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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도 칼럼] 애플 vs 어도비, 두 가지 방향에서 바라보기.

2010년 1월 27일 아이패드 시연도중에 뉴욕타임스 사이트의 플래시 페이지를 로드하지 못하는 아이패드의 모습이다.
지금은 뉴욕타임스 측에서 이를 HTML5도 지원하도록 변경하여 문제없이 시청가능하다.

요즘 애플과 어도비의 싸움이 뜨겁다. 일단, 아이패드에 플래시를 지원하지 못하는 것부터 시작하더니, 이는 곧 아이폰 OS 4 발표 당시에 애플이 플래시 CS5에서 만든 플래시 어플리케이션을 아이폰용 앱으로 포팅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시켜 논란이 더욱 확산되었다. 결국, 어도비는 플래시 CS5의 이 기능의 개발을 중지하겠다고 발표했고, 아이폰 플랫폼에 대한 플래시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공식 발표를 하게 된다. 사용자 측면적으로 봤을 땐, 이건 그닥 좋은 소식은 아니다. 한국 사용자들은 더더욱 그렇다. 플래시 범벅인 우리나라 사이트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는 그냥 빈 공간으로만 보일 뿐이다. 또한, 최근에 애플과 어도비의 잔혹사 (이것에 대해서는 좀 있다 얘기하자)가 밝혀지면서 애플의 일방적 복수가 아니냐는 의견도 끊이질 않고 있다. 그러면, 애플이 왜 플래시를 지원하려 하지 않을까? 이를 여러 방면에서 살펴봤다.



애플의 사적 감정 차원: 친절한 잡스씨

일단 많은 사람들이 이유라고 생각하는 애플의 복수전에 대해 살펴보자. 이야기는 199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잡스가 막 돌아왔을 때였고, 애플은 완전히 망해가고 있었다. 애플은 끝났다고 생각한 어도비는 그간 메인 개발 플랫폼이었던 맥을 포기하고 윈도우로 이동하겠다는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한다. 그러고나서, 어도비는 제품발매 때 윈도우를 우선적으로 출시하게 된다. 그뒤로, 애플은 부활했고, OS X이라는 새로운 운영체제까지 출시했음에도, 어도비는 시큰둥했다. 그때까지 맥 사용자들은 클래식 인터페이스[footnote]OS X에서 OS 9 앱을 돌릴 수 있게 도와주는 구형 OS X 내 인터페이스. 10.5 레오파드부터 사라졌다.[/footnote]로 만들어진 어도비 앱을 써야만 했고, 최신 포토샵이 나오면 써보고 싶으면 PC로 바꿔야 했다. 결국, 어도비는 성화에 못 이겨 2005년에 OS X용 CS2 스위트를 선보이게 된다.

사실, 애플 플랫폼에 대한 어도비의 게으름은 맥용 플래시 플레이어만 봐도 알 수 있다. 맥을 쓰다보면 플래시 동영상 같은 부분에서 갑자기 팬이륙을 경험해보신 분들 많을 것이다. 그리고, 훨씬 낮은 사양의 윈도우 PC에서 잘 돌아가던 것이 맥에 오면 끊기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이는 맥용 플래시 플레이어가 GPU (그래픽 프로세서) 가속을 전혀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 윈도우용은 플래시를 돌리는 일을 CPU와 GPU가 나눠서 하기 때문에 훨씬 더 부드럽게 돌아가지만, 맥용은 이 일을 CPU 혼자 담당한다. 그러니 버거울 수밖에 없다. 특히 720p 동영상을 돌리게 되면 CPU 온도가 치솟는 건 당연 지사다.

나중에 해도 될 얘기를 어쩌다 지금 해버렸네. 여하튼,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어도비의 애플 지원은 늘 늑장식이었고, 애플은 이에 대해 아이폰 플랫폼의 플래시 지원을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며 응수하더니, 아이패드를 선보이면서 이에 대한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래서 많은 분들이 애플의 복수라 생각하시고 계신다.

사실, 플래시 CS5의 포팅을 막은 것은 아마 이 사적 감정이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기술적으로도 약간의 이유가 있긴 하지만(멀티태스킹 API 관련), 이건 그냥 애플이 어도비에 대한 지난 불만을 마음껏 표출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기술적 차원: 플래시는 제2의 ActiveX?

플래시는 플러그인이다. 브라우저 차원에서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게 아니라, 따로 깔아야 한다. (물론, 최근 플래시 플러그인을 기본 내장하겠다고 한 크롬을 제외하곤 말이다.) 그런면에서, 어떻게 보면 플래시는 ActiveX랑 다를 바가 없다. 한 회사의 ‘닫힌’ 플러그인이다. 플래시를 위해서 개발하고 싶으면 어도비의 플래시 프로그램을 사서 만들어야 한다. 플래시 플레이어에 대한 업데이트는 어도비만이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ActiveX랑 똑같다. 우리나라에만 국한돼 있지 않고 전세계적으로 퍼져있는 게 다르다뿐이지. 게다가, 플러그인이라는 운명상, 보안상 문제는 늘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런면에서,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들이 플래시를 완전히 버린다던지(네이버), 플래시와 HTML5를 동시 지원하겠다(다음) 한 것은 무척 환영스러운 일이다.

또한, 어도비는 플래시가 전세계의 96%의 컴퓨터에 공급되어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게 모바일 기기들까지 포함하는지는 심히 의심스럽다. 아직 모바일 기기에서의 플래시 구동 속도는 차마 눈 뜨고 못 봐줄 수준이다. 간단한 플래시 광고에도 툭툭 끊기고, 동영상은 무슨 스톱모션을 보는 것 같다. 플래시가 애초부터 모바일 기기를 위해 개발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최적화가 전혀 안되있는 것이다. 그나마 요즘 기기들에서는 봐줄만 하지만, 모두 1GHz가 넘는 프로세서에 512MB RAM을 장착한 최신기기들이다. 구형 기기들을 지원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3년된 1세대 아이폰 지원이 올해 와서야 드랍된 거 보면 알만하다) 애플로서는 이는 못 봐줄 상황이다. 생각해봐라, 1세대 아이폰과 아이폰 3G는 프로세서가 겨우 400MHz밖에 안되고, 최신판인 3GS(뭐.. 출시된지 10개월이나 된 마당에 최신판이라 그러긴 좀 뭣하지만 ;;)도 600MHz의 프로세서를 장착하고 있다. 플래시를 최적화시키지 못하면 돌리기가 참 뭣한 사양인 것이다. 아이패드 또한 1GHz짜리 A4 프로세서를 달고 있긴 하지만, 램이 256MB로 제한적이다. (왜 애플이 512MB를 달지 않았는지는 미스터리다…) 이 정도 사양은 애플의 최적화 덕에 쾌적한 브라우징이 가능하지만, 심지어 더 사양높고 화면도 더 작은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어도비의 모바일 최적화 실력은 아직 거지깽깽이 수준이다.

거기에, 플래시가 대부분 마우스 UI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이다. 이게 뭐가 문제점이냐고? 가장 좋은 예는 바로 마우스오버다. 마우스 커서를 갖다대는 것만으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플래시형 메뉴에 이를 많이 볼 수 있다. (마우스를 갖다대면 서브메뉴가 내려온다던지 이런 것들 말이다) 이는 실질적으로 아이패드나 아이폰같은 플래시 화면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플래시 게임이 안된다며 아이패드 안 사시려는분들에게 한 마디 하겠다. 정말로 설사 아이패드가 플래시가 된다 하더라도, 어도비의 최적화와 마우스에 최적화된 컨트롤에 제대로 하실 수 있을까…? 나같음 차라리 아이패드용 게임을 사서 하겠다.


반성의 시간

내가 어도비한테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애플이랑 싸울 시간에 플래시 플레이어 손이나 좀 보라고. 모바일에 준비가 됐다고는 하지만, 동영상이 툭툭 끊기는 걸 보면, 어도비가 말하는 준비란게 뭔지 심히 의심스럽다. 차라리 플래시를 모바일 기기에서 아무런 끊김없이 구동하게 만들어서 애플이 더이상 핑계 못 대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러면 될 것을, 어도비는 계속 애플이랑 말싸움만 하고 있다. 솔직히 까고 말하면, 난 개인적으로 플래시가 죽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번에 애플 대변인이 말한 “플래시는 닫혀 있고 독자적이다. Flash is closed and proprietary”라는 말은 정답이다. 한 회사가 이끄는 기술은 결론적으로 독재적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리고 한 회사의 독재적 인터넷 플러그인은 사회악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좀 극단적인 거 안다) 그럼 앱 스토어는 독재가 아닌가라고 물으신다면, 규제가 상당히 심하긴 하지만(사실, 너무 심하긴 하다), 결론적으로 자기네들 기기에서 돌리는 앱들을 심사하는 거니까 예외다. 어도비가 지네들 컴퓨터 만들어서 플래시 공급하는가? 그건 아니잖아. 마소의 ActiveX도 그러했고 말이다. 최소한 마소는 자신들이 ActiveX에 대한 판단을 잘못한 건 인정이라도 하지.

그렇다고, 애플이 너무 잘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내 생각엔 애플이 너무 감정적으로 이걸 대처하는 기분이 든다. 그러면서 개발자들과 사용자들을 희생시키는 것 같다. 특히 새로운 SDK 약관은 애플의 속좁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무슨 나같이 완전 소심 A형도 아니고 말이다. (잡스가 A형인가?)

이 사태가 좀 평화적으로 해결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물론,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된 만큼 아이폰 플랫폼에 플래시가 달리기는 글렀지만. 애플과 어도비는 서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어도비는 애플과의 과거와 플래시 플랫폼 자체의 무거움을, 그리고 애플은 아이폰 SDK에 대한 독재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근데 내가 불안한 것은 이거다: 둘 다 절대로 반성할 기미는 안 보인다는 것.



2 replies on “[쿠도 칼럼] 애플 vs 어도비, 두 가지 방향에서 바라보기.”

플래쉬가 오픈이 안되있는건 사실이지만, HTML5역시 플래쉬랑 별반 다른게 없다고 봅니다. 차이라면 표준으로 정해졌으니(싸움에서 이겼으니) 여러 플랫폼들이 싫든 좋든 따라가야만 하는거라는거죠. HTML5의 Canvas기술의 라이센스를 애플이 소유하고 있다는걸 어느 컬럼에서 읽었습니다. 표준이지만, 오픈이 아니라, 애플이 라이센스를 소유. 라이센싱비를 무료로 돌린거죠. 라이센싱비용을 무료로 문서에서 보장하고있으니 마음대로 사용할수있는데 뭐가 문제냐???면 오픈소스화 되면 그 소스를 바탕으로 더 발전된 규약이 나올수도 있고 다른 대안들도 발전이 될수있지만, 누군가가 라이센스를 쥐고있으면 이런게 허락되어지지 않죠. 플래쉬를 철저히 배제하고 HTML5만이 진리인양 떠드는 애플의 의도는 사실 앞으로의 웹을 자신들 지배하에 두겠다는겁니다.

또 애플이 오픈이니 표준이니 말할 만한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늘 독자만의 규격들. 타플랫폼용 포팅에서도 그 플랫폼의 표준API를 무시한 독자API사용등..(퀵타임mov, 윈도우용 아이튠즈의 겁나게 무겁게들어가있는 독자API등…).
플래쉬가 또다른 activeX라는 말도 조금 다른시각에서 본다면, HTML5도 브라우져에 이를 위한 코덱, 구동API가 포함되어져 있어서 플러그인없이 돌아가는거니, 플래쉬 구동API가 브라우저에 기본 포함되어진다면 별반 다른게 없는거죠. (애플플랫폼에서의 플래쉬퍼포먼스문제가 있는건 사실이긴 하지만..)

퀵타임이나 iTunes는 플래시랑 차이점이 있는게… 사용자들이 안 써도 됩니다. 아이팟이라는 MP3를 안 사면 되는 거죠. 제한적이긴 하더라도, 사용자들에게 선택권이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 .mov 파일도 잘 없죠)

이에 반해 플래시는 없죠. 좋건 싫건 써야 되는 겁니다. 어도비가 배려(?)를 해준 덕에 윈도우 사용자들은 쾌적할 지 몰라도, 맥 사용자들은 느린 성능에, 잦은 크래시까지, 완전 고생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지금 일고 있는 ActiveX랑 무슨 차이인 지 모르겠네요. 인터넷 환경이 독자적 플러그인 사용을 강요하는데…

차라리 저 같으면 이러느니 그래도 완전하진 않더라도 나름 표준인 HTML5를 쓰는게 더 옳다고 봅니다. HTML5가 지금은 부족하더라도, 여전히 미래를 바라볼 때 플래시보다는 낫다고 봅니다. 플래시는 크롬을 제외하곤 모두 따로 깔아야 하는데 반해, 최소한 이제 향후 1~2년 내로 거의 모든 브라우저가 HTML5 내장을 완료할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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