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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Touch] 애플 포스 터치 트랙패드

신기하다.

애플이 이번 새 맥북에서 강조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포스 터치 트랙패드다. 물론 맥북은 4월초까지 안 나올 예정이지만, 이벤트와 동시에 출시한 13인치 맥북 프로에 포스 터치 트랙패드가 추가되었기에 만져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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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 터치 트랙패드의 대략적 구조. 대문자 I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 압력 센서고, 중앙에 피드백을 위한 전자석이 달려 있다.
(출처: Apple)

포스 터치 트랙패드의 원리는 간단하다. 일반 트랙패드의 안에 있을 법한 매커니즘을 모두 빼고, 이를 사용자가 손가락을 누르는 강도를 측정하기 위한 압력 센서와 진동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전자석을 넣어 클릭할 때 피드백을 주는 방식이다. 또한, 누르는 강도를 측정하기 때문에 더 강하게 누르면 좀 더 강한 피드백과 함께 또다른 기능이 동작하게 된다.

과연 이런 새로운 구조가 13인치 맥북 프로에 필요한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포스 터치 트랙패드가 애초에 개발된 건 새로운 맥북의 미치도록 얇은 케이스에는 기존 트랙패드 보드가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스 터치로 바꾸면서 기능이 추가되기 때문에 13인치 프로에도 이를 넣기 시작한 듯하다. 물론, 나중에 15인치 모델이 브로드웰 프로세서로 업데이트가 되면 그 모델에도 들어갈 것은 자명하다.

그러면 이것을 실제로 경험해보면 어떤 기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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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생긴 건 똑같다.

새로운 13인치 맥북 프로를 한 대 잡고 트랙패드를 눌러봤다. 웬걸? 그냥 클릭하는 기분이다. ‘뭐야, 이거 구형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시스템 정보를 불러왔다. 분명 2015년형이다. 다시 한 번 눌러본다. 또다시 클릭과 함께 사파리가 열린다. 혹시나 싶어 트랙패드를 자세히 살펴봤다. 내가 눌렀을 때, 트랙패드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원래 트랙패드를 클릭하면 실제로 움직이는 것이 눈에 보이지만, 이 녀석은 누르는 방향으로 유리가 아주 살짝 눌릴 뿐, 눌리는 건 아니었다. 내가 느꼈던 ‘눌리는 기분’은 바로 탭틱 엔진의 전자석이 내는 진동이었던 것이었다. 이 느낌은 노트북을 꺼보면 확실해진다. 끄면 아무것도 안 눌리니까.

하지만 계속해서 옆에 있는 일반 트랙패드를 가진 맥북 프로와 비교해보니 약간의 차이점은 알아낼 수 있었다. 기계적 트랙패드보다 클릭이 좀 더 얕은 기분이랄까? 물론 이 ‘기분’은 탭틱 엔진이 내보내는 ‘가짜’ 클릭감이다. 그것만 빼고는 실제 클릭하는 것과 어떠한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소프트웨어로 진동 모터를 제어해 얻어낸 것이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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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업데이트된 트랙패드 설정. 포스 클릭의 강도와 포스 클릭 자체를 끄고 켤 수 있다.

여기서 좀 더 세게 누르면 포스 클릭이 되는데, 포스 클릭을 하면 애플 워치처럼 다른 기능이 동작한다. 일례로, 단어에 포스 클릭을 하면 사전 팝업이 뜨면서 영어로 무슨 뜻인 지 볼 수 있다. 주소에 포스 클릭을 하면 지도 팝업이 떠서 위치를 대략적으로 보여주고, 파일을 포스 클릭하면 미리 보기가 된다. 메시지나 메일에서 대략적 날짜 및 시간을 포스 클릭하면 캘린더 팝업이 떠서 이벤트를 생성할 수 있다.

솔직히 포스 클릭을 구현하기 위해(라기보단 부가적 기능이겠지만) 트랙패드를 완전히 새로 만든 것치고는 할 수 있는 게 적은 건 아쉬웠다. 물론 10.10.3 베타에서 포스 터치 API가 들어갔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자신의 앱에서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주리라는 건 믿지만, OS 내에서도 포스 클릭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을 다양하게 설정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하드웨어 자체는 정말 신기하다라는 느낌이다. 내가 이런저런 기기들을 만져보면서 ‘좋다’라는 생각까진 들어도 ‘신기하다’라는 생각은 잘 안 들기 마련이었는데, 포스 터치 트랙패드는 정말 말 그대로 신기하다. 어떻게 진동 모터로 이런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지… 만약 포스 터치 트랙패드 때문에 트랙패드의 클릭감이 다를까 걱정하시는 분들은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이 하드웨어가 워치에 들어간 것에 이어 차세대 아이폰에도 탑재될 수 있다는데, 어떤 가능성을 또 만들어낼 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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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Review]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병신같지만 멋있어”의 표본.

제목: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Kingsman: Secret Service
감독: 매튜 본
출연: 콜린 퍼스, 사무엘 L. 잭슨, 마이클 케인, 태론 에거튼
상영 시간: 128분

영화의 스토리가 엉망인 경우는 보통 두 가지의 이유로 인해 나뉜다. 하나는 그냥 스토리가 엉망인 경우다. 이는 각본의 미흡, 감독의 자질 부족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나타난다. 다른 하나는 일부러 스토리를 엉망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경우다. 이 경우는 흔하지 않은 것이, 겉면은 개연성이 전혀 없어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영화가 성공하기 위한 기본적 장치들은 모두 완벽히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이 후자의 경우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이하 킹스맨)의 플롯은 정말로 각본가가 약을 빨고 쓴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다. 정부를 초월하는 범세계적 사제(?) 첩보기관이라는 설정, 이 첩보기관에서 일하던 아버지를 어린 나이에 여의고 삐뚤어졌지만 마법같이 아버지의 뒤를 잇는 주인공, 전세계를 구하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그걸 하겠다고 정신나간 방법을 쓰는 악역, 주변 캐릭터 모두 현실과 완벽히 동떨어져 있다. 이건 흡사 제작진이 우리에게 시작부터 “앞으로 전할 이야기는 전혀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인데 그래도 계속 볼래?”라고 관람동의서(?)를 내미는 느낌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에 서명하는 순간, 킹스맨의 플롯이 전혀 말이 안 된다는 사실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게 된다. 그냥 이 미친 파티에 그냥 동석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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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박이 성공하는 것은 이 개연성 문제를 지나면 킹스맨의 플롯은 놀랍도록 잘 짜여져있기 때문이다. 적재적소에서 터지는 긴장과 이를 풀어주는 유머, 그리고 현란한 액션 장면이 조화를 잘 이룬다. 그리고 대사 자체도 영화 자신의 정체성을 계속해서 꼬집는 듯하다. 제임스 본드와 제이슨 본은 물론이고 심지어 잭 바우어까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여기서 문제: 이 이름들의 공통점은? 정답은 영화에서 확인하자.) 이러한 당당한 B급 마인드는 이 영화의 원동력이자, 초심이다. 그리고 제작진은 이 초심을 영화 끝까지 잘 유지해낸다.

이러한 각본을 배우들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그거대로 문제였을테지만, 킹스맨에서 배우들의 아우라 역시 대단하다. 특히 콜린 퍼스는 이미 킹스 스피치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이지만, 킹스맨에서 액션배우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주인공 에그시 역을 맡은 태론 에거튼도 성공적인 캐스팅이었고, 그 뒤를 마이클 케인, 마크 스트롱과 같은 전통적 영국 명품조연들이 잘 받쳐주고 있으니 이 영화가 성공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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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퍼스의 수트빨도 볼거리라면 볼거리다.

영화의 볼거리 또한 살짝 약을 하셨나란 생각이 든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이기 때문에 피가 좀 보일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머리가 터지는데 거기서 폭죽이 나간다던가)이 뒷통수를 또 갈긴다. 다만 살짝 아쉬운 것은 액션 장면의 카메라워크나 장면 전개는 좋았으나(특히 교회 장면은 어떻게 찍었나 싶을 정도로 인상깊다) 속도가 빠른 느낌인 건 좀 아쉽다.

사실 킹스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냥 최근에 시사회를 갔던 사람들의 후기가 하나같이 “미쳤지만 너무 재밌다”라는 반응이라 점점 궁금증이 쌓여갔다. 그리고 실제로 본 킹스맨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렇다, 정말 미친 영화다. 하지만 킹스맨은 그게 매력이다.

점수: 9.5/10

P.S) 아무래도 악역의 이름인 발렌타인은 노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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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Review] 호빗: 다섯 군대 전투

관객도 같이 지구전을.

20141104000041_0_99_20141104004813제목: 호빗: 다섯 군대 전투 The Hobbit: The Battle of the Five Armies
감독: 피터 잭슨
출연: 마틴 프리먼 (골목쟁이네 빌보), 이안 맥캘런 (간달프), 리차드 아미티지 (참나무방패 소린), 올란도 블룸 (레골라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스마우그 / 사우론 목소리)
상영 시간: 144분

용 스마우그를 쫓아내고 에레보르 왕국의 외로운 산을 되찾는 데 성공한 소린 일행. 그러나 그 과정에서 호수마을은 불바다로 변해버리고, 소린은 황금에 눈이 멀어 명예와 우정을 저버리기 시작한다. 거기에 스마우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몫을 챙기기 위해 바르드가 이끄는 호수마을의 인간들과 스란두일이 이끄는 요정들이 외로운 산 앞으로 진격하고, 소린이 부른 사촌이 이끄는 난쟁이군과 가운데땅의 고대의 적인 사우론이 보낸 오크 군대까지 오게 되면서 다섯 군대 전투가 시작된다. 이 가운데 빌보는 우정을 지키기 위해 큰 선택을 하게 된다.

 

 

 

초반에 간단한 설정을 설명한 후, 영화는 곧바로 메인 이벤트인 다섯 군대 전투로 쉴 새 없이 몰아친다.

호빗: 다섯 군대 전투는 호빗 시리즈가 가지고 있었던 문제점을 그대로 계승한다. 즉, 쓸데없이 늘였다는 것. 영화는 제목이 그렇듯이 원작의 거대한 전투인 다섯 군대 전투를 메인으로 다루고 있는데, 이 전투의 문제는 쉴 새가 없다. 영화의 2시간 24분 러닝타임(사실 3시간 넘기는 게 일인 호빗이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 치고는 상당히 짧은 시간이다.) 중 2시간 가까이가 한 번에 이어진 전투 장면들이다.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이나 왕의 귀환에서의 전투들은 분량이 그렇게 길지 않았거나, 중간에 잘라내서 관객들이 쉴 틈을 줬는데, 다섯 군대 전투는 계속해서 몰아치니까 다 관람하고 나니 피로감이 상당히 심했다. 다 보고 난 후 집에 와서 기절했을 정도였다. (물론 이는 굳이 영화 자체뿐만의 문제는 아니었지만서도.)

타우리엘 역의 에반젤린 릴리는 연기를 참 잘했다. 다만 각본이 참…(…)

그리고 영화 자체가 전투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다른 스토리 요소는 개연성이 없다. 그나마 칭찬해줄 만한 부분은 소린의 캐릭터적 진화 과정인데, 이도 원작보다 설정을 많이 추가했다고 한다. 영화에만 나오는 캐릭터인 타우리엘과 킬리의 로맨스는 여전히 뜬금없고 (이 정도면 스타워즈 에피소드 2의 아나킨-파드메 로맨스 급이다) 전투가 끝나고 나서의 뒷정리도 그냥 어영부영 넘어간다. (왕의 귀환과 비교해보면 무슨 말인 지 아시리라 본다.) 영화의 길이를 늘이기 위해 원작에 없는 설정을 덕지덕지 붙이다보니 스토리의 개연성이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사실 호빗 원작 자체가 이렇게 영화를 세 편이나 만들기에는 무리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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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프리먼이 분한 빌보의 분량을 늘이는 건 각색에서 잘 한 것 중 하나다.

그나마 제작진이 각색한 부분 중 다행인 건 골목쟁이네 빌보의 활약을 많이 추가했다는 점인데, 이는 빌보 역의 마틴 프리먼이 활약할 수 있는 분량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마틴 프리먼의 연기는 빛난다. 사실, 각색이 엉망이라 그렇지, 명배우들이 모인 만큼 연기만큼은 정말 최고라 해주고 싶다. 피로감이 문제라 그렇지, 전투 장면 자체의 몰입감도 최고다. (몰입감이 최고니 두 시간 내내 보고 지쳤지…)

호빗 시리즈 세 편을 다 보면, 계속해서 쓸데없이 늘였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피터 잭슨은 원래 호빗을 두 편으로 할 계획이었으나, 설정이 계속 붙으면서 세 편짜리가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설정을 더한다 한들, 원작이 (반지의 제왕에 비하면) 워낙 짧은 소설이라 무리수를 많이 뒀다. 피터 잭슨의 욕심이 화를 부른 거 같아 이런 점에서는 많이 아쉽다. 그러나 여전히 호빗 시리즈는 중간계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볼 만한 영화다. 반지의 제왕처럼 명작 반열에 오르지는 못 하겠지만, 빌보의 이 여정도 프로도의 그것처럼 같이 가볼 만하다.

점수: 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