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다고 느껴지는 것을 한다는 것.
“잡스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 질문은 스티브 잡스 사후의 애플의 행보에 대해 늘 따라붙는 질문이었다. 거짓말은 않겠다. 확실히 잡스 사후의 애플은 갈 길을 잃고 헤매는 것같아 보였다. 일단, 잡스가 생전 추진했던 프로젝트들로 첫 1년을 보냈다. 아이폰 4S와 5, 아이패드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아이패드 미니, 그리고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까지. 그러나 잡스를 이어 CEO의 자리를 이어받은 팀 쿡도 계속해서 잡스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 오죽하면 잡스가 생전에 그에게 “잡스라면 뭘 했을 지가 아닌, 옳다고 느끼는 것을 하라”라는 조언까지 남겼겠는가.
어차피 잡스가 CEO였을 당시에 CEO가 직접 제품 개발과정에 매우 깊이 관여하는 애플은 솔직히 말해 그다지 효율적인 구조가 아니었다. 잡스의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통찰력 덕에 겨우 버티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잡스의 카리스마에 눌려 다른 직원들의 재능을 못 펼쳐보이는 상황도 더러 있었다. 2012년 10월의 아이패드 미니 발표 이후, 애플은 꽤나 긴 신제품 암흑기에 돌입했다. 애플에 대한 여론은 악화되어갔다. 특히, 잡스가 싸질러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던 삼성과의 특허전은 고지쟁탈전 양상으로 바뀌면서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애플은 매출면에서는 계속해서 성장했지만, 예전만큼의 성장세를 보이지 않았고, 700달러를 찍전 주가는 400달러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쿡은 지금까지 지지부진했던 애플의 행보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어야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2013년 세계개발자회의(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 2013: WWDC 2013)는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