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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 7: 애플의 소프트웨어 디자인 리셋

조니 아이브, 스티브 잡스가 가지 않으려던 곳으로 과감히 향하다.

“뭐… 뭐지?” 이게 애플 홈페이지에 뜬 iOS 7 이미지를 처음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이었다. 그날 새벽에 있었던 키노트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것이 iOS 7의 실체를 처음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디자인 변경이 있을 거라는 말을 여러 곳에서 들었지만, 이건 내 상상을 넘어선 것이었다. 일단 그 충격이 가라앉고 나자, 새로운 아이콘들을 면밀히 살펴보았다. 예전에 유출된 것과 비교해봐도 상당히 달라져 있었고, 매우 화사하다못해 약간 유치해보이기도 했다. 그러고는 실제 OS 구동 모습을 확인해보았다. 그냥 보기에는 많이 달라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우리가 알던 iOS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평평함과 입체감의 공존

새로운 레이어와 시각차 효과로 iOS 7은 보다 더 입체적 디자인으로 변했다.
(출처: Apple)

애플은 iOS 7을 보고 “아이폰 출시 이후 iOS의 최대 변화”라고 소개한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내가 iOS를 6년동안 써 왔지만, 일 단 이 정도의 대대적 디자인 변경은 없었다. 그간 iOS 디자인 언어의 메인이었던 글로스와 빛의 반사로 오는 입체감, 다양한 기능 버튼들, 그리고 실제 물품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스큐어모프의 흔적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평평한 디자인과 최소화된 아이콘들, 반투명의 패널들, 그리고 하얀색 배경으로 통일된 앱들이 대신했다. 전체적으로 그냥 리셋을 걸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하지만 이 새로운 평평한 디자인의 이면에는 또다른 입체감이 숨어있다. “이건 또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iOS 7은 레이어를 통한 깊이를 다른 OS보다 더 잘 이해한다. 먼저, 자이로스코프를 활용해 보는 각도에 따라 앱 아이콘과 배경화면의 위치가 조금씩 이동하면서 패럴랙스(시각차) 효과를 낸다. 또한 알림 센터와 새로운 제어 센터 모두 리넨 텍스쳐 대신 뒤가 비치는 반투명의 레이어로 새단장했다. 이렇게 되면 배경화면 – 앱 아이콘 – 알림 혹은 제어 센터의 세 개의 레이어가 형성된다. 애니메이션도 이러한 입체감에 한몫하는데, 대표적으로 잠금해제시 홈 화면으로 날라오는 아이콘의 방향을 바꿔 사용자의 얼굴 쪽에서 화면으로 날아가는 듯한 효과를 냈다. 앱을 열 때도 아이콘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애니메이션으로 일종의 몰입감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iOS 7은 이전 버전보다 전체적으로 평평하면서도 좀 더 입체적인 디자인을 완성시켰다. 여기에 시각차 효과가 더해져 이전 iOS보다도 더 진보된 입체감을 제공한다.

 유경험자를 위한 디자인

iOS 7의 잠금 화면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헷갈릴 수도 있다.
(출처: Apple)

iOS의 디자인적 한계는 “처음 써보는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스티브 잡스의 고집에 있었다. 그러다보니 디자인 변경은 사용자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 덕분에 iOS는 스마트폰 운영체제 중 가장 쉬운 운영체제가 될 수 있었지만, 그만큼 디자인 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iOS 7은 이 문제를 “iOS를 잘 아는 사용자들을 위한 디자인”으로 대폭 변경하면서 정면으로 돌파했다. 예를 들어, 잠금 화면을 보면 이전에는 “여기를 밀어”라는 식의 잠금해제를 위한 슬라이더를 배치했지만, 이제는 그 자리에 “밀어서 잠금해제”라는 텍스트만 그대로 있다. 슬라이더가 사라진 대신 이제 어디서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밀면 잠금이 해제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는데, 아마 아이폰을 써보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부분이 이해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심지어 제어 센터를 동작시키는 아래의 위 방향 화살표를 보고 “윈도우 폰처럼 아래에서 위로 미는 건가”라며 헷갈려하는 사람들도 등장했을 정도였다. 또한 신호 강도 표시도 기존의 송신탑을 형상화한 표시에서 점 다섯 개로 바뀌었는데, 이건 나도 처음에 “이건 또 뭐지” 싶었을 정도였다.

이렇게 iOS 7은 iOS를 처음 써보는 사람들에게는 진입장벽이 좀 높을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써보면 또 그렇지 않다. 물론 예전 버전보다 많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나, iOS 7 또한 기본적 기반은 iOS인지라 이전 버전이 제공했던 직관적 조작의 개념은 대체로 그대로 남아있다.

UI 전반에 흐르는 통일성

iOS 7의 새로운 메시지 앱.
(출처: Apple)

루머에 따르면, iOS 7 UI의 주제는 “통일성”이었다고 한다. 2007년부터 유지된 iOS의 기존 UI에 계속해서 기본 앱들의 기능이 추가되다보니 기본 앱들 간의 통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이다.

그리하여 거의 대부분의 기본 앱에는 통일된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됐다. 먼저 상단 바를 없애고 그 자리에는 원래 있던 상단 바 텍스트만을 살려 반투명으로 배치했고, 기능 버튼들은 아이콘들로 대체됐다. 메모지, 리넨, 초록색 카펫 등의 배경 텍스쳐를 모두 빼버리고 하얀색에 일부 아이콘이나 텍스트 색을 각각의 앱에 따라 차별화했다.

iOS 7의 메일 앱.
(출처: Apple)

이렇게 버튼들과 바들을 제외시킴으로서 좀 더 화면이 넓어 보이는 효과를 가져오는데, 이는 실제로 고정된 장식들을 없애 더 많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위에 있는 뒤로 버튼 외에도 왼쪽에서 쓸어내는 제스쳐를 추가해 기능성도 높였다.

그러나 새로운 아이콘 디자인은 통일성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아이콘들은 기존의 것들을 좀 더 평평하고 화사하게 바꾼 게 있는가 하면, 아예 완전히 바꾼 것도 있다. 완전히 바꾼 것도 기존 물체의 모양을 그대로 활용한 게 있는가 하면, 아예 추상화 수준인 것도 있다. 가장 극적인 차이를 보이는 두 아이콘이 카메라 앱과 사진 앱인데, 기존 카메라의 모습을 조금 밋밋하게 표현한 카메라 앱에 비해, 사진 앱은 기존 아이콘에 있던 꽃을 형상화한 듯한 추상적 모양이다. 거기에 두 스토어 아이콘처럼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들도 존재한다. 차라리 그 원을 빼버렸으면 나았지 않았을까. 아직 정식 배포까지 3~4개월 정도 남은만큼 아이콘은 손질이 필요해 보인다.

얇은 서체의 매력과 위험

iOS 7의 얇은 서체는 아름답기도 하지만, 가독성이 중요한 상황에서는 위험한 선택일 수도 있다.
(출처: Apple)

iOS 7은 전반적으로 시스템 서체가 얇아졌다. 영어 서체가 기존 헬베티카 뉴 Helvetica Neue에서 훨씬 더 얇은 헬베티카 뉴 울트라 라이트 Helvetica Neue Ultra Light로 바뀌었고, iOS 5에서부터 쓰이고 있는 한글 서체인 산돌 고딕 네오도 더 얇게 다듬었다.

사실 애플은 iOS에 조금씩 이 새로운 서체를 적용하고 있었는데, iOS 6의 날씨 앱의 온도 표시가 대표적 경우였다. 그러나 7에서 애플은 이 새로운 서체의 적용범위를 훨씬 확대시켰다. 더 얇아졌기 때문에 화면이 더 넓어보이는 효과에 일조하고, 아름답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서체가 매우 얇다보니 가독성에 취약하다. 어차피 앱 내에서는 모두가 하얀색 배경을 쓰기 대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홈 화면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평평한 디자인을 추구한다고 그림자마저 빼버렸기 대문에 문제가 생긴다. 애플은 일단 배경화면의 색에 따라 텍스트의 색이 하얀색 혹은 검은색으로 바뀌도록 조치했지만, 이 조치가 효과를 볼 지는 좀 더 두고봐야할 듯하다.

iOS의 디자인 패러다임에 불을 지르다

이제 애플이 할 일이라고는 개발자들이 이 디자인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 차분히 기다리는 것 뿐이다.
(출처: Apple)

이번 iOS 7의 새로운 디자인을 보면 조니 아이브와 디자인 팀이 얼마나 고민을 거듭했는 지 보인다. 몇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있지만, (아이콘…) 조니 아이브와 이제 OS X과 iOS의 모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이끄는 크레이그 페데리기가 현재의 위치에 올라온 이후 iOS 7의 공개까지 단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디자인 변화는 놀랍기도 하지만, 완성도 면에서도 칭찬을 하고 싶다. (나머지야 뭐 정식 배포까지 잡아가면 되는 거니까…) 잡스였다면 (하다못해 포스털이라도) 이러한 iOS의 변화를 싫어했을 것이다. 하지만 애플은 “잡스라면 무엇을 했을까”라는 질문 대신, “무엇이 옳을까”를 던졌고, 이에 대한 그들의 답을 실행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개발자들이 이 새로운 디자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얼마나 따라와줄 것이냐는 것이다. iOS 7은 기존 iOS와 확연히 다른 UI 체계를 선보이기 때문에 기존 앱을 그냥 포팅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거의 완전히 갈아엎어야 할 판이다. (어느 한 개발자는 애플이 iOS에 “불을 질렀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안드로이드도 4.0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에서 홀로 테마라는 새로운 UI를 선보였지만, 이것이 실제로 써드 파티 앱들에 정착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애플은 iOS 7 발표와 함께 새로운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개발자들을 재빠르게 새로운 디자인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기존 iOS와 확연히 다른 디자인 언어를 개발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가 관건이다. 이제 고민의 바통은 애플에서 개발자들로 넘어간 셈이다.

One reply on “iOS 7: 애플의 소프트웨어 디자인 리셋”

좋은 글 감사합니다. 어제 업그레이드로 새 스마트폰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한글 자판(천지인)과 와이파이 버튼을 조작하기 수월해져서 편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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