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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Translate] 애플은 어떻게 3D 터치를 만들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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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애플 기능을 만들기까지의 골때리는 과정.

이 글은 Bloomberg Business의 Josh Tyrangiel이 쓴 How Apple Built 3D Touch를 옮겨왔다.

애플은 오랫동안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어왔지만, 그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늘 한결같았다. 못 생기고 쓸데없이 복잡한 것을 이쁘고 쓰기 쉽게 만드는 것. 보통 잘 깎은 알루미늄으로 만드는 이쁨은 이러나저러나 영구적인 것이다. 하지만 쉬움은 계속해서 진화하는 것이기에 긱들의 잔치인 애플의 9월 이벤트를 며칠 앞두고 조니 아이브가 신경쓰고 있는 것은 새로운 애플 TV나 개 전용 출입구 크기의 아이패드가 아닌 하나의 기능이었다. 아이폰을 더 쉽게 쓸 수 있게 해주는 이 기능의 이름은 3D 터치다. “궁극적으로, 이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그가 새로운 아이폰 6s를 꽉 쥐으며 말한다. “회사 전반적으로 함께한 노력 끝에 나온 결과물이죠.” 또한, 그가 강조하기를, 3D 터치는 만드는데 매우 오래 걸렸다고 한다. 몇년씩이나.

애플의 디자인 스튜디오는 스톤헨지마냥 현실보다 상상 속에서 더 신비로움을 품는 곳이다. 열린 공간 안에서 확연히 구분되는 차림새의 30여개국에서 온 디자이너들이 아이맥 데스크톱 앞에 앉아 조용히 일하고 있다. 실제로 사용되기보다는 숭배받고 있는 듯한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는 부엌 옆에는 길다란 목제 테이블이 놓여있다. 바닥은 간단하게 콘크리트로 도배되어 있다. 흘러나오는 음악은 바삭바삭한 인디 음악이다. 벽 전체를 가로지르는 책장에는 디자인 전공자라면 몇 시간동안 빠져있었을 듯한 디자인 서적 전문 서점의 정돈되지 않은 모습을 철저하게 재현하고 있다.

이곳이 애플에서 마법이 벌어지는 곳임을 알려주는 단 하나는 바로 커튼이다. 아이브 말로는 그 커튼 뒤에는 다양한 아이디어 탐험과 절삭기계, 그리고 그조차 말할 수 없는 몇 개의 미래지향적인 것들이 숨어있는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가 있다고 한다. 이곳은 궁극적인 제1세계 문제들을 해결하는 곳이지만, 애플은 사용자와 제품 사이의 매우 작은 마찰조차도 없애기 위해 존재하는 기업이다. “우리는 ‘필연적인(inevitable)’이라는 단어를 많이 씁니다.” 애플의 유저 인터페이스 부문 수석 부사장인 알란 다이가 말했다. “우리 제품을 쓸 때 이렇게 쓸 수밖에 없다라는 느낌을 주고 싶은 거죠.”

태어난 지 10년이 거의 다 된 아이폰은 이제 젖살이 빠져 마른 체형의 청소년이 되었다. (2014년에 출시된 5.5인치짜리 형과 함께) 시리나 애플 지도같은 눈에 띄는 예외를 제외하고는 너무나도 많은 기능들이 자연스럽게 들어가서 의미있는 평가를 내리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무한을 리뷰하는 것같은 기분이랄까. 하지만 고객이 기대하는 순간 탁월함에 대해 공감하기란 어려워진다. 그냥 다듬기만 하면 기립박수를 받기가 힘들다. “매번 새로운 세대가 나올 때마다 기능성에 대한 기대는 커집니다.” 세계 마케팅 수석 부사장인 필 쉴러가 말한다. “그냥 무대에 올라서 ‘이건 작년 거보다 5% 더 잘 해냅니다.’라고 말할 수 없는 거죠. 아무도 신경쓰지 않으니까요.”

애플은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부터 지니어스 바 직원들의 차분함까지 상대하기에 힘들지 않은 회사가 되고 싶어한다. 마치 최첨단 기술이 오븐에서 갓 구워진 따뜻한 빵처럼 나오는 곳 말이다. 마치 디즈니의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곳”과 비슷한 것이다. “공학 관점에서 보면 [3D 터치가 하는 것을 구현할] 화면 기술을 만들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입니다.” 쉴러가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기술을 개발하는데 엄청난 돈과 1년(사실 2년)을 통째로 쓰는 셈인데, 그걸 사람들이 쓰지도 않을 기능에 쓰는 건 낭비나 다름없죠. 만약에 이게 보여주기용 기능이 돼서 한 달이 지나 아무도 안 쓰고 있는 기능이 된다면, 그건 공학도들을 엉뚱한 데 갈아넣은 셈이 됩니다.”

쉴러는 3D 터치가 획기적이라고 믿지만, 디자이너들은 그가 주장하는 바를 의식하지 못하는 사실을 숨기지는 않는다. “너무나도 많은 절대적인 것들과 수치들과 상대해야하는 회사임을 감안하면 놀랍죠….” 아이브가 뒷말을 흐렸다. “[디자이너들이 하는 일을] 측정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몇 년 동안이나 한 작업에 매달렸는데도 불구하고 이게 성공할 것인지 확신을 못 하죠.”

animation1-final애플의 디자인 프로젝트는 공식적인 시작과 끝이 없다. 몇 달 동안 잘못된 길을 드나들거나 풍경 좋은 길로 우회하는 것은 기본이요, 셀 수도 없는 일들이 동시에 진행된다. 그래서 3D 터치를 개발하기로 결정한 게 언제인 지도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말한다. 그들은 그저 “앱들을 조작하는 것을 모두 홈 화면에서 하는 것이 아닌, 유리를 누르는 것만으로 해당 기능으로 지름길을 만들면 어떨까? 그리고 아이폰이 이 목적을 그저 압력을 더 가하는 것만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출발했을 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애플이 디자인을 우선으로 하는 회사임은 잘 알고 있지만, 그 정도가 얼만큼인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애플에서 디자이너와 디자인 전공이 아닌 임원의 관계는 마치 아메리칸 파라오(2015년 아메리칸 크라운 경마대회에서 우승한 경주마 – 역주)와 그 조련사들과 비슷한 관계다. 한쪽이 명목상으로는 자리가 더 높지만, 반대쪽을 섬기는 구조인 셈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인 크레이그 페데리기 말에 따르면,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회사에서는 디자이너가 이걸 원한다고 하면, 엔지니어들은 만들기 쉬운 것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모든 기능은 천박한 타협이 됩니다.” 페데리기는 애플에서 시작해 회계관리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아리바에서 10년동안 일한 후 2009년에 애플로 복귀했다. “[3D 터치의 경우] ‘이게 바로 우리가 원하는 거야!’라고 외칠만한 디자인이 나오고 나서야 ‘이걸 만들려면 얼마나 어려울까?’라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죠.”

정답은, 정말 어려웠다. 하지만 경쟁사 입장에서 어려운 것만큼은 아니었다. 애플에게는 여전히 전세계에서 다양한 분야에 있어서 최고의 전문가를 모아서 창고에 넣어둔 다음 필요할 때 꺼내쓸 수 있을 정도의 막강한 자원(약 2,000억 달러의 현금)이 있기 때문이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전 임원은 작년에 애플이 30억 달러에 비츠를 산 것은 헤드폰 때문이 아닌, 지미 어오바인의 음악 산업에 대한 전문성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뭔가 문제를 하나 해결하려면, 그 분야에서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은 이미 여기서 일하고 있을 겁니다.” 다이가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디자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수억 명이 실제로 문제없이 쓸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낸다는 것은 자원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애플은 어떻게 해냈는지를 설명하는 회사는 늘 아니었다. 삼성이 애플이 하는 말을 듣고 유사한 기술을 특허로 먼저 등록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페데리기는 예의바른 비껴가기로 아이폰 6s를 들고는 3D 터치의 과제를 간단히 설명했다. “일단은 이렇게 얇은 기기에서 [누르는] 힘을 인식하고 싶은 겁니다. 힘을 인식하고 싶다고는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의도를 알고 싶은 것이죠. 마음을 읽고 싶은 셈입니다. 엄지손가락이나 다른 손가락을 사용하는 사용자가 당시에 조금 더 감정적이거나, 걷고 있거나, 소파에 누워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들이 의도에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지만, [전화기 안에 있는] 센서가 보는 것에는 영향을 줍니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기술적 문제들이 생기는 것이죠. 가속도계를 이용해 중력 변수를 제외시켜야 하는 경우도 있고, 사용자가 폰을 돌리는 것을 감지해 중력 변수를 넣어야 하는 경우도 생기죠. 엄지손가락은 다른 손가락과 터치 센서가 받아들이는 값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차이점이 힘을 인식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합니다. 그래서 포스 센서가 주는 값과 터치 센서의 값을 합쳐서 사용자가 원하는 상호작용이 무엇인 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가장 기본적인 알고리즘과 하드웨어에서 (이건 하나의 기본적인 것이니까요) 만약에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모든 게 안 됩니다.”

IT 기업임을 감안하면, 일할 때 상당한 물리적 스케치가 선행된다. 디자이너들은 많은 회의와 의무에서 면제되지만, (“우리만의 공간이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다이는 말했다) 재료 전문가들이나 엔지니어들과 엮이는 일이 매우 많아서 어차피 하나의 불규칙하고 거대한 조직이 되기 마련이다. 이직은 있을 수 없고, 새로운 팀원은 배우자 고르는 건 저리가라할 정도로 까다로운 심사 후에 선발한다. “디자인팀에서 하는 농담이 있는데,” 다이가 말한다. “같이 가족휴가를 가기 전까지는 팀에 끼워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룹이 뭔가 가망이 있는 것에 안착하면, (여기서 “뭔가”라는 말은 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표현할 방법을 당시에는 못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통용돼서 쓰인다) 미완성 프로토타입이 프로그램된다. 소프트웨어 프로토타입(보통은 그냥 제안된 상호작용에 대한 인쇄물이다)은 자석이 내장된 벽에 붙여진다. 하드웨어 프로토타입은 보통 실제 기기보다 어이없이 크고 보통 모두가 보고 평가할 수 있게 테이블에 놓여진다. 중심 팀원들은 매우 오랫동안 같이 했기에 으르렁대고 고개만 끄덕이는 듯한 피드백은 무슨 어린 아이가 하는 소리 같다고 아이브는 말한다. 이와 동시에, “의견이 있다면 무조건 말을 하는 편입니다.”

2006년 애플에 입사하기 전에 케이트 스페이드나 오길비 & 마더 등에서 디자인을 해온 다이는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계속해서 약하게나마 불안감에 시달린다고 말한다. “어떨 때는 언젠가 들킬까봐 죽을만큼 무섭습니다. 팀 [쿡]이 언젠가 제가 무능하다는 것을 알게 될까봐 불안한 거죠.”

불안감이 죄책감으로 훅 바뀔 수 있게 하는 유일한 것은 성능이다. “이 전화기에 넣은 모든 상호작용 기능들을 감안하면, 이들 중 원래 계획대로 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페데리기가 말했다. 애플은 먼저 코닝과 합작해 잘 휠 수 있는 아이폰 커버 유리를 개발했다. 일반적인 스와이프의 경우, 아이폰은 늘 하던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아이폰을 누르게 되면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백라이트에 있는 96개의 센서가 유리와 센서 사이의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한다. 이 측정값은 터치 센서의 신호와 더해져 화면의 이미지와 사용자의 손가락의 행동이 완벽히 맞게 하는 것이다.

animation2-final이 기술 중 일부는 애플 워치에 포스 터치라는 이름으로 먼저 들어갔다. 하지만 3D 터치와 포스 터치의 차이점은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과 족욕의 차이점만큼 크다. 화면의 크기도 그 차이점 중 하나이지만, 아이폰 6s의 소프트웨어가 더 큰 차이를 만든다. 사용자가 자세히 보고 싶은 사항 — 음식점 링크나, 이메일에 묻힌 11시 회의 초대 등 — 을 살짝 세게 누르면, 레스토랑의 웹페이지나 회의날의 캘린더가 살짝 보여지고, 뒤에 있는 것은 살짝 반투명 처리된다. 더 꾹 누르면 살짝 보고있던 것이 전체 화면으로 채워진다. 손가락을 떼면 원래대로 돌아간다. 화면을 누르기만 할 뿐, 홈 버튼이 필요없다.

물론 이것은 물리적 세상에서 일어나는 것과 정반대다. 진짜 물체를 누르면 그 물체가 가려지고, 주변에 있는 것들이 더 또렷하게 보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들은 이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이 진행된 뒤였다고 인정했다. 페데리기는 하드웨어는 힘을 측정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의도를 측정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반직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각의 “피크 peek”와 “팝 pop”엔 0.01-0.05초 길이의 햅틱 반응이 온다. 액션이 완료되었을 때 폰이 손가락에 보내는 일종의 “잘했어요” 제스쳐인 셈이다. (이 햅틱 반응의 정확한 타이밍은 그 자체만의 학문이다) 이 몇 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3D 터치의 성공은 얼마나 사용자의 무의식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느냐에 달릴 것이다. 한 4분 정도 걸린단다.

애플은 3D 터치를 아이폰 6s와 6s 플러스의 전반 — 전화, 날씨, 음악, 메시지, 웹 — 에 넣었을 정도로 기능에 자신이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도 아이폰이 9월 25일에 (같은 가격에) 출시할 때 앱을 업데이트해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며, 다른 개발자들도 기능의 잠재력을 끌어내볼 기회를 갖기 위해 줄을 섰다. “이건 아마 아이폰이 처음으로 나온 이후로 가장 큰 혁신일 겁니다.” 좀비 슈터 게임인 건핑거를 만든 픽셀 토이의 CEO 앤디 웨이퍼의 말이다. 화면이 힘을 인식하고, 탭에 반응하기 때문에 가상의 살가죽을 쏴죽이는 데 있어 큰 도약을 한 것인 지도 모른다. “물론 모든 건 쏘는 것에 귀결되죠.” 애플의 CEO인 팀 쿡이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지나간다.

애플의 이벤트는 네 달 전부터 준비작업이 시작되는데, 쉴러는 9월이 다가오면서 이벤트가 매우 길어질 거 같아 진땀을 빼고 있다. “두 시간 아래로 유지하기 위해 무진장 노력하고 있죠.” 쉴러가 말한다. “그런데 넘어갈 거 같아요.” 이것도 사실 디자이너들의 탓이다. “늘 기능 하나를 날짜에 맞춰 만든 적은 없습니다.” 아이브가 말한다. 기능을 묵혀두는 법은 없다. 기능은 준비가 될 때 준비되는데, 이번에는 수많은 아이디어가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animation3-final-slow결국 원 리퍼블릭이 공연을 끝마쳤을 때, 이벤트의 총 시간은 2시간 20분이었다. 3D 터치 외에도 영상을 앱화하고, 게임 컨트롤러도 겸하는 새로운 리모콘에, 너무 다양해서 개판이 되어버린 스트리밍 서비스들을 한 번에 검색할 수 있는 새로운 애플 TV(32GB 버전이 $149)가 있고, 12.9인치짜리 아이패드 프로($799부터, 11월에 판매)와 멋진 스타일러스인 애플 펜슬($99)도 있다. 거기에 새로운 애플 워치 밴드와 아이폰의 카메라 업그레이드,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향상된 동영상 촬영 및 편집, A9 마이크로칩 (전세대 대비 70% 성능 향상이 됐다고 한다), 그리고 동영상도 아니고 사진도 아니지만 좀 더 살아있는 기억처럼 만들어주는 라이브 포토까지. 각각의 발표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인상깊었고 모두를 모아놓으면 힘들었다.

“제가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너무 공식에 따라 발표를 짜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드는 거예요.” 쉴러가 말한다. 그는 2002년 세계개발자회의에서 스티브 잡스가 가식적인 오르간 음악과 안개를 만들어내며 무대 중앙에서 관이 솟아오르는 가운데 맥 OS9의 추도문을 읽었던 때를 떠올린다. “그렇게 기이한 건 오랫동안 안 해본 거 같아요. 이제 작은 스타트업이 아니라 대기업이 되면서 생기는 문제인지도 모르죠. 너무 이상해지거나 우리 자신이 아닌 거 같은 건 하기가 힘들어지네요.”

아이브의 최고디자인책임자로의 승진이 5월에 발표됐고 그의 차관들이 일상적 업무를 보고 있지만, 작은 무리의 애플 가십 사이트들은 이것이 느린 끝의 시작이라고 얘기했다. 아이브가 이렇게 거대해진 라인업을 관리하는 것에 대해 인내심을 갖지 못한다라는 얘기가 나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게 사실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고, 아이브와 쿡의 관계는 아직 가깝고 서로를 존경하는 동료의 관계다. 하지만 아이브는 애플이 커지면서 생길 수 있는 창작적 위험에 대비하는 것에는 철저하다. “상호작용이나 복잡성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은 혁신을 방해한다는 부가세가 딸려오곤 합니다.”

그는 자주 자신에게 “우리가 우리 자신이 더 쉽자고 제품을 만드는가, 아니면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해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그저 가족과 전체적으로 잘 맞고 점잖게 처신하는 제품을 디자인하는 건 전 관심도 없을 뿐더러, 아마 다른 사람들도 관심이 없을 겁니다.”

아이브는 3D 터치가 아이폰을 사용하는 경험을 향상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애플이 어떤 회사인지를 잘 보여주기 때문에 자랑스러워한다. 그는 이렇게 미묘하면서도 잠재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하는데 이렇게 많은 자원을 투자하는 회사는 보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냥 버튼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을 뭣하러 몇 년을 써가며 3D 터치를 개발할까요? 그건 컨텐츠와 매끄럽게 연결이 되기 때문입니다.” 약간 꿈꾸는 듯한 말투의 아이브가 말했다. “그리고 모든 게 2진법은 아니잖아요?”

디자인에 대한 애플의 믿음은 시가총액 7,500억 달러가 넘은 첫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달성시켜줬다. 그 말인즉슨 몇 년에 한 번씩은 “이건 이렇게 동작해야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몇몇 사람들의 직감에 회사의 미래를 걸어야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아이브는 자신의 디자인을 포커스 그룹에 맡기느니 평생 플립폰을 쓰겠다고 말한다. 3D 터치같은 변화를 줄 때, 애플의 사업 모델은 그와 그의 팀이 옳다는 것을 믿는 것이기 때문이다.

애플에서 변화된 것은 많지만, 그 믿음만큼은 초심에서 온 것이다. 2007년 1월에 아이폰이 처음으로 소개됐지만 아직 판매는 되지 않았을 때, 잡스는 다양한 미국 언론 매체에게 기기를 소개하는 여행길에 올랐다. 뉴욕시의 한 심심한 오피스 타워에서, 잡스는 아이폰이 그가 주장하는대로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쓸 기자들의 손에 기기를 쥐어줬다. 잡스는 유리가 안 깨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전화기를 떨구기도 했고, 통화품질을 보여주기 위해 스피커폰을 켜기도 했다. 지금에야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잡스는 물리적 키보드도 뺐고, 이를 기자들에게 설득시켜야했다. 그는 자원자 한 명에게 가상 키보드를 써보라고 했다. 그는 완전히 유혹 모드에 돌입해있었고, 그것이 최고조에 달하려는 순간에…

“안 되는데요.”

잡스는 무정하지는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방해의 근원을 쳐다보았다.

“계속 오타가 나요.” 자원자가 말했다. “키보드가 제 엄지손가락에는 너무 작아요.”

잡스는 미소를 짓더니 답했다. “엄지손가락이 저절로 배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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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Touch] 애플 워치 1.5 콜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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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애플이 워치의 새로운 콜렉션들을 선보였다. 이제 막 중간 사이클에 들어간 워치의 모습을 리프레시하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이번 애플 워치 1.5의 가장 큰 변화는 스포츠에 있다. 옐로 골드와 로즈 골드 색상이 추가됐고, 스포츠 밴드 번들 색에도 약간 변화가 있다. 그린이 판매 중단됐고, 그 자리를 오렌지가 채웠다. (블루도 약간의 변화가 있어서인지 신제품으로 표기되어있으나 뭐가 바뀌었는 지는 모르겠다) 애플 워치도 블랙 스포츠 밴드 모델이 스페이스 블랙 바디로 변경됐다. (예전에는 스페이스 블랙 모델을 사려면 무조건 링크 브레이슬릿이 있는 버전을 사야했다) 거기에 프로덕트 레드 스포츠 밴드가 패키지인 버전도 추가됐다. 클래식 버클은 새들 브라운이 추가됐고, 기존 블랙도 내부 마감이 새들 브라운으로 바뀌었다.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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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 골드의 색상은 아이폰 6와 상당히 비슷하다.

일단 애플 워치 스포츠에 추가된 골드부터 살펴보자. 개인적으로는 실버 스포츠보다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다. 이 색이 들어간 아이폰은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지만, 워치의 경우에는 이상하게 이해가 됐다. 게다가 워치 에디션처럼 반짝거리는 골드가 아니라 훨씬 더 자연스러웠다. 색 자체는 에디션의 그것보다 옅은 편이었고, 아이폰의 색과 상당히 유사했다. 따라서 아이폰 6s의 로즈 골드가 어떨 지 미리 볼 수 있는 셈이었다. 하지만 스포츠의 뒷면은 여전히 스테인리스 스틸 워치나 에디션과 비교하면 좀 밋밋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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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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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실물로 접해본 스페이스 블랙은 다스 베이더가 차고 다닐만한 시계같았다.

그 다음으로는 스페이스 블랙을 살펴보기로 했다. 정말 까맣다. 처음 본 순간 떠올린 건 다스 베이더였다. (내가 요즘 스타워즈에 심취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블랙 스포츠 밴드하고도 꽤 잘 어울리는 모양새다. 다만 확실히 블랙 계열의 밴드들하고만 어울릴 거 같다는 기분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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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히도 새로운 클래식 버클은 아직 들어오지는 않았으나 전시는 되어 있어서 전시된 것만 찍었다. 새들 브라운 클래식 버클이 꽤 끌리더라.

결론을 말하자면, 줄질에 대한 지름신만 더 불붙고 온 탐방이었다. 다행히도(?) 아직 대부분의 새 밴드 재고가 들어오진 않아서 (나중에 온라인 스토어 확인해보니 몇 주는 걸린다고 되어 있더라) 지름신으로 그친 게 다행이지만…

애플 워치 1.5 콜렉션 추가 모델 가격표

사진 촬영 및 취재에 협조해준 Apple Store St. Louis Galleria에 감사의 말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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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Review] 앤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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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앤트맨 Ant-Man
감독: 페이튼 리드
출연: 폴 러드(스콧 랭/2대 앤트맨), 마이클 더글라스(행크 핌/1대 앤트맨), 에반젤린 릴리(호브 밴 다인), 코리 스톨(대런 크로스/옐로재킷), 앤소니 매키(샘 윌슨/팔콘)
상영시간: 117분

딸에게 자랑스러워지고 싶은 아빠지만 현실은 교도소에서 막 출소해 전과자 신분으로 일을 찾기도 힘든 스콧 랭(폴 러드). 어느 날 그는 행크 핌(마이클 더글라스)에게서 세상을 구하고 다시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 기회를 주겠다며 수트 하나를 받는다. 그 수트는 핌이 핌 입자라는 물질을 이용해 개미 크기로 작아지면서 질량과 힘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앤트맨 수트. 그는 과거에 이를 다른 사람들이 악용할까라는 우려때문에 그 기술을 비밀로 유지하기 위해 자신만의 회사를 세우지만, 자신이 키운 제자 대런 크로스가 핌 입자를 역설계해 개발해낸 옐로재킷을 상용화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뚫을 수 없을 것만 같던 대기업의 전산망을 해킹해낸 전력이 있는 스콧을 고용해 옐로재킷도 훔치고 관련 파일도 모두 없애려는 계획을 세운다. 스콧은 앤트맨 수트의 능력에 적응함과 동시에 핌의 딸인 호프(에반젤린 릴리)에게 훈련을 받으며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이자 히어로가 될 준비를 하는데…

“앤트맨”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영화 중에서 특히나 영화로 나오기까지의 산통(?)이 상당히 많았던 영화이다. 앤트맨을 영화화하는 것 자체는 사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아이언맨”과 “인크레더블 헐크”를 통해 현실이 됐을 때 같이 공개되었었다. (생각해보면, “아이언맨”이 나온 지 벌써 7년이 넘었다) 그러나 이전 감독이었던 에드가 라이트가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개봉이 미뤄졌고, 이후에는 결국 라이트가 감독을 그만두면서 급하게 페이튼 리드로 교체됐다. 그러자 시나리오가 변경되면서 출연진도 일부 변경이 있었다. 여기까지보면 “판타스틱 4”의 재앙이 연상되는 부분이다. 다행인 것은, “앤트맨”은 그 재앙을 피해갔다는 것이다. 피해간 것으로도 모자라, 앤트맨은 올해의 마블 영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렇다. “에이지 오브 울트론”보다 낫다)

MCU가 커지고 커지면서 늘 잡기 어려운 것이 바로 처음으로 보는 관중들을 끌어들이는 것과 팬들을 흥분시킬 만한 내용을 넣는 것 사이의 균형이다. 5월에 개봉했던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이 균형을 잡는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앤트맨”은 이 균형을 잘 잡아낸다. 물론 이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처음 소개되는 영웅이라는 이점을 잘 활용한 것이기도 하지만, “앤트맨”은 이와 동시에 팬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을 충실하게 넣었다. 특히 팔콘의 등장 장면이 그렇고,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나오는 쿠키 영상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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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은 딸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에 앤트맨이 된다.

스콧이 앤트맨이 되는 과정은 MCU의 다른 히어로들과는 많이 다르다. 토니 스타크처럼 자신이 수트를 만든 것도 아니며, 스티브 로저스처럼 슈퍼 솔저 혈청을 맞은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들은 “세상을 구하겠다”라는 이상을 가지고 있지만, 스콧은 그보다도 소박한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은 것 하나로 옐로재킷 수트를 파괴해야하는 위험한 임무에 몸을 던진다. 이렇게 “앤트맨”은 다른 MCU 영화에 비해서 소박하다. 소시민이 아빠로 인정받기 위해 세상을 구하는 일에 동참하는, 어떻게 보면 현실적이지 않으면서도 매우 현실적인 영화가 바로 “앤트맨”이다.

“앤트맨”은 진지함과 개그를 종횡무진한다는 면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몇몇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작년 이맘때쯤에 개봉했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비슷하다. 이런 면에서 주인공인 폴 러드의 능청스러운 스콧 랭 연기는 영화를 재밌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그 뿐만 아니라 조연도 만만찮은데, 특히 스콧의 친구인 루이스 역을 맡은 마이클 페나는 시종일관 혼자서 개그를 책임지며 극의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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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맨”은 몸이 작아지는 히어로라는 설정을 이용한 독창적인 볼거리를 보여준다.

볼거리도 다른 MCU 영화와 비슷하게 화려하면서도, 작아질 수 있는 앤트맨의 능력을 이용한 장면들을 잘 짜내어 나름 독창적인 느낌이다. 이런 부분은 전 감독이었던 에드가 라이트의 구상이 잘 살아남은 부분이기도 하다. (엔딩 크레딧에도 보면 에드가 라이트가 각본으로 올라와 있다)

“앤트맨”은 다른 MCU 영화처럼 거대한 영화가 아니다. 소박하고, 아기자기하다. 거대한 스케일로 관객들을 폭격하던 “에이지 오브 울트론”같은 영화를 지나 이런 소박한 마블 영화를 만난 것은 신선하고도 기분이 좋아진다. 모르는 히어로여서 그냥 넘기겠다고?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거대함의 끝을 보여줬다면, “앤트맨”은 MCU의 숨겨진 보석, 혹은 진국같은 느낌이다.

점수: 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