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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Review] 인터스텔라

각본의 작은 희생이 이뤄낸 놀란 감독의 거대한 야망.

movie_image제목: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매튜 매커너히(쿠퍼), 앤 해서웨이(아멜리아 브랜드), 마이클 케인(존 브랜드), 제시카 차스테인(머피 쿠퍼), 매켄지 포이(머피 아역), 케이시 애플렉(톰 쿠퍼)
상영시간: 169분

지금으로부터 머지 않은 미래, 지구의 상황은 시궁창이다. 문명은 무너져 가고 인류는 다시 농경사회로 돌아가고 있지만 경작이 가능한 식물들은 고작 옥수수 하나만 남은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막화로 인해 시시때때로 먼지폭풍이 불기도 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한 때 조종사이었다가 지금은 농부로서 생활하는 쿠퍼는 아폴로 탐사가 정부의 프로파간다였다고 가르치는 시대의 상황에 깊은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쿠퍼는 딸 머피의 방에서 일어나는 중력 이상으로 공간 좌표를 얻게 되고 머피와 함께 좌표가 향하는 곳으로 출발한다. 이윽고 다다른 곳에는 놀랍게도 이미 해체된 줄로만 알았던 나사가 있었다. 나사에서는 대중의 눈을 피해 인류 구원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그것은 토성 근처에 생성된 블랙홀을 통해 다른 은하계로 가서 인류가 살 수 있는 행성을 찾는 것이었다. 마침 우주선을 조종할 파일럿이 부족하던 차에 나사에서는 쿠퍼에게 조종을 맡아달라 부탁하고, 망설이던 쿠퍼는 결국 동의하고 우주선에 올라탄다. 절대 가면 안 된다고 울고 불며 애원하던 머피를 집에 남겨둔 채로.

인터스텔라의 이야기는 지금까지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와 달리 스토리가 영화를 강하게 이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특히 매우 늘어지는 초반부가 그러한데, 총합 2시간 49분이라는 엄청난 상영시간을 생각하면 40~45분에 달하는 전반부의 전개는 비효율적이었다.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위해서는 물론 전반부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오히려 쓸데없는 부분에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한 기분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앞을 잘랐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에 반해 나와 함께 인터스텔라를 본 친구는 오히려 전반부가 좀 더 길었어야 한다고 하였는데, 긴 토론 결과 그저 전반부 각본을 차라리 다시 쓰는 것이 나았겠다는 결론이 났다. (…)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인터스텔라의 플롯이 이해하기가 어렵다면, 불행히도 여러분을 도와줄 수 있는 책은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인터스텔라에서 나오는 물리 개념(블랙홀, 상대성 이론 등)들은 어떻게 보면 인셉션보다도 훨씬 더 학문적 문턱(?)이 높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게다가 이것을 자막 없이 보려니 더 죽을 맛이었던 건 덤.

하지만 개념이 어느정도 이해가 되기 시작하고, 스토리 자체도 제대로 진행되기 시작하는 중반부를 넘으면 인터스텔라는 훨씬 더 흥미로워진다. 인터스텔라를 그래비티와 비교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데, 사실 이 두 영화는 우주라는 기본적 배경만 같지 전혀 다른 영화다. 우주를 폐쇄적 공간으로서 묘사하는 그래비티와 달리, 인터스텔라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우주에 접근한다. 이렇듯 인터스텔라가 그려내는 우주는 배경이 주는 무한한 아름다움과 동시에 쿠퍼 일행을 위기에 빠트리기도 한다. 결국 인터스텔라는 다크 나이트와 인셉션이 그랬던 것처럼,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을 던지게 하는 영화다. 참고로, 이 영화를 본 또 다른 친구는 원래 자신은 영화를 처음으로 볼 때 생각하지 않고 보는 편인데 인터스텔라를 볼 때는 계속 생각을 하게 된다고도 하였다. 그만큼 인터스텔라는 천체물리학을 여러모로 연구하고 이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각본에 반영하려 한 노력이 보인다. 또한 이 어려운 주제를 관객에게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 한 노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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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에서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는 매튜 매커너히와 매켄지 포이.

플롯 면에서 약간 아쉬운 인터스텔라이지만, 배우들의 호연은 이를 충분히 채운다. 특히 쿠퍼 역의 매튜 매커너히의 연기는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평가하는 매커너히의 최고의 연기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에서였는데, 인터스텔라는 그것을 충분히 뛰어넘는다. 이는 쿠퍼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만큼 매우 중요하다. 앤 해서웨이와 마이클 케인, 제시카 채스테인을 비롯한 다른 주요 배우들도 호연으로 영화를 채워주고 있지만, 진정한 신 스틸러는 어린 머피를 연기하는 매켄지 포이가 아니었나 싶다. 어떻게 보면 성인 머피를 연기한 제시카 채스테인보다도 더 중요한 위치에 있는데, 각본의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연기로 이 문제를 만회한다.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웅장한 블랙홀.

인터스텔라는 되도록이면 큰 화면, 이왕이면 아이맥스로 볼 것을 추천하는 영화다. 그만큼 인터스텔라가 보여주는 비주얼은 매우 웅장하다. 블랙홀에 진입하는 순간과 다양한 환경의 행성들, 그리고 마지막 장면까지 인터스텔라는 놀란 감독이 지양하는 CG를 차치하고서라도 놀란 감독이 추구하는 리얼리즘에 잘 부합한다. 친구가 인터스텔라에서 보여주는 시각화 때문에 자신의 상상을 약간 제한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을 정도로 인터스텔라가 표현해내는 블랙홀은 실재여부를 떠나 사실이라 믿을 만큼 그려냈다는 점은 칭찬하고 싶다. 블랙홀을 실제로 영상화하겠다는 시도는 인터스텔라가 처음이라는 얘기도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여기에 한스 짐머의 신선한 사운드트랙은 케이크 위에 올려놓는 최상급 아이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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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는 매우 야망이 컸고,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인터스텔라는 내가 본 영화 중 감독의 야망이 제일 크게 보이는 영화 중 하나다. 상당히 큰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거기서 보여주는 이야기는 매우 개인적이다. 광활한 우주를 보여주다가도 지구, 그것도 미국의 어느 한 지역만으로 전환하는 이러한 대비가 스토리를 궤뚫고, 스토리 외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내려 한 노력들에서 이러한 아이러니가 인터스텔라를 이끌어내는 힘이다. 놀란 감독의 거대한 야망에 스토리가 약간의 희생을 감수해야 했지만, 인터스텔라는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영화가 보여주는 황홀함에 세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갔으니까.

장점

  • 시공간을 뛰어넘는 개인적 이야기
  • 매커너히가 이끄는 호연의 릴레이
  • 어려운 개념을 최대한 풀어쓰려 노력한 흔적
  • 프리젠테이션의 웅장함

단점

  • 비효율적인 전반부 플롯
  • 그래도 개념이 어려울 수 있다.

점수: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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