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고안해낸 시계 판매 방법을 체험하다.
애플이 어제부터 워치의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일부 모델은 농담 아니고 5분 만에 초기 물량이 매진되더니 결국 전모델이 6시간 만에 완판됐다. 나는 새벽 3시까지 밤을 샌 덕에 한 대 예약하는 데 성공하긴 했는데, 그러고 나서 실제로 워치를 차보고 싶어서 (사실 잘 골랐나라는 걱정이 앞서긴 했다. 잘못 고른 걸로 판명돼서 다시 사려고 하면 이제 6월에나 받을 터이니) 스토어에 시착 예약을 해두었다.
지금까지의 애플 스토어 서비스와는 뭔가 다른 과정
새벽에 애플 온라인 스토어에서 어렵게 워치를 주문하고 더 어렵게(사이트가 계속 에러를 뿜어대서…) 시착 예약을 한 나는 저녁 7시에 애플 스토어에 들어왔다. 원래 늘 가던 세인트루이스 갤러리아 애플 스토어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애플 워치 시착 구역이 새로 생겼고, 그 옆에는 모든 워치 모델들을 전시한 공간이 있었다. 흥미로운 건 아이폰 구역을 제외하면 스토어가 워치 & 신형 맥북 구역과 아이패드 구역으로 나뉘어졌는데, 이 두 구역이 극명한 인구밀도 대비를 보였다는 점이겠다.
애플 스토어에 들어가 직원에게 시착 예약을 했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직원이 이름을 확인한 후 나를 바로 시착 구역으로 데리고 갔다. 시착 구역에는 워치를 실제로 시연해볼 수 있는 시연대(시착해볼 수 있는 워치들은 모두 꺼져있거나 데모 루프를 돌고 있었다)와 워치를 놓고 비교해볼 수 있는 가죽 패드가 있었다.
일단 난 제일 관심이 갔던 링크 브레이슬릿을 부탁했다. 직원은 자신의 아이폰을 시착용 워치가 보관된 서랍에 문질렀다. 그러자 문이 열렸다. (NFC 비슷한 걸로 인식하고 열어주는 모양이다) 내가 걱정됐던 건 (내 지인들은 알겠지만) 특유의 얇은 손목 덕에 내가 주문한 42mm 워치가 내 손목에 맞을까라는 의문이었다. 일단 워치의 실제 크기를 띄어주는 스토어 앱으로 시도해봤을 땐 얼추 맞는 듯했지만 직접 차보는 건 또 다르니까.
그런데 42mm 모델은 생각보다 작았다. 나도 긴가민가해서 “저거 38mm 아녜요?”라고 물었을 정도였다. 42mm란다. 혹시나 해서 내가 차고 다니는 41mm 지름의 티쏘 PRC-200 시계를 옆에 대보았다. 얼추 크기가 비슷하다. 42mm가 맞다. 42mm 모델의 실제 크기를 확인하니 일단 안심이 됐다.
불행히도 링크 브레이슬릿의 크기는 조절할 수 없다고 직원이 말했다. 링크를 버튼으로 눌러서 빼는 방식으로 하는 건데, 스토어 방침상 불가능하다고. 나는 일단 잘 맞는다는 사실에 안심하고 워치를 뺐다.
그 다음으로는 가죽 루프를 차보았다. 워치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후보에 들었던 녀석 중 하나인데, 손목을 착 감는 가죽의 촉감이 참 마음에 들었다. 옆에서 만져보고 나중에 차본 친구도 상당히 마음에 들어했다. 내가 찬 루프가 중 크기인데, 내 손목에는 끝까지 둘러야 겨우 맞게 착용됐다. (가죽 루프는 중 크기와 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차본 건 저가형인 스포트 중 가장 인기가 많다는 스페이스 그레이 모델이었다. 사실, 이 녀석이 워치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 카더라. 나도 아마 얘가 사파이어 크리스탈 커버 유리였으면 선택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아이폰 6에서도 흠집이 잘도 나는 이온 강화 유리라 깨끗하게 패스했었다. (솔직히 일반 애플 워치의 200달러 프리미엄은 스테인리스 스틸도 스테인리스 스틸이지만 이 사파이어 크리스탈에서 오는 게 아닐까)
이 녀석을 통해 스포트 밴드를 처음 차봤는데, 처음에 차는 과정은 조금 낑낑대다가도 이내 문제없이 착용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역시나 촉감이었다. 불화탄성중합체라는 특수제작 고무로 만들어진 이 밴드는 일반 고무 밴드보다 부드럽고, 탄성도 훨씬 좋았다. 또한 진짜 가벼웠다. 사실 이건 스포트 밴드 덕이라기보단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바디 덕이 더 컸다. 시계를 잘 안 차고 다니는 친구도 스포트가 가볍다며 더 마음에 들어했다.
다음은 내 주변의 사람들이 많이 주문한 밀란식 루프였다. 내가 붙인 별명은 “체인 메일 루프”. 얇은 철사들을 엮어 만들었기에 가죽 루프보다 유연성이나 착용감이 훨씬 안 좋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며 찼지만, 착용감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프로도가 입은 미스릴 갑옷을 입는 기분이 이런 거였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생긴 건 마음에 안 든다.
지금 차는 시계의 밴드가 클래식 버클 방식이라 한 번 신청해봤다. 워치의 클래식 버클도 가죽으로 만들어졌는데, 약간 뻣뻣했다. 그리고 앞에서 보면 생긴 게 좀 그렇다.
시착이 끝나고 난 후에는 워치 전모델이 전시된 테이블을 구경했다.
실제 조작
시착 세션이 끝나고, 이제 시연대에서 워치를 조작해보기 시작했다. UI가 애플 제품답지 않게 상당히 어렵다는 일부 리뷰와 달리 이런저런 영상을 많이 봐놓아서 그런지 거의 막힘없이 UI를 조작할 수 있었다. (아래 영상은 한 번 조작해보고 원 테이크로 녹화했다) 내가 워치가 어렵다고 불평하던 닐레이 파텔(더 버지 편집장)이나 조애나 스턴(WSJ 리뷰어)보다 더 유능한가 보다. 아니면 뇌가 덜 굳었던지. 그러나 실제적으로 워치를 처음 조작해보는 친구가 헤매는 것으로 봐선 워치 UI가 마냥 쉬운 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10분 정도 조작해보더니 문제없이 적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디지털 크라운은 상당히 부드러웠다. 약간의 저항이 있긴 하지만 딱 필요한 수준의 저항만 줄 뿐이었다. 포스 터치를 시도해봤을 땐 생각보다 좀 더 세게 눌러야했다. 워치는 전반적으로 빠릿한 편이었지만, 딱 한 번 날씨 앱에서 UI가 버벅이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건 아마 출시 전 업데이트로 패치될 것 같다.
최종 판단은 리뷰에서
소프트웨어는 대충 파악되었지만, 애플 워치는 그냥 만져보는 것만으로는 판단하기가 힘든 제품이다. 이는 실제로 착용해봐야 실제로 어떤 지 확인해볼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그렇지 않을까 . 그래서 난 4월 24일에 올 리뷰 유닛이 상당히 기대된다. 과연 애플은 다시금 마법을 부렸을까?
추가) 4월 13일
두 번째로 애플 스토어를 가서 시착을 다시 해보고 사진을 몇 장 더 찍어왔다.
- 애플 워치는 아이폰이 지원하는 언어는 모두 지원할 것이라고 한다. 즉, 한국어도 지원할 거란 얘기. 다만 언어 설정을 워치에서 찾진 못했다. 아무래도 아이폰 설정따라 자동으로 하는 듯.
- 시연용 워치들은 모두 옆에 있는 아이패드에 연결되어 있다. 원래 아이패드에서 워치가 지원되지 않는 걸 보면 워치를 지원하도록 튜닝된 iOS를 쓰는 듯하다. 그 덕분에 워치에서 기능 하나를 동작하면 옆에 있는 아이패드가 자동으로 해당 기능 페이지로 넘어간다.
- 밴드를 빼는 것은 뒤에 달린 버튼을 누르고 힘을 주면 빠진다. 생각보다 썩 부드럽지는 않았는데, 밴드가 잘 붙어있어야 하는 걸 감안하면 이해는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