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오늘 애플 이벤트를 보면서 모든 게 예상대로일 거로 생각했습니다. 이미 이벤트를 시작하자마 애플의 공식 트위터 계정은 아이폰 7의 존재를 알려버렸고, 무대에 오른 팀 쿡은 이것도 모르는 채 앱 스토어에 대한 자랑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쿡은 “지금까지 앱 스토어에 없었던 개발자가 이번에 드디어 합류합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전혀 감이 안 잡히고 있는데, 매우 익숙한 8비트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빨간 상의와 파란 멜빵 바지를 입은 매우 익숙한 게임 캐릭터가 등장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마리오였습니다. 이미 여기서 입을 떡 벌리고 있는데, 그것도 모자라 쿡은 마리오를 만든 전설적인 게임 개발자 미야모토 시게루를 소개했습니다. 닌텐도의 전설적인 개발자가 애플 이벤트 무대에 오르다니.
9월이 돌아왔다. 아이폰 사용자들에게는 고민이 큰 때다. 새 아이폰을 보면서 ‘저걸로 바꿔야 하나..’를 고민하는 때니까.
9월 7일(한국 시각 8일 새벽 2시)에 늘 그랬듯이 차세대 아이폰이 나온다. 벌써 새 아이폰이 9월에 나오는 것도 올해로 다섯 번째다. 올해 처음으로 전년 대비 판매량이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아이폰과 더불어 아이폰 매출이 2/3 이상을 차지하는 애플에도 위기라는 말이 많이 들린다.
하지만 애플은 별로 상관하지 않는 것 같다. 예전 같았으면 아이폰 6가 나온 지 2년이 됐으니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뀌어야 할 아이폰이 이번에도 기존 디자인을 살짝 손보는 선인 마이너 체인지 모델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스마트폰 단자에서 충전 단자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그 단자를 없애버린다고 해서 발표 전부터 시끌시끌하다. 이미 올해는 건너뛰겠다고 하는 기존 아이폰 사용자들도 주변에 많이 보인다.
제목: 제이슨 본 Jason Bourne 감독: 폴 그린그래스 출연: 맷 데이먼(제이슨 본), 알리시아 비칸데르(헤더 리), 토미 리 존스(로버트 듀이 CIA 국장), 줄리아 스타일스(니키 파슨스)
제이슨 본 시리즈는 늘 첩보물 트렌드에서 앞서는 영화였다. 첩보물의 전통적 강자였던 007 시리즈도 영감을 받을 정도로 본 시리즈의 임팩트는 컸다. 현장감 넘치는 격투 장면과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치열한 두뇌싸움까지. 3편인 <본 얼티메이텀>은 이러한 본 시리즈의 강점을 잘 보여준 영화였다. 그로부터 9년 뒤, 맷 데이먼과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다시 의기투합해 나온 <제이슨 본>도 전편과 비슷한 톤을 유지한다. 그런데 9년이라는 시간은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 10년보다 겨우 1년 짧은, 생각보다 꽤 긴 시간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지만, 그 사이에 <제이슨 본>은 약간 구시대적인 영화가 됐다.
물론 2016년의 실정을 반영하지 않으려 한 것은 아니다. CIA 국장 듀이와 굴지의 IT 기업 딥 드림의 CEO 애런 칼루어(이 아저씨는 구글 CEO 순다 피차이와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를 섞은 거 같다)의 갈등은 올해 초 있었던 애플과 FBI의 법정 싸움이 생각나게 하고, 이번에 새로 등장하는 CIA의 극비 프로그램 또한 스노든이 유출시켰던 프리즘 프로젝트가 생각나게 한다. (스노든이 언급되기도 한다) 직접 기자에게 팩스를 보내서 정보를 유출시키던 전편과 달리, 이번에는 파일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으로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제이슨 본은 똑같다. 문제는 바뀐 세상과 본 사이의 괴리다. 인터넷 시대에서 첩보원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던 <스카이폴>이나 <스펙터>와 다르게, <제이슨 본>은 어디까지나 본의 이야기이다. 그러다보니 위의 서브 스토리는 억지로 끼워맞춰진 기분이 들면서 매끄럽게 흘러가지 않는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지만, 결론적으로 두 개의 스토리가 따로 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아, 그리고 맷 데이먼이 나온 3부작은 보고 영화관을 향하는 걸 추천한다. 전편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마침 같이 본 친구가 3부작을 전혀 안 봤는데, 시작부터 니키 파슨스가 누군지 설명해야 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재미없냐? 그건 아니다. 일단 기본기는 확실히 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맷 데이먼과 줄리아 스타일스와 같은 돌아온 출연진이야 말할 필요도 없고, 여기에 알리시아 비칸데르와 토미 리 존스, 뱅상 카셀 등의 명배우들이 열연을 펼친다. 볼거리의 스케일도 훨씬 커졌다. 특히 라스베이거스에서의 클라이맥스 추격 장면은 제이슨 본 시리즈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스케일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제이슨 본>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는 이 영화의 가장 큰 홍보 포인트 중 하나인 제이슨 본의 귀환 자체가 약간 억지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미 다 끝난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다 보니 전작들의 강점이었던 치밀함이 줄어들었다. 여전히 탄탄한 기본기 덕분에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지만, 결국 데이먼과 그린그래스도 ‘억지로 돌아온 속편’의 저주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역시 박수칠 때 떠나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