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내에서 예상치 못하게 시작된 카트놀이.
카트를 도대체 어디서 구해왔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내 책상이 더러울 때와 좀 깨끗해질 때.
내 책상 의자에 앉아서 찍은 방. 아무리 싱글이라지만, 참 작다.
하지만, 요즘은 잘 수 있는 공간이라도 있는 게 어디인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불 정리 좀 하고 찍을걸… ;;)
세계 경제를 논하면서 미래를 기획하는 포부있는 모임이다.
나도 처음에는 이미 이그젝 포지션에 있던 선배의 부름에 끌려갔지만, (신기하게도, 지금은 그 선배와 단짝 남매 사이가 됐다는 후문…)
왠지 모르게 이 모임에 끌리면서 이그젝 자리 하나를 꿰차게 되었다.
처음에는 사람이 많더니… 역시나 학기가 지나면서 점점 줄어드는 양상이다… 다들 안오냐… 빠직 -_-++
카리스마 있으신 회장님 경재 선배부터 시작해서, 외무 담당 범준 선배, 내무 담당 상철이 형, 재무 담당 지은이 누나(에헴… 날 끌어들인…), 서기 은지 누나, 그리고 막내이자 IT 자문인.. 나.
추석 바비큐 현장.
불고기와 김치와 밥. 이렇게 세 가지였는데도 꿀맛이었다.
(내가 그린 거 아니다. 읽어보니 자칫 잘못하면 그런 분위기가 풍겨서… ;;)
내 공부하다가 밤샌 일이 물론 많지만, 남 도와주다가 밤샌 일도 있다. (뭐… 주말이기도 했으니까.)
위 사진은 미술 전공인 지은이 누나 학 접는 거 도와주느라 밤샐 때 찍은 사진이다.
접는 종이에 뭘 한국어로 쓰라길래… 아예 거기다 트윗팅을 해버렸다. 트윗 중독도 아니고 나도 참… 미쳤지.
역시 가을이 제일 아름답다.
10월 말의 어느날, 나는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뉴햄튼으로의 귀향길(?)에 올랐다.
보스턴으로 가는 아침 비행기를 잡아타기 위해 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5시. 아침을 먹고 싶어도 음식점이 문을 열지도 않았었다.
그럼 어쩌리? 아침이 열릴 때까지 아이폰으로 미드를 보면서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_-;;
(위 사진만 보고 무슨 미드인지 맞추시는 분들은… 용자까진 아니고 좀 대단하신 분… ㅋㅋ)
참 오랜만에 온 보스턴 공항.
달라진 건 그닥 없어보였다.
공항 앞 지하철역.
목적지 주소만 알았던 나는 어김없이 아이폰을 꺼내들어 길 검색을 했고,
지하철을 타러 갔다.
이 두 장의 사진들의 왼쪽에 있는 것이 바로 Boston University의 기숙사 중 한 군데다.
9층에, 500~600여명을 수용한다고 한다. 난 내 기숙사가 큰 줄 알았지.
역시 보스턴은 세인트 루이스보단 크다. 그리고 좀 추웠다. (뉴햄프셔의 감각을 잃으면 안되는데… 이런.)
너무 사람 만나느라 바뻤던 것이다.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하루에 모두 만나려니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그만큼, 아직도 난 그 날을 꿈 같았던 날로 기억하고 있다. 24시간 뒤에 정신을 차리니 난 내 기숙사 방에 앉아 있었으니까.
지은이 누나와 나는 자주 장을 보러 가곤 한다.
어쩌다 보니 이게 생활이 되버렸다.
분명 고등학교에서 살 때와 조리 상황이 그닥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먹을 건 많다.
참치에 햄에 각종 비상용 인스턴트 식품, 에너지 바, 그리고 주스까지… (냉장고 없으면 주스 사지 않는 게 좋다. 사고 나서 깨달았다.)
위 사진은 스펀지밥 인형인지 베게인지를 들고 찍었다. 신기한 물건 보는 것도 장의 재미 중 하나인 것 같다.
결과는 뭐… 대략 뻗으신 내 친구 범진이를 보면 알 거다.
사실, 우리 결정도 아닌, 같은 층에 사는 어떤 중국애가 같이 가자 그래서 따라갔는데…
살 건 없고, 여기서 밤은 새야겠고, 말 그대로 죽을 맛이었다.
결국, 월마트에서 산 것보다 나중에 애플 온라인 스토어에서 산 게 더 많았다. 역시 난 애플빠인 걸까…
그 다음 날에는 우리 엄마의 친구분 딸인 정민이를 만났다.
정민이는 내가 있는 미주리 주의 시골바닥(!!)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노래방을 좋아하는 정민이를 위해 대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한국식 노래방에서 둘 다 목이 완전히 나갈 때까지 노래 뽑아주시고
(나도 한국에서 이후로 본격적인 노래방질을 한 것은 이 날이 처음이라 장난없었다), 그 옆에 있는 한국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난 나의 All-time Favorite인 김치찌개를 먹었다.
그나저나 정민이 코넬은 붙었으려나… 엄마 말로는 친구분한테도 연락이 없단다. 나도 정민이한테 연락이 안되고… 궁금하다.
그렇게 추수감사절 방학을 보내고, Black Friday 때 주문한 것들이 도착했다.
하나는 내 아이폰과 한국의 세살배기 스킨폰을 위한 블투 헤드셋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은이 누나 생일을 위해 내가 준비한 iWork ’09였다.
곧 맥을 살 거 같다고 한 데다가, Black Friday라고 80달러짜리인 것을 50달러에 판매하는 것이었다. 이것만한 선물이 없다.
그런데, 이걸 주문하고 들은 청천벽력같은 한 마디: “주형아, 나 맥 내년 가을까지 안 살 거 같아…”
음… 그냥 다음 9개월동안 고이 모셔두라고 했다. 9개월동안 쓰지 못하는 생일선물이라… 이렇게 미래지향적(?)인 생일선물도 없다.
그래도 누나야, 생일 축하해!
그렇게 가을은 지나고… 겨울이 오고 있다.
며칠 전 추위에 벌벌 떨면서 찍은 고드름이 그 증거다.
비와 눈이 섞어서 떨어지더니, 온도가 뚝 떨어졌다. 한때는 뉴햄튼보다 여기가 더 추웠으니(두 곳의 날씨를 모두 다 아이폰으로 추적중이다), 할 말 다 했다.
난 이번 학기를 잘 보낸 걸까…
솔직히, 학업적인 걸로 따지면, 완전 망했다. 내 인생 최악의 성적이 나올 수도 있다.
물론, 파이널로 약간의 만회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워낙에 기대를 버린 지라, 일단 내가 할 수 있을 만큼은 최선을 다해 보려고 한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나름 합격점을 주고 싶다.
대학에 와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아직도 대학에 있는 것이 믿기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대학 첫 학기를 보냈다.
난 벌써 학생 그룹의 이그젝 멤버 중 한 명이 되었고, 내가 사는 기숙사 층에서는 나름 캐릭터도 잡힌 것 같다.
이제 이것이 내 다음 학기 스케쥴이다.
이번 학기를 전례로 해서 다음 학기는 약간 나와 관련이 있으면서도 내가 관심이 있거나 꼭 들어야 하는 과목들을 적절히 밸런스를 맞춰서 등록했다.
(이번에는 꼭 들어야 되는 과목들이 너무 산같이 많아서 날 그냥 산 채로 먹어버렸다.)
컴사 II야 뭐 전공과목이니 들어야 하는 거고, 디지털 포토그래피는 내가 하는 취미로 하는 거고 (근데 웨이트리스트다… ;;;)
라이팅 1은 전교생 필수과목이라 듣고, 태양계 수업 또한 내 관심이고 (이런 수업 대학에서 들어보고 싶긴 했다), Calc III 또한 필수과목이다.
이제 4일이면 한국에 간다.
사실, 이번주까지 한국에 간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다.
다른 애들은 계속 “야, 10일 남았어!” 그러고, 엠센만 봐도 D-5 이런 식으로 카운트다운을 하던데…
난 왜 잊고 살았는 지 모르겠다.
사실, 지난주에 1주일 뒤면 한국에 간다는 생각이 팍 드니까 속으로 너무 깜짝 놀랐다.
이번 겨울에는 볼 사람들도 많다.
계속 벼르고 있었던 트위터리안 모임에도 나가봐야 하고, 수능을 끝낸 재수생 친구들도 봐야 하며, 그리웠던 가족까지.
김칫국을 마시면 안되겠지만… 내 마음은 벌써 한국에 간 듯하다.
젠장할… 파이널 빨리 끝내고 그 다음에 생각하자.
P.S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보니 D300으로 찍은 것보다 아이폰으로 찍은 것들이 훨씬 더 많았다.
하지만, 난 아직도 내 D300을 사랑한다. 그저 가끔씩은 좀 무거워서 아이폰이 대타가 되는 것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