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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IT 리뷰어란?

(이 글은 트위터에 내가 열폭해서 적어놓았던 트윗들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개연성을 생각해 약간의 편집을 가미했다.)

오늘 아침에 이글을 보았었다.

Want to write for Engadget? We’re hiring mobile, classic, European, and reviews editors!

사실, 정말 해보고 싶었다. (심지어 한국어에 능숙한 사람을 찾는다잖아!) 자신감은 늘 충만하니까. 근데 생각해보니 안되는 이유가 몇가지 있다.

  1. 난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에 살지도 않는다.
  2. 비자 문제가 있다. (현재 난 학생 비자다. 원칙적으로는 이걸로 학교 내 외에는 일을 하면 안된다.)
  3. 6개월 뒤에 군대간다.

결국 배아파서 몸져누워야 했다. ㅠㅠ 하지만, 그러다가 생각나는것은, 왜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내가 들어가고 싶은 IT 언론이 없냐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엔가젯 한국판은 내다 치우자… 걔네들이 하는건 그냥 엔가젯이 올린 포스트를 열심히 번역질하는 것뿐이다. 솔직히 내가 엔가젯 들어가면 어떻게든 샤바샤바해서 한국와서 다 갈아엎고 싶다.

다시 원래 얘기로 돌아가면, 문제는 이거다: 한국 IT 언론은 제대로된 리뷰어들도 없고, 다 아는것도 없는것같이 생겨먹어가지고 맨날 오보나 내고, 아이폰 관련해서 가장 찌라시같은, 엔가젯에 나오지도 않는 루머를 헤드라인으로 내곤 한다. IT강국 운운하기전에 이를 평가하는 시스템부터 갈아 엎어야 한다.

엔가젯같은 IT 블로그나 이런 리뷰를 올린다고 반박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단 엔가젯 뿐만이 아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이나 뉴욕 타임스도 전문 저널리스트(월트 모스버그와 데이빗 포그가 대표적)가 나오는 신제품을 정식으로 리뷰하고 자신의 의견을 낸다. 우리나라의 ‘리뷰’라고 할 가치도 없는것같이 그냥 제품 장점 나열하는 식의 홍보가 아니다. 제대로된 평가를 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그런 역할을 사용자가 담당하는가? 언제부터 우리는 어떤 제품이 좋고 나쁘냐를 전문가의 리뷰보다 입소문에 의존했던가? 입소문이 물론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별로 좋지 않은 결과를 낸 적도 수두룩하다. 가장 좋은 예가 갤럭시 S다. 갤럭시 S가 아주 좋다는 건 아니지만, 갤럭시 S가 무조건 나쁜 이미지로 굳혀진 것도 결국 입소문 때문이었다. 모든 제품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갤럭시 S는 삼성의 이미지와 언론의 의도적 아이폰 까기에 여론이 역으로 몰려 희생양이 된 경우였다.

물론,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면, 제품에 대한 단점이라 할 수 있는 걸 인정하기 싫어하는 제조사들의 문제도 있다. (특히 삼성 네이놈들.) 단점을 떳떳히 인정하고, 다음부터 이를 반영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왜 그걸 겁을 내지? 물론,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극단적이라는 문제가 좀 있긴 하다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욕먹는걸 방사능 폭풍을 맞는 것보다 싫어한다.

결국은 이를 무마해보려고 제조사들은 체험단을 운영한다. 체험단인지 아니면 홍보단인지. 언제까지 리뷰를 올리지 말라라는 말만 있는 (일명 ‘엠바고’) 미국과 달리, 한국의 이 ‘체험단’은 무슨 과제가 있단다. 어느 날에 어떤 주제의 내용을 올리고, 어떤날은 다른 기능에 대한 내용… 물론, 어떠한 단점 언급 금지는 덤이다. 이게 무슨 학교야?! 그냥 숙제대로 다 하면 되는줄 아나. 그러니 사람들이 IT 리뷰어를 쉽게 보는 폐해가 생기는 것이다.

IT 리뷰어들의 일이 쉬운 건 절대로 아니다. 빠뜨린 것이 없나 늘 살펴야 하고, 뭐에 대한 느낌이 생각나는대로 메모해둬야 하고, 심지어 자신이 별로 쓰지도 않는 기능인데, 다른 사람들을 위해 억지로나마 써본다. (물론, 그마저도 금전적인 벽에 가로막히면… 지못미다) 가젯에 대한 열정이나, 사람들에게 정보를 줘야겠다는 열정이 없으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러고 나서 독자들의 바램대로 리뷰가 안 나오면 또 욕도 먹어야지. 토폴스키사마의 아이패드 2 리뷰가 좋은 예이다. “이 인간 애플빠구만”이라는 댓글들이 즐비하다. 솔직히 이런 사람들은 아이패드 2가 나쁘다라는 기대를 했을까? 모르겠다. (참고로, 내 아이패드 2 리뷰는 iAppBox에 올라가있다.) 그런 욕들을 견뎌가고, 늘 꼼꼼히 제품을 살펴보면서 마감에 맞춰 글을 써야 한다. 어지간히 스트레스 쌓인다. 나같은 경우도 이번 아이패드 2 리뷰가 끝나고 앓아누웠다. (물론, 이는 금요일에 아이패드 2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서고 난 후에 좋지 않던 몸상태가 도진 거지만…)

그러니, 제조사나 독자들이나 모두, 리뷰어를 비하하진 말자. 독자들이 자신의 글을 읽고 좋은 정보를 얻어갔다는 댓글을 보면 뿌듯함을 느끼고, 욕을 먹으면 화도 내면서 어떨땐 한켠에서 울기도 하는… 사명감과 열정에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 언젠가… 한국에서 자랑스럽게 IT 제품을 리뷰하는 일을 한다고 할 수 있는 순간이 올까? 아니, 그 일을 한국에서 할 수나 있을까? 그 미래가 기대되기도 하지만, 이루어질 것같지 않아 걱정스럽기도 하다. (아직도 이쪽으로 진로를 정했을때 나를 바라보던 부모님의 눈빛이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