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돌아왔다. 아이폰 사용자들에게는 고민이 큰 때다. 새 아이폰을 보면서 ‘저걸로 바꿔야 하나..’를 고민하는 때니까.
9월 7일(한국 시각 8일 새벽 2시)에 늘 그랬듯이 차세대 아이폰이 나온다. 벌써 새 아이폰이 9월에 나오는 것도 올해로 다섯 번째다. 올해 처음으로 전년 대비 판매량이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아이폰과 더불어 아이폰 매출이 2/3 이상을 차지하는 애플에도 위기라는 말이 많이 들린다.
하지만 애플은 별로 상관하지 않는 것 같다. 예전 같았으면 아이폰 6가 나온 지 2년이 됐으니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뀌어야 할 아이폰이 이번에도 기존 디자인을 살짝 손보는 선인 마이너 체인지 모델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스마트폰 단자에서 충전 단자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그 단자를 없애버린다고 해서 발표 전부터 시끌시끌하다. 이미 올해는 건너뛰겠다고 하는 기존 아이폰 사용자들도 주변에 많이 보인다.
구글이 애플이 2014년에 개발한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인 스위프트를 안드로이드에 적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더 넥스트 웹을 통해 알려졌다.
8일(현지 시각) 기사에 따르면, 애플이 스위프트를 오픈 소스로 만들었을 무렵(2015년 9월쯤)에 구글, 페이스북, 우버가 런던에서 스위프트에 대한 비밀회의를 했다고 한다. 세 회사 모두 스위프트를 각자의 개발 환경에 적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구글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안드로이드의 ‘주 사용(first-class)’ 언어로 스위프트를 쓰겠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게 라이센스비다. 안드로이드는 현재 자바 언어를 ‘주 사용’ 언어로 사용하고 있는데, 자바는 오라클의 언어이다. 그러다 보니 현재 구글은 오라클을 상대로 최대 11조 원가량의 배상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는 소송을 6년째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스위프트는 오픈 소스이기 때문에 라이센스 문제에서 벗어난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이 꽤 있다. 스위프트는 오브젝티브 C를 교체하려고 태어난 언어다. 그래서 안드로이드 런타임 자체가 스위프트로 다시 만들어져야 하고, 거기에 기본 라이브러리 전체가 스위프트와 호환되도록 해줘야 한다. 몇 가지 API는 스위프트가 전혀 못 읽는 C++로 쓰여서 이 부분도 다시 써야 한다. 지금의 자바로 쓰인 안드로이드의 거의 모든 부분을 스위프트로 다시 써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개발자인 로메인 고옛(Romain Goyet)이 증명했듯이 불가능하진 않다.
한편, 구글은 코틀린을 쓰는 것도 고려해봤다. 스위프트와 달리, 코틀린은 안드로이드 스튜디오와 호환되기 때문에 언어의 적용은 더 쉬운 편이다. 그러나 구글은 코틀린이 컴파일링을 할 때 너무 느리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더 넥스트 웹에게 전했다고 한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페이스북과 우버도 스위프트를 쓰는 것을 고려 중이지만, 일단 구글이 안드로이드에 적용하는 것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일단 안드로이드에서 스위프트를 제대로 지원해줘야 이들에게도 이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구글이 스위프트를 안드로이드에 적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거다. 안드로이드 서비스, 앱, API가 전부 스위프트로 다시 쓰여져야 하고, 지금은 일부 개발자가 시도하고 있는 스위프트의 안드로이드 호환 작업도 진두지휘해야 한다.
그러나 스위프트는 오픈 소스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깃허브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 11위에 올랐을 정도로 무섭게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스위프트를 배운 개발자들의 수요도 대단해서, 일단 구글이 스위프트로 옮겨간다면 스위프트의 인기는 지붕을 뚫을 수도 있겠다.
iOS의 진화는 꾸준히 기능의 추가 면에서 이뤄졌다. 정말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봐도 되겠다. 이걸 8년 동안 하려니 결국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운영체제가 전반적으로 무거워지기 시작했고, 매해마다 잡아야하는 버그도 늘어났다. 버그와 함께 살 자신이 없으면 iOS를 업데이트하지 말라는 말도 많았다.
애플이 오늘부터 배포를 시작한 iOS 9은 발표 시점부터 애플이 성능에 관해서 강조를 많이 했다. 그 말은 즉 이전 iOS의 성능에 문제가 있었음을 애플에서 일부 인정한 것이다. 전체적 성능 뿐만 아니라 전력소모 면에서도 개선됐다고 애플은 설명한다.
과연 올해는 그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까?
새로운 기능들
그래도 새로운 버전의 iOS이니만큼, 새로운 기능이 빠질 수는 없다. 몇몇 부분이 한국에서 쓸 수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완전히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iOS 9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시리와 전반적인 능동적 비서 역할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시리의 기능이 강화되었는데, 좀 더 세세한 미리 알림 설정(“차에 탈 때 커피를 챙기라고 알려줘”)이나 사진 검색(“1년 전에 영국에서 찍은 사진들 보여줘”)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스팟라이트 검색도 강화돼 간단한 계산 기능이나 (앱이 지원하면) 써드파티 앱 내부의 컨텐츠를 스팟라이트에서 바로 검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한 위에는 사용자의 시간별 사용 패턴이나 연락 패턴 등을 분석해 자주 쓸만한 앱이나 연락처를 제안해준다. 물론 이건 iOS의 기본 전화 앱과 메시지 앱만을 분석하기 때문에 카카오톡에서 자주 연락하는 친구들이나 비트윈에서 꽁냥꽁냥하고 있을 애인님의 연락처는 뜨지 않는다. (애인님이랑 전화를 자주 한다고? 그럼 그건 다른 이야기겠지)
이러한 시리의 예측성 도움은 다른 곳에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이어폰이나 블루투스 헤드셋을 꽂으면 음악을 자주 듣는다는 걸 알기에 음악 앱을 자동으로 준비시켜준다. (요즘은 팟캐스트를 자주 들었더니 팟캐스트 앱을 띄워준다) 또한 모르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올 경우 메일에 적어놓은 번호와 일치시켜 “아마도 이 사람 같습니다”라고 보여준다. 또한 이메일에 일정 얘기가 나오면 캘린더에 자동으로 그 일정을 미리 넣어둔다.
이러한 기능들은 우선 좋은 시작이긴 하나, 구글 나우의 기능보다는 뒤떨어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구글은 서버에 보관된 사용자의 정보까지 모두 읽어내는 반면, 시리는 철저히 아이폰에 로컬로 저장되어있는 것만을 분석하기 때문이다. 이는 애플이 사용자 사생활 보안에 대해 강력한 주장을 펼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다만 이 한계 내에서 애플이 이 기능을 얼만큼 발전시킬 수 있을 지는 두고볼 일이다.
이번 iOS 9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기본 앱 중 하나가 바로 뉴스다.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큐레이션해서 보여주는 앱이다. 실제로 써봤을 때 내가 지정한 주제에 따라 적당한 주제를 다양한 매체에서 끌어오는 능력이 꽤 괜찮았다. 컨텐츠 제공자라면 애플에 뉴스 앱 입성(?)을 요청할 수도 있다. 다만 이거도 기묘한 이유로 지역별 잠금이 걸려있어 한국에서는 써볼 수 없다. (지역에 따라 나오는 언론매체가 달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노트 앱 또한 업그레이드되었다. 이제는 웹사이트 링크를 노트에다 바로 넣을 수도 있고, 손으로 직접 스케치를 그릴 수도 있다. 지도 앱도 대중 교통 내비게이션을 지원하는데, 당연히 한국은 빠져있을 뿐더러 미국에서도 몇몇 대도시만 지원한다. 유일하게 거의 모든 도시가 지원하는 곳은 중국 뿐이다.
iOS 9은 아이패드에도 많은 새로운 기능들을 가져온다. 특히 멀티태스킹이 용이해졌다. 이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스와이프하는 것으로 다른 앱을 화면전환의 필요없이 임시적으로 불러올 수 있으며, 원하면 화면을 분할해서 계속 띄울 수도 있다. (화면 분할은 아이패드 에어 2와 지난주에 발표된 아이패드 프로만 지원한다)
iOS 9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다른 기능 중 하나는 바로 개발자들이 광고를 막게 해주는 앱을 개발할 수 있게 지원해준다는 것이다. 사파리에 뜨는 광고들을 이 앱들로 모두 제거할 수 있다. 이미 다양한 앱들이 출시대기 중이다.
iOS 9의 새로운 기능은 이 정도가 되겠다. (이 중 일부는 또 지역 제한에 막힌다) 이 외에도 시스템 서체 변경, 앱 링크로 다른 앱으로 넘어올 때 새로 생긴 돌아가기 버튼 등의 자잘한 개선점이 있지만, iOS 9의 포인트는 이것이 아니다.
시스템 성능 개선
보통 시스템 성능 개선은 새로운 운영체제에서 잘 얘기하지 않는 부분이다. 좋은 마케팅 포인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 iOS 8의 버그잔치 홍역이 길었던지라 애플은 시스템 성능 개선 부분에만 키노트의 10분을 할애했다.
먼저, 전반적인 반응속도가 빠릿해졌다. 애니메이션 백엔드의 변화 덕분이다. 기존에 애니메이션을 렌더링하는데 쓰였던 OpenGL 대신 iOS 8에서 선보인 API인 메탈로 애니메이션 렌더링 성능을 끌어올렸을 뿐만 아니라, 전력소모도 줄였다. 또한 시스템의 내부도 손을 봤는지 예전보다 멀티태스킹 성능이 많이 나아졌다. 특히 사파리가 툭하면 탭을 다시 불러오던 iOS 8 때보다 훨씬 나은 성능을 보인다.
배터리 성능도 한결 나아진 것이 눈에 띈다. 확실한 측정치가 없기에 월 스트리트 저널에서 측정한 것을 따오자면, iOS 8과 비교해 배터리 시간이 40분 더 늘어났다. (7시간 20분 vs 8시간) 또한, 저전력 모드가 생겨 비상시에 전력 소모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화면을 더 어둡게 하고, 백그라운드 새로고침을 꺼버리며, 프로세서에 성능 제한을 걸어 전력 소모를 최소화시킨다. 그러나 폰을 못 쓸 정도로 느려지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아이폰 배터리가 80% 이상이 되면 저전력 모드가 자동 해제된다. (원하면 다시 켜줄 수 있다) 애플 측에 따르면 저전력 모드를 켜면 안 켰을 때보다 3시간을 더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저전력 모드 토글이 설정 – 배터리 안에 묻혀있는데, 최소한 설정 첫 화면을 빼던지 아니면 새로 생긴 배터리 위젯(아이폰 뿐만 아니라 아이폰에 연결된 애플 워치의 배터리도 보여준다)에 토글을 내장했으면 더 좋았을 거 같다.
OTA 업데이트 용량도 훨씬 적어졌다. 작년 iOS 8의 OTA 업데이트시 필요한 용량이 4.6GB에 달해 16GB 아이폰을 쓰는 사용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아이튠즈를 통해 업데이트해야했는데, 이번에는 이 용량을 1.3GB로 ¾ 가까이 줄였다고 한다. 사실 애플의 16GB 아이폰 살리기는 iOS 9에서 많이 보인다. 애플 뮤직도 그렇거니와 이번 iOS 9의 새로운 개발자 기능 중 하나는 사용하는 폰에 따라 앱 스토어에서 해당 앱에 필요한 리소스를 골라 그 부분만 설치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필요없는 부분은 능동적으로 삭제했다가 필요할 때 앱 스토어에서 해당 부분을 다시 받아올 수도 있다. 그래도 이쯤 되면 새 아이폰은 16GB로 안 사시는 게 좋지 않나 싶다.
watchOS 2
오늘은 iOS 뿐만 아니라 워치OS의 새로운 버전인 2.0이 배포되는 날이기도 하다. (배포 직전에 애플이 버그가 해결이 안 됐다고 업데이트를 연기했다) 워치OS 2에 대한 리뷰를 따로 올리기에는 내용이 부족하기에 여기서 조금 언급하고자 한다. (시간도 없고)
워치OS 2 또한 시스템 레벨에서 큰 변화가 있다. 바로 네이티브 앱 개발 지원이다. 지금까지의 워치 앱은 모두 UI 관련 요소만 워치에 올려두고, 실제 구동은 아이폰에서 한 다음 워치에 보여줄 결과물을 다시 폰에서 워치로 전송해야하는 구조였다. 이러한 구조는 개발자가 워치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많이 줄였을 뿐더러 앱의 성능과 안정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워치OS 2에서는 네이티브 써드파티 앱이 지원되면서 이러한 제한이 풀리게 된다. 이제 앱의 실제 구동을 워치 내부에서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점이 있는데, 먼저 워치의 하드웨어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나 각종 센서에 직접 접근할 수 있고, 워치 내에서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동영상 재생도 가능해진다. 워치가 연결 정보를 아는 와이파이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다면 폰 없이도 데이터를 직접 가져와서 앱 구동이 가능하다. 물론 전력소모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새로운 기능이 들어갔다. 기본 시계 보기에서 디지털 크라운을 돌리면 앞으로의 일정이나 날씨를 보여주는 시간 여행이 탑재되었고, 사용자가 원하는 사진이나 사진 앨범을 배경화면으로 쓸 수 있다. 워치를 가로로 눕힌 상태에서 충전하면 탁상시계 대용으로 쓰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이 “탁상시계” 모드는 탁상시계가 따로 없는 나로서는 알람으로서의 기능도 해주기에 정말로 유용하다.
업데이트할까?
며칠 전 보도에 따르면 iOS 9의 배포를 앞둔 시점에서 iOS 8의 최종 점유율은 87%였다고 한다. 다른 운영체제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최신 버전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긴 하지만, 이전 버전들은 늘 넘기던 90%를 결국 넘기지 못했다. 8은 그만큼이나 난장판이었다.
과연 iOS 9은 어떨까? 애플이 아예 성능 개선에 초점을 맞춘 만큼 성능이 많이 개선되었고, 버그도 눈에 띄는 몇 가지(메시지에서 사진을 첨부하려고 하면 메시지 앱 자체가 이따금씩 얼어버리는 경우가 있다)를 제외하고는 꽤 안정적이다. 이제야 안심하고 iOS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iOS 9은 단순히 애플이 성능 개선에만 신경쓴 버전은 아니다. 애플이 iOS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미래를 미리 엿볼 수 있기도 하다. 물론 현재로서는 모든 기능이 완벽하진 않지만, iOS 9은 앞으로 애플이 계획하고 있는 iOS의 미래를 미리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미래는 현재로서 봤을 때 꽤나 좋아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