신감과 유머도 넘치는 모습이 계속 관찰되었다. 이러한 모습은 오늘 이벤트에서도 지속되었다. 팀 쿡은 잡스 사후 처음으로 “One more thing”을 외치며 애플 워치를 소개했고, 애플 워치의 첫 소개영상이 지나고 나서는 모두가 기립을 하며 순식간에 축제 분위기로 만들었다.

키노트가 불안불안했던 상황도 연출되긴 했었다. 일단 늘 키노트의 개그를 책임졌던 분위기 메이커인 크레이그 페데리기가 오늘은 단 1분도 나오지 않아 전체적으로 키노트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았었고, 애플 워치를 소개할 때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활기가 없어지는 때도 좀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제 팀 쿡은 애플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와는 확연히 다르게 애플을 이끌고 있다. 팀 쿡의 애플이 앞으로도 어떤 행보를 보일 지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