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1: 1차 오류 수정 (클리앙의 iLife님 감사합니다.)
2010년에 영암에서 F1이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F1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첫 한국 그랑프리를 한다길래 당시 미국에 있던 나는 어찌어찌 스트리밍을 하는 사이트를 찾아서 중계를 보았다. 그런데… 재밌었다. 뭔가 알 수 없는 이유였지만, 끌렸다.
그러나 F1에 대한 관심이 아주 커진 것은 아니었다. 그 다음 해 군에 입대를 하면서 훈련소에서 시간을 보내느라 두 번째 한국 그랑프리는 보지 못했다. 세 번째는 부대에서 근무를 하면서 봤다. 그 때 결심했다. 마침 전역도 했고, 한국에도 있을 내년에는 직접 보러 가리라.
그로부터 1년 뒤, 그 꿈은 이뤄졌다.
포뮬러 1, 줄여서 F1은 단일 종목으로 하면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이다. (믿기는 힘들겠지만) 매년 시즌에 따라 24개 정도의 레이스를 하는데, (내년부터는 20개로 준다) 올해 레이스가 20개였고, 내년부터는 22개로 늘어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전라남도 영암에서 2010년부터 7년동안 그랑프리를 개최하기로 계약이 되어 있다.
출발 전날, 모든 카메라 장비를 꺼냈다. 5년 이상 현역인 충직한 D300, 군 복무 시절에 영입한 서브디카 RX100, 요즘도 이따금씩 활동하는 D40x. 결국 D300에는 내가 가진 렌즈 중 유일한 망원인 AF-S 니코르 70-300mm VR을 물리기로 하고, 나머지 화각의 샷은 RX100이나 아이폰 5s가 해결하기로 했다. D40x는 아빠가 내 원래 메인 렌즈인 AF-S 니코르 18-200mm VR을 물려서 챙겨가기로 했다.
다음 날, 집에서 오전 5시 30분에 나섰다. 창동역이 이렇게 텅 빈 것은 처음이라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역에서 김밥을 사 아침으로 우걱우걱 먹으며 출발. 전 날 불꽃축제를 그리도 하던 여의도가 보인다. 이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했다.
그렇게 다양한 풍경을 넘다보면…
… 이렇게 목포역에 다다르는 것이다.
일단 점심을 해결해야 했기에, 근처 식당을 검색해서 들어갔다. 초원음식점이라는 곳인데, 갈치구이가 꽤나 맛있다. 그런데 간판을 까먹고 안 찍었다. (…)
점심을 먹고 목포역에서 셔틀 버스를 타고 서킷으로 이동했다.
서킷에 도착을 하자 맞는 것은 황량함과…
…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인 것이다. 저게 다 서킷 순환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이다 ;;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목포역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서킷에 도착할 때쯤에는 뚝 그쳤다는 것이다.
F1이랑 탑기어… 무슨 조합인 지는 모르겠으나 무튼 ㅇㅇ
드디어 경기장 좌석에 도착.
여기는 I-b 석인데, 가장 싸면서도 앵글이 제일 좋아보여서 선택했다. (티켓 정가로 사고 온 호구가 여기 있습니다…)
위치가 딱 헤어핀이라 사진 찍기가 꽤 좋았는데, 저놈의 스피커들만 아니었어도. (…)
그랑프리 시작 전, 말 많았던 블랙 이글의 축하공연이 있었다. 뭐 작년에 군대에 있을 때 미군 에어쇼할 때 봤던 지라 별 감흥은 없었지만… 그래서 사진 올리기도 귀찮다 (…)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 앵글을 가늠해보려고 담았던 샷.
세이프티 카인 메르세데스 SLS AMG.
바깥 세상에서는 3억을 넘는 최고의 슈퍼카이지만, 저 트랙 안에서는 한없이 초라해질 뿐.
제바스티앙 베텔의 레드불 F1 카.
페르난도 알론소(였던 거 같다)의 페라리 F1 카. (중간중간 온보드 카메라가 있는 곳이 형광색인 것은 마싸의 차라고.)
맥라렌 F1카.
키미 라이코넨이 소속된 로터스 F1 카.
루이스 해밀턴이 소속되어 있는 메르세데스-페트로나스 팀의 F1 카.
처음에 레이스가 막 시작했을 때 이 차들의 가공할 속도에 깜짝 놀랐다. 헤어핀임에도 100km/h를 넘는 속도에 나도 못 따라가고, 주인이 못 따라가니 D300의 AF 추적도 못 따라갔다. 뭐 그것도 나중에는 좀 적응이 되기 시작하더라. 14비트 무손실 RAW를 썼더니 메모리가 버티지를 못하는 것 같아서 (나중에 확인해보니 그 상태에서는 연사속도가 초당 2.5프레임까지 떨어진다) 12비트로 바꿔주고, 버퍼 다 찰 때까지 계속 주구장창 날렸다. 그렇게 17랩째에 찍은 사진이 500장이 넘었다.
벌써 500장 찍었다. 17바퀴째인데! (…)
— 쿠도 (Jake Lee) (@KudoKun_) October 6, 2013
이 날 있었던 일 1) 니코 로즈버그의 메르세데스 카의 앞 스포일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아래로 꺼졌다. 결국 그는 한 바퀴를 불꽃 쇼를 벌이면서 돌고 예정에 없던 피트 인을 해야 했다.
메르세데스에서 스포일러가 바닥으로 꺼져서 가느라 피트 스톱이 22초 ;;
— 쿠도 (Jake Lee) (@KudoKun_) October 6, 2013
2) 맥라렌 팀의 세르지오 페레즈의 타이어가 과도한 브레이킹을 못 견디고 파열. 저 누더기 상태로 한 바퀴를 돌고 피트로 들어갔다.
결국 첫 번째로 세이프티카가 출동했다.
3) 레드불 팀 소속 마크 웨버의 차가 다른 차와의 충돌 이후 화재가 나면서 리타이어. 저 멀리 연기나는 사진을 찍어뒀는데 그게 어딘가에서 사라졌다. (…)
이로 인해 두 번째로 세이프티카가 출동했다. 아빠 말로는 연기 냄새가 장난 아니었다고… (난 그때 화장실을 가서…)
그 외에도 리타이어하는 차는 꽤 됐다.
이 날의 우승자는 역시나 베텔이었다.
이런저런 사고가 많이 났는데도 1위권은 상당히 평화로웠다(?).
그는 직접 손을 흔들며 빅토리 랩을 돌았다.
경기가 끝나고 씨스타와 2PM의 축하공연이 있었다.
워낙 경기를 본 곳과 공연이 있는 상설 패독이 멀어서 걷고 걷다보니… 이미 사람들이…(…)
저 거리가 내가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는 거리였다. 그렇게 망원 렌즈와 크롭 후보정으로 극복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 화소수 높은 거 사고 싶다 (…)
순환 버스가 늦어서 우리는 씨스타 공연이 끝나고 미련없이 떠났다.
9시 15분 기차. 서울역에 도착한 시각 0시 49분. 집에 도착한 시각 1시 30분.
집을 나간 지 20시간만에 복귀했다.
기차 안에서 나는 피곤했지만 그렇다고 잠이 오지도 않았다.
아직도 F1 카들의 굉음이 귀에 선하고, 타는 고무 냄새도 맡아졌다.
그 아드레날린은 쉽게 가라앉혀지지 않았다.
그럼, 내년에 또 갈 거냐고?
그러고 싶다. 하지만, 이번에 너무 힘들었던 것이 아무래도 당일치기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1박 2일은 해야할 것 같다. 그 날 예선전을 못 보더라도 좀 여유롭게 가서 목포 바다 구경도 하고 그럴 시간을 가져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이번 F1은 나에게 또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하나 만든 것 같다.
One reply on “2013 F1 코리아 그랑프리 후기”
아 멋집니다 박수
열정에 또 박수를
저는 티비로 보는데도 쫄깃쫄깃
직접 보셨으면 어마어마 하셨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