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RX100의 완전한 리뷰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RX100M2가 나와버렸고, RX100도 올해 말이면 단종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됐으니, RX100 리뷰에서 가장 중요한 샘플 사진들 부분을 끄집어와 리뷰를 해보고자 한다. 거기에 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RX100을 쓰면서 느낀 점 몇 가지를 적어보고자 한다.
(샘플 사진은 모두 워터마크와 리사이즈 외에는 어떠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평소에 하는 이미지 압축도 화질 손상을 우려해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데이터 종량 요금제를 쓰는 상황이시라면 이 포스트를 보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RX100이 온 날 찍은 사진이다. 이 날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도 도착해 이를 셋업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버스 맨 뒷좌석에서 찍은 사진이다. 컴팩트 카메라에서 이런 화질이 나온다는 사실에 놀랐던 사진.
참고로, RX100은 인텔리전트 오토 모드에서 광량이 적을 때 감도를 높이기보다는 조리개를 계속 낮춘다. 그러다보니 1인치 센서임에도 불구하고 초점이 맞은 부분의 앞과 뒤 초점이 날아간 것이 보인다.
아웃백의 유명한 에피타이저 빵. RX100의 접사 능력이 빛나는 샷이다.
아무도 없는 영화관에서 한 컷. 이 사진은 다중 노이즈 감쇄로 찍은 것인데, 사진 여러 장을 찍어서 노이즈를 강제로 줄이는 기능이라 디테일을 좀 죽이는 면은 있지만 웹 게시용으로는 꽤 쓸만한 기능이다.
이태원에서 유명하다는 피쉬 앤 칩스 전문 음식점에서 먹은 피쉬 앤 칩스다. 사람들은 영국 요리하면 진저리를 내지만, 우리 가족은 오히려 이번에 갔다온 오스트리아/독일/체코보다 영국에서 먹은 게 더 나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만큼 영국 음식이 맛없어서 다양하게 먹어서일 지도 모른다.)
얘는 참고로 원조맛같지는 않더라. 아 또 영국 가고 싶네. (…)
오페라의 유령 국내 공연할 때 찍은 팬텀의 가면. 나는 오페라의 유령을 총 세 번 봤다. 런던에서 한 번, 서울에서 두 번.
오페라의 유령이 유일하게 본 뮤지컬이라는 건 함정이지만… (고등학교에서 제작한 뮤지컬은 논외로…)
프렘군과 초밥을 먹으러 가서 찍은 사진. 이 날 교정 와이어를 너무 세게 당겨놔서 초밥 먹을 때 이 아파 죽는 줄 알았다.
지금까지 보면 내가 모든 사진을 최대광각으로 찍은 것을 알 수 있는데, 그것은 내가 35mm 환산 28mm 정도의 화각을 선호해서이기도 하지만, 렌즈의 특성상 최대광각이 제일 유리해서이기도 하다. 가장 조리개가 많이 열리고, (조금만 땡겨도 조리개수가 확 높아진다) 무엇보다 최단초점거리가 5cm 정도로 접사에 유리하다. (역시 줌만 땡기면 최단초점거리가 확 늘어난다.)
초밥아저씨(@btakeya)와 골빈해커님(@golbin)의 먹사 장면. 이 날 이 사람들 (+1) 만난다고 판교까지 갔다. 오후에 코엑스에서 친구 만날 약속 안했으면 꼬박 4시간을 지하철에 있을 뻔했다. 아 결국은 그렇게 된 건가 (…)
비 오고 갠 풍경을 HDR 그림 모드로 찍은 사진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카메라 자체 필터를 별로 안 좋아한다. 약간 원본이라는 것을 더 선호하는 주의랄까.
테헤란로에 피어있는 꽃을 찍어 보았다. RX100은 어느 컴팩트 카메라보다 훨씬 탁월한 접사성능을 보인다.
창경궁에서 찍은 사진. RX100으로 찍은 사진 중 제일 잘 나온 사진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군복무 시절에 같이 일했던 미군이다. 말차 때 전역 축하해준다고 비번날을 골라서 같이 서울을 돌아다니며 놀고 밥도 먹었다.
내 모교인 화랑 초등학교의 정원이다. 내가 졸업했을 때는 이 정원이 생긴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불모지 수준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이렇게 울창해졌다. 세월이 흐르긴 흐른 모양이다.
프라하에서 찍은 야경이다. 프라하는 늘 이렇게 구시가지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이들중 80%는 아마 삼각대 따위는 없으니 손각대로 찍었는데, 이럴 때 RX100의 고감도 노이즈는 빛을 발한다.
프라하 공항에서 마지막 식사를 할 때의 모습. 이 사진은 RAW로 찍었는데, 흥미로운 점은 원본 파일은 왜곡이 꽤 심하다는 점이다. 애플의 RAW 변환 소프트웨어에 버그가 생겨 왜곡이 생기는 원본이 그대로 드러났던 건데, 애플이 곧바로 수정을 해준 덕분에 지금은 제대로 나온다.
RX100 하드웨어 자체에 대한 몇 가지 간단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 카메라 크기 자체가 워낙 작다보니 그립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스트랩은 필수. 소니에서도 이 문제를 인식했는지 RX100M2 출시와 함께 RX100에도 부착할 수 있는 그립을 출시했다. 나도 이거 사야하는데, 구하기가 은근히 어렵다. 코엑스 소니 스토어를 두 번이나 갔는데 실패하고…
- 하지만 크기는 상당히 마음에 든다. 여름에는 청바지 주머니에 (좀 튀어나오긴 하지만) 넣고다닐 수 있고, 겨울에는 안전하게 자켓에 넣고 다닐 수 있다. 평소에 들고다니면서 찍어도 웬만큼의 화질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 RX100의 알루미늄 디자인은 고급스럽지만, 떼가 잘 타고 먼지도 잘 낀다.
- RX100에서 제일 아쉬운 점은 틸트 화면이 아니라는 사실. 그래서 RX100M2의 새로운 것 중 가장 부러운 게 틸트 화면이다.
- 화면 자체는 꽤나 밝아서 야외에서 사용할 때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 배터리는 한 300여장 간다고 되어 있는데, 느낌상 400장까지도 푸시가 가능할 듯하다. 평소에 캐주얼하게 들고 다니며 사진 찍기에는 부담스럽지 않은 배터리 수명이지만, 제대로 출사를 나간다고 하면 조금 간당간당하다.
- 칼 자이스 렌즈는 최대광각에서는 따라올 자가 없다. 문제는 줌만 땡기면 F1.8 조리개의 이점도 사라지고, 무엇보다 최단초점거리가 확 늘어난다. 조금 땡기고 찍으려 하니 초점을 못 잡고 헤매는 것 때문에 놓친 샷이 꽤 된다.
- 메뉴 구조는 NEX에 비해 훨씬 쓸만하다. 메뉴 때문에 헤매는 일은 없다고 보면 된다.
결론적으로, RX100은 메인 카메라로 쓰기에도 좋지만, 서브로서는 정말 최강이다. DSLR 수준의 화질과 메뉴 구조, 그리고 조작 덕분에 다른 컴팩트 카메라와는 급이 다른 녀석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면 M2를 적극 추천드린다. 위에 언급한 틸트 화면도 들어가 있고, 센서도 약간의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으며, 핫슈도 있어 외장 플래시나 외장 전자식 뷰파인더 (가격이 40-50만원대다. 카메라의 반값…) 등의 다양한 확장을 할 수 있다.
아예 이 종류의 카메라를 메인으로 쓰고 싶다면, 이번에 나온 RX10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RX100M2와 같은 센서에 8.3배짜리 24-200mm (35mm 환산) 칼 자이스 렌즈를 탑재했다. 이 렌즈는 게다가 F2.8의 고정 조리개를 갖고 있다. 하지만, 부피가 더 크고, 무엇보다 가격이 RX100M2의 거의 두 배인 점은 감안해야 한다.
어떤 선택을 하던, RX100 시리즈는 화질 면에서 실망을 시키지 않을 카메라임은 분명하다.
3 replies on “KudoPhotos: Sony DSC-RX100”
와 정말 좋아보여요
저는 사다놓고는 안 쓴지 몇 주 째구요…༼ ´༎ຶ ..༎ຶ`༽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고 저 가면사진을 저희 파티홍보용 포스터 사진으로 사용하고 싶습니다. 허락 부탁드립니다^^
출처를 정확히 밝혀주시고, 어떻게 사용하실 건지 시안을 간단히 이메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kudokun@me.com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