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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Review] 더 인터뷰

과연 북한이 겁먹을 만한 영화였나

KTp7xbq제목: 더 인터뷰 The Interview
감독: 에반 골드버그, 세스 로건
출연: 제임스 프랑코(데이브 스카이락), 세스 로건(애런 래포포트), 랜돌 박(김정은)
상영 시간: 112분

2014년의 마지막 두 달을 장식한 사건으로는 바로 소니 픽쳐스 해킹 사건이 있었다. 추수감사절을 앞둔 11월 24일에 시작된 이 해킹 사건은 소니 픽쳐스의 사내 이메일 뿐만 아니라 사내 서버까지 해킹을 당해 미개봉 영화들의 DVD 화질 파일이 유출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미 정부는 조사 결과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하나의 B급 코미디 영화인 더 인터뷰가 있었다. 토크쇼 진행자와 제작자가 CIA의 사주를 받아 김정은을 암살한다는 정신나간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 북한은 처음부터 “최고 존엄 모독”을 주장하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소니는 결국 디 인터뷰의 개봉을 취소했다가 제한 상영으로 바꾸었고, 개봉과 동시에 각종 스트리밍 사이트에 공개했다. 과연 디 인터뷰는 북한이 소니 픽쳐스에 대한 전방위 해킹을 감행할 정도로 북한이 겁낼 만한 영화였을까?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으로 세계의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유명인들의 치부를 들어내는 스카이락 투나잇이라는 토크쇼를 진행하는 데이브 스카이락(제임스 프랑코)과 제작자인 애런 래포포트(세스 로건)는 스카이락의 엄청난 팬인 김정은(랜돌 박)과의 세기의 인터뷰 기회를 잡는다. 그 순간, CIA가 찾아와 김정은을 암살할 것을 부탁한다. 이에 응한 스카이락과 래포포트는 북한으로 향하는데…

더 인터뷰의 전반적 스토리는 전 NBA 농구 선수인 데니스 로드맨의 최근 방북을 비꼰다. 이게 정확히 무슨 내용인 지는 영화를 직접 보시면 아시겠지만, 일단 스토리의 가닥이 잡히면 약간 진부하다는 느낌을 지울 순 없고 중간에 상당히 늘어진다. 그렇다고 이 부분을 편집하면 영화라고 부르기 참 부끄러운 상영 시간이 나왔을 테니 어쩔 수 없어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이런 영화는 장면장면의 코미디 요소로 먹고 사는 영화니까 뭐 큰 상관은 없겠다. 중간에 보이는 북한의 모습은 고증을 나름 좀 한 느낌이면서도,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북한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심지어 기쁨조도 나온다. 18세 등급이니만큼 나름 실제 기쁨조에 가장 가까운 모습일 지도 모른다.) 이런 모습 중에는 확실히 남한에 사는 우리가 봐도 눈살이 찌푸려질 장면들도 있긴 있다. 그냥 코미디라 생각하고 보면 조금 더 편해지긴 한다만, 아주 크게 편해지는 건 아니다. (일본해 문제는 딱히 이 영화만의 문제는 아니니 일단 넘기도록 하자. 동해라고 해준 NCIS 제작진에게 오히려 고마워해야할 판이다.) 정말 불편해지는 부분은 한국어 대사들이다. 자막과 정말 제대로 따로 논다. 뜻이 나름 비슷한 것도 몇 부분 있긴 한데, 상업 영화에 이 정도로 외국어 대사를 개판으로 만드는 건 처음 봤다. 그냥 한국어를 이해하려 하지 말고 자막을 읽자. 그게 속 편하다. 재밌는 것은, 이러한 한국어 연기가 비중이 없는 조연일 수록 더 나아진다는 것이다. 이것도 설마 코미디 요소라던가 이런 건 아니겠지. 무튼 디 인터뷰의 코미디 요소는 딱 미국식이다. 정세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코미디 코드가 한국의 그것과 매우 멀기 때문에 아마 들어오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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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돌 박의 김정은은 그나마 이 영화에서 건질 만한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다.

출연진의 연기는 전형적 코미디 오버 연기이다. 이런 영화에 애초에 세심한 연기력 이런 걸 바라는 건 사치다. 그런데 그 중 김정은 역의 랜돌 박의 연기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영화에 나오는 김정은의 이중성(?)을 잘 표현해냈다. 다른 배우들처럼 무리하게 웃기려 하지 않아서 그러한 연기력이 더 돋보이는 것인 지도 모르겠다. 다만 김정은보다 더 잘 생기셔서 몰입이 힘들었던 건 아쉬운데 그건 이 분 잘못은 아니니까. (실제로 이 분은 김정은 연기를 위해 살을 9kg 정도 찌웠다고 한다.)

비주얼 면에서 디 인터뷰는 혼란스러운 영화다. B급 냄새가 철철 넘치는 장면이 나오다가, 갑자기 쓸데없이 고품질인 장면이 나오는 것이 반복된다. 특히 이미 유출돼서 보셨을 듯한 마지막 클라이막스 장면은 코믹함과 박진감이 적절히 잘 섞인 연출이다. 영화의 전반적인 연출이 다 클라이막스 장면 같았더라면 참 좋았을 것을. 아, 그리고 상당히 고어한 연출이 꽤 나오는 편이다. 18세 등급인 영화라 아무래도 예상이 되긴 하지만, 그 예상보다 좀 더한 편이다.

그럼 이 리뷰의 시작에 내가 한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도록 하자. “과연 북한이 겁 먹을 만한 영화였을까?” 결론적으로, 그렇다. 정말로 정신이 나간 내용이기도 하고, 여기서 나오는 비하 소재는 비단 북한 뿐만 아니라 한국인이 보면 꽤 기분이 나쁠 만한 장면이 많다. 하지만 소니가 해킹을 당하고, 전세계적 화제가 될 만한 자격(?)을 가진 영화였는 지는 의문이 든다. 그냥 북한이 이 영화에 대한 비난 성명만 발표하고 그냥 침묵했다면, 그냥 그런 B급 코미디 영화로 조용히 지나갔을 지도 모른다. 그게 이 영화를 정의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니까. 결국 북한은 굳이 해킹을 해서 이 영화의 노이즈 마케팅만 도와준 꼴이 됐다. 해로운 동물 하나 없애겠다고 핵폭탄 날렸다 그 동물이 돌연변이로 커져 역공을 당하는 셈이랄까. 북한도 자기 처신이나 PR은 정말 더럽게 못 하는 나라다.

점수: 6.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