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California Day 4: Apple, Google, Stan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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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커피.

지난 이야기:
Day 1
Day 2
Day 3

1/8

오늘은 몬터레이에서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올라가는 길에 실리콘 밸리를 들르기로 했다. 이것은 친구의 성지순례 코스 중 하나인 애플 본사를 방문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우리는 아침일찍 몬터레이 숙소를 나와 쿠퍼티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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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 타임.

쿠퍼티노에 도착할 때쯤에 나는 기름이 거의 바닥났다는 것을 알아챘다. 분명히 LA에서 출발하기 전날에 탱크를 채워뒀는데 전날 거의 500km를 달리면서 리터당 20km라는 기적적 연비를 보이고도 기름이 바닥난 것이다. (연료탱크가 다른 차보다 작은 거 같기도 하다. 배터리 자리 때문인가) 그래서 근처 주유소에서 다시 기름을 채워넣어야했다.

주유소를 빠져나온 우리는 일단 애플 본사로 향했다. 그러나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근처의 상가에 차를 대고, 10분 정도 걸어서 애플 본사로 진입했다. 나는 사실 2년 전에 혼자 온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근시일 내에 또 오게될 줄은 몰랐다. 물론 여기는 비슷하게 애플을 좋아하는 친구를 위해 들른 것이기 때문에 친구는 좋아하며 주변을 열심히 둘러보았다. 그래봤자 애플 본사는 접근할 수 있는 곳이 많이 없어서 대부분의 시간을 애플의 기존 제품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머챈다이즈를 살 수 있는 컴패니 스토어 안에서 보냈다. 친구는 안에서 자기가 살 기념품을 고르면서 시간을 보냈다. 대부분 “너무 못생겼다”며 들고 내리는 과정 끝에 결국 무광 검은색의 텀블러를 골랐다. 나도 텀블러가 하나 필요해서 같은 것을 하나 고르고,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줄 물병들, 그리고 유일하게 애플에 가기 전에 신체 치수를 보내주신 동성님 티셔츠를 하나 샀다. 애플에서는 매년(?)마다 티셔츠 문구가 바뀌는 듯한데, 이번에 사드린 티셔츠에는 “The world’s most advanced t-shirt.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티셔츠.”라는 문구를 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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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좋아하신 듯싶다.

애플 본사를 빠져나온 후에는 구글이 있는 마운틴 뷰로 향했다. 역시나 주차가 쉽지는 않았지만, 회사 크기가 애플보다 더 큰지라 방문자용 주차장에 어렵사리 차를 댈 수 있었다. 역시나 구글도 돌아다닐만한 곳은 많지 않았고, 안드로이드 동상이나 카메라에 담고 뜨기로 했다. 거기까지 어떻게 이동할까 하다가 구글 사내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자전거인 지바이크 GBike를 쓰기로 했다. 처음에는 방문자도 쓸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지만, 어차피 아무도 신경을 쓸 것 같지는 않아서 두 대를 빌려 안드로이드 동상이 있는 44 빌딩까지 이동했다. 웃긴 건, 안드로이드 동상 앞에 도착해서 사진을 찍다가보니 우리의 지바이크가 모두 없어졌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자유롭게 탈 수 있는 것이다보니 자유롭게 탈취도 당하고 하나보다. 결국 차로는 걸어서 돌아와야 했다. 날이 하도 좋아서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 다음으로 간 곳은 스탠포드 대학교였다. 이미 UCLA에서 방문자 주차가 얼마나 어려운 지 뼈저리게 느낀 우리는 근처의 스탠포드 쇼핑 센터에 차를 대고 걸어서 대학교로 진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것도 나름의 또다른 계산 오류였는데, 학교가 너무 커서 도보 진입이 힘들었다. 결국 포기하고 다시 쇼핑 센터로 돌아와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맥도날드를 먹을까하다 그냥 안에 있는 베이커리에서 피자를 시켜먹었다. 그것도 실수로 두 판을 시켜서 하나는 저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맛은 괜찮았다. 친구는 음식의 냄새를 맡고 접근하는 비둘기들과 계속해서 사투를 벌였다.

다 먹고나서, 친구는 여기서 지인들 기념품 쇼핑을 해야겠다고 말했고, 쇼핑 센터 지도를 보더니 씨즈캔디가 있다며 나를 끌고 사탕 쇼핑을 했다. 친구 말로는 지인이 사와서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자기도 좀 사야겠단다. 상점에 들어가니 점원에 샘플 사탕을 하나 쥐어줘서 열심히 빨았다. 그런데 턱이 아직 완전히 나은 상황이 아니라.. 쉽진 않았다. (무엇보다 사탕이 컸다. 턱도 잘 안 벌어지니…) 같이 받아서 빨았던 친구보다 한 두 배는 더 걸렸던 것 같다. 쇼핑센터를 나오기 직전에 나는 소니 스토어를 들렀다. 다른 게 아니라 한국에서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구할 수 없었던 RX100용 그립을 사려고 한 것인다. 문제없이 하나를 구할 수 있었다.

팔로 알토를 빠져나와 드디어 우리는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중간중간 불안불안한 날씨를 마주치긴 했지만, (한 번은 안개가 너무 심하게 낀 경우도 있었다.) 우리는 곧 비가 왔다 방금 갠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할 수 있다. 숙소는 시빅 센터에 위치한 홀리데이 인이었는데, 시내 중심부에 있어서 위치가 상당히 좋긴 했으나, 주차비를 따로 받았다. 그것도 하루에 30달러씩이나. 그런데 숙소 점원 얘기를 들어보니, 차는 되도록이면 안 들고 나가는 게 좋을 거라고 했다. 예를 들어, 피어 39도 시간당 9달러란다. 광화문에서 주차하는 것도 그것보단 쌀 거다. 결국 다음날은 그냥 대중교통의 한도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여행 루트로 다시 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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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본 야경.

저녁을 아까 산 피자로 떼우고, 우리는 다음날 여행 일정을 열심히 짜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짠 여행 일정은 매우 큰 굴레여서 세부 일정은 가면서 조율해야했던 데다가, 차를 가지고 나가면 안 되겠다는 판단에 차가 필요한 일정은 전부 배제해야했다. 결국, 나는 대학교 친구가 가봤다는 금문교 자전거 라이딩을 부랴부랴 예약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2014 California Day 3: Pacific Coast High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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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운전을 위한 준비는 철저히.

지난 이야기:
Day 1
Day 2

1/7

대망의 캘리포니아를 종단하는 날. 전날 프리우스에 연료도 가득 채워둔 나는 전날처럼 7시에 출발해 또다시 LA의 러시아워를 겪으며 친구를 픽업하러 갔다. 8시쯤 도착하고 주인이 없어서 체크아웃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다가 겨우 체크아웃하고 나오니 30분이 지난 뒤였다. 나오면서 윌셔 가의 유명한 코리아타운을 뚫고 갔는데, 심지어 버라이즌 스토어도 한글이 난무하는 것을 친구는 신기해하며 연신 셔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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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하니 코리아타운.

LA에서 북쪽으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일단 101번 고속도로를 타야했다. 그런데 이 날따라 길이 무지하게 밀렸다. LA 밖으로 완전히 빠져나오고 나서야 정체가 좀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좀 더 달리자, 해안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101번 고속도로에서 잠시 빠져나와 해안가에 주차해 사진을 좀 찍으며 경치를 즐기다가, 다시 101번을 타고 더 북진했다. 길은 해안가를 벗어나 잠시 산길로 들어섰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롬폭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이미 아침을 친구가 숙소에서 간단히 만들어준 딸기잼 + 땅콩버터 샌드위치로 해결한 건 함정.) 어딜 갈까 하다가 친구의 계속되는 미국 햄버거투어(?)의 일환으로 잭 인 더 박스를 가기로 했다. 친구는 치킨버거를 시키고, 양악 수술 때문에 아직 턱을 벌리기가 곤란했던 나는 치킨 텐더를 시켜먹었다. 그 와중에 내가 차던 나이키+ 퓨얼밴드는 배터리가 다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맥북을 꺼내서 충전해야했다. 치킨 텐더는 좀 기름졌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다시 북진하기 시작했다. 101번에서 빠져나온 우리들은 캘리포니아 1번 국도, 즉 태평양 연안 고속도로(Pacific Coast Highway, 줄여서 PCH)로 갈아탔다. 왕복 4차로였던 도로는 2차로로 줄었지만, 아직 길은 쭉쭉 뻗어 있었다. 우리는 중간중간 해안가에 멈춰서 사진도 찍고 했는데, 중간에는 바다코끼리의 군락지도 있었다. 이 때 내가 혹시나 해서 챙겨간 망원렌즈가 유용하게 쓰였다. 여기서 차도 긁었는데, 주차하려고 후진하다가 사이드미러로는 절대로 보이지 않는 치워둔 표지판 비슷한 것에 부딪혀 살짝 찍힌 것이다. 다행히도 보험 덕분인지 나중에 따로 수리비가 청구되지는 않았다. (어차피 저걸 굳이 수리하겠어…?)

조금 더 올라가자, 쭉 뻗은 길은 곧 굽이굽이 산악길로 바뀌었고, 나는 차를 열심히 몰아붙였다. 그런데 차가 하필 프리우스라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니었다. 당장 집 차만 몰고 와도 좋았을텐데..라며 나는 한숨을 지으면서 몰면서도, 괜찮은 경관이 나오면 어김없이 차를 세워서 사진을 찍곤 했다. 한 번은 어떤 사람들이 차를 타고 오더니 오는 길에 주유소 본 적이 있냐고 묻기도 했다. 연료도 별로 없고, 우리랑 같은 방향으로 왔는데, 본 기억이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도 기억이 없어서 차라리 계속 가는 게 더 나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 차를 먼저 보내고 우리도 따라 출발했는데, 10분 뒤에 우리는 주유소에서 탱크를 채우고 있는 그 차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모는 프리우스는 그렇게 험하게 모는데도 리터당 20km 아래로 떨어질 생각을 안 해서 중간에 채울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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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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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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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다리.

우리는 올라오면서 계속 PCH에서 그나마  빅스비 다리 Bixby Bridge를 찾았다. 문제는 정확한 위치를 몰랐다. 애플 지도나 구글 지도 모두 검색을 해도 뜨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골 해안가라 휴대전화 신호도 왔다갔다했다. 그래서 우리는 내비게이션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면서 우리가 사진에서 본 기억만으로 빅스비 다리를 찾아야했다. 결국 그 다리는 거의 몬터레이에 다 갈 때 쯤 나왔다. 이미 어둑어둑해지고 있어서 삼각대를 펴고 친구의 NEX 카메라로 장노출 촬영을 했다. 하도 따뜻해서 모르고 있다가 해가 일찍 지는 걸 보고나서야 지금이 1월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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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비 다리.

몬터레이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 7시가 다 되어서였다. 아침 8시에 친구네 숙소에서 출발했으니, 무려 11시간을 운전한 셈이다. 어떻게 이걸 해냈는 지는 아직 생각해봐도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일단 나와봤지만 주변에 있는 게 없어서 결국 내가 LA에서 사둔 컵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했고, 영화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