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KudoColumns KudoReviews KudoTech weirdmeetup

[Envy, Meh, and Facepalm]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랩탑

멋진 디자인과 고자 운영체제의 잘못된 만남

요즘은 학업 등의 일이 겹치다 보니 사실상 애플 전문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다른 회사 제품을 안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준비한 이 시리즈.

Envy: 부럽다. 애플 제품에도 좀 적용했으면 하는 것.
Meh: 그냥 그렇다.
Facepalm: 이건 아니야…

이 세 가지로 나누어서 애플 사용자 입장에서 타사 제품을 보고 느낀 점을 정리해보고자 하는 시리즈다.

이번에 다뤄볼 제품은 막 발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따끈한 서피스 랩탑. 그동안 그냥 노트북을 만들어 달라는 언론과 사용자들의 청원에 화답한 제품이다. 그리고 혹자는 “애플이 현대에 어울리는 맥북 에어를 만들지 않자 마이크로소프트가 대신 만들었다”라고도 한다.

이미 휴대용 노트북으로 13인치 맥북 프로를 쓰고 있는 입장에서, 서피스 랩탑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Envy: 디자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디자인 면에서는 홈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꾸준히 2루타를 치고 있었던 건 사실이다. 특히 작년에 출시한 서피스 스튜디오는 데스크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는 칭찬할 만했다.

이번 서피스 랩탑에서는 스튜디오나 투인원 제품인 서피스북만큼의 화려함은 기대하기 힘들다. 실제로 서피스 랩탑은 다른 서피스 제품에 비해 훨씬 절제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확실히 노트북 사용자들에게 필요한 디자인 요소는 고루 갖추면서, 매우 현대적인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반해 맥북 에어는 6년 반 전 디자인이다)

개인적으로 코발트 블루가 마음에 든다.

일단 무게는 맥북 에어보다 살짝 가벼운 1.25kg로, 이 정도의 크기에는 딱 적당한 무게다. 색상도 기존 서피스북과 같은 플래티넘을 비롯해 버건디와 코발트 블루, 그라파이트 골드 등이 생겼다. 개인적으로는 코발트 블루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알칸타라 가죽으로 마무리한 하판은 촉감이 마음에 든다.

알칸타라 가죽으로 덮은 하판 부분은 특히 인상적인데, 키보드를 사용할 때 촉감이 상당히 좋았다. 차가운 알루미늄의 맥북 프로와 다르게 따뜻한 느낌이랄까. 떼가 타지 않을까 걱정된다면 알칸타라의 재질 자체가 떼가 잘 안 타는 재질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거 같다. 키보드도 맥북 프로만큼의 쫀득함은 없지만 깊이는 훨씬 좋은 편이었다.

아마 이 시리즈에서 지난번에 다뤘던 갤럭시 S8을 읽어봤다면 이번 서피스 랩탑에서는 부러운 부분이 S8처럼 하드웨어가 아니라 디자인이라고 한 것을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다. 그 이유는 솔직히 말해 하드웨어 자체는 맥북보다 앞선다 보기 힘들어서다. 먼저, 전체적인 빌드가 맥북 프로만큼 단단하진 않았다. 비틀어보면 단단하다는 느낌이 바로 오는 맥북 프로와 달리, 서피스 랩탑은 약간의 유격이 느껴졌다. 그리고 트랙패드는 여전히 맥북 프로의 그것보다 정확도가 떨어진다. 물론 이 제품이 양산 제품이 아닌 시제품이라 그럴 수는 있겠다만.

서피스 랩탑 왼쪽의 포트. 왼쪽부터 USB 3, 미니 디스플레이포트, 헤드폰 잭. (맨 오른쪽에 있는건 안테나다)

포트 면에서도 좀 아쉬운 편이다. 측면에는 USB 3 포트 하나와 미니 디스플레이 포트, 헤드폰 잭이 있고, 반대편에는 충전에 쓰이는 서피스 포트가 있다. SD 카드 슬롯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긴 했으나, 아마 서피스 포트와 헷갈린 듯싶다. 마이크로소프트의 USB-C 외면은 서피스 랩탑에서도 계속되고 있는데, 어차피 USB 단자를 하나만 넣을 것이라면 범용성 면에서 더 유리한 USB-C가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어차피 허브 들고 다닐거면

이렇게 말하지만, 실물로 본 서피스 랩탑은 훨씬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윈도우 노트북 중에서는 가장 이쁘고, 하드웨어도 앞서 보인다. 만약에 윈도우 노트북을 산다면, 얘를 정말 진지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윈도우라는 게 문제지만

Meh: 가격

서피스 랩탑은 999달러(약 113만 원)부터 시작한다. 교육 시장을 목표로 한다고 하기에는 약간 비싼 가격이긴 하지만, 아마 맥북 에어와 가격을 맞추려고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데 이 기본 모델의 사양이 좀 많이 아쉬운 편이다. 코어 i5 프로세서와 128GB SSD는 그렇다 치지만, 2017년에 4GB RAM은 좀 너무하지 않았나 싶다. 맥북 에어도 같은 가격에 8GB RAM을 끼워주는데. 물론 다른 면에서는 묵념

생각보다 선택권이 넓은 편은 아니다.

그리고 모델 선택권이 그다지 넓은 편이 아니다. 예를 들어, 만약에 코어 i5 프로세서를 선택했다면, 16GB RAM은 선택할 수 없다. 8GB RAM으로 올리면 256GB SSD만 조합할 수 있고, 512GB SSD는 16GB RAM을 선택해야 한다. 즉, 코어 i7을 무조건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비싼 모델은 코어 i7 / 16GB RAM / 512GB SSD로, 가격이 2,199달러(약 248만 원)까지 뛰어오른다. 게다가 이 모델은 다른 모델들이 출고되는 6월 15일을 훨씬 넘어선 8월 15일에나 출고된다.

Update (2017/5/4 06:10): 색상 선택도 모델에 따라 제한이 걸린다. 예를 들어, 내가 마음에 들었다는 코발트 블루 색상은 코어 i5 / 8GB RAM / 256GB SSD 모델만 선택 가능하다.

지난 신모델 출시와 함께 가격이 안드로메다로 튀어 오른 맥북 프로(터치 바 없는 모델 기준)보다는 기본 사양이나 대부분의 중간 사양에서는 200달러 정도 저렴한 편인데, 최고 모델을 최대한 비슷한 사양으로 맞춰보면 가격이 같아진다. (물론 서피스 랩탑에 쓰이는 프로세서는 최신 7세대라는 점은 염두에 두자) 내 생각에는 기본 모델을 제외하면 굳이 비교를 하자면 맥북 에어보다는 터치 바 없는 맥북 프로나 아직 판매하고 있는 구형 레티나 맥북 프로와 비교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

Facepalm: 윈도우 10 S

사실 오늘 발표에서 서피스 랩탑은 곁다리였다. 진짜 주인공은 바로 윈도우 10 S. 마이크로소프트는 교육용 시장을 목표로 해 윈도우 10 S를 개발했다고 밝히고 있다. 10 프로와 비교해 빠른 속도, USB 드라이브 하나만으로 빠르게 기기 셋업이 가능한 부분 등이 특징으로 꼽히지만,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윈도우 스토어에서만 앱을 내려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다못해 크롬도 설치 못하고, 만약에 설사 크롬이 윈도우 스토어에 있다 하더라도, 기본 브라우저로 못 바꾼다고 한다!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생각이니

마이크로소프트는 이것이 보안을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흡사 애플이 할 법한 말을 마이크로소프트가 한 게 신기하긴 하다. 무튼, 스토어에서만 앱을 설치할 수 있는 윈도우를 교육 시장에 내놓은 것은 개인적으로 잘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일단, 윈도우 스토어에 앱이 없다는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교육 시장도 일종의 대기업 환경과 비슷해서 스토어에 없는 앱을 설치할 방법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폐쇄된 시스템의 대표주자인 애플의 iOS도 대기업 환경에서는 전용 앱을 앱 스토어를 거치지 않고도 설치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는데, 내가 알기로는 윈도우 10 S는 이런 방법이 전혀 없다. 사실, 전혀 없는 건 아니긴 하다. 윈도우 10 프로로 업그레이드하면 되니까. (업그레이드 비용은 50달러이며, 서피스 랩탑 사용자는 올해 말까지 무료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면 10 S를 탑재한 의미가 없어진다.

중간에 있어서는 안될 애가 낀 거 같은 건 기분탓입니다.

10 S의 정체성도 문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위에 말한 교육용 시장 타깃 뿐만 아니라, “보안과 성능을 위해 더욱 간소화된 윈도우 경험”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이트를 보면 10 S를 10 홈과 프로 사이에 위치시키고 있다. 참고로, 10 홈은 스토어에 없는 앱 설치가 가능한 버전이다. 그러면 대체 10 S는 누구를 위한 윈도우라는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지만, 10 S는 옛날 아주 화려하게 망한 ARM 전용 윈도우였던 윈도우 RT의 2차 시도인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때보다 상황이 낫긴 하다. 뭣하면 윈도우 10 프로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옵션이라도 있으니까.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10 S는 굳이 왜 있어야 하는지 혼란스럽기만 하지 않을까?

한 가지 첨언하자면, 서피스 랩탑에 10 S를 기본으로 설치하는 것도 전략적인 실수라고 본다. 흡사 예전에 구글의 크롬북 픽셀을 보는 기분이랄까. 이렇게 디자인과 하드웨어를 멋들어지게 뽑아놓고, 소프트웨어적으로 기능을 제한한 운영체제를 탑재하는 건 사실상 하드웨어적 오버킬이다. 서피스 랩탑은 10 S보다는 프로가 훨씬 어울리는 노트북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걸 아는지 올해 말까지 서피스 랩탑에서는 10 프로 업그레이드를 무료로 해주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2세대 서피스 랩탑부터는 그냥 10 프로를 탑재해 나오지 않을까 싶다.

One reply on “[Envy, Meh, and Facepalm]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랩탑”

존슨에 답글 남기기 응답 취소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