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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Review: Gravity (그래비티)

진정한 표류.

제목: 그래비티 Gravity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산드라 불록 (라이언 스톤), 조지 클루니 (맷 코왈스키), 에드 해리스 (휴스턴, 목소리 출연)
상영시간: 90분

처음에 그래비티의 예고편을 봤을 때, 큰 감명을 받지는 않았다. 아 그냥 평범한 우주 드라마이겠군. 그런데 점점 다른 예고편들이 공개되고, 평론가들과 (내가 믿는 유일한 영화 평론가인 이동진씨가 만점을 줬다는 걸 보고 놀라기 시작했다) 지인들의 강력한 추천에, 메가박스 코엑스의 M2관이 토르에 점령당하기 전에 재빨리 예매를 해서 볼 수 있었다. (유럽을 다녀온 덕에 거의 막차 탔다고 보면 된다. 하루에 한 회만 하고 있었다…)

가까운 미래에, 라이언 스톤 (산드라 불록) 박사와 우주 비행사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는 허블 우주 망원경을 고치는 임무를 위해 우주왕복선 익스플로러 호에 배속되어 일주일째 파견되어 있다. 그런데 러시아가 자국의 위성을 미사일로 파괴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연쇄 반응으로 지구를 도는 위성들이 대부분 파괴되면서 대량의 잔해물이 그들을 덮치고, 스톤 박사는 충격으로 우주 밖으로 튕겨져나간다. 과연 그녀는 무사히 지구로 귀환할 수 있을까?

이 샷만 봐도 얼마나 일이 꼬일지 대강 보인다.

영화는 일련의 사건 때문에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철저히 배제한 체, 스톤과 코왈스키 이 두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에만 집중한다. 영화 길이가 90분이라는 말에 많은 분들이 걱정을 했다. 영화라고 하기엔 매우 짧은 시간이니까. 하지만 난 이 짧은 시간이 오히려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래비티의 스토리라인상 시간은 약 세 시간 정도인데, (그 이유는 영화를 보시면 안다) 그 시간의 이야기를 두 시간의 길이로 풀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를 90분으로 압축한 덕분에 영화는 긴장감이 넘친다.

이 두 배우만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이 영화에서 살아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는 딱 두 명, 산드라 불록과 조지 클루니 뿐이다. 사실 단 두 명의 배우로 영화를 이끈다 하면 해당 배우들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이 두 배우는 그 부담을 딛고 잘 해냈다. 특히 캐릭터상 우주 임무가 처음인 산드라 불록의 표류했을 때의 감정 표현이나 이미 베테랑으로 나오는 조지 클루니의 어떤 상황에서도 나오는 여유로움은 확연한 대조를 이룬다. 휴스턴 미션 컨트롤의 목소리는 에드 해리스가 맡았는데, 목소리만으로도 존재감을 뿜어낸다.

하지만 그래비티는 제대로 된 곳에서 보고, 들어야할 영화다. 내가 (돌비의 ATMOS 360도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코엑스 M2를 선택했던 것도 아이맥스만큼은 아니더라도 화면도 꽤 크고, 무엇보다 사운드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우주인데 소리가 얼마나 중요하겠어’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그래비티는 우주에서는 소리가 없다는 사실을 통신 내용과 카메라가 스톤의 헬멧 안으로 들어갔을 때의 공기, 긴장감 넘치는 음악, 그리고 심지어 스톤의 심장 박동소리까지 써가며 역이용한다. 그리고 그것을 ATMOS 시스템은 정말 나도 같이 스톤과 표류하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한다.

상황은 급박한데, 배경은 너무 아름답다. 이것이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그래비티는 또한 내가 여태 본 영화중 최고의 3D 영화다. 보통 3D 영화들은 그 효과에 너무 치중해 영화를 망치거나, 아니면 너무 약해서 ‘내가 왜 돈을 두 배나 더 주고 이걸 보고 있지’라는 회의감이 들게 만든다. 그래비티는 이 둘 사이의 완벽한 지점을 찾아냈다. 효과가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도, 파편들이 관객 쪽으로 날아오는 것을 보면 흠칫 놀란다. 3D가 영화의 몰입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흔치가 않은데, 그래비티가 그 중 하나다. CG 또한 지구의 모습을 생생히 담아내었고, 온갖 난리가 나는 상황에서도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을 보고 있더라면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까지 들 정도다.

여유로운 한 때.

3D가 아니더라도, 그래비티는 영상미 자체에도 신경을 매우 많이 썼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이 영화의 롱 테이크 장면인데, 보통 롱 테이크 장면이 길어봤자 5분인데 반해, 이 영화는 초반 20분을 모두 한 테이크로 처리했다. 즉, 중간에 장면 편집 없이 계속해서 장면이 이어져간다는 말이다. 이후에도 초반 20분만큼은 아니더라도 롱 테이크 장면은 계속해서 나온다. 이러한 장면들은 중간중간 끊기지 않기 때문에 몰입감을 더욱 더 높여주는 장치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우주라는 광활한 공간에서 캐릭터와 물체의 위치를 분간하는 데도 사용된다.

그래비티는 경험의 영화다. 스토리마저도 관객이 우주에 표류한다는 것이 어떤 건지를 경험하게 해주기 위해 한 발짝 뒤로 물러나있다. 배우들 또한 관객들의 경험에 도움을 준다. 화려하지 않지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3D 효과, 무음과 통신음, 음악을 섞어낸 긴장감 있는 오디오는 우리 세대에서는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일종의 신기함을 보여준다. 아마 영화라는 것을 처음 본 사람들이 이런 기분이 아니었을까.

영화가 끝나고 내 친구는 “현실로 돌아오는 게 너무 싫어…”라고 했다. 그건 아바타를 보고서도 많이 했던 말이긴 하다. (나는 공감이 안되긴 했지만.) 하지만 그래비티의 세계에 있었으면 죽을 뻔할 수도 있음에도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완벽히 간추리는 것이다.

점수: 10/10
(쿠도리뷰 최초!)

(스틸 출처: http://screencrush.com/gravity-photos-sandra-bullock-george-clo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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