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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Review] 애플 iOS 8

개발자들에게는 무한의 잠재력, 사용자들에게는 무한의 사용성.

2012년 10월에 iOS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던 스콧 포스탈 Scott Forstall이 애플을 떠났다. 이유는 다양했지만, 결론적으로 잡스 사후 다른 중역들, 특히 디자인 부문을 이끄는 조니 아이브 Jony Ive와의 갈등 때문이었다. 그가 나간 이후, iOS는 거대한 변화를 겪게 된다. OS X을 담당하던 크레이그 페데리기 Craig Federighi가 iOS까지 같이 맡게 되었고, 아이브는 하드웨어 디자인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디자인까지 총괄하게 된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바로 작년에 나온 iOS 7이었다. 조니 아이브의 주도 아래 새로이 디자인된 iOS 7은 그 때까지의 iOS 디자인 언어를 180도 바꾸어 놓았다. 이러한 대대적 디자인 변화는 최소한 시각적인 면에서 그냥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iOS 기기를 쓰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지만, 결론적으로 iOS는 iOS였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iOS 8은 이제 우리가 iOS 기기를 사용하는 방식을 바꾸고자 한다. 어떻게? 바로 다양한 사용자 기능 뿐만 아니라, 엄청난 양의 개발자 기능 업데이트를 동원해서 말이다.

* 이 리뷰는 iOS 8.0 빌드 12A365(GM=정식 배포판)로 진행되었다.

디자인 개선

Design
iOS 8은 기존 7의 디자인에서 많은 변화를 겪지는 않았지만, 기존의 디자인을 개선시키려 많이 애를 쓴 모습이다.
왼쪽부터 새 알림 센터, 빠른 답장, 디자인이 개선된 날씨 앱, 그리고 새로운 앱 스위쳐.
(클릭하면 커진다.)

iOS 7의 디자인 개선은 OS 자체의 거의 전체를 건드렸었다. 그러다보니 몇 가지 안 맞는 부분도 상당히 많았었다. 이러한 부분은 7.1이 나오면서 많이 개선되었지만, iOS 8에서 애플은 계속 이를 개선하고 있다.

제일 크게 달라보이는 점은, 바로 알림 센터에 있다. iOS 7에서 대체 왜 있는 지 알 수가 없었던 부재중 알림이 사라지고, 오늘 뷰와 알림 뷰로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또한, 알림에 좀 더 빠른 대처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iOS 7까지는 게임을 하고 있다가 메시지가 왔을 때, 답을 하고 싶다면 탭을 해서 메시지 앱에 직접 넘어가 답장을 해야 했다. 그러나 8부터는 “빠른 답장” 기능이 새로 생겨, 알림이 온 상태에서 아래로 살짝 내리거나, 알림 센터나 잠금 화면에서 왼쪽으로 밀면 바로 답장을 할 수 있게 된다. 써드 파티 앱 또한 여기에 커스텀으로 액션 버튼을 추가할 수 있다. 페이스북 앱의 알림에서 내리면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바로 달 수 있는 식이다. 멀티태스킹 화면에서는 위에 최근 연락처와 즐겨찾기에 있는 연락처 등을 보여주는데, 여기서 바로 전화나, 메시지, 혹은 페이스타임을 걸 수 있다.

메일 앱도 빠르게 메일을 훑을 수 있도록 변화를 주었다. 이제 오른쪽으로 밀면 자동으로 읽음으로, 혹은 읽지 않음으로 표시할 수 있으며, 왼쪽으로 밀면 플래그, 혹은 다른 옵션을 접근할 수도 있다. 왼쪽으로 완전히 밀어버리면 빠르게 삭제할 수 있다. 특히 빠르게 삭제 기능은 받은 편지함의 대부분이 스팸 메일인 요즘에는 거의 필수품이다. 메일 본문에 연락처 정보나 일정 정보가 있으면 바로 연결도 가능하다.

iOS 8에서는 7만큼이 대대적 디자인 변화는 고사하고 주요 디자인 요소는 그대로 두어 7과의 차이점을 찾기가 힘들지만, 이런 소소한 개선들을 통해 사용성의 개선을 꾀하고 있다. 그리고 좋은 소식은? 이 변화들 모두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그러나 iOS 7의 전체적 디자인이 아직도 마음에 안 드신다면, 큰 기대는 안 하시는 게 좋다.

사진

Photos
사진 앱도 소소한 변화를 거쳤다. 카메라 롤이 사라졌고(첫 번째), 사진을 검색할 수 있으며(두 번째), 사진 편집 기능도 강화되었다. (오른쪽 둘)

사진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먼저 카메라 앱의 몇 가지 변화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하나는 타임랩스 기능이 추가된 것인데, 한 곳에 놓고 촬영 버튼을 누르면 타임랩스 영상을 쉽게 촬영할 수 있다. 또한, 타이머 기능이 추가되어 버튼을 누르지 않고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3초, 10초 인터벌을 지원한다.)

이제 사진 앱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자. 지금까지 애플은 사진 스트림으로 아이클라우드 기기들에 사진들을 무선으로 동기화시켜 왔다. 이를 통해 애플은 한 달에 최대 1,000장의 사진을 무선으로 동기화할 수 있도록 해놓았었다. 이제 이 사진 스트림을 아이클라우드 사진 라이브러리가 대체하게 된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가지고 있는 사진 전체를 클라우드에 올려놓을 수 있다. 물론, 대신 용량은 차감당하는데, 애플은 이를 위해 아이클라우드 추가 용량 요금제의 가격을 대폭 낮출 예정이다. (20GB가 한 달에 $0.99, 200GB는 $3.99이며, 최대 1TB까지 증설 가능.) 심지어 RAW 파일도 원본 크기로 올릴 수 있고, 보정한 과정도 전부 보존된다. 이를 위해 앱의 사진 정리 방식이 약간 바뀌었는데, 이 과정에서 카메라 롤과 나의 사진 스트림이 사라졌다. 이는 일부 사용자들에게 혼란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미 주변에 iOS 8을 미리 써본 일부 사람들이 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봤다.) 아이클라우드 사진 라이브러리로 인해 방대해질 데이터베이스를 위해 검색 기능이 생겼다.

아이클라우드 사진 라이브러리를 아직 써보지는 않았으니, 다른 기능을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바로 스마트 보정 기능이다. iOS 5부터 보정 기능이 제공되긴 했지만, 매우 기본적인 보정 기능이었다. 그러나, iOS 8부터는 이 보정 기능이 완전히 새로워졌다. iOS 8에서는 사진 보정을 크게 크롭, 조도, 색상 등으로 나누고, 이 미터를 조정하는 것에 따라 대비, 채도, 밝기 등이 이미지 분석 결과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이 된다. 물론, 원하면 이 세부 설정들을 직접 조정할 수도 있지만, 나 같은 경우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러한 분석 결과에 의한 조정이 확실히 편했다. 크롭 또한 이미지를 분석해 적절한 각도 보정을 해줄 수 있고, 비율에 맞춰 크롭할 수도 있다. (나같이 3:2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겐 참 편한 기능이다.)

이러한 강력한 보정 기능과 더불어 아이클라우드 사진 라이브러리를 통해 내가 여태까지 찍은 사진들을 통째로 접근할 수 있게 된다면 꽤나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로 인한 어퍼쳐의 개발 중단은 참으로 가슴아픈 소식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건 iOS 얘기는 아니니 제외하고…

(업데이트: 이 부분을 쓴 이후에 애플은 아이클라우드 사진 라이브러리를 베타로 만들고 아직은 사진 스트림을 기본 설정으로 해놓았다. 사진 라이브러리가 언제 다시 활성화될 지는 미지수다.)

메시지

Messages
단체 대화의 경우 다양한 설정이 생겼고, 이제 빠르게 사진을 찍어보낼 수 있다.

팀 쿡이 밝힌 바에 따르면, iOS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앱이 바로 메시지라고 한다. (내 생각에는 기본 탑재 앱 중이라는 전제 하겠지만.) iOS 8에는 메시지에 다양한 기능들을 추가했다. 제일 먼저 추가된 것이 바로 음성 메시지다. 입력창 옆에 있는 마이크 버튼을 누른 채로 말을 하고 버튼을 놓으면 바로 음성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또한 UI가 개편되어 왼쪽의 카메라 버튼을 꾹 누르고 있으면 동영상이나 사진을 재빠르게 찍어 바로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전면과 후면 카메라를 전환하는 게 익숙치 않다. 이걸 누르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손으로 전환버튼을 누르면 전환이 되지를 않는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를 계속해서 고민해봐도 답이 안 나온다. 이러한 첨부 파일들이 폰의 메모리를 잡아먹는다면, 새로 생긴 한 달 후, 혹은 1년이 지난 대화 기록은 자동 삭제하도록 설정하면 좋다. (음성 메모 등은 따로 보관하라고 설정하지 않은 이상에는 자동 삭제된다.)

다행히도 그 외의 기능들은 모두 환영할 만한 변화다. 먼저, 위치 공유 기능이 추가되어 만약에 만나는 약속을 한 경우 서로 어딘 지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한 시간만 공유하기, 하룻동안 공유하기, 계속 공유하기 등의 옵션을 선택할 수 있고, 계속 공유하다가도 원하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 단체 대화방의 경우, 자의적으로 대화방을 떠나거나 누군가를 강퇴, 초대할 수 있으며, 대화방의 이름도 설정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대화방이 너무 시끄러우면, 그 대화방에 한해서만 방해금지 모드를 켤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가장 환영하는 소소한 UI 개선은 바로 대화 기록을 올릴 때 “이전 메시지 불러오기” 버튼 없이 바로 알아서 불러온다는 것이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하지만, 여전히 상대방이 보내는 주소(전화번호라든가 이메일 주소라든가)에 따라 대화가 분리되는 문제는 여전하다. OS X에서는 하나에 잘 모아 관리하면서 왜 iOS에서만 이러는 지 모르겠다.

가족 공유

family sharing
iOS 8에서는 가족 구성원끼리 스토어 구매 목록을 공유하게 된다.
(출처: Apple)

iOS 8에서는 이제 가족끼리 iOS에서 다루는 컨텐츠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바로 가족 공유다. 가장을 주체로 해 최대 6명까지 가입을 하게 되면 가족이 공유하는 일정과 공유 사진 스트림이 생기게 된다. 여기까지는 이전에도 직접 설정을 하면 다 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여기서 가족 공유 기능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아이튠즈, 앱, 아이북스 스토어의 구매 내역까지 전부 공유할 수 있다. 즉, 남편이 구매해 놓은 트윗봇을 아내가 공짜로 받을 수 있고, (안다. 매우 비현실적이다.) 엄마가 받아놓은 겨울왕국을 아이가 자신의 아이팟 터치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아이가 앱을 살 때는 부모의 아이폰에 알림을 보내 허락을 구할 수도 있다. 이는 최근에 아이가 부모의 계정으로 몇만 달러 어치 인앱 구매를 무분별하게 산 것에 대한 애플의 대응인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결국 이에 대해 환불을 해줬다.) 불행히도 난 주변에 iOS 8을 탑재한 아이폰을 쓰는 가족이 없어서 써보진 못했다.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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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는 기존 아이클라우드 스토리지 파일 시스템을 더 개방적으로 쓸 수 있다.
(출처: Apple)

iOS 8부터는 아이클라우드의 파일 시스템이 바뀐다. 이전까지의 아이클라우드의 문서 파일 저장 시스템은 각자의 앱에 샌드박스되어 해당 앱에서만 접근이 가능했는데, 새로운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는 여전히 앱별 폴더가 생기지만, 한 앱에서 다른 앱 폴더에 접근할 수도 있고 다른 앱들의 파일을 열어볼 수도 있게 바뀌었다. 이런 앱별 폴더 외에도 메인 디렉토리에 다른 폴더와 파일들을 저장할 수도 있다. 아쉬운 것은, 아직도 앱별 폴더에서는 폴더를 1단계만 생성할 수 있다는 것. 이게 무슨 말이냐면, 페이지 폴더에 만약 “학교” 폴더를 만들었다 하면, 그 폴더 안에 수업별 폴더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개편하는 김에 폴더도 개편이 되었으면 좋았겠다.

그리고, 이 새로운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는 iOS 8이나 OS X 요세미티 아니면 쓸 수가 없다. 즉, 다음달에 요세미티가 나올 때까지 예전 파일 시스템을 그대로 쓰거나 (iOS 8로 처음 업데이트할 때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로 업데이트하겠냐고 묻는 질문에 “나중에”를 선택하면 된다.) 아니면 요세미티가 나올 때까지 맥과 아이폰/아이패드 간에 파일 공유가 전혀 안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퀵타입

QuickType

iOS 8의 키보드에는 새로운 예측형 자동완성 기능인 퀵타입이 들어간다. 키보드를 치다보면 위에 세 가지 제안 단어가 계속 나타나는데, 그것이 맞는 단어면 탭하면 자동으로 완성되는 식이다. 처음에는 치면서 맞는 단어가 나오는 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일련의 과정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하지만, 적응이 되기 시작하면 다 타이핑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단어를 써내려갈 수 있다. 애플은 퀵타입이 문맥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예측을 한다고 하나, 어떨 땐 그러다가도 어떨 땐 틀리고 그랬다. 퀵타입이 좋은 것은 주제 없이 나서는 자동수정 대신 쓰다가 자신이 의미하는 단어가 나왔을 때 탭해서 입력할 수 있어서 자동수정으로 인한 다양한 해프닝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라는 것이다. 아, 그리고 퀵타입은 한국어 지원이 아직 없다. iOS 9를 기약해봐야할 것 같다.

건강

Health
딱히 불러올 것이 없었다. (…)

iOS 8에는 새로운 건강 앱이 탑재되었다. 건강 앱은 모든 건강 관련 기능이 집합하는 곳이다. 여기서 운동 정도, 먹은 칼로리 수, 키 및 몸무게 변화와 수면 데이터까지 모두 저장할 수 있다. 걸음 수나 거리 등의 기본적 정보는 아이폰 내의 보조 프로세서(아이폰 5s는 M7, 아이폰 6은 M8)가 데이터를 수집하지만, 건강 앱을 구축하는 데이터베이스의 대부분은 써드 파티 앱이나 하드웨어(예: 애플 워치)에서 데이터를 수집해올 수 있다. 이러한 앱들의 데이터베이스는 iOS 8이 정식 배포되지 않았기에 실제로 어떻게 수집되고 관리되는 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사실 건강 앱은 내년에 애플 워치가 나오면 피트니스 관련 기능을 관리하게 되는 중추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업데이트: iOS 8 업데이트 직전에 헬스킷 쪽에서 문제가 발견되어 헬스킷으로 써드파티 앱과의 연동은 최종 배포판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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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성은 애플 기기간의 연동을 더욱 끈끈하게 해준다.
(출처: Apple)

iOS 8의 연속성 기능은 애플 기기간의 연동성을 더욱 더 증가시켜주는 시스템 기능이다. 이는 여러 개의 다양한 기능들로 나뉘게 되는데, 이들을 나열하면:

  • 에어드랍: 각자의 플랫폼간에만 가능했던 에어드랍이 이제는 맥과도 가능해진다.
  • 핸드오프: 한 기기의 특정 앱에서 하고 있던 일을 다른 기기에 설치된 앱에서 바로 열어 계속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폰으로 메일을 작성하다가 필요한 파일이 맥에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바로 맥에서 그 메일을 열어 파일을 첨부해 보낼 수 있다.
  • SMS 릴레이: 아이폰에서 받은 일반 문자를 아이패드와 맥으로 릴레이해준다. 심지어 아이패드나 맥에서 아이폰을 통해서 문자를 보낼 수도 있다. (10월 지원예정)
  • 전화 통화 릴레이: 아이폰으로 온 전화를 아이패드나 맥에서 받을 수 있다. 역시 아이패드나 맥에서 전화를 걸 수도 있다.
  • 인스턴트 핫스팟: 아이폰에서 핫스팟을 직접 켜지 않아도 아이패드나 맥의 와이파이 네트워크 선택 화면에서 선택해 켤 수 있다.

이쯤 되면 대강 예상하셨겠지만, 맥이 연동되는 부분은 다음달에 출시될 요세미티가 필요한 것들이다. iOS 8만 나온 현재 시점에서는 아이폰과 아이패드간만 가능한 반쪽짜리 기능이다.

그 외의 새 기능들

(모든 게 한국에도 해당된다는 말은 안 했다)

  • 새 스팟라이트: 스팟라이트에서 폰 내 검색뿐만 아니라 위키백과, 아이튠즈 스토어 컨텐츠, 영화 검색 등이 가능하다. 단, 시스템 언어가 한국어일 때는 얄짤 없이 지원 안한다.
  • 새로운 통신 기능들: iOS 8부터 와이파이 통화를 지원한다. 이 기능은 간단히 말해 와이파이 신호를 이용해 음성 통화를 하는 것이다. 와이파이를 통해 연결되면 추노 마크가 “(통신사 이름) Wi-Fi”로 바뀌게 된다. 일부 통신사는 와이파이로 거는 전화는 잔여 통화량에서 면제시켜주기도 한다. 이는 물론 통신사의 지원 정도에 따라 다르며, 미국에서는 티모바일이 지원한다. (우리나라는? 뭘 바라시나요) 실제로 미국에 있는 우리집이나 학교에서는 티모바일이 거의 안 잡히는데, (특히 학교 지하로 내려가면 답이 없다.) 이 기능 덕에 와이파이만 연결되어 있으면 전화와 문자가 가능해졌다. (게다가, 통화 품질도 깔끔하다. 페이스타임 오디오 급은 아니지만 깔끔하다.) 또한, 아이폰 6과 6 플러스는 VoLTE도 지원한다. 이 덕분에 LG U+도 아이폰 6부터 애플의 통신사 파트너가 되었다.
  • 더 정확해진 시리: 시리나 음성 입력이 사용자의 말을 들을 때, 실시간으로 결과를 보여주게 되고, 인식 속도도 훨씬 빨라졌다. 또한, 샤잠과의 제휴를 통해 시리에서 “이 노래 무슨 노래야?”라고 물어보면 듣고 검색해 결과를 보여주고, 원하면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곡을 바로 살 수도 있다. (시리로 검색한 곡들의 목록은 아이튠즈 스토어 앱에 저장되어 나중에 살 수도 있다.) 그리고 아이폰이 충전 중인 상태에서 “시리야”라고 부르면 알아서 시리가 실행된다.

개발자 기능들: 결국은 사용자들에게도 득이 될.

새로운 iOS는 곧 새로운 SDK를 의미한다. 소프트웨어 개발 킷의 준말인 SDK는 개발자들이 iOS용 앱을 개발할 때 이용하는 도구이고, 프로그램이다. 애플은 이번 iOS 8 SDK를 공개하며 4,000여개의 API(OS와 하드웨어가 앱과 통신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추가했는데, 이는 거의 2008년에 공개된 iOS 첫 SDK의 API 수준이라고 한다. 원래 사용자용 리뷰에서 SDK 얘기를 잘 하지도 않고, 아직 이 SDK를 쓰는 앱들을 시험해본 게 없기도 하지만, 이번 리뷰에서는 특별히 하고자 한다. 그만큼 이번 iOS 8은 개발자들에게 매우 큰 업데이트다. 그리고 이러한 업데이트는 사용자들에게도 많은 득이 된다.

  • 확장: 원래 지금까지의 iOS는 각각의 앱이 샌드박스 안에서 돌아갔다. 즉, 하나의 써드파티 앱이 다른 써드파티 앱으로 통신할 방법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iOS 8부터는 확장(Extensibility)이라는 기능으로 앱간 통신이 훨씬 쉬워졌다. 이것이 어떻게 돌아가냐면, (좀 어려운 표현이 나오니 미리 주의) 원래 있던 앱에 포함되어 있는 간단한 부가 앱(익스텐션)으로, 원래 통신해야 할 앱을 대신해 이 익스텐션에 다른 앱이 접근을 하는 방식이다. 익스텐션은 기반 앱과의 통신은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하지 않고, (심지어 기반 앱은 열리지도 않게 할 수도 있다고 한다) 호스트 앱에서 요청받은 기반 앱의 데이터를 접근해 이를 처리하고 전송한 후 종료하거나, 필요한 경우 다시 호스트 앱을 호출한다. 이렇게 비유하면 편하다. 방문자(호스트 앱)가 웨인 산업(필요한 다른 앱의 기능)에게 볼일이 있어서 웨인 저택에 오지만 브루스 웨인은 만나지 못하고 대신 집사인 알프레드(익스텐션)를 통해 일을 처리하고 그냥 나가는 것이다. 즉, 샌드박스를 깨뜨리는 형태는 아니지만, 굳이 깨뜨리지 않아도 확장 기능을 지원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보안을 위해 확장용 앱의 기능도 특정 기능으로 제한시켜두었다. 이러한 확장 기능을 통해 공유 시트에서 다른 앱으로 데이터를 보낼 수 있고, 지금 보는 사이트에 번역을 실시간으로 돌릴 수도 있으며, 알림 센터에 위젯을 올리고, 사진 편집을 불러오며, 시스템 키보드를 교체할 수도 있다.
  • 터치 ID: 아이폰 5s가 처음 나왔을 때, 터치 ID는 오직 잠금 해제나 아이튠즈 스토어의 구매 승인을 받을 때만 쓸 수 있었다. iOS 8부터는 써드파티 앱도 터치 ID를 활용할 수 있다.
  • 메탈: iOS 8은 새로운 게임 오버레이 기술로, 기존에 쓰던 OpenGL 대신 쓸 수 있다. 메탈은 iOS와 A7/A8 프로세서와 훨씬 더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어서 기존의 iOS 게임 수준을 뛰어넘는 수준의 그래픽을 가진 게임을 만들 수 있다.

성능

iOS 8의 현재 안정성은 괜찮은 편이나, 여기저기서 버그가 조금씩 보인다. 예전보다 와이파이 잡는 성능이 약해진 게 눈에 보이고, 이따금씩 알 수 없는 버그가 출현하곤 한다. 이러한 버그들은 차후 업데이트들을 통해 해결되리라 기대한다.

전력 소모는 7 대비 비슷한 수준이다. 아주 조금 나아진 것 같긴 하나 눈에 띄는 정도까진 아니다. 아이폰 5s 기준 웹 브라우징, 메시지,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양한 활동을 할 때 약 7-8시간 정도 사용이 가능했다. (대기 시간은 제외한 수치다.)

결론

2014-09-15 at 00-04-00
iOS 8로 아이폰을 사용하는 방식에 많은 변화가 오기를 기대해본다.

내가 작년에 iOS 7 리뷰를 했을 때, 이런 말을 했었다.

많은 사용자들에게 iOS 7은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미래에서 돌아보면 아마 iOS 7은 iOS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발판으로 기억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결론적으로, 내가 예측한 대로 iOS 8은 iOS 7의 대대적 디자인 변경을 바탕으로 사용성을 확장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iOS 8은 훨씬 더 정제된 버전으로 다가올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개발자들을 위한 다양한 기능들은 사용자들에게도 그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기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여전히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많다. 대체 왜 써드파티 앱을 아직도 기본 앱으로 지정할 수 없는가하며, 사파리는 아직도 메모리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잡아먹는 듯하다. 아직도 iOS의 새로운 디자인에 거부감을 가지시는 분들도 많고, 아직도 디자인때문에 iOS 6을 쓰시는 분들에게 iOS 8은 해결책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iOS 8은 아이폰 사용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애플은 이를 단순히 사용자 기능으로 바꾼 것이 아니다. 개발자들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고, 이를 통해 사용자들의 패턴까지 잠재적으로 바꾸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들이 아이폰의 사용성을 한층 더 높여주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애플 iOS 8

지원 기종: 아이폰 6, 아이폰 6 플러스, 아이폰 5s, 아이폰 5c, 아이폰 5, 아이폰 4s, 아이패드 에어,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디스플레이, 아이패드 레티나 디스플레이 (3/4세대), 아이패드 2, 아이패드 미니, 5세대 아이팟 터치

출시일: 2014년 9월 17일 (미국시각)

장점:

  • 여러모로 정착이 되어가는 디자인
  •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사이의 연동을 높여주는 연속성 기능
  • 다양한 개발자 기능들로 인한 잠재력

단점:

  • 1년이 지나도 여전히 호불호가 갈릴 디자인
  •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일부 기능 부재

점수: 8.5/10

* 개발자 기능 감수에 도움을 주신 @golbin님, @minieetea님, @haruair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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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Review] Sony a7

아무도 가지 않으려던 곳을 과감하게 가다.

소니가 카메라 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낸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옛날에는 여타 다른 전자업체와 비슷하게 포인트-앤-슛 (혹은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일명 “똑딱이”)만 만들고 있다가 코니카 미놀타를 인수하고 알파 브랜드의 DSLR을 내놓으며 DSLR에 뛰어들었고, 2010년에는 NEX(우리는 보통 “넥스”라고 발음하지만, 소니는 “엔-이-엑스”로 발음하길 원한다. 지금은 알파 미러리스로 라인업이 재편됐다.)라 불리우는 미러리스 카메라 브랜드를 내놓으며 순식간에 카메라 업계의 ‘큰손’이 됐다.

그러나, 사실 소니는 완성품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역사가 짧지만, 디지털 카메라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이미지 센서 제조업에서는 역사가 매우 깊은 곳이었다. 소니가 자체 개발한 CCD 센서를 이용해 첫 시제품 디지털 카메라를 만든 게 1981년이다. 디지털 카메라라는 게 본격적으로 뜨기 시작한 게 2000년대에 와서니, 무려 20년 전부터 개발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 카메라는 신기한 것이 이미지 센서가 두 개였다는 것이다. 아마 당시 기술력이 하나의 센서로 모든 일을 처리하기에는 무리였나보다.) 그 뒤로 소니는 다양한 카메라 업체의 이미지 센서 외주생산을 해주게 됐는데, 이 중 하나가 니콘이었다. 지금도 니콘은 플래그십인 D3-D4 라인과 D4의 이미지 센서를 그대로 쓴 Df를 제외하고는 전부 소니 센서를 쓰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 5s도 소니 것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찌됐든, NEX 때부터 DSLR급의 대형 센서(APS-C)를 컴팩트 카메라 크기의 바디에 우겨넣는 데 성공한 소니는 이러한 혁신적 (나쁘게 말하면 미친) 시도를 계속하게 된다. 2012년에는 컴팩트 카메라 라인인 사이버샷의 크기에 니콘의 미러리스 카메라가 쓰는 센서 사이즈인 1인치 센서와 칼자이쓰 렌즈를 조합한 RX100을 선보이더니, 그 해 말에는 기어이 풀프레임 센서(일반 35mm 필름의 크기와 똑같은 센서. 상당히 큰 사이즈 때문에 2002년에나 상용화에 들어갔고, 2005년의 캐논 5D에 와서야 사진 매니아들이 좀 노려볼 만한 가격대로 안정화될 수 있었다.)를 박아넣은 RX1을 선보였다. 이렇게 되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미러리스에 풀프레임 센서를 박는 날이 오는 게 아니냐는 당시로서는 허무맹랑해보이는 예측을 하기 시작했고, 소니는 그 기대에 부응하듯 2013년에 그러한 제품을 내놓았다. 바로 a7이다.

(* 이 리뷰에 쓰인 모든 샘플 사진은 RAW 촬영 후 어퍼쳐에서 보정을 일부 거쳤음을 밝힌다.)

가장 작은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 AF를 지원하는 기종 중. 이 조건을 제외하면 라이카 M9이 더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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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7의 디자인은 구와 신을 적절히 조화시킨 모습이다. 레트로 카메라를 모티브로 할 때 그 디자인에 최대한 충실한 카메라들과는 조금 다르다.

풀프레임 센서를 안 그래도 작은 알파 미러리스에 넣느라 a7의 크기는 여타 다른 알파 미러리스보다 크다. 풀프레임 센서 때문에 밀린 뷰파인더 유닛을 넣기 위해 헤드가 생겼고, 여기에 소니 로고를 음각으로 넣었다. (개발자 인터뷰에 따르면, 어느 각도에서든 소니 로고를 볼 수 있게 했단다.) 그러나 다른 풀프레임 바디들과 달리 a7의 바디 자체는 상당히 소형이다. 물론 다른 풀프레임 바디들은 미러 유닛까지 있는 DSLR이라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디자인 자체는 처음에는 적응해야 할,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이다. 어떻게 보면 기존 알파 미러리스의 미래지향적 디자인과 기존 RF 카메라의 레트로 디자인을 혼합했기 때문에 처음에 공개됐을 때 거부감을 표현한 분들도 상당하다. 내 눈에는 그래도 뭔가 멋진 디자인이다. 특히 마운트부에 소니가 풀프레임 센서를 탑재한 카메라(a7 전까지 a99, RX1에만 둘러준 것이다.)에만 둘러주는 주황색 띠는 없으면 전체적 디자인을 좀 밋밋하게 만들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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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풀프레임 기종만이 하사받을 수 있는 주황색 띠.

작은 크기 때문에 조작감에서는 전에 쓰던 DSLR(그것도 니콘 D300)에 비하면 한 발 뒤다. 일단 그립이 좀 작은 편이고, 제일 불편한 것은 셔터 버튼의 위치다. 너무 뒤에 있다. 스트랩을 걸면 검지 손가락이 자꾸 스트랩에 걸리기 때문에 한 손으로 조작하기에는 약간 애로사항이 있다. 약간 그립부를 두툼하게 하고 셔터 버튼을 좀 더 앞으로 뺐다면 좋았을 것 같다. 손이 좀 작다면 조작이 훨씬 용이할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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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건 다 있는 뒷면.

그러나 뒷면의 조작감이나 인터페이스는 훌륭한 편이다. 기존 알파 미러리스가 너무 초보자용으로 메뉴를 만들어놓아 매니아들에게 엄청난 욕을 먹었기 때문에 a7도 상당히 걱정스러웠으나, a7은 기종의 성격이 성격이니만큼 프로-아마추어를 타깃으로 해서인지 그 많은 설정들을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 사용자 정의 버튼만 세 개이고, 다이얼도 앞 뒤로 두 개나 있다. 메뉴 구조도 원하는 설정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재편되었다. 물론 니콘 DSLR에서 옮겨왔으니 적응은 좀 필요했지만, 일단 적응이 되면 빠릿빠릿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또한 화면은 회전도 가능하다. a99같이 여기저기 다 돌리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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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는 조작 다이얼 두 개, 모드 다이얼, 노출계 다이얼 등 수많은 다이얼을 구겨넣었다.

다른 알파 미러리스와 비슷하게, a7의 진정한 소형화를 막는 것은 렌즈다. 그나마 크롭 센서가 들어간 미러리스에서는 렌즈 소형화에 성공했지만, 풀프레임 센서를 지원해야하는 28-70mm 번들 렌즈는 일반 줌렌즈치고는 작지만 a7 바디와 비교하면 상당히 큰 편이다. (칼 자이쯔 줌렌즈인 24-70mm는 고정 조리개 때문에 더 크다. 그나마도 F4밖에 안되는데…) 그나마 지금 나온 FE 렌즈 중 a7의 크기에 맞게 작은 것은 35mm F2.8 자이쯔 렌즈 하나뿐이다. 그래도 늘 들고 다녔던 DSLR 카메라보단 작으니 된 건가.

2,400만 화소 풀프레임 센서.

풀프레임 센서는 어떻게 보면 어느 사진 아마추어나 갖고 있는 일종의 로망이다. 35mm의 필름 크기와 거의 똑같은 크기를 가진 풀프레임 센서는 기존 DSLR이나 미러리스에 쓰는 센서보다 더 깊은 심도 표현과 더 깨끗한 화질, 그리고 어두운 곳에서 더 적은 노이즈를 보장한다. 대신 센서가 큰 만큼 단가가 무지 비싸기 때문에 프로페셔널용이나 하이 아마추어용에나 쓰이던 센서다.

a7은 이 크기의 센서를 미러리스 카메라의 바디에 처음으로 가져왔다. 물론 소니는 먼저 이를 컴팩트 카메라인 RX1에 탑재시키기도 했지만, 렌즈가 고정적으로 붙어있기 때문에 렌즈를 교환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a7은 이런 조건들을 딱 만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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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s / F5.6 / ISO 3200 / 70mm

이 문제의 센서는 2,400만 화소짜리다. 소니는 새로운 센서라고 주장하지만, 아마 RX1, a99, 니콘 D600 등에 쓰인 센서를 a7의 상황에 맞게 튜닝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어찌됐든, a7의 해상력은 정말 차원이 다르다. 처음에 a7을 샀을 때, 나는 “어차피 배경날림이나 노이즈 빼고는 원래 쓰던 거랑 뭐가 다르겠어?”라는 생각을 하며 괜히 샀나라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a7은 나의 그러한 걱정을 그대로 날려버렸다. 배경날림은 뭐 당연한 것이고, 초점이 잡힌 곳의 선예도는 차원이 다르다. 적응이 안 됐던 것은 “충분히 모든 배경이 초점 범위 내이겠지”하면서 조리개를 조이더라도 날려버린다는 사실이었다. 이 때의 조리개 수치는 F9였다. 크롭 센서를 채용한 카메라였다면 충분히 모든 부분이 초점에 들어왔을 것이다. 또한, 생각보다 더 많이 흔들리는 것도 문제였다. 이는 아무래도 전에 쓰던 D300보다 더 고화소인 점과 센서가 더 큰 점, 그리고 소니 렌즈의 OSS가 니콘의 VR보다는 못하다는 반증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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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s / F5.6 / ISO 12800 / 62mm
국립중앙박물관의 반가사유상.

내가 a7으로 기변하면서 기대했던 고감도 노이즈 면에서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사실 처음에는 조금 실망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으나, 중간에 펌웨어 업데이트를 거친 이후에는 노이즈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도 디테일 손상은 거의 없었다. (전부 RAW에서 촬영해본 결과다.) ISO 6400까지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올려쓸 수 있을 정도다. 다만, 자동 ISO 설정에서 최소 셔터 속도를 설정하는 옵션이 있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은 들었다. 뭐, 그건 센서 문제는 아니니까.

참고로 a7 시리즈는 모델별로 센서가 다르다. 기본 모델인 a7은 2,400만 화소, 고해상도를 지향하는 a7R(“Resolution”)은 3,600만 화소, 그리고 최근에 출시한 동영상과 고감도를 지향하는 a7S(“Sensitivity”)는 1,200만 화소다. 각자의 입맛에 따라서 고르시면 되겠다. (개인적으로는 S의 감도가 끌렸으나 화소 수가 너무 낮아서 그리고 비교적 신품이라 소니의 가격후려치기도 별로 진행이 안 되서 결국 a7을 선택했다.)

FE

a7 시리즈(그리고 잠재적 후속 기종)의 풀프레임 센서를 지원하기 위해 소니는 새로운 종류의 렌즈를 만들었다. 일단, a7은 기존 알파 미러리스와 동일한 E 마운트를 사용하지만, 기존 E 마운트 렌즈들은 크롭 센서를 위한 렌즈였기 때문에 새로운 FE 렌즈를 만들었다. (F가 무슨 뜻인지는 대강 짐작이 가시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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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에서 공개한 FE 라인업의 대략적 로드맵. 올해 말까지 10개의 렌즈를 약속하고 있다.
(출처: 소니)

문제는, a7이 나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FE 렌즈 라인업이 빈약하고, 그나마 있는 것도 죄다 칼 자이쯔와 소니의 고급 G 렌즈들이라 가격이 전부 안드로메다행 수준으로 비싸다는 것이다. (이는 a7 시리즈에 탑재된 고화질 센서와 바디 구조의 특수성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나마 제일 싼 것이 번들 킷 렌즈인 28-70mm F3.5-5.6 OSS 렌즈이고, 이 렌즈의 상위호환 격인 24-70mm F4 OSS 칼 자이쯔 렌즈(108만원), 35mm F2.8 칼 자이쯔 렌즈(72만원), 55mm F1.8 칼 자이쯔 렌즈(87만원), 70-200mm F4 OSS G 렌즈(160만원) 등은 전부 비싸다. (그나마 저 괄호 안의 가격은 전부 다나와 최저가라는 사실.) 이 리뷰를 쓰는 시점에도 난 아직 번들 렌즈로 버티고 있고, 나중에 돈이 좀 생기면 35mm를 들일까라고 ‘생각만’ 하고 있다. 소니에서 공개한 FE 렌즈 라인업의 미래에도 자이쯔와 G가 가득한 걸 보니 FE 렌즈들의 가격 하락을 위해서는 써드파티 회사들의 참여가 절실해보인다. 물론 기존 E 마운트 렌즈도 물려서 쓰는 것은 가능하나 애초에 풀프레임 센서를 위해 만들어진 렌즈들이 아니다보니 크롭 모드를 쓰지 않으면 주변부는 아예 쓸 수가 없다.

28-70mm F3.5-5.6 OSS, 일명 SEL2870.
(출처: 소니)

일단 번들 렌즈만을 써봤으니, 이 녀석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보고자 한다. 28-70mm F3.5-5.6 OSS 번들 킷 렌즈는 a7으로 접할 수 있는 가장 싼 렌즈이자 활용도도 매우 높은 화각대에 집중되어 있어 쓰기에도 편하다. 화질도 중앙부는 a7의 풀프레임 센서 덕분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괜히 사람들이 번들 렌즈를 칭찬하는 게 아닌 것이다. 그러나 단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고정 조리개가 아니며, (F5.6에서는 배경날림이 쉽지는 않다. 그나마 센서 크기 덕에 어느 정도 무마가 되는 편이다.) 주변부 화질은 상당히 떨어진다. 일부 경우에서는 상당한 색수차도 관찰되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써본 바에 따르면, 다른 칼 자이쯔 단렌즈들에 비하면 초점 속도도 빠른 편은 아니다. 그러나 그건 내가 증언할 수는 없는 부분이니 참고하시고. 그러나 화질 면에서는 웬만한 극한상황이 아니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이다.

어댑터를 통해 타사의 렌즈를 낀 a7R.
(출처: Steve Huff Photos)

그러나 이를 상쇄할 만한 알파 미러리스들의 또다른 장점은 바로 이종교배라는 것에 있다. 렌즈 어댑터를 이용해 다른 회사의 렌즈를 올리는 것인데, 검색을 좀만 해보면 라이카를 비롯해 니콘, 캐논, 포서드 등 다양한 마운트들에 맞는 어댑터들을 구할 수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전자계 연동까지 되어 AF까지 지원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캐논) 소니에서도 알파 마운트에 맞는 어댑터를 판매하고 있으니 자신의 렌즈 사정에 알맞게 구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물론, 가장 호환이 잘 되는 것은 소니의 알파 마운트 렌즈들인데, 소니에서 나온 어댑터는 전자계 구동뿐만 아니라 AF 센서가 따로 있어 DSLT 수준의 AF까지 지원한다. (즉, 기본 a7보다도 AF가 빨라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 얘기는 좀 이따가.)

성능

a7의 시스템 구동은 상당히 빠릿빠릿한 편이다. 예전에 잠깐 NEX-6을 써본 적이 있는데, 껐다 켜는 것이 상당히 느려서 피사체를 놓치고 하는 일이 꽤 있었다. a7은 새 프로세서 탑재 덕분인지 NEX-6보다 미러리스 카메라로서 중요한 시스템 온오프 등이 상당히 빨라졌다. 특히, 펌웨어 업데이트 이후로 거의 D300에 준하는 기동 시간을 보인다.

미러리스라는 특성상, LCD는 물론이고 뷰파인더 또한 전자식인데, 둘 다 깨끗한 화질을 보여준다. 특히 뷰파인더는 정말 광학식이 그립지 않을 정도로 좋다. 뷰파인더 근처에 붙어있는 근접 센서로 LCD-뷰파인더 전환을 수행하기 때문에 가끔씩 다른 물체가 다가가 LCD가 꺼지는 경우도 있긴 하다.

AF는 예상했던대로 DSLR의 그것보다는 한참 떨어진다. 주변이 밝을 때는 별 무리없이 휙휙 잡다가도, 빛이 적어지기 시작하면 조금씩 헤맨다. 워낙 AF 모듈이 좋아서 보조광을 끄고 다녔던 D300과는 달리, a7은 보조광이 확실히 필요해보인다. 특히, 심도가 얕은 상황에서 초점이 조금만 어긋나도 피사체를 막 날리는 풀프레임 카메라의 특성상, 이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그나마 화면의 특정 부분을 선택하면 그 부분에 무조건 초점을 잡는 AF 추적 기능이 있는 것은 다행인데, RX100보다 실행방법이 다소 복잡해 (선택 버튼만 누르면 되는 RX100과 달리 메뉴에서 켜줘야 활성화 된다.) 처음에는 없는 줄 알았다. 결국 커스텀 버튼 중 하나를 할당해야했다. 번들렌즈 대신 칼 자이쯔 단렌즈를 쓰면 AF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데, 이는 써봐야 알 듯하다. 또한, 위에서 말한대로 알파 마운트 어댑터인 LA-EA4는 미러와 AF 센서가 따로 내장되어 있어 a7 자체의 센서보다 AF 구동이 훨 빠르다.

a7은 요즘 소니 카메라의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와이파이와 NFC 기능이 들어가 있다. 와이파이를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카메라에 연결해 사진을 내려받아 SNS에 바로 올릴 수도 있다.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올린 사진이 꽤 된다.) NFC 기능을 쓰면 더 빠르게 연결이 가능하다는데,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아이폰이라 시험은 못 해봤다. 그런데 a99를 비롯한 알파 DSLT가 모두 가지고 있는 GPS가 빠진 것은 아쉽다. 공간 절약의 문제였는지, 원가 절감의 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또한 a7에는 와이파이를 통해 스마트폰과 연결해 스마트폰을 리모트로 쓸 수도 있지만, 이는 앱을 따로 다운받아야하고, 아직 그 부분은 해보지 못해서 테스트는 못 해봤다. (Minku Lee님의 질문에 따라 추가한 부분이다 ⎯ 쿠도군)

모두들 a7의 배터리는 공통적으로 까는 상황인데, 나의 평균적 촬영 패턴에는 중간에 배터리가 다 떨어진다던가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나는 상당히 신중히 사진을 촬영하는 스타일이라 그랬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뷰파인더도 전자식이고, 시스템 자체가 대부분 전자식으로 동작하다보니 당연히 기존 DSLR보다는 배터리가 많이 닳을 수밖에 없고, 배터리 크기도 작으니 전체적인 사용시간이 상당히 감소하는 것은 어쩔 수 없겠다. 나의 경우 D300이라면 5일 정도의 여행은 충분히 버텼겠지만, a7은 이틀에 한 번씩은 꼭 충전해줘야 했다.

미러리스뿐만 아니라, 카메라 역사의 게임체인저

지금까지 소니는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며 카메라 시장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현재의 위치에 안주하고 있는 캐논이나 니콘보다 달리 꾸준히 플랫폼을 발전시켰기 때문이었다. (1년마다 동급의 바디를 갈아엎는 덕에 바디천국이라는 별명도 얻긴 했지만…) a7은 이러한 소니의 빠른 발전이 이제 사람들이 예상하는 범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게다가 a7의 가격은 풀프레임 카메라 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축에 속하기까지 한다. (최소한 렌즈는 그렇다.)

a7의 화질은 논할 필요가 없다. 일반 풀프레임 DSLR과 비교해도 우위를 점할 정도로 a7의 센서는 소니의 센서 제작 기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카메라 바디 자체의 성능(특히 AF)이 이러한 화질에 비할 수가 없다는 점은 많이 아쉽지만, a7은 풀프레임 미러리스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했을 뿐만 아니라, 경쟁자도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그리고, 이제 시작했을 뿐이다.

최종평가: 소니 a7

장점:

  • 최소, 최경량 풀프레임 바디
  • 소니 센서 제조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뛰어난 화질
  • 풀프레임 카메라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가격.

단점:

  • 사용자가 극복해야 하는 느린 AF
  • 종류도 적고, 무지하게 비싼 렌즈군
  • 이해는 할 수 있으나, 아쉬운 배터리.

최종점수: 8.5/10

샘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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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s / F5.6 / ISO 125 / 70mm
홀로 피어있는 꽃.
2014-07-23 at 14-40-30
1/80s / F5.6 / ISO 250 / 70mm
2014-07-26 at 14-16-58
1/80s / F5.6 / ISO 320 / 70mm
2014-07-26 at 16-02-20
1/60s / F4 / ISO 1600 / 28mm
PXTEL 주인장. 초상권을 보호합시다.
Photo by @kid1ng
2014-07-27 at 20-27-57
15s / F6.3 / ISO 100 / 29mm
돌산공원에서 찍었던 여수앞바다.
2014-07-28 at 16-03-07
1/60s / F9 / ISO 100 / 28mm
낙안읍성의 전경.
2014-07-30 at 14-05-36
1/500s / F14 / ISO 100 / 28mm
전주에 내리던 강렬한 햇빛.
2014-07-30 at 14-58-33
1/160s / F9 / ISO 100 / 28mm
전주 한옥마을의 전경.
복날엔 치맥이죠
1/60s / F5 / ISO 800 / 54mm
치느님은 진리입니다.
2014-08-09 at 15-40-50
1/60s / F5.6 / ISO 2000 / 59mm
키덜트 페어에서 만났던 다스 베이더.
2014-08-09 at 15-43-43
1/80s / F5.6 / ISO 2000 / 70mm
마크 42 수트를 시험해보는 토니 스타크. 역시 키덜트 페어.
2014-08-09 at 15-44-36
1/80s / F5.6 / ISO 1000 / 69mm
치타우리 파괴하시는 캡틴 아메리카.
2014-08-15 at 14-44-42
1/80s / F5.6 / ISO 5000 / 64mm
신라 금관.
2014-08-15 at 16-26-06
1/60s / F4.5 / ISO 3200 / 46mm
어룡모양의 주자.
2014-08-16 at 11-10-37
1/60s / F4.5 / ISO 2500 / 50mm
친구 프로필 사진 찍어준다 생각하고 찍은 사진.
자신도 마음에 들었는지 이 리뷰에 샘플로 쓰겠다고 하자 흔쾌히 허락해줬다. 역시 초상권은 보호해줍시다.
ISO 2500인데도 불구하고 깔끔한 화질이 돋보이는 사진.
2014-08-16 at 11-21-03
1/60s / F4.5 / ISO 2500 / 46mm
그 날 먹은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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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Review] 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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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캡틴에게 어울리는 영화.

제목: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감독: 조 루소, 안소니 루소
출연: 크리스 에반스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 스칼렛 요한슨 (나타샤 로마노프/블랙 위도우), 세바스찬 스탠 (윈터 솔저), 사무엘 L. 잭슨 (닉 퓨리),  안소니 마키 (샘 윌슨/팔콘), 코비 스멀더스 (마리아 힐), 로버드 레드포드 (알렉산더 피어스)
상영시간: 136분

*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캐릭터 Winter Soldier는 윈터 솔저로 표기했습니다. 영화의 부제인 Winter Soldier는 공식 개봉 제목대로 윈터 솔져로 표기합니다.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한국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인지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그가 처음으로 나오는 영화인 퍼스트 어벤져는 우리나라에서는 흥행에 참패했고, (영화도 아주 좋지는 않았다.) 그 이후에 나온 어벤져스도 아이언맨과 헐크에 인지도의 초점이 맞춰졌을 뿐, 정작 어벤져스의 리더인 캡틴의 인기는 오르지 않았다. 물론 이름에 있는 ‘아메리카’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분들도 존재했으리라.

그래도 이번에 개봉하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는 그러나 캡틴의 약간이나마 높아진 위상을 볼 수 있다. 1편에서는 빠졌던 캡틴 아메리카라는 이름이 돌아왔고, 내년에 개봉할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서울 촬영과 겹쳐서 개봉을 한 덕(게다가 촬영을 위해 내한하는 배우가 바로 캡틴 역의 크리스 에반스 뿐이라는 점도)에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영화 그 자체는 그 관심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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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은 이번 편에서 윈터 솔저 뿐만 아니라 쉴드 내부의 적까지 상대해야 한다.

뉴욕 사건 이후, 스티브 로저스, 즉 캡틴 아메리카는 현대의 삶에 계속 적응하려 애쓰면서 어벤져스 중 유일하게 쉴드 소속으로 남아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윈터 솔저라는 암살자가 등장해 닉 퓨리를 암살하려 하고, 이를 조사하던 캡틴은 쉴드 내부에 적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게다가 윈터 솔저의 정체가 70년 전에 캡틴과의 임무수행 중 죽은 줄만 알았던 그의 친구 버키 반즈임을 알게 되는데…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이야기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들 중 가장 복합성이 짙다. 심지어 어벤져스도 상당히 단순한 스토리라인을 보이는 대신 어벤져스 멤버들의 케미스트리에 초점을 맞췄다면, 윈터 솔져는 캡틴 아메리카 하나의 이야기를 다루는 대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더 자세한 부분은 이후에 올릴 스포일러편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이 영화는 역시나 바로 이후에 개봉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2단계의 마지막 영화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배경을 잘 깔아두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엄밀히 말하면 8월에 개봉할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도 2단계이지만, 어벤져스와의 접점은 아직 없다고 한다.) 이는 퍼스트 어벤져도 그러했지만, 윈터 솔져의 이야기 전개는 억지성이 짙었던 전편에 비해 장족의 발전을 보인다. 특히 윈터 솔져의 결말로 인해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어떤 진행을 보일 지 더욱 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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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 솔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속편을 기대해봐야할 것 같다.

약간 아쉬운 점이라면, 윈터 솔저가 내가 기대한만큼 많이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부제는 윈터 솔져인데, 정작 그의 이야기는 이후에 다루어질 모양새다. 아마 캡틴 아메리카 3편에서나 다뤄질려나. (실제로 윈터 솔저 역의 세바스찬 스탠은 마블과 무려 9편을 계약했다고 한다. 그 중 겨우 두 편에 나온 셈이다.) 어떤 면에서 윈터 솔져는 첩보 스릴러나 수사물의 분위기도 풍기는데, 이러한 부분들을 액션과의 위화감 없이 잘 녹아내는 것이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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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에게 세상은 더이상 선과 악이 명확한 곳이 아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깊어만 간다.

퍼스트 어벤져나 어벤져스에서 참으로 평면적이었던 캡틴 아메리카의 캐릭터는 윈터 솔져에서는 상당히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아무래도 주어진 임무를 고분하게 따르는 군인과 자신의 이상과는 너무나도 달라진 70년 후의 현실 사이의 고민이 이번 영화에서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캐릭터는 어떤 면에서는 크리스 에반스가 설국열차에서 맡았던 커티스와도 어느정도 닮아있는 부분이 있다. 그런 면에서 크리스 에반스의 캡틴 아메리카는 이보다 더 적절할 수가 없다고 하겠다. 명배우인 로버드 레드포드가 연기하는 알렉산더 피어스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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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레드포드가 연기하는 알렉산더 피어스 또한 스토리라인에서 꽤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한다.

마블 영화답게 볼거리 또한 강력하다. 지금까지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들이 모두 상당한 CG를 쓴 반면에, 윈터 솔져는 필요한 곳에만 CG를 쓴 분위기가 강하다. 특히 캡틴 아메리카와 윈터 솔저의 육탄전은 배우들이 직접 참여한 것인데, 무엇보다 다른 영화들에서는 돋보이지 못한 캡틴의 실력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윈터 솔져는 마블 영화가 아닌 첩보액션 영화같기도 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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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캡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영화다.

마블 영화는 보통 기본은 한다는 것을 알기에 믿고 보는 편이지만, 윈터 솔져는 마블 영화임을 차치하고라도 정말 잘 만든 영화다. 화려한 볼거리와 입체적인 스토리라인의 조합은 2시간이 약간 넘는 러닝타임 동안 관객을 지겨워할 틈도 없게 해준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꼭 봐야할 영화다. 세계관을 뒤흔들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이 자체가 정말로 재밌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어벤져스를 이끄는 캡틴 아메리카를 제대로 표현한 영화가 없었다. 하지만, 윈터 솔져는 그것을 제대로 해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장점:

  • 입체적이면서도 관객을 지겹지 않게 하는 스토리라인
  • 드디어 빛나기 시작하는 크리스 에반스의 연기
  • 마블 영화다운 볼거리

단점:

  • 윈터 솔저의 비중이 생각보다 적다.

점수: 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