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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Column] 애플 2014년 9월 이벤트 후기

팀 쿡의 애플.

오늘 있었던 애플의 이벤트를 원격으로 취재한다는 것은 머리아픈 일의 연속이었다. 애플이 제공하는 스트림에서 갑자기 울려퍼지는 중국어 동시통역은 이해해주겠는데, 스트리밍 자체가 매우 불안정해서 꺼졌다가, 갑자기 처음부터 재생했다를 반복했다. 중간에 애플 공식 스트림을 갔다가, VLC에 스트리밍 주소를 입력했다가, 더 버지의 라이브블로그를 드나드니 짜증은 치밀지만 어쩌겠는가. 할 일은 해야지. 이렇게 일이 계속 터져서 우왕좌왕하던 내 중계를 계속해서 잘 봐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는 바이다.

그 얘기는 뒤로 하고, 오늘 이벤트를 이야기해보자. 이번 이벤트는 애플이 사활을 걸었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물량력이 투입된 모습을 보였다. 30년 전 첫 매킨토시를 선보인 플린트 센터를 고른 것도 그랬고, 플린트 센터의 앞뜰에 시연을 위한 거대한 가건물을 따로 짓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어땠을까? 오늘 발표된 각각의 제품 및 서비스들에 대한 내 생각을 한 번 써보도록 하겠다.

아이폰 6 & 아이폰 6 플러스

아이폰 6의 새로운 크기 덕에 애플은 이제야 화면 크기 면에서 꿀리지 않게 되었다.
(출처: Apple)

 

올해의 아이폰인 아이폰 6도 대부분 루머에 정확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사양을 아는 사람들은 꽤 많을 것이다. 여기선 사양 얘기는 일단 빼고, (내 텀블러만 가도 바로 나온다.) 여기서는 그냥 대체적 느낌에 대해서만 다뤄보도록 하자.

일단, 디자인. 아이폰 5 시리즈에 이어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도 처음에 유출됐을 때는 썩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아니었다. 그런데 역시 공식 사진과 양산 제품을 보면 아주 그렇지도 않다. 아이폰은 늘 그랬던 것 같다. 절연 테이프는 (특히 스페이스 그레이 피니시에서) 많이 옅어졌고, 툭 튀어나온 카메라는 아쉽긴 하지만 이 정도의 얇기와 후술할 카메라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 생각한다. (차라리 좀 두껍게 하고 카메라도 쑥 집어넣고 배터리도 더 큰 거 넣었으면 좋았겠지만…) 크기를 키운 대신에 모서리를 둥글게 해서 그립을 보완하려 애쓴 흔적은 보이지만, 이것이 실제로 어떤 효과를 가져올 지는 만져봐야 알 것 같다.

화면의 크기를 키운다는 것은 결국 애플로서는 고집을 꺾는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이러한 것 때문에 매니아층에서 탄식이 나오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금의 너무나도 다양화된 소비자들의 요구는 애플이 한 해의 하나의 플래그십으로 더이상 버티기가 힘든 상황이 되었고, 4인치는 더 이상 적당한 크기가 아닌, 너무 작은 크기가 된 지 오래였다. 스티브 잡스라면 이러지 않았을텐데가 아닌, 팀 쿡이기에 현실을 직시하고 변화를 꾀했다고 보는 게 맞는 것같다. 그 변화가 옳은 것이었는 지는 아이폰 6을 써보면 알겠지만 말이다.

나머지는 꽤나 아이폰스러운 점진적 업데이트였다. A8도 그렇고, 화소수는 그대로 뒀지만 포커스 픽셀을 넣어 위상차 AF 성능을 향상시킨 카메라도 그러했다. 5s를 가지고 계시다면 큰 화면을 갈망하지 않는 이상 크게 업그레이드의 가치는 없어보인다. 5 이전 모델이면 모를까. (팀 쿡은 곧 아이폰 사용자층의 “역대급 대이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천명했는데, 아직도 아이폰 브랜드 제품 점유율 1위가 아이폰 5인 걸 감안하면 틀린 말은 아닐 듯싶다.)

애플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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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애플페이는 모바일 지갑의 컴백을 알릴 수 있을까?
(출처: Apple)

자 이제부터가 좀 흥미로워진다. 애플이 선보이는 아이폰 기반의 결제 플랫폼인 애플페이. 애플페이의 면면을 뜯어보면 이는 고전적인 애플식 문제풀이임을 알 수 있다. 키노트에서 팀 쿡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의 모바일 지갑의 문제는 회사들이 자신의 이익에만 집중할 뿐, 사용자 경험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애플페이는 애플의 고전적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한데 어우러진 결과다. iOS 8의 패스북 앱에 신용카드를 등록해두고, 결제를 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는 결제 기기에 아이폰을 가져다대고 터치 ID로 지문을 입력하면 된다. 그러면 바로 결제가 완료된다. (기기와의 통신은 아이폰 6 시리즈에 들어간 NFC가 담당한다. 따라서, 애플페이는 아이폰 6 이상만 지원한다.) 카드 정보는 암호화되어 터치 ID의 지문 정보처럼 기기에 저장되고, 매 결제마다 다른 인증 키를 사용하기 때문에 중간에 정보가 노출되는 일도 없다. 애플페이는 심지어 온라인으로도 적용이 가능하며, iOS 8에 API가 들어가 어느 앱이던 애플페이를 적용하여 결제를 할 수 있다.

애플페이가 다른 모바일 지갑과 다른 것은 바로 사용자 베이스다. 아이폰 6만을 지원한다는 걸 감안해도 애플페이가 출범하는 10월에만 이미 잘 하면 천만 명 이상의 잠재적 애플페이 사용자가 생기게 된다. 이러한 애플의 브랜드 파워 덕에 은행이나 상점 체인들도 속속들이 애플페이에 가입했다. 개인적으로 더 많은 상점들이 가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일단은 좋은 시작이다.

아 그리고 한국? 당분간은 꿈꾸지 않는 게 좋을 듯싶다. 일단 미국에만 나온 걸 보면 애플 입장에서도 상당히 오랜 협상이 필요한데, 애플페이의 무기 중 하나인 사용자 베이스가 없는 한국에서는 꿈꾸기 힘들지 않을까.

애플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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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애플 워치가 웨어러블을 재발명할 수 있을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출처: Apple)

애플이 마지막까지 지켜냈던 비밀인 웨어러블 기기인 애플 워치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얘가 존재한다 정도의 공개라 아직 정확하게 어떻게 동작할 지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상태다. 하지만 팀 쿡이 “애플 스토리의 새로운 챕터”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애플 워치는 애플 역사상 가장 야망적인 제품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일단 디자인을 살펴보면, 확실히 모토 360의 동그란 디자인을 따라가지 않고 사각형의 디자인을 채택했다. 애플 워치가 쓰는 휘는 OLED 화면(애플은 이도 레티나 디스플레이라 칭했다)의 설계상 한계도 있겠지만, 일단 무작정 시계의 둥근 모양을 채택하지 않겠다는 고집이 엿보이기도 한다. 크기는 1.5인치와 1.7인치 두 가지로, 사실 1.7인치도 그렇게 큰 편은 아니라고 한다. 워치 자체는 Watch OS라 불리우는 독자 OS를 채용하고, 자체 기능과 함께 아이폰에서 앱을 받아와 실행할 수 있다. 자체에 있는 가속도계와 심박 센서 뿐만 아니라 아이폰의 GPS를 활용한 피트니스 트래킹도 가능하다. 아, 그리고 애플 워치에도 NFC가 달려있어 애플페이 결제를 아이폰 대신 워치로 처리할 수도 있다. (아마 아이폰 6 이전의 아이폰을 가지고 있다면 애플 워치로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애플워치는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가 교차하는 제품이기도 하다. 분명 디자인 자체는 전통적 시계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이지만, 정작 인터페이스는 시계에서 자주 보는 크라운을 주체로 했으니 말이다. 애플에서 디지털 크라운이라 부르는 이 인터페이스는 돌리는 힘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인터페이스 내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애플은 마우스, 클릭휠, 멀티터치에 이은 인터페이스의 혁명이라고 선언했지만, 애플 워치의 UI 자체가 아직 완성품이 아닌 듯하니 실제로 디지털 크라운이 효과가 있을 지는 최종 양산제품을 직접 써봐야 알 듯하다.

어떻게 보면 삼성의 기어 시리즈와 구조상으로 닮은 모습을 취하지만, (신성모독이다) 애플은 애플 워치를 기기가 아닌, 시계로서의 접근법을 택했다. 시계라 함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니지만, 한 사람의 패션 취향을 보여주는 패션 아이템이다. 애플워치의 디자인은 이러한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모습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지금 애플 사이트의 애플워치 항목을 가봐도 무슨 카탈로그를 보는 듯한 분위기로 페이지를 꾸며놨고, 역대 애플 제품 중 가장 많은 개인화 항목을 자랑한다. 일단 바디가 스테인리스 스틸(애플 워치), 산화 피막 알루미늄(애플 워치 스포트), 18K 골드 합금(애플 워치 에디션)의 세 가지이고, 거기에 다양한 색상을 가진 여섯 가지 종류의 밴드를 선택할 수 있다. 애플 워치의 다양한 조합을 보고 있노라면 왜 애플이 다양한 패션지 에디터와 패션 블로거들을 초대했는 지 수긍할 수 있다. 애플은 애플 워치를 다른 웨어러블과 다르게 “필요함”을 어필하는 것이 아니라 “패션 아이템이기에 사고 싶게” 만드는 것을 추구한다. 이는 사람들이 시계를 사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패션지 에디터로서 이벤트에 초대받은 국내 패션지 레옹의 신동헌 편집장은 블로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애플이 시계를 잘 알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겠다는 의지보다는 시계를 차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인지를 연구하고 만든 것 같다. 시계는 휴대폰처럼 꼭 차고 다녀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시계 영역은 어느새 스마트폰이 잡아먹었지만 고급 시계 시장은 계속 크고 있다. 시계는 시간을 보는 도구가 아니라 자기를 표현하는 도구라는 관점에서 애플워치는 잘 만들었다.

아직 애플 워치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아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아직 출시까지 최대 6개월 정도가 남았고, (2015년 초가 정확히 언제인 지 모르니까) 애플은 여전히 애플 워치의 일부 부분에 관해서는 두리뭉실하게 넘어갔다. 아직도 공개된 UI는 직접 조작하지 않고 보기에는 복잡해보이고 기능 셋이 여타 다른 스마트워치와 다르지 않은 점도 좀 걸린다. 그러나 애플 워치의 접근법 자체는 상당히 흥미롭다. 어쩌면 애플이 다시 한 번 갈 길 잃은 웨어러블 시장에 방향을 제시할 지도 모를 일이다.

스티브 잡스 이후…

팀 쿡은 이제 애플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출처: Stephen Levy)

이번 WWDC 2014에서, 애플은 스티브 잡스 사후 방향을 다시 잡은 모습을 보였다. 자신감과 유머도 넘치는 모습이 계속 관찰되었다. 이러한 모습은 오늘 이벤트에서도 지속되었다. 팀 쿡은 잡스 사후 처음으로 “One more thing”을 외치며 애플 워치를 소개했고, 애플 워치의 첫 소개영상이 지나고 나서는 모두가 기립을 하며 순식간에 축제 분위기로 만들었다.

키노트가 불안불안했던 상황도 연출되긴 했었다. 일단 늘 키노트의 개그를 책임졌던 분위기 메이커인 크레이그 페데리기가 오늘은 단 1분도 나오지 않아 전체적으로 키노트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았었고, 애플 워치를 소개할 때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활기가 없어지는 때도 좀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제 팀 쿡은 애플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와는 확연히 다르게 애플을 이끌고 있다. 팀 쿡의 애플이 앞으로도 어떤 행보를 보일 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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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Preview] 애플 2014년 9월 스페셜 이벤트

새로운 역사의 시작?

이번주에 베를린에서 개최된 IFA 2014에서 다양한 제품들이 발표됐다. 삼성의 갤럭시 노트 4, 엣지, 기어 S, 기어 VR을 필두로 소니 Z3 시리즈, LG G 워치 R까지. 그리고 미국에서는 모토로라가 새로운 모토 X와 스마트워치 360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물량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더 큰 한 방을 기다리고 있다. 바로 다음주에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데 안자 대학교의 플린트 센터에서 열릴 애플의 9월 이벤트다.

지금쯤이면 이 시기에 애플이 새 아이폰과 iOS를 정식 발표한다는 것 정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시시라 본다. 그러나 이번 이벤트는 예전과 다른 분위기를 많이 풍기고 있다. 먼저, 이번에 이벤트를 가질 플린트 센터는 기존에 이벤트를 여는 예르바 부에나 센터보다 2배, 애플 캠퍼스 내의 타운 홀보다 3배 이상의 좌석 수용능력이 있는 곳이고, 30년 전 고 스티브 잡스가 매킨토시를 처음 소개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거기다가 그 앞에는 플린트 센터보다도 높은 건물을 짓고 있는 것까지 확인되었다.

대체 뭘 선보이려는 생각일까? 일부를 추려보았다.

아이폰 6

아이폰 6은 5/5s에서 다시금 화면이 커진다.
위 이미지는 예상 렌더링.

원래 9월 이벤트는 새 아이폰의 연례행사이기 때문에, 이번에 신형 아이폰이 나오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이번에 공개될 아이폰 6(가명)은 2년 전 아이폰 5에 이어 디자인 변경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화면이 또다시 커질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하나의 모델이 아닌, 두 개의 다른 화면 크기를 가진 모델이 준비 중이다. 각각 4.7인치와 5.5인치의 크기를 가지고 있을 예정으로, 애플이 이 둘을 통합된 아이폰 6이라는 브랜드를 쓸 지, 아니면 차별화를 둘 지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

아이폰 4 시리즈부터 시작해 5 시리즈까지 각진 모서리를 선호했던 애플은 이번 6에서는 아이패드와 비슷한 둥근 모서리를 채택했다. 화면이 더 커지다보니 그립감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인 듯하다. 또한, 예전에는 통신을 위해 위아래를 세라믹 유리로 더했지만, 이번에는 전체를 알루미늄으로 덮을 예정이다. 그 대신 사이사이를 구분하는 띠가 안테나를 대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절연 테이프”라고 부르고 있는데, 최종 제품에서는 이 띠의 색깔이 좀 더 옅어지거나, 띠 자체가 얇아지기를 기대해보는 수밖에 없다. 피니시는 5s의 스페이스 그레이, 실버, 골드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 사양을 보면 A8 프로세서를 채용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나온 정보는 얼마 없지만, 작년의 A7이 그랬던 것처럼 64비트 지원은 당연하고, 2GHz의 클럭 속도를 가진 듀얼 코어 프로세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은 20nm로 더 작아졌다. A7이 듀얼 코어임에도 경쟁사의 쿼드 코어 프로세서보다도 더 빨랐던 건 생각하면, 굳이 코어 수를 올릴 필요까지는 없어보인다. 메모리는 아직 논란이 있는 편이다. 1GB를 그대로 탑재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2GB를 탑재한다는 의견, 아니면 둘을 섞어서 5.5인치 모델에만 2GB를 탑재한다는 의견 등 다양하다. 저장 용량도 이번에 128GB 버전을 처음으로 선보인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를 16GB를 삭제하고 32/64/128GB 체제로 재편되는 것인지, 아니면 작년의 아이패드 에어가 그랬던 것처럼 128GB 버전을 네 번째 티어로 소개하는 것인 지는 불명이다.

통신의 경우, 새로운 LTE 모뎀을 채용해 LTE 카테고리 4, 국내 통신사들의 마케팅 용어로 말하자면 LTE-A를 지원할 예정이다. (최대 다운로드 속도 150Mbps, 업로드 50Mbps) iOS 8에 포함된 것으로 보아 VoLTE도 지원할 듯싶다. 와이파이도 802.11ac 표준으로 올라가며, 아이폰 중에서는 최초로 NFC도 탑재할 예정이다. 웨어러블과의 연결 및 아이폰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결제 플랫폼에 쓸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이미 미국내 다양한 체인점들과 결제 플랫폼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도는 상당히 엇갈리는 상황인데, 현재로서는 존 그루버가 직접 엑셀로 계산때려서 알아낸 4.7인치 모델의 1334×750, 2208×1242가 유력해 보인다. 4.7인치는 2x 해상도의 인치당 326픽셀로 현행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화소 밀도를 유지하며, 5.5인치는 인치당 461픽셀로 새로운 3x 해상도를 지원하게 된다. 3x 해상도는 이미 iOS 8 SDK 안에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최근 유출에 따르면, 화면이 커짐에 따라 홈 화면에 6번째 줄이 추가로 생기게 되고, iOS 8에 포함된 오토 레이아웃에 따라 레이아웃이 변경된다. 화면 커버 유리의 재질은 보통 유리보다 훨씬 강한 사파이어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생산 차질에 따라 모델에 따라 차등이 있을 것이라는 루머도 있다.

아이폰 6은 기존의 출시 일정에 따라 9월 9일에 발표되면 9월 19일에 판매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4.7인치 모델은 바로 판매에 들어가지만, 5.5인치 모델은 불명이다. 가격도 약간 혼선을 겪고 있는 상태인데, 기본 4.7인치모델마저 올라간다는 소문과 4.7인치는 기존 플래그십 가격을 유지하고 그 위에 5.5인치 모델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대립하고 있다.

웨어러블

원래 이 이벤트에는 아이폰 6만 발표가 될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몇 가지 보도 후, 웨어러블 또한 이번 이벤트에서 발표될 것으로 예정됐다. 이 웨어러블은 후술할 이유로 유출된 것이 얼마 없어 다양한 소식통에서 나온 이야기를 나열해보고자 한다.

일단 이 웨어러블은 두 가지의 크기로 나오며, 둘 다 공통적으로 휜 OLED 화면을 채용한다. (휜 화면의 특성상 사각형일 가능성이 높다.) 커버 유리는 사파이어 재질이다. 웨어러블 안에는 애플이 오랜 시간과 돈을 들여 개발한 센서들이 포진하는데, 기존의 피트니스 트래커들의 센서보다 훨씬 더 정교하다. 자체 셀룰러 통신 기능은 없지만, 와이파이나 블루투스로 아이폰과 연결해 데이터 전송을 받을 수 있다. 특히 iOS 8에서 선보인 핸드오프, 위젯 등의 기능을 이용해 아이폰과 빠르고 쉬운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최근의 루머에 따르면 웨어러블 전용 SDK가 존재하고, 앱 스토어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일부 개발자들이 이 SDK를 받았다고 하니, 몇 가지 앱 데모도 기대해볼 수 있을 듯하다.

그럼 애플은 이 웨어러블을 다른 웨어러블과 어떻게 차별화시킬까? 애플은 디자인으로 승부를 볼 듯하다. 디자인 부문 수석 부사장인 조니 아이브가 말했다는 “스위스에 이제 문제가 생겼다“라는 발언이나, 이번 이벤트에 패션지 에디터들과 패션 블로거들을 대거 초청한 것만 봐도 디자인에 대한 애플의 자신감을 알 수 있다. (사실 이 덕에 웨어러블을 발표할 것이 확실해진 셈이다.)

웨어러블의 발표는 다음주에 하지만, 실제로 이것을 여러분의 손목에 찰 때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제 막 부품의 생산이 시작되었으며, (지금까지 아무런 유출이 없었던 것도 애플 내부 프로토타입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실제 출시는 내년 초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1세대 아이폰이 실제 출시까지 6개월가량 걸린 것과, 1세대 아이패드도 두 달 이상 걸렸던 것과 비슷해 보인다. 가격대 또한 확실치는 않지만, 고급 모델은 최대 400달러까지 예상된다.

iOS 8

기나긴 베타 기간을 거친 iOS 8도 이제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잇다.

iOS의 차세대 버전 또한 이번 이벤트에서 다시 조명을 받을 것이다. 잘하면 iOS 8의 새로운 API들을 활용한 앱 데모들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치명적 버그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최종 버전이나 다름없는 GM(Gold Master) 버전이 이벤트 이후에 바로 배포될 것이며, 지금까지의 추세로 봤을 때, 아이폰 6 출시 이틀 전인 9월 17일에 일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배포될 것이다. 그리고 그 날 애플 서버가 또 터지겠지 iOS 8은 아이폰 4s 이후의 아이폰, 5세대 아이팟 터치, 아이패드 2 이후의 아이패드를 지원한다.

아이패드 에어 2

KGI의 애널리스트 궈밍치는 이번 이벤트에서 아이패드 에어의 후속 모델 또한 선보일 것이라고 점쳤다. 원래 아이패드는 10월에 2차 이벤트를 열어서 공개하는게 보편적이다. 그러니 이건 확실치는 않은 셈. 신형 아이패드 에어는 기존 에어보다 더 얇은 바디에 터치 ID를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맥 관련 발표

이미 OS X의 차기 버전인 요세미티가 10월달에나 발표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도는 만큼, 맥은 이번에 아무런 발표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최근에 인텔이 팬이 필요없는 코어 M 프로세서를 발표한 이상, 이를 기반으로 한 새 맥북 에어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살짝 선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건 내 희망사항일 뿐이니 그냥 헛소리로 받아들이시면 되겠다. (?)

애플의 스페셜 이벤트는 미 태평양 시각 9월 9일 오전 10시 (한국 시각 9월 10일 오전 2시)부터 시작된다. 애플의 이벤트 스트리밍 뿐만 아니라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 번역 중계를 할 예정이니 기대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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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Review] Sony a7

아무도 가지 않으려던 곳을 과감하게 가다.

소니가 카메라 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낸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옛날에는 여타 다른 전자업체와 비슷하게 포인트-앤-슛 (혹은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일명 “똑딱이”)만 만들고 있다가 코니카 미놀타를 인수하고 알파 브랜드의 DSLR을 내놓으며 DSLR에 뛰어들었고, 2010년에는 NEX(우리는 보통 “넥스”라고 발음하지만, 소니는 “엔-이-엑스”로 발음하길 원한다. 지금은 알파 미러리스로 라인업이 재편됐다.)라 불리우는 미러리스 카메라 브랜드를 내놓으며 순식간에 카메라 업계의 ‘큰손’이 됐다.

그러나, 사실 소니는 완성품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역사가 짧지만, 디지털 카메라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이미지 센서 제조업에서는 역사가 매우 깊은 곳이었다. 소니가 자체 개발한 CCD 센서를 이용해 첫 시제품 디지털 카메라를 만든 게 1981년이다. 디지털 카메라라는 게 본격적으로 뜨기 시작한 게 2000년대에 와서니, 무려 20년 전부터 개발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 카메라는 신기한 것이 이미지 센서가 두 개였다는 것이다. 아마 당시 기술력이 하나의 센서로 모든 일을 처리하기에는 무리였나보다.) 그 뒤로 소니는 다양한 카메라 업체의 이미지 센서 외주생산을 해주게 됐는데, 이 중 하나가 니콘이었다. 지금도 니콘은 플래그십인 D3-D4 라인과 D4의 이미지 센서를 그대로 쓴 Df를 제외하고는 전부 소니 센서를 쓰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 5s도 소니 것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찌됐든, NEX 때부터 DSLR급의 대형 센서(APS-C)를 컴팩트 카메라 크기의 바디에 우겨넣는 데 성공한 소니는 이러한 혁신적 (나쁘게 말하면 미친) 시도를 계속하게 된다. 2012년에는 컴팩트 카메라 라인인 사이버샷의 크기에 니콘의 미러리스 카메라가 쓰는 센서 사이즈인 1인치 센서와 칼자이쓰 렌즈를 조합한 RX100을 선보이더니, 그 해 말에는 기어이 풀프레임 센서(일반 35mm 필름의 크기와 똑같은 센서. 상당히 큰 사이즈 때문에 2002년에나 상용화에 들어갔고, 2005년의 캐논 5D에 와서야 사진 매니아들이 좀 노려볼 만한 가격대로 안정화될 수 있었다.)를 박아넣은 RX1을 선보였다. 이렇게 되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미러리스에 풀프레임 센서를 박는 날이 오는 게 아니냐는 당시로서는 허무맹랑해보이는 예측을 하기 시작했고, 소니는 그 기대에 부응하듯 2013년에 그러한 제품을 내놓았다. 바로 a7이다.

(* 이 리뷰에 쓰인 모든 샘플 사진은 RAW 촬영 후 어퍼쳐에서 보정을 일부 거쳤음을 밝힌다.)

가장 작은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 AF를 지원하는 기종 중. 이 조건을 제외하면 라이카 M9이 더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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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7의 디자인은 구와 신을 적절히 조화시킨 모습이다. 레트로 카메라를 모티브로 할 때 그 디자인에 최대한 충실한 카메라들과는 조금 다르다.

풀프레임 센서를 안 그래도 작은 알파 미러리스에 넣느라 a7의 크기는 여타 다른 알파 미러리스보다 크다. 풀프레임 센서 때문에 밀린 뷰파인더 유닛을 넣기 위해 헤드가 생겼고, 여기에 소니 로고를 음각으로 넣었다. (개발자 인터뷰에 따르면, 어느 각도에서든 소니 로고를 볼 수 있게 했단다.) 그러나 다른 풀프레임 바디들과 달리 a7의 바디 자체는 상당히 소형이다. 물론 다른 풀프레임 바디들은 미러 유닛까지 있는 DSLR이라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디자인 자체는 처음에는 적응해야 할,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이다. 어떻게 보면 기존 알파 미러리스의 미래지향적 디자인과 기존 RF 카메라의 레트로 디자인을 혼합했기 때문에 처음에 공개됐을 때 거부감을 표현한 분들도 상당하다. 내 눈에는 그래도 뭔가 멋진 디자인이다. 특히 마운트부에 소니가 풀프레임 센서를 탑재한 카메라(a7 전까지 a99, RX1에만 둘러준 것이다.)에만 둘러주는 주황색 띠는 없으면 전체적 디자인을 좀 밋밋하게 만들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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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풀프레임 기종만이 하사받을 수 있는 주황색 띠.

작은 크기 때문에 조작감에서는 전에 쓰던 DSLR(그것도 니콘 D300)에 비하면 한 발 뒤다. 일단 그립이 좀 작은 편이고, 제일 불편한 것은 셔터 버튼의 위치다. 너무 뒤에 있다. 스트랩을 걸면 검지 손가락이 자꾸 스트랩에 걸리기 때문에 한 손으로 조작하기에는 약간 애로사항이 있다. 약간 그립부를 두툼하게 하고 셔터 버튼을 좀 더 앞으로 뺐다면 좋았을 것 같다. 손이 좀 작다면 조작이 훨씬 용이할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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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건 다 있는 뒷면.

그러나 뒷면의 조작감이나 인터페이스는 훌륭한 편이다. 기존 알파 미러리스가 너무 초보자용으로 메뉴를 만들어놓아 매니아들에게 엄청난 욕을 먹었기 때문에 a7도 상당히 걱정스러웠으나, a7은 기종의 성격이 성격이니만큼 프로-아마추어를 타깃으로 해서인지 그 많은 설정들을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 사용자 정의 버튼만 세 개이고, 다이얼도 앞 뒤로 두 개나 있다. 메뉴 구조도 원하는 설정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재편되었다. 물론 니콘 DSLR에서 옮겨왔으니 적응은 좀 필요했지만, 일단 적응이 되면 빠릿빠릿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또한 화면은 회전도 가능하다. a99같이 여기저기 다 돌리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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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는 조작 다이얼 두 개, 모드 다이얼, 노출계 다이얼 등 수많은 다이얼을 구겨넣었다.

다른 알파 미러리스와 비슷하게, a7의 진정한 소형화를 막는 것은 렌즈다. 그나마 크롭 센서가 들어간 미러리스에서는 렌즈 소형화에 성공했지만, 풀프레임 센서를 지원해야하는 28-70mm 번들 렌즈는 일반 줌렌즈치고는 작지만 a7 바디와 비교하면 상당히 큰 편이다. (칼 자이쯔 줌렌즈인 24-70mm는 고정 조리개 때문에 더 크다. 그나마도 F4밖에 안되는데…) 그나마 지금 나온 FE 렌즈 중 a7의 크기에 맞게 작은 것은 35mm F2.8 자이쯔 렌즈 하나뿐이다. 그래도 늘 들고 다녔던 DSLR 카메라보단 작으니 된 건가.

2,400만 화소 풀프레임 센서.

풀프레임 센서는 어떻게 보면 어느 사진 아마추어나 갖고 있는 일종의 로망이다. 35mm의 필름 크기와 거의 똑같은 크기를 가진 풀프레임 센서는 기존 DSLR이나 미러리스에 쓰는 센서보다 더 깊은 심도 표현과 더 깨끗한 화질, 그리고 어두운 곳에서 더 적은 노이즈를 보장한다. 대신 센서가 큰 만큼 단가가 무지 비싸기 때문에 프로페셔널용이나 하이 아마추어용에나 쓰이던 센서다.

a7은 이 크기의 센서를 미러리스 카메라의 바디에 처음으로 가져왔다. 물론 소니는 먼저 이를 컴팩트 카메라인 RX1에 탑재시키기도 했지만, 렌즈가 고정적으로 붙어있기 때문에 렌즈를 교환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a7은 이런 조건들을 딱 만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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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s / F5.6 / ISO 3200 / 70mm

이 문제의 센서는 2,400만 화소짜리다. 소니는 새로운 센서라고 주장하지만, 아마 RX1, a99, 니콘 D600 등에 쓰인 센서를 a7의 상황에 맞게 튜닝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어찌됐든, a7의 해상력은 정말 차원이 다르다. 처음에 a7을 샀을 때, 나는 “어차피 배경날림이나 노이즈 빼고는 원래 쓰던 거랑 뭐가 다르겠어?”라는 생각을 하며 괜히 샀나라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a7은 나의 그러한 걱정을 그대로 날려버렸다. 배경날림은 뭐 당연한 것이고, 초점이 잡힌 곳의 선예도는 차원이 다르다. 적응이 안 됐던 것은 “충분히 모든 배경이 초점 범위 내이겠지”하면서 조리개를 조이더라도 날려버린다는 사실이었다. 이 때의 조리개 수치는 F9였다. 크롭 센서를 채용한 카메라였다면 충분히 모든 부분이 초점에 들어왔을 것이다. 또한, 생각보다 더 많이 흔들리는 것도 문제였다. 이는 아무래도 전에 쓰던 D300보다 더 고화소인 점과 센서가 더 큰 점, 그리고 소니 렌즈의 OSS가 니콘의 VR보다는 못하다는 반증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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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s / F5.6 / ISO 12800 / 62mm
국립중앙박물관의 반가사유상.

내가 a7으로 기변하면서 기대했던 고감도 노이즈 면에서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사실 처음에는 조금 실망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으나, 중간에 펌웨어 업데이트를 거친 이후에는 노이즈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도 디테일 손상은 거의 없었다. (전부 RAW에서 촬영해본 결과다.) ISO 6400까지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올려쓸 수 있을 정도다. 다만, 자동 ISO 설정에서 최소 셔터 속도를 설정하는 옵션이 있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은 들었다. 뭐, 그건 센서 문제는 아니니까.

참고로 a7 시리즈는 모델별로 센서가 다르다. 기본 모델인 a7은 2,400만 화소, 고해상도를 지향하는 a7R(“Resolution”)은 3,600만 화소, 그리고 최근에 출시한 동영상과 고감도를 지향하는 a7S(“Sensitivity”)는 1,200만 화소다. 각자의 입맛에 따라서 고르시면 되겠다. (개인적으로는 S의 감도가 끌렸으나 화소 수가 너무 낮아서 그리고 비교적 신품이라 소니의 가격후려치기도 별로 진행이 안 되서 결국 a7을 선택했다.)

FE

a7 시리즈(그리고 잠재적 후속 기종)의 풀프레임 센서를 지원하기 위해 소니는 새로운 종류의 렌즈를 만들었다. 일단, a7은 기존 알파 미러리스와 동일한 E 마운트를 사용하지만, 기존 E 마운트 렌즈들은 크롭 센서를 위한 렌즈였기 때문에 새로운 FE 렌즈를 만들었다. (F가 무슨 뜻인지는 대강 짐작이 가시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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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에서 공개한 FE 라인업의 대략적 로드맵. 올해 말까지 10개의 렌즈를 약속하고 있다.
(출처: 소니)

문제는, a7이 나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FE 렌즈 라인업이 빈약하고, 그나마 있는 것도 죄다 칼 자이쯔와 소니의 고급 G 렌즈들이라 가격이 전부 안드로메다행 수준으로 비싸다는 것이다. (이는 a7 시리즈에 탑재된 고화질 센서와 바디 구조의 특수성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나마 제일 싼 것이 번들 킷 렌즈인 28-70mm F3.5-5.6 OSS 렌즈이고, 이 렌즈의 상위호환 격인 24-70mm F4 OSS 칼 자이쯔 렌즈(108만원), 35mm F2.8 칼 자이쯔 렌즈(72만원), 55mm F1.8 칼 자이쯔 렌즈(87만원), 70-200mm F4 OSS G 렌즈(160만원) 등은 전부 비싸다. (그나마 저 괄호 안의 가격은 전부 다나와 최저가라는 사실.) 이 리뷰를 쓰는 시점에도 난 아직 번들 렌즈로 버티고 있고, 나중에 돈이 좀 생기면 35mm를 들일까라고 ‘생각만’ 하고 있다. 소니에서 공개한 FE 렌즈 라인업의 미래에도 자이쯔와 G가 가득한 걸 보니 FE 렌즈들의 가격 하락을 위해서는 써드파티 회사들의 참여가 절실해보인다. 물론 기존 E 마운트 렌즈도 물려서 쓰는 것은 가능하나 애초에 풀프레임 센서를 위해 만들어진 렌즈들이 아니다보니 크롭 모드를 쓰지 않으면 주변부는 아예 쓸 수가 없다.

28-70mm F3.5-5.6 OSS, 일명 SEL2870.
(출처: 소니)

일단 번들 렌즈만을 써봤으니, 이 녀석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보고자 한다. 28-70mm F3.5-5.6 OSS 번들 킷 렌즈는 a7으로 접할 수 있는 가장 싼 렌즈이자 활용도도 매우 높은 화각대에 집중되어 있어 쓰기에도 편하다. 화질도 중앙부는 a7의 풀프레임 센서 덕분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괜히 사람들이 번들 렌즈를 칭찬하는 게 아닌 것이다. 그러나 단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고정 조리개가 아니며, (F5.6에서는 배경날림이 쉽지는 않다. 그나마 센서 크기 덕에 어느 정도 무마가 되는 편이다.) 주변부 화질은 상당히 떨어진다. 일부 경우에서는 상당한 색수차도 관찰되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써본 바에 따르면, 다른 칼 자이쯔 단렌즈들에 비하면 초점 속도도 빠른 편은 아니다. 그러나 그건 내가 증언할 수는 없는 부분이니 참고하시고. 그러나 화질 면에서는 웬만한 극한상황이 아니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이다.

어댑터를 통해 타사의 렌즈를 낀 a7R.
(출처: Steve Huff Photos)

그러나 이를 상쇄할 만한 알파 미러리스들의 또다른 장점은 바로 이종교배라는 것에 있다. 렌즈 어댑터를 이용해 다른 회사의 렌즈를 올리는 것인데, 검색을 좀만 해보면 라이카를 비롯해 니콘, 캐논, 포서드 등 다양한 마운트들에 맞는 어댑터들을 구할 수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전자계 연동까지 되어 AF까지 지원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캐논) 소니에서도 알파 마운트에 맞는 어댑터를 판매하고 있으니 자신의 렌즈 사정에 알맞게 구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물론, 가장 호환이 잘 되는 것은 소니의 알파 마운트 렌즈들인데, 소니에서 나온 어댑터는 전자계 구동뿐만 아니라 AF 센서가 따로 있어 DSLT 수준의 AF까지 지원한다. (즉, 기본 a7보다도 AF가 빨라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 얘기는 좀 이따가.)

성능

a7의 시스템 구동은 상당히 빠릿빠릿한 편이다. 예전에 잠깐 NEX-6을 써본 적이 있는데, 껐다 켜는 것이 상당히 느려서 피사체를 놓치고 하는 일이 꽤 있었다. a7은 새 프로세서 탑재 덕분인지 NEX-6보다 미러리스 카메라로서 중요한 시스템 온오프 등이 상당히 빨라졌다. 특히, 펌웨어 업데이트 이후로 거의 D300에 준하는 기동 시간을 보인다.

미러리스라는 특성상, LCD는 물론이고 뷰파인더 또한 전자식인데, 둘 다 깨끗한 화질을 보여준다. 특히 뷰파인더는 정말 광학식이 그립지 않을 정도로 좋다. 뷰파인더 근처에 붙어있는 근접 센서로 LCD-뷰파인더 전환을 수행하기 때문에 가끔씩 다른 물체가 다가가 LCD가 꺼지는 경우도 있긴 하다.

AF는 예상했던대로 DSLR의 그것보다는 한참 떨어진다. 주변이 밝을 때는 별 무리없이 휙휙 잡다가도, 빛이 적어지기 시작하면 조금씩 헤맨다. 워낙 AF 모듈이 좋아서 보조광을 끄고 다녔던 D300과는 달리, a7은 보조광이 확실히 필요해보인다. 특히, 심도가 얕은 상황에서 초점이 조금만 어긋나도 피사체를 막 날리는 풀프레임 카메라의 특성상, 이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그나마 화면의 특정 부분을 선택하면 그 부분에 무조건 초점을 잡는 AF 추적 기능이 있는 것은 다행인데, RX100보다 실행방법이 다소 복잡해 (선택 버튼만 누르면 되는 RX100과 달리 메뉴에서 켜줘야 활성화 된다.) 처음에는 없는 줄 알았다. 결국 커스텀 버튼 중 하나를 할당해야했다. 번들렌즈 대신 칼 자이쯔 단렌즈를 쓰면 AF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데, 이는 써봐야 알 듯하다. 또한, 위에서 말한대로 알파 마운트 어댑터인 LA-EA4는 미러와 AF 센서가 따로 내장되어 있어 a7 자체의 센서보다 AF 구동이 훨 빠르다.

a7은 요즘 소니 카메라의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와이파이와 NFC 기능이 들어가 있다. 와이파이를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카메라에 연결해 사진을 내려받아 SNS에 바로 올릴 수도 있다.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올린 사진이 꽤 된다.) NFC 기능을 쓰면 더 빠르게 연결이 가능하다는데,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아이폰이라 시험은 못 해봤다. 그런데 a99를 비롯한 알파 DSLT가 모두 가지고 있는 GPS가 빠진 것은 아쉽다. 공간 절약의 문제였는지, 원가 절감의 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또한 a7에는 와이파이를 통해 스마트폰과 연결해 스마트폰을 리모트로 쓸 수도 있지만, 이는 앱을 따로 다운받아야하고, 아직 그 부분은 해보지 못해서 테스트는 못 해봤다. (Minku Lee님의 질문에 따라 추가한 부분이다 ⎯ 쿠도군)

모두들 a7의 배터리는 공통적으로 까는 상황인데, 나의 평균적 촬영 패턴에는 중간에 배터리가 다 떨어진다던가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나는 상당히 신중히 사진을 촬영하는 스타일이라 그랬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뷰파인더도 전자식이고, 시스템 자체가 대부분 전자식으로 동작하다보니 당연히 기존 DSLR보다는 배터리가 많이 닳을 수밖에 없고, 배터리 크기도 작으니 전체적인 사용시간이 상당히 감소하는 것은 어쩔 수 없겠다. 나의 경우 D300이라면 5일 정도의 여행은 충분히 버텼겠지만, a7은 이틀에 한 번씩은 꼭 충전해줘야 했다.

미러리스뿐만 아니라, 카메라 역사의 게임체인저

지금까지 소니는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며 카메라 시장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현재의 위치에 안주하고 있는 캐논이나 니콘보다 달리 꾸준히 플랫폼을 발전시켰기 때문이었다. (1년마다 동급의 바디를 갈아엎는 덕에 바디천국이라는 별명도 얻긴 했지만…) a7은 이러한 소니의 빠른 발전이 이제 사람들이 예상하는 범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게다가 a7의 가격은 풀프레임 카메라 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축에 속하기까지 한다. (최소한 렌즈는 그렇다.)

a7의 화질은 논할 필요가 없다. 일반 풀프레임 DSLR과 비교해도 우위를 점할 정도로 a7의 센서는 소니의 센서 제작 기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카메라 바디 자체의 성능(특히 AF)이 이러한 화질에 비할 수가 없다는 점은 많이 아쉽지만, a7은 풀프레임 미러리스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했을 뿐만 아니라, 경쟁자도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그리고, 이제 시작했을 뿐이다.

최종평가: 소니 a7

장점:

  • 최소, 최경량 풀프레임 바디
  • 소니 센서 제조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뛰어난 화질
  • 풀프레임 카메라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가격.

단점:

  • 사용자가 극복해야 하는 느린 AF
  • 종류도 적고, 무지하게 비싼 렌즈군
  • 이해는 할 수 있으나, 아쉬운 배터리.

최종점수: 8.5/10

샘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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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s / F5.6 / ISO 125 / 70mm
홀로 피어있는 꽃.
2014-07-23 at 14-40-30
1/80s / F5.6 / ISO 250 / 70mm
2014-07-26 at 14-16-58
1/80s / F5.6 / ISO 320 / 70mm
2014-07-26 at 16-02-20
1/60s / F4 / ISO 1600 / 28mm
PXTEL 주인장. 초상권을 보호합시다.
Photo by @kid1ng
2014-07-27 at 20-27-57
15s / F6.3 / ISO 100 / 29mm
돌산공원에서 찍었던 여수앞바다.
2014-07-28 at 16-03-07
1/60s / F9 / ISO 100 / 28mm
낙안읍성의 전경.
2014-07-30 at 14-05-36
1/500s / F14 / ISO 100 / 28mm
전주에 내리던 강렬한 햇빛.
2014-07-30 at 14-58-33
1/160s / F9 / ISO 100 / 28mm
전주 한옥마을의 전경.
복날엔 치맥이죠
1/60s / F5 / ISO 800 / 54mm
치느님은 진리입니다.
2014-08-09 at 15-40-50
1/60s / F5.6 / ISO 2000 / 59mm
키덜트 페어에서 만났던 다스 베이더.
2014-08-09 at 15-43-43
1/80s / F5.6 / ISO 2000 / 70mm
마크 42 수트를 시험해보는 토니 스타크. 역시 키덜트 페어.
2014-08-09 at 15-44-36
1/80s / F5.6 / ISO 1000 / 69mm
치타우리 파괴하시는 캡틴 아메리카.
2014-08-15 at 14-44-42
1/80s / F5.6 / ISO 5000 / 64mm
신라 금관.
2014-08-15 at 16-26-06
1/60s / F4.5 / ISO 3200 / 46mm
어룡모양의 주자.
2014-08-16 at 11-10-37
1/60s / F4.5 / ISO 2500 / 50mm
친구 프로필 사진 찍어준다 생각하고 찍은 사진.
자신도 마음에 들었는지 이 리뷰에 샘플로 쓰겠다고 하자 흔쾌히 허락해줬다. 역시 초상권은 보호해줍시다.
ISO 2500인데도 불구하고 깔끔한 화질이 돋보이는 사진.
2014-08-16 at 11-21-03
1/60s / F4.5 / ISO 2500 / 46mm
그 날 먹은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