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는 후지필름 X100VI 리뷰의 뒷이야기만 다룹니다. 원본 리뷰는 디에디트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X100VI가 막 발표됐을 때 a7CR 리뷰를 마무리하고 있었던 시점이었고, 바로 다음 카메라로 리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리뷰 제품을 부탁드렸다. 실제로 리뷰를 맡게 된 건 2달 가까이 지난 후였지만.
a7CR 때는 타이밍이 영 좋지 않았던 점을 토로했었는데, 이번에는 역으로 타이밍이 나쁘진 않았다. 카메라를 받은 주에 결혼 1주년 기념 여행을 떠났는데, 유일한 아쉬운 점이라면 카메라에 대해서 완전히 숙지하지 못한 채로 떠났다는 부분이겠다. 카메라 받고 이틀 정도만에 간 거였으니까.
거의 3개월을 붙잡고 있었던 a7CR과 다르게 X100VI는 2주 만에 리뷰를 끝내야 해서 더 악바리 같이 사진을 찍고 다녔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네 시간을 박혀 있기도 했고, 지인의 스튜디오 촬영을 자처해서 테스트를 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내가 쓸만하다고 생각해서 남긴 사진 장수가 900장이 넘는다. a7CR은 400장이 안 됐으니 까 두 배가 넘은 셈이다.
a7CR 때도 사진을 선정하기 어려웠지만 이번에는 곱절로 어려웠다. 그리고 샘플 사진 선정을 미리 했어야 했는데 새벽에 잠도 못 잔 상태에서 하느라 솔직히 말해 리뷰에 못 올렸던 사진을 여기서 고르면서 “왜 이걸 안 썼지?” 싶은 사진들이 좀 있다. 짝꿍 사진이야 뭐 원래 못 올리는 거였지만. (대신 리뷰에는 피사체 배경으로 살짝 보인다.)
디에디트에 리뷰를 쓰다보면 기술적인 부분은 많이 뺀다. 독자층을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내가 옛날에 아이폰 리뷰하던 시절의 습관과 정반대인데, 그래서 그 때는 나나 주변 지인들 모두 거의 논문 수준이라고 했었다. 이걸 읽는 사람들이 있나 싶을 정도.
이번 X100VI 리뷰에서도 기술적인 부분을 들어내는 게 좀 어려웠다. 후지필름이 JPEG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기술적인 설명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는데, 쉽게 설명하기도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뺐다. (그랬음에도 편집 과정에서 더 빠졌다.) 무튼 여기서라도 말하자면 내가 강원도 여행을 갔을 때 DR 설정을 미리 알고 갔더라면 좋았을걸 싶었다.
나는 내 사진에서 어느 정도 하이라이트와 그림자가 보전되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RAW에서는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의 데이터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서 이걸 보정으로 살릴 수 있다. 하지만 JPEG는 사람의 눈으로 잘 보이지 않는 하이라이트나 그림자 등은 거의 못 살리는데, DR 설정을 이용하면 아예 JPEG를 만드는 과정에서 내 보정 과정과 비슷한 프로세싱을 한다. 실제로 잡힌 노출보다 좀 더 어둡게 사진을 찍고, 그림자를 살짝 올려서 나온 결과물을 JPEG로 압축하는 과정이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이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물론 스마트폰의 화상 처리 수준은 아니지만, 이 정도의 과정을 꽤 빨리 처리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다른 카메라와는 다르게 이러한 이미지 프로세싱 과정에 진심이라는 점이 느껴졌다. (참고로 DR 설정은 RAW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이 내가 여태까지 후지필름에 대해 약간 hype만 가득한 제조사라는 편견을 깨게 일조해서 다음 카메라로 후지필름을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있다. 하지만 리뷰에 살짝 흘린대로 XT-5 쪽이 더 낫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든다. 이러한 렌즈 붙박이형 디지털 카메라의 장점은 렌즈를 일체화하면서 소형화한다는 건데, X100VI는 생각보다 좀 컸다. 물론 렌즈가 얕은 덕에 폭이 좁은 가방에는 도리어 RX1RII보다 더 유리하기도 하고, 배터리도 더 큰 덕을 보긴 하지만. 리뷰에서 말한 대로 XT-5랑 큰 차이가 아니라서 이럴 바엔 그냥 XT-5에 팬케이크 렌즈 달고 있는 게 더 낫지 않나?란 생각이 든다.
다음엔 XT-5를 빌려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